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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20:01 조회 7,26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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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른 글씨쓰기 대회’라고 순화되어 쓰이는, 초등학교 때 경필대회가 문득 떠오른다. 좋아하던 여선생님 앞이어서 그랬을까? “글씨가 참 예쁘네.”라며 칭찬해준 선생님의 말씀에 연필을 쥐고 있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아무도 비웃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콩알만큼 작아진 내 글씨가 오그라든 심장처럼 보이며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잘하라는 격려든, 아니면 고쳐야겠다는 지적이든 의식하는 순간, 손과 발이 엉키는 일은 드물지 않은 경험이다. 얼마 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들어야 했던 쓴소리에 '묵묵히'라는 평정심을 잃어버렸다. 토라진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늘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면서도 고집스레 게걸음으로 '바담 풍'을 중얼거리고 있는 왜소한 사내가 보였다.
보려는 것만 보이는 것일까? 이번 달에는 눈에 띄는 만화책이 꽤 많았다. 그러나 곧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을 고려해 아껴 두었다. 독자들에게 외면당하지만 의미 있는 책들을 꾸준히 펴내는 용기 있는 출판사들은 고맙다. 그러나 책에서 다루는 주제에 너무 무겁게 다가서는 책들이 많아, 읽기도 전에 손이 내려지는 책들도 많아졌다. 읽을 때 진이 빠지는 책이 아니라 읽고 나서 느낌과 여운이 홀쭉하지 않은 예술・문화 책이 더 나와 주었으면 한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김형진의 미술법 이야기
김형진 지음|메이문화|215쪽|2012.07.15|16,000원|고등학생|한국|미술
고흐는 정신병에 시달린 끝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평생 외로움과 싸웠던 그가 19세기 당시 유럽의 국민 술이던 ‘압생트’를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정신병에 걸린 것이라고도 하는데 드가의 작품 <압생트>에 등장하는 남녀의 표정 속에서도 세상의 시름을 한 잔 술에 달래려 했던 그들의 지친 삶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의 미술 작품 감상이라면 여기서 끝날 테지만, 이 책의 저자는 드가의 작품 <압생트>에 ‘부정식품 제조죄’라는 범죄 행위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저자는 문화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서 명작 속에 숨어 있는 범죄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호기심으로 우리를 미술작품에 다가갈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최근 들어 더욱 민감해진 지적 재산권 문제, 해외로 밀반출된 유물 반환과 관련된 미술법의 국제적 문제 등 미술과 관련해 유용한 법적 문제들을 쉽게 설명해 준다. 칼라 도판이 하나도 없는 데다 흑백 도판마저 너무 작아 설명과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없는 점이 큰 흠이다. 박혜경 국립전통예술고 국어교사


두근두근 자동차 톡!
김우성 지음|미래의창|320쪽|2012.05.21|15,000원|중・고등학생|한국|자동차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책의 제목만 봐도 느껴진다. 저자에게 자동차가 얼마나 ‘두근두근’하게 하는 존재인지. 자동차잡지 기자인 저자는 책 읽고, 글 쓰고, 자동차 구경하는 재미로 살다가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버렸다. 김우성 기자는 마음껏 차를 타고 원 없이 글을 쓰며 벌써 13년째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두근두근 자동차 톡!』은 슈퍼카, 디자이너, 플랫폼, 하이브리드, F1 등 30가지 키워드를 통해 자동차의 디자인, 역사, 기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리얼한 체험과 쉬운 설명 위주라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풍부한 사진자료는 자동차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자동차 용어, 차 이름, 인물, 브랜드 역사 등이 헷갈릴 때는 사전처럼 찾아볼 수 있도록 목차와 인덱스도 잘 정리되어 있다. 자동차 문화교양서로서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의 열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자동차 기자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조선혜 여주 세종고 사서


