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인문 깊게 읽기]자세히 관찰하고 새롭게 상상해보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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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10 21:11 조회 5,846회 댓글 0건본문
『나의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
이고은 글・그림|웅진주니어|44쪽
2012.07.15|11,000원|낮은학년부터
한국|관찰그림책
『어슬렁어슬렁 동네 관찰기』
이해정 글・그림|웅진주니어|44쪽
2012.07.15|11,000원|낮은학년부터
한국|관찰그림책
10년을 살아왔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익숙했던 관계, 장소로부터 멀어져 몹시 외로웠다. 집과 직장을 오가는 일상이 몇 개월간 계속되다가 우연히 전시회 관람권이 생겨서 친구와 함께 미술관을 가게 되었는데, 아! 그 유명한 000미술관이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익숙했던 동네를 떠나게 된 서운함에 이곳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유명한 미술관이 있는 동네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낯설기만 했던 이 동네가 조금씩 좋아졌고 새로운 동네에 대한 나의 관찰도 적극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동네는 한쪽으로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길 건너편은 휘황한 번화가다. 그 번화가 중심에는 나무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공원도 있고, 멋진 박물관도 있다. 조금만 걸어가면 시원한 강물이 넘실대는 한강변으로 나갈 수도 있다. 알고 보니 꽤 괜찮은 동네다! 이렇게 동네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것의 재미와 기쁨을 알려 주는 책이 나왔다. 동시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관찰하듯 나의 몸을 관찰해 보는 신기함을 맛보게 하는 책도 나왔다.
『어슬렁어슬렁 동네 관찰기』와 『나의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는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살펴본 것을 ‘엉뚱하게’ 정리해서 발표한 관찰기이다. 이 그림책들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과 표지에서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단번에 전해져 왔다. 첫 느낌대로 기획이며 내용이 참 재미있다. 게다가 가끔 관찰일기를 숙제로 제출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 같은 유용한 책이다. 엉뚱한 관찰기라더니 뭐 이런 걸 다 관찰했을까 싶은 내용도 있지만 석・박사 논문 주제를 정하려고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사람들은 별의별 것을 다 연구하고 관찰하더라는 사실을.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흔한 것을 연구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연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어슬렁어슬렁 동네 관찰기』와 『나의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는 마음대로 관찰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화가의 기질을 관찰 대상을 통해 맘껏 표현한 그림책이다. 작가의 발걸음과 시선을 따라 동네와 머리카락을 넓고 깊게 보게 한다. 작가가 안내하는 동네 풍경과 작은 사물, 글귀,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보다 보면, ‘어머, 이런 것도 있었네!’, ‘아~ 그렇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순대 1인분의 순대 개수, 내 빗에 끼어있는 머리카락 개수를 세어 통계를 낸 것을 보면, 언뜻 어른들은 쓸데없는 것을 관찰하고 별로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을 굳이 숫자로 나타내려고 애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찰은 관찰행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수치로 나타내는 과정이 관찰을 마친 결과물을 정리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시청 앞에서 관찰한 아저씨들의 머리 모양이 다 비슷해 보이자 머리 모양을 새롭게 바꾸어 본 그림을 보는 순간 웃음이 빵 터진다.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던 일상의 사물과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서 새롭게 상상해보는 것은 또 하나의 ‘행복한 창조’ 그 자체이다. 어쩜 이런 시도를 통해 창의력이 쑥쑥 자라나지 않을까!
관찰은 삶에 있어 참 중요한 기본 태도이자 소통의 가장 첫 걸음이기도 하다. 내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잘 맺으려면 일단 상대를 잘 관찰해서 그 사람을 파악해야 한다. 관찰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관찰은 앎을 넓히고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된다. 관찰을 통해 주변 세상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낯선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면서 배움을 이어가는 것이다. 관찰 그림책은 이러한 관찰의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 주변 사람,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며 ‘주의 깊게 보기’를 연습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려운 설명 대신 그림으로 다양하게 보여주니 쉽고 재미있어서 더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