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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어린이 문학 깊게 읽기]시골 마을에서 전해지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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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9:22 조회 5,82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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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설은』
한윤섭 지음|홍정선 그림|창비|140쪽
2012.08.30|9,000원|높은학년|한국|동화

도서부 활동을 하면서 나를 도와주던 수연이가 10월에 서울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간다고 한다. 요즈음 아이들이 학교에서 많은 문제로 고민하지만 그중에 친구 문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수연이가 밝고 활달한 성격이지만 전학 가서도 지금처럼 친구들과 잘어울리고 적응할지 은근히 걱정된다. 우리 집도 이사를 하며 아이들이 전학했던 일이 있는데 큰아들이 다 커서야 중학교 때 전학 갔던 일을 떠올리며 새 친구들과의 사이도 힘들었고 동네가 달라져서 그런지 아이들의 가치관도 달라 너무 힘들었다는 말을 해 가슴아파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학이라는 단어는 뭔가 새로운 만남, 설레임보다는 아픈 상처로 기억되어 있다. 그만큼 전학하는 일은 민감하다. 『우리 동네 전설은』의 주인공 준영이도 부모님의 결정으로 원치 않았던 시골 마을로 전학 가게 된다. 그 시골 마을의 전설을 둘러싼 모험을 통해 밝혀지는 비밀로 이웃과의 소통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 동네 전설은』은 『봉주루, 뚜르』로 현실의 분단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면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은 한윤섭 작가의 신작이다. 한작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 『해리엇』, 호평을 받은 역사동화 『서찰을 전하는 아이』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탄탄한 구성과 속도감, 절제된 서술로 독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또한 연극 관련 공부를 해서 그런지 여러 사건들이 생동감 있게 펼쳐지고,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도시에 살던 준영은 목사 아빠의 일 때문에 무릉도원처럼 평화로운 시골 마을 득산리로 이사를 온다. 준영이가 낯선 시골 생활에 적응도 하기 전에 동네 아이들은 학교에서 마을까지 절대로 혼자 갈수 없다는 규칙과 그 뒤에 감춰진 전설을 이야기해 준다. 준영이는 마을 곳곳에서 아이들의 간을 노리는 방앗간 노부부, 뱀산을 떠도는 아기 잃은 여자의 영혼, 지나가는 아이들을 마구 잡아 가둔다는 돼지할아버지에 대한 전설이 서려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동네의 전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전설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고통을 겪고 소통의 문고리를 닫고 사는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자꾸 부풀려져 새로운 소문을 만들고 그 소문이 전설이 된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내용이지만 아이들의 진지한 태도와 흥미로운 이야기의 묘한 힘 때문에 준영 역시 아이들과 어울려 학교를 오가게 되면서 동지 의식을 느끼고 친해지면서 득산리의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준영은 돼지할아버지네 밤밭에 서리하는 아이들을 따라갔다가 돼지할아아버지에게 붙잡히게 된다. 준영은 울음을 터뜨리고, 고함치던 돼지할아버지는 뜻밖에도 준영에게 새벽에 혼자 밤을 주우러 오라고 한다. 반신반의하며 밤밭을 찾은 준영은 말없이 돼지할아버지 곁에 앉아 새벽이슬에 밤알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가만히 귀 기울이자 저 멀리서 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툭, 툭, 툭,’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보는 신기한 소리였다. 적당한 무게의 밤알이 낙엽이 쌓인 흙에 부딪쳐 나는 소리. 밤들은 수없이 쏟아져 내렸고, 최고로 아름다운 음악이 밤밭에 흐르고 있었다. 준영은 황홀했다. ‘세상에 이런 멋진 소리가 또 있을까?’ (109쪽)

이 일로 준영과 돼지할아버지와의 갈등의 연결 고리가 극적으로 풀어져 선입견, 편견, 마음의 벽을 무너지게 하는 계기가 된다.

준영이는 햇빛과 공기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면서 득산리 아이로 성장한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시골에 대한 경험은 준영을 과거와 다르게 변화시킨다. 또한 노인 세계를 엿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와 다른 존재와 소통하는 계기가 된다. 준영이가 조금은 서툴더라도 부모나 어른들의 개입 없이 제힘으로 부딪치면서 득산리에서 적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전설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시골에 대한 낭만적인 향수의 감정보다는 이웃과의 소통, 아이들 간의 소통에 대해 생각해 보며 이웃과 공동체가 살아 있는 따뜻한 시골을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시골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수연이가 전설 가득한 득산리 같은 시골로 전학가지는 않지만, 그곳에서도 학교와 동네에서 잘 적응해갈 거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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