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인문 깊게 읽기]제복 뒤에 숨은 경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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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9:33 조회 8,161회 댓글 0건본문
『출동! 마을은 내가 지킨다』
임정은 지음│최미란 그림│사계절출판사│64쪽
2012.08.28│11,000원│가운데학년│한국│직업
우리 동네 공원 가는 길에는 파출소, 소방서, 우체국 같은 관공서가 모여 있다. 아이들은 공원에 가는 여러 갈래 길 중에서 그 앞으로 지나가는 걸 참 좋아한다. 남자 아이들이라 차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소방차, 경찰차를 한참 들여다보곤 한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니 관공서에 찾아가 인터뷰하는 것을 숙제로 받아왔다. 처음에는 파출소에 가 보고 싶다고 하더니 경찰차 주변에서 머뭇거리다가 그냥 돌아왔다. 언제나 무서운 사건을 전하는 뉴스를 통해 보아왔던 곳,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경찰관이 마주 앉아있던 그곳에 선뜻 들어가질 못하는 것이다. 어른인 나조차 가능하다면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장소 중의 하나가 경찰서이니 이해가 된다. 그래도 나에게 위험이 닥쳐 도움이 필요할 때나 어떤 불편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해야 할 때면 생각나는 전화번호가 ‘112’다. 경찰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러 가보자.
‘경찰’을 떠올리면 아직도 불편하고 두렵지만, 이 책의 표지 색이 온화하여 편하고 친근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면지에는 여러 대의 경찰차가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야기는 경찰 생활 13년차 윤경사가 새내기 경찰 박순경에게 지구대 곳곳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원실 뒤로 행정실, 회의실, 식당, 여경 휴게실, 탈의실, 문서고, 무기고 등이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지구대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이 적은 현상은 시민들이 어려워함을 보여준다. 밖으로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라, 지구대와 순찰차, 제복과 도구를 세세히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겠다. 경찰의 많은 업무들, 밤에 일한 팀과 아침부터 일할 팀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 퇴근 후 버스에서 잠들어 종점까지 갈 때가 많아서 앉지 않는다는 이야기 등 일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경찰을 소개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에는 직업 속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순히 경찰이라는 직업 이야기만 나열한 게 아니라, 낮에도 밤에도 일하는 경찰업무의 특성으로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하기 어려운 상황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음이 눈에 띈다.
“오늘은 저녁에 출근하는 날이야.
직장 다니는 다른 아빠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인데,
나는 거꾸로 이제야 집을 나서.
우리 아내랑 연수, 현수는 내일 아침에
내가 아무 탈 없이 퇴근하기만 기다리겠지?
사랑하는 식구들아, 걱정 말고 편히 자.
사람들이 안심하고 잠자도록 내가 밤에도 일하는 거니까.” (30쪽)
이 책은 ‘일과 사람’ 시리즈의 11번째 책이다. 첫 번째 중국집 주방장편 『짜장면 더 주세요!』가 출간되었을 때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선 참신한 책이라 반가웠다. 그 뒤로 어부, 목장 농부, 초등학교 선생님, 농부 등을 풀어냈다. 앞으로 나올 책을 살펴보니 채소장수, 특수학교 선생님, 버스 운전사, 책 만드는 사람 등도 있어 기대된다. 아이들과 ‘직업의 세계가 궁금해’ 시리즈와 함께 살펴보아도 좋겠다.
잡지에서 진로 특집으로 직업 소개하는 꼭지가 있었다. 작사가, 예술가, 변호사 등 우리가 가까이 하기엔 약간 거리감이 있는 직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땀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소홀한 편이다. 우리 삶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의 직업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1학년 교실 게시판에서 아이들이 장래희망을 써 놓은 걸 본 적 있다. 생각보다 경찰을 장래희망으로 적어 놓은 아이들이 많았다. 그 꿈을 간직한 아이들에게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경찰이 무섭기만 하던 아이들에게도 낯섦을 덜어내고 친근함을 주는 책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