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과학 깊게 읽기]우리도‘패시브 하우스’에 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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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9:15 조회 7,030회 댓글 0건본문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
이대철 지음_시골생활_304쪽_201.05.15
16,000원_고등학생_한국_환경
“아버님 댁에 보일러 좀 놔드려야겠어요.”
몇 해 전만 해도 유행하던 광고 문구다. 어릴 적 방학이면 놀러가던 시골의 겨울은 꽤나 매서웠다. 여름엔 여기저기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덕분에 부채질에 의지하며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지만 겨울에는 사정이 달랐다. 매운 연기를 맡아가며 나무 장작으로 군불을 때주면 그제야 방바닥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었다. 또, 방바닥이 따뜻하다고 해도 웃풍이 워낙 심해서 방 안에서조차 코끝이 시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마치 벽 어디엔가 보이지 않는 구멍이 숭숭 나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시절을 경험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광고 카피는 보일러의 필요성과 더불어 부모 자식 간의 따뜻한 정을 전달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임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극한 효심으로 시골집에 보일러를 놓아 드려도, 사실 집 안의 공기는 그리 따뜻하지 못하다. 바로 단열 때문이다. 건축 전문가가 아닌 까닭에 잘은 몰라도 시골 겨울의 칼바람을 막기에는 벽이 너무 얇거나 벽을 만든 재료가 쉽게 열을 전달해버리거나, 아니면 창문이 문제임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요즘 같으면 훈훈한 공기에 바깥 계절을 잊을 만큼 기름을 땔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만약 보일러 없이도 온 가족이 겨울을 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난방 없이도 한겨울 영상 20도를 유지한다는, ‘거짓말 같은 집’ 이야기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산골, 살둔마을에 살고 있다는 저자가 그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것도 대단한 냉·난방 장치 없이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또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손수’ 만들어본 경험담이란다. 어떻게 지으면 이런 집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어쩌다가 이런 집을 짓게 된 것일까? 왜 이런 얘기를 책으로까지 써낸 것일까? 여러분도 이런 궁금증들을 느꼈다면 책 읽을 준비가 충분히 된 것이다.
저자가 사람들에게 그토록 권하고 싶어 하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쉽게 말해, 집 전체를 보온병과 같이 만든 것이다. 스포츠에서 최고의 공격은 수비라는 말이 있듯이, 여느 주택들처럼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 쓰는 데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집 안의 열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단열에 최대한 신경을 씀으로써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 주택에 비해 단열이 훨씬 효율적으로 되는 자재로 벽과 지붕을 만들고, 바닥은 스티로폼을 깔아 건물 내부를 빈틈없이 감싸서 집 안에서 발생하는 열의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건축 방식을 전문적인 용어로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라고 부른다. ‘패시브 하우스’는 사실 저자가 처음 지은 것은 아니다. 1988년에 독일의 건축가가 제안한 이래, 독일을 비롯한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1만여 채가 지어질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축 방식이다. 집 안에서 발생한 열을 그대로 이용하니 환경오염도 없고 얼마나 좋을지, 누가 봐도 귀가 솔깃할 이야기 같다. 그런데도 왜 이런 주택들이 많이 지어지지 않는 것일까?
저자가 그 집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그 이유를 조금은 짐작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것이라도 마음만으로 집이 뚝딱 지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렇게 근사한 집을 지을 수 있게 되기까지 기꺼이 치러야 했던 시행착오와 고생스러움과 더불어 자연친화적 삶에 대한 여러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대체에너지의 이용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동안의 수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느껴진다. 건축쇼가 열리는 곳마다 발품을 팔고, 국내 기후에 적합하면서도 비용 면에서도 비싸지 않은 보급형 주택을 직접 설계해 제공하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자처해온 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구나 그렇게나 힘들게 얻은 각종 지식과 노하우를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으니 혹시라도 이런 집을 지을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횡재일 수 있겠다.
사실 우리 모두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감, 전력량 확보에 대한 압박감 등을 느끼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이미 도시에 사는 것이 좀 더 편하고, 아파트가 좀 더 편안하고, 보일러나 에어컨이 좀 더 편리하다. 그렇지만 더 편리하고, 더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는 이때가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며, 우리의 합리적인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