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과학 깊게 읽기]신비롭고 재미있는 사막 동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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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7:15 조회 12,212회 댓글 0건본문
『사막을 지키는 영리한 녀석들』
양훙잉 지음|이화진 옮김|세상모든책|159쪽
2012.07.10|10,000원|가운데학년|중국|동물, 생태
타오르는 태양 아래 바짝 마른 땅 사막. 그곳은 지구 위에서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가장 혹독한 곳 중 하나이다. 치명적인 열기와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진 사막을 보고 있자면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갈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못 견디게 모진 조건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지금도 사막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사막의 면적을 전부 합치면 지구 땅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매우 넓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과 몽골에도 타클라마칸, 쿠부치, 고비 등 거대한 사막이 존재하고 있고, 매년 봄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황사의 원인 또한 바로 이들이다. 황사 문제는 단순히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막이 어떤 곳인지 호기심을 갖고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막을 지키는 영리한 녀석들』은 중국의 아동문학 작가 양훙잉의 ‘생태 과학 동화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사막의 더위와 가뭄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막동물 나름의 지혜로운 생존전략과 사막에 해를 끼치는 해로운 동물이 천적에 의해 잡아먹히는 이야기, 야생마와 멸종위기 종인 야생쌍봉낙타의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책에 소개된 사막동물로는 모래만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며 살아가는 낙타를 비롯하여 독수리, 솔개, 타조, 사막여우, 고원족제비, 모래보아뱀, 산토끼, 벌거숭이두더지쥐, 날쥐, 모래쥐, 땅다람쥐 등이 있으며, 이들 동물의 생김새, 서식지, 먹이, 짝짓기 등과 같은 생태 정보를 총 15편의 동화 속에 담아 흥미롭게 꾸몄다. 각각의 생태동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등장 동물의 특징을 5~6줄 정도로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다른 생태동화와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사막의 동물들을 해로운 동물과 이로운 동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로운 동물에는 사막의 식물을 마구 먹어 치우는 모래쥐, 논밭과 목장, 산림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흑사병과 같은 무서운 전염병을 옮기는 산토끼, 사막에 심은 풀과 나무를 먹어 치우는 날쥐, 사막의 녹색식물에 이로운 도마뱀을 잡아먹고 농작물과 녹색식물에 해를 끼치는 실뱀을 소개하고, 이런 해로운 동물을 잡아먹는 독수리, 사막여우, 고원족제비, 사막고양이, 솔개와 같은 동물을 이로운 동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막에 해로운 동물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막의 녹색식물을 먹이로 먹어 농업, 목축업, 사막에 심은 나무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이런 초식동물들은 독수리와 여우 등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는 먹이사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점과 인간에 의한 산림 파괴가 사막화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점을 지적하지 않고 단순히 녹색식물을 먹어 치운다는 점을 기준으로 이로운 동물과 해로운 동물을 나눈 것이 좀 아쉽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생태동화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이들 동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개인적인 시선이 반영된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소개한 부분이다. 굴속에서 백 마리가 넘게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 무리에서 유일하게 번식할 수 있는 여왕 벌거숭이두더지쥐가 굴속 화장실 부근에 독이 섞인 배설물을 내보내 딸들이 새끼를 가질 수 없도록 한 점을 들어 ‘독한 엄마’라고 표현한 점과 바고 아주머니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굴에서 나오면서 “어두운 굴속에서 권력에만 집착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 여왕의 자리와 햇볕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햇볕을 선택하리라”는 표현은 동물 사회에 빗대어 인간 사회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막을 상상하면 거대한 모래 사막이 연상되지만, 사막 대부분은 모래만으로 이루어지기보다 바위나 돌로 덮여 있는 형태의 사막이 더 많다고 한다. 이 책의 삽화에서도 사막에 있는 바위나 자갈, 식물 들을 쉽게 볼 수 있어 사막에 관한 지식을 그림으로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살기 어렵고 척박한 사막을 벗어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을 하지 않고 용감하게 묵묵히 살아가는 동물들. 그 동물들이 오랫동안 사막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사랑하며 지켜주었기에 사막 또한 이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품어주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