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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10 20:55 조회 5,467회 댓글 0건본문
이번 달에 권하는 책은 2012년 8월 10일부터 9월 10일 사이에 나온 책들 중에 가려 뽑은 것이다. 우리동화 22권, 외국동화 15권, 어린이 글모음집 3권, 동시집 3권을 살폈다. 오랜만에 어린이들의 글모음집이 발간된 것이 반갑다. 몇 년 전에 나온 아이들 글모음집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그 사이 아이들의 생활이며 생각들이 조금씩 바뀐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옛이야기의 출간이 저조한 것이 아쉽다. 옛이야기는 이미 다 아는 것의 반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시기 아이들을 위해 잘 다듬어진 옛이야기 책은 늘 필요하다. 요즘 학교 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지식을 주기 위한 동화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역사동화다. 올해 들어 매달 두어 권의 역사동화가 나온다. 지면에 소개된 책 외에 『연이동 원령전』(김남중, 상상의힘), 『송현방 암살사건』(박은숙, 스푼북) 같은 책이 그런 종류다. 이런 현상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고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다. 몇 권의 동시집도 눈에 띈다. 지면에 소개된 책 외에 『내 맘도 모르는 게』(유미희, 사계절출판사), 『엄마 계시냐』(민경정, 창비)도 재미있다. 외국동화는 『우리 아빠는 버드맨』(데이비드 알몬드, 책과콩나무), 뇌스트링거의 ‘미니’ 시리즈도 논의의 대상이었으나 이미 많이 실렸던 출판사와 작가여서 지면에 소개하지는 않았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거꾸로 쌤
권타오 지음|이덕화 그림|주니어랜덤|136쪽|2012.08.10|9,000원|가운데학년|한국|동화
아이들보다 학교에 일찍 오는 선생님,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내는 숙제를 충실히 하는 선생님,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일기 검사를 받는 선생님, 이런 선생님이 있다면? 그런 선생님을 실제 인물처럼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겠다. 이런 이야기를 쓰면 현실감이 없어서 재미없는 동화가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식의 가벼운 학교생활 동화는 매달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여러 권 출간되곤 한다. 그런 중에 이 책이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이 가진 고민에 대해 작가가 가르치려고 하거나 해결해주려 하기보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하면서 어려움을 나누려 했다는 점이다. 이 동화에는 판타지적인 인물이 현실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동화에 나오는 거꾸로 쌤 같은 사람이 학교에 있다면 학교는 얼마나 신나는 곳이 될까, 읽으면서 상상만으로도 신이 난다. 문학의 기능 중 하나가 카타르시스다. 이 동화는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 같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나는 앞으로도 살아간다
야즈키 마치코 지음|김지연 옮김|책과콩나무|239쪽|2012.08.10|11,000원|높은학년|일본|동화
생각만 해도 마음 든든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계신가요? 에다는 5학년 여름 할아버지와 함께 한 그 시간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삶의 좌절에서 용기를 주는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친구도 없고, 늘 주눅이 들어 그저 멍청한 아이 중의 한 명인 에다는 친구 오시노와 외할아버지와 만나면서 짧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전환점의 실체는 어이없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친구들과 야구를 하고, 할아버지 집에서 청소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소소한 일상이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정갈한 할아버지의 전통 음식은 에다에게 새 삶만큼이나 행복하고 안정된 기억으로 회귀하는 역할을 한다. 제목에서 보듯 예전에도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는 삶에 대한 관조적 자세가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버거울 수 있겠지만 작가의 생생한 묘사들을 상상하며 천천히 읽다보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여러 문학상을 탔을 만큼 소재가 신선하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생활의 몸짓, 생각들의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빨리 읽지 말고 조곤조곤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나는 어린이입니다
콜라스 귀트망 지음|델핀 페레 그림|강인경 옮김|베틀북|46쪽|2012.07.25|8,500원|낮은학년|프랑스|동화
