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인문 깊게 읽기]아이들과 놀아 주는 아빠, 아이들과 함께 노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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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2:23 조회 7,617회 댓글 0건본문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지금 당장 TV를 버려라!』
박현주 지음_이미지박스_240쪽_2012.04.02
14,000원_학부모_한국_자녀교육
“어젯밤에 이 책 다 읽었어.” 좋아하는 분야와 작가가 워낙 달라서 내가 읽는 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남편의 말이 반갑고 신기했다. 지난달 이사를 하며 산지 얼마 안 된 큰 TV를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거실에 놓을까, 작은 방에 놓을까 고민했었다. 갓 태어난 우리 아이에게 TV를 보여주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눈 터였다. 그런 우리에게 딱 맞는 책이다.
남편은 어릴 적 거의 TV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는 가끔 보는 만화영화가 전부였고, 그나마 중・고등학생 때는 몇 년 동안 TV 본 일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잘 들어가지 않는 안방에만 TV가 있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단다.
“우리 엄마는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TV를 못 보게 했어. 부모님도 거의 안 보시니까 할 말은 없었지. 이 책에 나온 엄마랑 우리 엄마랑 다른 점이 이 부분이야. 애들한테 TV 없애는 것을 잘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책 속 엄마는 가족 여행을 가거나, 같이 운동을 하거나, 독서록을 써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잖아. 이렇게 TV를 없애고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하거나 가족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아보였어.”
남편 집과는 달리 우리 집은 다른 많은 집들처럼 항상 TV가 켜져 있었다. 더욱이 나는 유달리 TV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TV를 볼 때 전화가 오면 받기 싫은 전화 벨소리가 시끄러워 수화기를 들었다 내려놓아서 끊어버린 기억도 난다. 그래서 TV 없이 자란 남편과 TV 없이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TV가 없는 일상에 익숙해지면 시간적으로 훨씬 더 여유로워진다. 그 여유로움이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나와 가족의 삶을 훨씬 더 행복하게 변화시켰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드라마를 보던 시간 대신 운동을 하고,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충분히 책을 읽고, 놀고 싶은 만큼 놀면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남편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우리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야!”라고 말해줄 때 가장 흐뭇하다고 말한다.(95쪽)
“TV를 보지 않으면 왕따 당할 수 있다는 부분은 나랑 비슷했어. 성당 캠프에서 조별로 장기자랑을 할 때 유행하는 H.O.T 노래 가사를 바꿔서 부르자는데 난 노래를 몰라서 아는 척 따라 불렀지. <모래시계>가 엄청 인기 있을 때 나만 안 봐서 친구들이 드라마 이야기할 땐 할 말이 없었어. 애들이랑 놀 때 계속 TV 얘기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얘기 할 땐 ‘난 안 봤어.’ 하고 말았어.”
TV가 없어서 친구들 이야기에 끼지 못해서 왕따가 된다면 분명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당연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TV가 없기 때문에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한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오히려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면 TV가 없어서 못 본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솔직하게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고 호탕하게 웃어줄 것이다. 이런 친구를 왕따시키는 친구들이라면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끼고 싶어서 TV를 볼 필요가 있을까? (143쪽)
이 책은 TV를 없앤 가족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았다. 엄마는 고물상 아저씨 트럭에 실어 보낸 TV가 다시 생기면 드라마에 빠질지 모르겠다고 고백하지만, TV 없이 산 4년이 너무 좋아 TV가 필요 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TV가 없는 동안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고, 친구들과 더 많이 뛰어놀고,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고, 오래된 습관인 TV’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참 좋은 책이다. 다만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아이들과 함께한 활동들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서 다 읽긴 했지만, 반쯤 읽으니 앞서 했던 이야기들이 반복되어 지루해진 점이 아쉽다.
“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이다.’라는 책 속 아빠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 나도 그런 아빠가 되고 싶어.” 독자의 이 말을 듣는다면 작가는 얼마나 기쁠까. 남편의 말에 나도 무척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