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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어린이 문학 깊게 읽기]과잉 상징성의 더블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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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2:10 조회 6,1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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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마을』
최양선 지음_오정택 그림_창비_152쪽
2012.03.30_9,000원_높은학년_한국_동화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
최양선 지음_정지혜 그림_문학동네_232쪽|
2012.04.15_11,000원_높은학년_한국_동화

우리 어린이문학의 현재 모습은 그저 ‘별일 없는’ 상태다. 대표하는 작가도, 주목할 만한 작가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첫 작품을 내는 신인작가의 장편이 대표적인 두 출판사의 상을 거머쥐며 거의 동시에 나온 일은 뉴스거리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은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와 ‘창비 좋은 어린이책’을 수상한 『지도에 없는 마을』을 쓴 최양선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어린이책 작가로 이름을 올리지 않은 신인작가의 화려한 등장이 반가웠고, 두 권의 장편이라는 작업량이 놀라웠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그다지 썩 명쾌하지 않다. 너무나 비슷한 주제와 얼개 때문에 각 작품의 개성을 느낄 수 없다. ‘도대체 왜?’ 이두 권의 책을 같은 시기에 내게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문학동네에서의 수상이 2009년이고 창비의 시상이 2011년의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서야 수긍이 가기는 했으나, 한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이 반감되는 역효과 때문에 작가에게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출간이라 볼 수 있다.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는 완벽한 미래의 도시 ‘녹슨시’와 완벽하지 않은 ‘기스카누 마을’이라는 두 공간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녹슨시는 욕망을 상징하고, 기스카누 마을은 그 욕망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되는 공간을 상징한다. 녹슨시는 ‘우리 공간은 청결하다, 완벽하다,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이 공간에 어울리는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 불안의 정점에 ‘난쟁이증 몬스터바이러스’가 있다. 이것은 아이들을 공격한다. 그래서 그것을 없애기 위해 녹슨시를 확장해야 한다. 이런 논리로 기스카누 마을을 공격한다. 결국 그것은 녹슨시의 거짓말이었다.

『지도에 없는 마을』은 자작나무섬이란 곳에서 완벽한 소비의 공간인 ‘바벨 쇼핑센터’와 소비된 것들이 버려져 모이는 ‘거대한 고물상’ 이 두공간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야기는 실종이라는 미스터리를 푸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실종은 욕망의 정점이다. 한 인간이 어떤 물건에 대해 지나치게 욕망하면 그 물건과 한 몸이 되어버린다.

남은 사람들 입장에서 그 인간은 실종된 것이다. 그런 ‘인간 물건’은 바벨 쇼핑센터 입장에서는 소비의 궁극의 모습이다. 이렇게 두 작품은 인간의 욕망에 대해 판타지적인 공간을 설정하고, 여러 장치를 통해 그 마지막을 경고하고 있다. 어린이문학에서 이런 묵직한 주제를 다양한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작가가 공을 들인 여러 가지 상징과 장치가 이야기속에 구체적으로 녹아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두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할머니–엄마–딸’의 큰 축이 보인다.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에서는 ‘모술–수로–레아’가, 『지도에 없는 마을』에서는 ‘해모–리안–소라’가 그 축이다. 작가는 이렇게 연결되는 여성성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 했던 것 같다. 두 작품 내내 바탕화면처럼 깔리는 달, 바다, 생명, 소리, 동굴등의 이미지와 연결시켜보면 그렇다. 더구나 두 축 모두 엄마와 딸은 불화하고, 할머니와 손녀로 어떤 해결의 능력이 전달되는 구조인 것을 보면, 매우 의도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축은 각자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 작품을 관통하는 축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거기에 연결되는 여성성의 이미지들이 그냥 과잉된 상징성으로만 존재할 뿐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못한다. 이런 상징성은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도 실패했다. 작가는 ‘구진, 가모, 카멜, 수로, 다반’ 같은 두 글자 이름으로 좀 더 낯선공간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이름들이 어떤 개연성도 없이 등장함으로써 되려 이야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을 했다. 이런 상징의 과잉은 이 작가의 능력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신인으로 이런 세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손뼉을 쳐줄 만하다. 하지만 지금 이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만의 최고를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좋은 작품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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