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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9:20 조회 5,747회 댓글 0건본문
이번 달에 권하는 책은 2012년 8월 10일부터 9월 10일 사이에 나온 책들 중에 가려 뽑은 것이다. 우리 동화 17권, 외국 동화 13권, 어린이 글모음집 2권을 살폈다. 지난달에 이어 어린이 글모음집이 학년별로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함께 소개했다. 우리 동화에서 깊게 다룬 한윤섭의 작품은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별것 아닌 이야기’인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사실 동화의 주제는 그리 어려울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 동화는 지나치게 무거운 주제를, 지나치게 사소하게 다룬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동화들이 많다. 책을 읽다보면 동화에서 별걸 다 다룬다 싶은데, 막상 어떤 주제의 동화를 찾으려 할 때면 마땅한 게 없다. 추석, 소풍, 운동회 같은 이야기를 다룬 동화도 없다. 참 사소하고 당연해 보이는 아이들 일상인데도 말이다. 일본 동화를 보면 참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오밀조밀 따뜻하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 동화를 써내는 사람들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늑대할배 산밭 참외 서리
이호철 지음|장호 그림|고인돌|108쪽|2012.08.25|12,000원|모든학년|한국|동화
게임기가 없었던 시절, 농촌 아이들은 무슨 놀이를 하며 지냈을까?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지은이가 들려주는 ‘철 따라 노는 어린 시절 이야기’, ‘이호철 사계절 동화’ 여름 편이 나왔다.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떠나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농촌 마을의 예전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 ‘미리 보는 역사책’을 만난 느낌이다. 부모님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소꼴 뜯으러 가면서 물놀이로 더위를 식하고, 참외 서리로 출출한 배를 채웠던 아이들에게 ‘놀이와 일’은 삶 그 자체였음을 보여준다. 내 것 네 것 구분 없이 한데 어울려 뒹구는 삶 속에서 때론 놀리고 싸우지만 또 금방 화해하며 주고받는 아이들의 사투리 대화는 서로 간의 끈끈한 우정을 한층 더 정감 있게 보여준다. 2009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힌 장호 화가의 그림들이 책 속 주인공들에게 개구쟁이 기운을 더욱 불어넣는 것 같다. 이수연 서울 난우초 사서
마법 같은 하루
필리파 피어스 지음|헬렌 크레이그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논장|133쪽|2012.08.16|9,500원|가운데학년|영국|동화
소년 틸의 개 온세가 없어졌다. 틸 앞에 ‘찾는 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노인이 나타나 개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처음부터 신비로움으로 시작되는 모티브는 이 이야기가 판타지임을 예견한다. 개를 찾기 위해 노인은 왜가리, 두더지,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며 실마리를 찾아간다. 추리소설 같은 이 과정은 나중에 퍼즐을 맞추듯 들어맞아 흥미를 더해준다. 추리, 퍼즐을 맞춰가는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기적 같은 하루. 현실과 판타지가 날실 씨실로 정교하게 짜여 독자들이 빨려 들어간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등장하는 개, 들판, 강의 모습은 필리파 피어스의 또 다른 작품 『피라미호의 모험』 중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필리파 피어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외손자를 위해 쓰고, 외손자의 친할머니인 헬렌 크레이그에게 그림을 맡겼다. 서로 친밀한 관계였던 만큼 글과 그림은 보완 관계를 넘어 한 사람이 쓰고 그린 것처럼 한 프레임에 녹아 있다. 연필화로 그린 자연 속의 꽃과 동물, 사물, 집이 있는 풍경들이 정겹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삐삐야 미안해
이주영 지음|류충렬 그림|고인돌|88쪽|2012.09.15|12,000원|가운데학년|한국|동화
어릴 적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한 마리쯤 안 키워본 사람 없을 것이다. 귀엽다 예뻐만 했지 어찌 해줘야 할지 몰라서 죽게 한 경험들이 있겠다. 따뜻하게 전등불도 비춰주고 보실보실 키워 중닭이 되도록 키운 적도 있지만…. 요즘 어른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로 써보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이 책도 산골 소년이었던 저자가 어릴 적 겪은 이야기다. 표제작 「삐비야 미안해」는 어미 잃은 가여운 아기 궁노루 네 마리를 처음 맡아 키운 이야기. 정을 주며 애지중지하지만 돌보는 방법을 몰라 한 마리씩 잃으면서 어린 시절 상실을 경험한다. 애틋하고 슬프다. 또 다른 수록 작품 「파랑새와 새매」는 돌봄이 필요했던 파랑새를 어미처럼 먹이를 대느라 동분서주한 이야기다, 그 파랑새를 같이 키우던 새매가 잡아먹어버린 황망함. 어린 생명들을 돌보면서 생명의 긴 울림을 깨닫는다. 저자는 지금도 생각하면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눈물 나는 이야기라 미리 실컷 울어내고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길어 올릴 수 있다. 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이빨 뺀 날 / 비교는 싫어!
