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고도

익숙해지지 않는 아픔

고정원, 김윤나, 최지희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한 해의 시작, 잘하고 있나요? ‘내가 그렇지 뭐.’ 읖조리며 자책하고 있진 않나요? 이번에 소개할 책은 모두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예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예요. 100퍼센트 자신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콤플렉스를 가졌다는 것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 지요. 아파 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연대의 힘이 얼마나 크다는 것도 아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나는 아프지 않다고, 혹은 나의 아픔이 크다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함께 걷는 한 걸음의 의미가 더 클 수 있으니까요.

    

『시간을 달리다, 난설헌』 백혜영 지음｜초록서재

이 책은 여자라는 이유로 억울한 삶을 살다가 27살에 죽은 조선시대의 난설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작가는 시간여행을 통해 난설헌을 우리 곁으로 데려다 놓는다. 회귀하여 강릉 앞바다에 도착한 난설헌은 작가 지망생 문우진을 만나고 달라진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국어 교과서에서만 봤던 허균과 그의 형제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고, 난설헌이 살았던 조선시대와 현대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롭다. 하지만 읽다 보면 오늘날을 남녀가 평등한 시대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이 책을 안내할 수는 없을 것 같기에 씁쓸하다.

『스타피시』 리사 핍스 지음｜강나은 옮김｜arte

수영을 좋아하는 엘리는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몰래 둥둥 떠 있으면 커다란 불가사리(스타피시)가 된 것처럼 자유로워진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뚱뚱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엘리를 있는 그대로 봐 주지 않는다. 옆집에 살던 친한 친구도 먼 곳으로 이사가 버렸다. 다행히 엘리는 마음이 제법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도 받아들이고, 오빠로부터 받은 큰 상처도 잘 극복하여 일어난다. 읽으면 계속 엘리를 응원하게 되는 신기한 책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사서선생님이 나오기에 더 반갑다!

『고슴도치 그녀들』 소피 리갈 굴라르 지음｜이정주 옮김｜씨드북

상처로 마음을 닫은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학생이고, 한 사람은 학교도서관 사서이다. 사서는 학생의 아픔이 익숙하고 학생도 선생님의 아픔이 익숙하다. 둘은 서로 가까이 있지만 다가갈 여유가 없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혼자보다 둘이서 겪는 게 나았다. 이 책은 사서와 학생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어 같은 상황을 서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볼 수 있다. 아픔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작은 연대는 또 다른 아픔의 손을 잡게 될 것이다. 

    

『나쁜 소년은 없다』 월터 딘 마이어스 지음｜김선영 옮김｜책담

흑인 혼혈로 태어나 가난한 할렘 가정에서 생활하는 월터. 1940~1950년대를 배경으로, 먹고사는 일이 중요한 시절이다 보니 월터의 학교생활도 수월하지 않았다. 말을 더듬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싸우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월터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월터의 책 읽기는 글쓰기로 나아간다. 인종차별을 받으면서도 월터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수많은 이야기들에게 위로받았다. 오랜 방황 끝에 자신의 콤플렉스를 뛰어넘어 작가가 된 월터의 이야기는 저자의 자전적 경험이라 더 놀랍고 멋지게 다가온다.

『검은 반점』 정미진 지음｜황미옥 그림｜엣눈북스

일러스트를 곁들인 짧은 책으로, 그림책이나 어른을 위한 동화 같다. 연필로 섬세하게 그려진 흑백 그림들이 감성을 자극한다. 어느 날 소녀는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에 난 검은 반점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반점만 보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을 볼 때도 반점만 눈에 들어온다. 소녀는 모든 것이 다 검은 반점 탓이라며 핑계를 댄다. 하지만 “모두 반점 때문이야.”라는 부정문은 긍정문으로 바뀌고 소녀의 세상은 검정에서 컬러로 가득해진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싫었던 무언가가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고 때론 그것 때문에 더 좋은 일이 생긴다. 나의 콤플렉스도 그런 것이 아닐까.

『다이어트 학교』 김혜정 지음｜자음과모음

홍희는 살을 빼기 위해 40일간 다이어트 학교에 들어간다. 홍희는 그곳에서 매일 아침 산책하고 오후엔 운동을, 저녁에는 요가를, 영어회화를 배우는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벌점을 받으면 독방에 갇히기도, 운동을 무리해서 하다가 근육이 파열되기도, 금식령을 받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강생은 줄어든다. 원장은 ‘돼지’라는 직설적인 말로 아이들에게 모욕을 주고 홍희는 탈출을 감행한다. 홍희와 아이들은 무사히 다이어트학교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청소년들에게 추천한다. 콤플렉스를 부추기는 어른의 반성을 촉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