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과학 깊게 읽기]얘들아, 과학으로 함께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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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7:23 조회 6,116회 댓글 0건본문
『과학, 10월의 하늘을 날다』
정재승 외 지음|청어람미디어|256쪽|2012.10.02
13,800원|한국|과학|중학생
도서관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일상에서 일어난 일과 상상한 일, 새로운 지식을 기록하여 모아둔 도서관은 시민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핀란드중앙도서관 공모전의 응모 요강을 보면 도서관은 공원이나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카페나 라운지로 변신하는가 하면 출판사와 인쇄소가 되기도 한다. 책을 통해 배운 요리를 이웃과 함께 실습해 보는 부엌이 되고 지역의 학교나 연구단체와 연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시설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도서관은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자 문화를 수용하고 이끄는 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광진정보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옥상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가지고 ‘손맛 좋은 할머니의 김장 재능 기부’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지역의 음식 솜씨 좋은 주민을 모셔다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던 도서관은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학습 콘텐츠를 주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고 대출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롭고 유익한 교육 자원을 개발하고 그를 바탕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왔다는 프로 보노(재능 기부)는 원래 미국 변호사들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서비스였으나 이제는 의료나 교육, 전문 기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봉사 및 재능 기부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도 과학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국 도서관에서 ‘10월의 하늘’이라는 과학 강연 나눔 행사를 열고 있다. 기획과 준비, 강연과 진행 등 모든 과정이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재능 기부로 이루어지는 이 행사는 인구 20만 명 이하 작은 도시의 시립도서관에서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10년 10월 30일, 70여 명의 과학자가 전국 30여 개 작은 도시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시작한 강연 기부는 올해 10월 마지막 토요일에도 어김없이 열려 많은 참가자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기부했다.
『과학, 10월의 하늘을 날다』는 ‘10월의 하늘’의 주요 강연 원고를 모은 책이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 ‘10월의 하늘’을 기획한 정재승 교수부터 ‘하리하라’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은희 같은 과학 저술가, 이공계 학생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강연에 나선 엔씨소프트의 김택진과 윤송이 같은 기업인, 상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드라마 속 SF를 소개하는 김민식 MBC PD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의사, 초등학교 교사, 기자, 소설가 등 각양각색의 강연자가 흥미로운 주제의 과학 이야기를 가득 펼쳐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이 책에는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 미래를 쓰는 소설가, 기생충을 연구하는 의사, 야구 속에 숨어 있는 놀라운 물리와 뇌 과학 이야기 등 교과서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과학의 살아 있는 즐거움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는 두려움이나 불안감, 분노와 우울 등을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을 소개하여 부모와 교사 및 친구 등의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감정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법을 일러준다.
책을 읽다 보면 작은 도서관의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기분 좋은 강연을 듣는 느낌이 든다. 강연 원고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기에 책은 편안한 입말로 되어 있어 그야말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초등학교 교사, 소설가, 연출가,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여 모든 생명이 서로 굳게 연결되어 있듯이 모든 지식 또한 서로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발견으로 뻗어 나간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10월의 하늘’이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서 열린다는 것은 도서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지점이다. 지금도 많은 도서관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꿈을 키워주고 도와주는 ‘10월의 하늘’ 같은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또 학교와 학원, 기껏 노래방이나 피시방 외에는 오갈 데 없는 우리 아이들이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며 공연을 보는 등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회를 갖기를 소망해 본다. 『과학, 10월의 하늘을 날다』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조건 없이 나누는 사람들의 ‘공익’을 위한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또 도서관이 나아갈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