두 얼굴의 네이버
김인성|에코포인트|324쪽|2012.09.10|14,000원|중・고등학생|한국|교양만화
『두 얼굴의 네이버』는 국내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의 문제점을 만화형식을 빌려 신랄하게 꾸짖고 있는 정보만화다. ‘검색 조작’과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 재현’, ‘영리만을 추구하는 부도덕한 기업’ 등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을 거론하고, 유명 인사들을 사례로 들 때도 예명을 사용하지 않고 단정적인 표현이 많아 읽는 이로 하여금 조바심을 나게 할 정도다. 다만 교사의 적절한 중재가 있다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점들이 많다. 사회 문제를 논하는 비평문은 사고의 폭을 풍성하게 해주며, 어려운 말이 많은 신문이나 칼럼에 비해 읽기도 쉽다. 어린 친구들이 늘 접하는 검색엔진에 대화체 중심의 만화라는 점도 학생의 흥미를 부추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제언들은 토론 논제로 삼기에 적절한데, 저자의 논증 과정이 상당히 합리적이고 치밀하기 때문에, 이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정보윤리를 주제로 담은 책들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김영주 수원 수성고 사서교사


들어가서 보는 그림 동양화
김상엽 지음|루비박스|216쪽|2012.09.15|13,500원|고등학생|한국|미술
‘아는 만큼 보인다.’ 동양화는 어떻게 봐야 할까. 동양화는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림의 재료에 따라 다르다. 훑어보면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지만 들여다본다면 얘기가 다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은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들여다봄”을 강조한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서양화가 밖에서 보는 그림이라면 동양화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보는 것이다. “그려진 그림은 의미와 상징이 켜켜이 쌓인 존재였습니다. 의미와 상징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같은 사물이라도 그 사물이 갖는 의미와 상징은 지역과 종교, 문명의 발달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한·중·일의 동양화를 비교, 잘 읽어낼 수 없었던 그림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그림이 주는 은유와 상징을 해석함으로 해서 시대적 배경과 제작 방식을 알고 들여다 볼 때 ‘원석’을 캐내는 듯한 쾌감을 얻을 수 있음을 일깨운다. 미술관 동양화 앞에서 그림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길윤웅 학부모


매거진 컬처 오늘, 한국 잡지의 최전선
프로파간다 편집부|프로파간다|308쪽|2012.08.20|25,000원|고등학생|한국|잡지
책을 받아보고 참 반가웠다. 매년 초 한 해 학교도서관 정기간행물을 구독할 때 항상 2% 정도 부족한 정보에 메말랐던 것이 그 반가움의 이유일 것이다. 이제껏 곁눈으로만 보거나 소문으로만 듣고 구독해왔던 잡지들에 대한 소개와 발행 전략 및 계획을 인터뷰 형식으로 자세히 알려준다. 새로 떠오르고 있는 잡지를 소개한 ‘오늘의 잡지’, <한겨레 21>이나 <엘르> 같은 유명 잡지를 맡고 있는 편집장들을 소개한 ‘에디터’, 그리고 이 잡지들의 표지를 디자인하는 표지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아트 디렉터’, 그리고 독립 잡지에 관한 ‘셀프 퍼블리싱’ 이렇게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매 페이지에 그 잡지의 창간 년도, 발간 주기, 가격, 사이트 등이 수록되어 있어 관심 있는 잡지의 사이트에 바로 접속하여 세부적인 정보를 더 알아볼 수도 있다. 주로 디자인, 패션, 예술계 관련 잡지가 주를 이루고, 정작 학교도서관에서 필요한 문학이나 교육, 시사, 청소년 관련 분야의 잡지가 다양하게 실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보라 전남 담양고 사서교사


탐욕과 생존 영화, 분쟁을 말하다
김용성 지음|책으로보는세상|411쪽|2012.08.15|20,000원|고등학생|한국|영화
현실보다 영화에서 진실은 더욱 선명하다. 『탐욕과 전쟁』은 전쟁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문제의 핵심을 30여 편의 영화로 짚어준다. 또한 전쟁 속에서 극대화되는 인간의 온갖 감정과 인간들의 탐욕이 부른 참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본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작은 연못>의 배경을 알고 있음에도 몰입하고 흥분하게 되는 건 그것이 우리의 잘못이거나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힘의 논리에 의한 것이었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분쟁의 실상, 제국주의의 충돌, 냉전, 자원 전쟁 등 지구상 어디에선가는 끊임없이 갈등이 있고 투쟁이 일어난다. 전쟁은 영화의 소재가 되고, 다시 그것은 역사의 흐름과 오늘날 국제적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간혹 영화에서는 인간애로 희망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인간의 욕심이 있는 한 분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암울하다. 국제정치학과 역사를 영화로 즐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충분히 이루어질 것 같다.
진연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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