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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예술 깊게 읽기]꺼지지 않는 저항과 혁명의 봄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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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2:54 조회 7,64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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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의 파라다이스』
아미르 지음_칼릴 그림_김한청 옮김_다른
264쪽_2012.03.30_14,000원_고등학생
미국_만화


『버려진 자들의 영웅』
스리비드야 나타라잔, S. 아난드 지음
두르가바이 브얌, 수바시 브얌 그림
정성원 옮김_다른_108쪽_2012.04.05
13,000원_고등학생_인도_만화

인터넷을 통해 이란의 민중가요 <야레 다베스타니 만>(내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을 들었다. 선생님의 회초리로 살갗에 남겨진 잔혹한 매자국이 세월이 흘러도 남아 있다며 암흑의 장막을 찢고 고통을 끝낼 수 있는 건 그때의 너와 나의 손, 우리라는 내용이다. 시위나 봉기에서 자주 불린 이 노래가 2009년에 있었던 이란의 대통령 선거 직후에도 유행을 했는데, 부정선거로 당선되었다는 의혹을 받은 현 이란의 대통령 아마디네자드가 2005년에 선거송으로 불렀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자라의 파라다이스』는 선거가 끝난 직후 시위에 참여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19살 소년 메디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란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형 ‘하산 잔’은 어머니 ‘자라’와 함께 테헤란의 거리를 헤맨다. 메디를 찾기 위해 이들이 찾아가는 병원 응급실과 구치소 에빈, 혁명 법정과 교도국 카리자크에서 그들이 만난 건 민병대와 혁명수호대의 일방적인 검거와 폭력, 부패한 관료주의, 그리고 메디의 존재증명을 거부하는 검은 시스템이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어린 강아지들의 죽음이 본격적인 이야기 곳곳에 불길한 예고편이듯, 중의적이고 상징적인 캐릭터들의 이름은 사건구조의 복선 노릇을 한다. 가령 어머니 ‘자라’는 꽃, 예언자의 딸, 그리고 시위현장에서 죽은 사진기자의 이름이며 실종된 소년 ‘메디’는 종말이 다가오면 재림하는 ‘구세주’를 의미한다.
 
‘자라의 파라다이스’가 책의 제목이면서 테헤란 교외에 위치한 공동묘지의 이름이기에 실종 소년의 운명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 오미르 위령비, 즉 이슬람 혁명 후 사망한 16,901명의 명단이 깨알같이 적힌 책의 말미를 만나는 순간 메디의 실종과 죽음은 허구적 설정의 차원을 훨씬 능가하는 울림을 지닌다. 절망적인 사건의 덧칠에서 ‘신의 선물’과 ‘2010년 튀니지 혁명’을 뜻하는 메디의 여자친구 ‘재스민’이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 둔다.

『버려진 자들의 영웅』은 카스트로 대표되는 인도의 차별정책으로 죽음과 폭력에 시달리는 불가촉천민들을 위해 헌신했던 혁명가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의 삶을 담았다. 중부 인도의 곤드족의 전통문양인 ‘디그나’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박스 형태의 칸 구분을 지양하고, 새와 물고기, 사장, 뱀 등의 동물로 기차와 기계, 요새와 숲 등을 표현하며 느낌과 생각에 따른 차별화된 말풍선은 독특한 그림책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두 책 모두 끔찍한 폭력과 차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무 올가미 대신 크레인을 사용하는 공개처형과 카리자크 교도국의 비인간적인 만행은 월급을 요구했다가 살해당한 달리트 농부와 짐승도 마시게 하는 물을 불가촉천민에게 주지 않으려고 폭행과 강간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극단적인 설정과 묘사가 있긴 하지만 종교와 정치의 잘못된 만남이 빚어낸 위선적 지도자들의 행태는 충분히 공포스럽다. 다만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욱 도드라진다.

책 속의 어머니들이 보여주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은 한결 뜨겁게 느껴지며 오마르 카이얌이나 잘랄 앗딘 알 루미의 시는 짧은 인용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불가촉천민 출신이면서도 초대 법무장관으로 인도 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스승 같은 아버지 암베드카르의 삶은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거룩한 불만’이면서 ‘모든 도약의 출발점’이 되었다. 편집상의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으나 수많은 인물과 사건들에 대한 각주가 사전식으로 몰려있다든가 익숙지 않는 독법을 요구하는 그림체가 흠이긴 하지만, 이들의 주제의식이 우리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리라 본다.

강경보수파이자 종교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세력이 최근의 선거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시위로 서양에 적대적이고 폐쇄적인 기조가 더욱 강해질 거라는 뉴스 속에서 이란의 봄은 요원해 보인다. “우리가 죽었을 때, 여기 지상의 무덤에서 찾지 말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찾아라.”라는 루미의 잠언이 꺼지지 않는 저항과 혁명의 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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