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과학 깊게 읽기]미래의 로봇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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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9:40 조회 8,088회 댓글 0건본문
『신기한 로봇 이야기 30』
장수하늘소 지음|우디 그림|하늘을나는교실|188쪽
2012.09.30|11,000원|가운데학년부터|한국
과학, 환경
로봇이 생활 속으로 깊이 뿌리 내리면서 신기하다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너무나 친숙해져버린 요즘이다. 어른들에게는 로봇이 로보트태권브이나 마징가제트, 아톰 등 일부 형태로만 각인되어 있지만 정작 어린이들은 온갖 형태의 로봇을 접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세탁기나 엘리베이터도 일종의 로봇이라는 정보를 접하면 오히려 놀라는 건 어른들 쪽이다. 로봇의 정확한 의미를 우리가 알고 있었던가? 로봇이란 ‘원래 인간이 할 일을 대신 자동으로 하는 기계와 장치(p.11)’라고 한다. 인조인간이라고도 한다는데, 모습이 인간과 너무 동떨어진 전기밥솥을 떠올리면 이름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원래의 의미가 그렇다고 하니 그야말로 우리는 로봇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로봇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로봇이 인간의 명령 없이도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매우 넓어져, 영화에서처럼 판단력을 갖추거나 나아가 감정을 지닌 로봇이 나올 날도 까마득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로봇을 이용하면 인간은 원치 않는 모든 노동에서 놓여날 수 있으며, 건강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거나 불치라고 여겼던 질병까지 기적처럼 극복해낼 수 있고, 우주건 심해건 인간이 개발하지 못할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야말로 로보토피아가 아닐 수 없다.
어린이들은 숙제부터 수행평가, 심부름까지 다 해주며, 피로나 수면 부족을 겪지 않아 내가 잠자는 동안에도 나를 대신해주는 로봇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어른들 역시 잠시나마 삶의 고단함을 일거에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로봇을 해결사를 바라보듯 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의 추세라면 말이다. 사실 어린이에게 로봇에 대한 상식과 지식을 전해주려는 책들은 판타지 같은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갑자기 로봇의 역습에 대해 언급하며 겁을 준다. 로봇을 만능해결사로 여겨 너무 기대거나 지배하려들면 로봇의 역습을 당할 수 있다는 식이다.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이런 ‘터미네이터’적 미래의 개연성에 대해 알 수가 없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지니고 복잡한 감정으로 로봇을 보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 역시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로봇 공학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것과 로봇에 대한 장밋빛 꿈을 꾸게 하는 것을 잘 떼어 놓지는 못했다. 다만 이 책은 로봇의 의미, 유래, 최초의 로봇, 현재의 로봇, 미래의 로봇을 총망라해 보여주는 조그만 그림 사전의 역할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초등 가운데학년 정도부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얕고 넓으며, 만화적 구성에 걸맞은 흥미 요소가 잘 어울려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앞서 이야기한 좀 더 진지한 시선이다. 어렵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되 더 깊은 시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기획이나 집필이 돋보이는 책임은 분명하다. ‘초등학생이 가장 궁금해하는 과학이야기 30’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으로, 자연과학 전문 집필 기획집단인 ‘장수하늘소’가 집필했다는 데 눈길이 간다. 작가 개인의 글 재능에 오롯이 기대는 문학과 달리 과학 분야의 도서는 전문지식과 더불어 콘텐츠를 가공하는 능력을 따로 갖춘 필자가 필요한데 그게 쉽지 않아서, 그동안 독자의 수준에 못 맞추고 너무 어렵거나 알맹이 없이 유머라는 당의정에만 치우친 형태로 나오기가 십상이었다. 따라서 이 책의 집필자들이 내세우는 것처럼 ‘어린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과학 분야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으로 만들자’는 기획 의도는 참 오래된 공공의 목표였으나 정작 품질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시리즈는 그 목표가 어느 정도는 달성된 듯이 보인다. 시리즈의 다른 책 『외계인과 UFO 이야기 30』를 읽은 적이 있는데, 쉽게 접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풀려 있어 매우 잘 읽었던 기억이 있다. 발행된 책의 수가 늘어날수록 매너리즘을 피하며, 더 깊은 고민으로 시리즈가 잘 이어져 나가기를 바란다. 진중권 씨가 어느 책에서 썼듯이 구글과 위키피디아만으로도 책의 60퍼센트를 채울 수 있다고 하니, 정보를 가져다 나르는 것은 이제 책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닌 시대다. 우리는 그냥 로봇 세상이 아닌 정보의 바다로 둘러싸인 로봇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