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과학 깊게 읽기]그것은 자연에 대한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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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9:56 조회 6,730회 댓글 0건본문
『위대한 과학자들』
앤드류 로빈슨 편저|이창우 옮김|지식갤러리|303쪽
2012.09.20|35,000원|중·고등학생|영국|과학
청소년기에 필자의 꿈은 과학자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초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순수과학 분야인 생명과학을 전공하였다. 과학 실험에 대한 환상과 열정 하나로 전공을 선택하고 무작정 그 전공을 공부하고자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생명과학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의 어느 뜨거운 여름날부터 교수님의 개인 연구실에 따라다니며 실험을 배우곤 했었다. 이십 대의 필자에게 가장 친한 친구도, 가장 사랑하는 대상도, 가장 증오하는 대상도 역시나 순수과학 실험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때의 뇌 구조를 파헤쳐본다면 온통 과학 실험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필자는 그렇게도 생명과학 실험에 매달렸을까? 과학 실험의 그 무엇이 필자를 그토록 끌어당기고 놓아주지 않았던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위대한 과학자들』에 들어 있다. 이 책은 여러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에 대해 우주, 지구, 분자와 물질, 원자의 내부, 생명, 육체와 정신이라는 여섯 영역의 대주제 아래 소개하고 있다. 도입부 과학자들의 이름 밑에 그 사람을 대표할 만한 문구가 쓰여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수록된 문구만을 읽어도 그 과학자의 성격과 연구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많은 과학자에 대해 소개하고 있되 그 과학자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단시간에 많은 과학자의 업적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하지만, 한 과학자의 삶과 업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 과학자의 전기문을 읽을 것을 권한다. 그러나 과학자 개개인에 대한 전기문의 경우 특정 과학자를 대상으로 주로 출판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이 책에 있어 필자를 사로잡은 내용은 과학자의 업적보다도 그들을 대표하는 ‘말’들이었다. 앞서 언급한 단락의 시작에 있어 과학자의 이름 아래 씌어 있는 말들은 평소 필자가 느꼈던, 기초과학에 매달렸던 ‘나 자신’에 대한 해답을 주었고, ‘위대한 과학자들’과 필자 사이의 시간을 뛰어넘는 공감대를 만들어주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여 과학 분야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인인 라만Chandrasekhara Venkata Raman은 필자가 이십 대의 대부분을 과학 실험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까닭에 대한 해답을 찾게 해주었다. 그는 “과학에 대한 진정한 동기부여는 적어도 나에겐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사랑이었다”라고 말했다 한다. 어쩌면 과학 실험에 대한 필자의 집착 역시 스스로 깨닫지 못한 사이 자연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져 그랬던 것은 아닐까? 물리학을 연구했던 라만이나 생명과학을 연구한 필자나 어쨌든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마음가짐의 밑바탕에는 자연에 대한 사랑이 근본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학은 아주 매력적이며, 화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행복의 중요한 원천을 놓치고 있다는 폴링Linus Carl Pauling의 명언은 필자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과거 필자는 과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소녀였다. 그러나 체질적으로 연구를 지속하기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뒤늦게 과학을 가르치는 한 사람이 되었다. 필자의 직업 선택에 있어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은 ‘과학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과학이 없는 필자의 삶을 상상하기 힘들었기에 택한 결론이다. 그러하였기에 폴링의 주장은 필자의 삶에 투영되었고, 마치 그와 함께 학생들에게 “이 세계가 얼마나 오묘하고 재미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거야”라고 동시에 말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말한다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화학 세계의 흥미로움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에 폴링 또한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와 필자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에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을 따름이다. 많은 이들이 그와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많은 자료들이 과학자들의 업적에 대한 ‘결론’만을 제시하고 그들의 삶에 있어 과학의 의미, 과학 실험을 수행하는 동안에 나타난 그들의 인내와 노력, 과학 실험 과정에서 그들이 느끼는 희열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모든 결정구조結晶構造가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던 호지킨Alan Lloyd Hodgkin의 말처럼 과학자들은 인내하고 노력하며 그 안에서 희열을 느끼곤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의 밑바탕에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인내와 희열, 자연에 대한 사랑을 이 책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