‘너는 뭐니?’, ‘너는 어디에 써?’라는 질문을 아이들이 받는다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 아마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책에서는 숲 속을 혼자 걷던 아이에게 양이 나타나 앞의 질문들을 한다. 어디에도 안 쓰이는 것 같다는 아이의 대답에 그럼 아무데도 안 쓰이는 표범이라고 양이 말하자 아이는 ‘나는 어린이다’라며 당당히 말한다. 어린이에 대해 설명해 보라며 질문이 거듭되자 아이는 대답이 곤혹스러워진다. 철학적인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들과 주고받는 대화, 동물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늑대에게 잡아먹히기 직전까지 가는 이야기 흐름에는 익살스런 재미가 있다. 어린이는 어디에 쓰냐는 주인공의 질문에 엄마 아빠는 네가 바로 엄마 아빠의 행복 제조기라고 아이에게 답해준다. 자칫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임에도 흥미 있게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물어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김선영 서울 신계초 사서
샤워하는 올빼미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김은주 그림|이승숙 옮김|논장|167쪽|2012.07.16|9,800원|가운데학년|미국|동화
지구온난화 원인으로 밀림 훼손을 꼽고 있다. 특히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밀림은 아마존 지역 국가들의 코앞에 닥친 경제 불안 해소를 위한 개발로 매년 우리나라의 배가 넘는 규모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숲을 생명의 근원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인 벌목꾼. 멸종위기 보호종인 점박이올빼미를 살리기 위한 벌목 금지령으로 벌목꾼인 아빠는 직장을 잃는다. 울화가 치밀어 점박이올빼미만 보면 목을 잘라 죽이겠다는 아빠는 우연히 점박이올빼미 새끼와 조우하게 된다. 실직한 아빠는 올빼미와 하루 종일 같이 지내며 차츰 숲에 대한 보호를 인식한다. 환경보호와 인간의 생계 사이에서의 갈등을 점박이올빼미와의 동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생계를 잃은 긴박함에도 이를 헤쳐 나가는 가족들은 인간 본연의 따뜻함을 잃지 않아 읽는 내내 유쾌하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방법은 없을까? 소소한 일상에서지만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겠다. 『나의 산에서』의 작가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의 실제 경험이 많이 들어간 반가운 작품이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서라벌의 꿈
배유안 지음|허구 그림|푸른숲주니어|161쪽|2012.08.09|9,800원|높은학년|한국|동화
역사는 늘 문학의 좋은 소재가 된다. 역사가 문학을 만나면, 우리는 그 문학을 통해 지난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역사동화가 사건이 중심이기보다 사람이 중심일 때, 좀 더 재미있는 것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삼국시대 삼한의 통일을 이룬 김춘추 주변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춘추공을 보면서 가족들은 어찌 생각했는지, 그의 신하된 자들은 어찌 처신했는지에 대한 모습들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용맹하게 싸우’지만은 않았을 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씩씩해야 한다는 대의와 홀로 된 어머니를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 놓인 주인공 ‘부소’의 고뇌는 매 순간 절절하고 안타깝다. 책을 읽는 누구나 부소의 처지라면 부소처럼 고민했을 것이다. 그런 경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하면서 읽는 책도 재미있을 것이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지구 영웅 페트병의 달인
신지영 시|이효실 그림|리젬|111쪽|2012.07.27|11,000원|낮은학년|한국|동시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는 동시를 읽다 보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2007년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받은 신지영 시인이 엮은 동시집으로 우리 주변 일상의 모습들을 유쾌하고 신선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른의 시선으로는 상상도 못하는 일들을 아이들의 순수하고 기발하며 참신한 시적 상상력으로 어린이 마음을 잡아낸다. 작가는 일상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들의 모습을 짧은 문장 속에 함축하면서도 표현의 억지스러움이 없이 눈에 보이는 그대로 시집 안으로 옮겨 놓았다 “눈으로 보는 순간/손이 먼저 나간다// 슈퍼맨보다 빠르게 팔을 뻗고/스파이더맨보다 착착 페트병이 손에 달라붙는다//동네 쓰레기 반으로 줄이는/아줌마가 진짜 나의 지구영웅” 시는 아주 짧지만 적절한 시어 덕분에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밝아진다. 또한 시와 함께 보는 이효실의 그림은 시 속의 이야기들을 잘 표현하고 있어 그림을 볼수록 시를 감칠맛 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주영 부천 도당초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