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깊게 읽기]사라진 아이들, 관심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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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10 21:22 조회 5,957회 댓글 0건본문
『새들이 보는 것』
소냐 하트넷 지음|고수미 옮김|돌베개|214쪽
2012.07.30|9,000원|고등학생|호주|소설
20여 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나간 뒤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유명한 이 사건은 당시 대대적인 인력이 동원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나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됐지만 타살이라는 추정뿐 죽음의 원인도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새들이 보는 것』은 이렇게 사라져 버린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찾아 또 사라져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7년 호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떠난 세 남매가 왕복 30분이 안 되는 짧은 거리와 시간 속에서 사라져 버린 이야기로 시작된다. 정확이 말하면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하기까지 15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행적을 감춘 것이다. 옆 마을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주인공 에이드리언에게도 그와 같은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엄습해 오고 결과적으로는 현실이 되고 만다.
이제 겨우 아홉 살인 에이드리언은 부모가 모두 살아있지만 외할머니와 외삼촌과 함께 산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어머니, 그로 인해 아버지에게 맡겨진 소년은 아버지마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면서 외할머니에게 버려지게 된다. 어린 손자를 키우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외할머니는 마음과는 달리 소년에게 자꾸 상처를 입히게 되고, 소년은 또 다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런 불안감은 자신을 강아지에 비유하며 서로 맞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대안이라는 이모의 말을 엿듣게 되며 극에 달한다. 이는 에이드리언이 옆집 소녀 니콜과 함께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가정에서의 불안감은 소년의 학교생활에서도 이어진다. 모든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면서 외면 받는 존재, 말 소녀. 가족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 사는 이 소녀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 결국 그런 아이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떠나게 되는 소녀, 소년은 그런 말 소녀와 같은 상황이 자신에게도 일어날까봐 두렵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어머니,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외삼촌, 그리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신의 상황이 결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말 소녀의 사라짐은 두려움의 시작이면서 끝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일한 친구의 배신은 소년에게 또 다른 두려움의 시작이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왕따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있다고 생각했던 소년을 완전히 외톨이로 만들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보란 듯이 깨부수며 우정이 깨지기 쉬운 일방적인 관계였음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학교로부터 소외당하고 버림받은 소년에게 남은 건 얼마 전에 이사 온 옆집의 아이들뿐이다. 하지만 떠돌이 생활을 하는 그 아이들과의 관계도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자기 또래의 여자아이 니콜과 동생들, 그들 또한 오랜 세월 병으로 누워 있는 어머니로 인해 보살핌을 받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니콜은 그런 엄마를 ‘누구 엄마든 되지 말아야 했어.’라고 원망한다.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 그 중요한 시기에 최소한의 관심마저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 그들은 실종 사건으로 인해 부모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된 아이들이 부러웠을까? 그래서 모험을 떠났을까?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내면 사람들이 자신에게도 주목해 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끝에 그렇게 모험을 떠난 소년, 소녀의 비극적 결말까지 제시하고 있어 읽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적어도 청소년소설이라면 기대하게 되는 희망적인 메시지나 행복한 결말이 없기 때문이다. 사라짐으로 인해 존재의 중요성을 밝히게 되는 아이들, 뒤늦은 후회는 아픔만 남길 뿐이다. 작가는 책 속에서 니콜의 입을 빌어 말한다. “새들은 고통을 받으면 안 돼. 사람들이 고통 받는다고 새까지 그럴 필요는 없단 말이야.”라고. 완전하지 못한 어른들로 인해 상처 받는 아이들이 많다. 작가는 그런 어른들로 인해 더 이상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기를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