이영근 엮음|경하 그림|우리교육|124쪽|2012.08.17|8,500원|낮은학년|한국|일기모임
이영근 엮음|박지은 그림|우리교육|124쪽|2012.08.24|8,500원|높은학년|한국|일기모임
한 해 동안 아이들이 울고 웃는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학급문집을 펴내는 학급들이 있다. 아이들과 행복한 학급을 꾸려보려는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런 학급들을 응원하기 위해 해마다 학급문집 공모를 해온 출판사 우리교육이 지난 10년 동안 모아온 학급문집들 속에서 살아 있는 글들을 가려 뽑아 일기모음집 두 권을 내놓았다. 그 중 『이빨 뺀 날』은 2,3학년 어린이 일기모음으로 낮은학년들의 발랄한 모습이 웃음을 머금게 한다. 『비교는 싫어!』는 전국의 4,5,6학년 어린이들의 일기모음으로 높은학년다운 의젓함과 생각들이 제법 잘 살아 있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날이 그날인데 뭐 특별한 일이라도 있어야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는 어른이든 어린이든 일기 쓰기가 의무가 되면 부담이 된다. 이 일기모음 속 아이들은 즐거운 일뿐 아니라 속상한 일, 억울한 일, 화나는 일들을 속 시원하게 풀어놓았다. 세상에 대한 관심도 사랑도 꾸밈없는 글들로 보여주니 아이들 스스로 제 삶을 가꿔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케로에겐 뭔가 필요해!
야마시타 하루오 지음|아베 히로시 그림|김정화 옮김|계림북스|61쪽|2012.08.24|6,500원|낮은학년|일본|동화
아침 일찍 소란스러운 작은 연못은 케로의 ‘뭔가~’의 물음으로 기지개를 켠다. 매일 뭔가 하고 싶고, 뭔가 갖고 싶고, 뭔가 기분이 좋은 개구리 케로. ‘뭔가’라는 목적어에 따라 케로가 하루를 어떻게 지내게 되는지 결정된다. 엄마에게 언제나 사랑스럽고, 애정 넘치는 꼬마 케로는 항상 뭔가를 추구한다. 뭔가를 갖고 싶다고 말한 하루는 엄마에게 풍선껌을 얻어 버마재비의 낚싯대와 바꾸고, 낚싯대는 게의 비누와 바꾸고, 그리고는 비누로 거북 등을 닦다가 잠이 든다. 그리고 생각난다. 그 무엇이 엄마가 예뻐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또 뭔가로 하루를 보낸 어느 날 깨닫는다. 오늘 하고 싶은 것은 엄마랑 꼭 껴안는 거라는 것을…. 연못 속 가족들의 왁자지껄하고 정겨운 모습이 케로를 중심으로 자연 속에 묻힌다. 전체적으로 반복을 통한 운율적 질서가 글을 탄탄하게 지켜낸다. 어구의 반복과 내용의 반복이 소리 내어 읽을 때 더욱 맛깔스럽고 정겹다. 끝말 이어가기처럼 연결되는 내용도 어린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하다. 거침없고 투박한 터치의 그림이 더욱 주인공과 친근하게 만든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한 손의 투수
M. J. 아크 지음|문신기 그림|고정아 옮김|봄나무|317쪽|2012.08.30|11,000원|높은학년|미국|동화
긍정과 부정을 이야기할 때 드는 비유로 컵에 담긴 반 잔의 물을 든다. 부정적인 사람은 ‘반밖에 안 남았다’ 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반이나 남았다’고 한다. 노먼은 고기를 가는 기계에 왼손을 잃는다. 야구를 하는 것이 꿈인 노먼은 신발 끈 묶는 것, 단추 잠그는 것조차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손을 잃은 대신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치열한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며 꿈을 향해 성큼 다가간다. 우연인 듯 가장하는 친구의 우정, 가족의 진중하고 깊은 사랑이 노먼을 온전하게 만든다. 엄마는 퇴원한 첫날 노먼이 해야 할 일인 음식쓰레기를 버리라고 한다. 아들의 올곧은 삶을 위해 엄한 엄마로 남기로 한 강함도 인상적이다. 이 작품의 영감은 작가의 남편에게서 얻었다. 남편 역시 왼손을 잃었지만 미식축구팀의 장학생 제안을 받았다. 열두 살 성장기 소년이 장애를 극복하고 치열한 노력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1946년 전후戰後 미국 사회의 생생한 묘사도 흥미롭다. 김선영 서울 신계초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