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인문 깊게 읽기]도서관 다시 보기, 산책하듯 떠난 도서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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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2 22:01 조회 7,650회 댓글 0건본문
『도서관 산책자』
강예린, 이치훈 지음|반비|250쪽|2012.10.26
16,000원|중・고등학생|한국|인문교양일반138139138년부터
도서관에 관한 말 중에 너무나 유명한 말이 있다.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은 곳이 동네 도서관이라는 사실과 도서관이 성공에 큰 디딤돌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에서 우리는 그의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나 역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냐는 점에서는 작은 의심이 생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내 삶을 성장시키리라는 점과 가치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의 삶과는 가깝지 못한 것은 왜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나는 우리사회의 ‘도서관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두 건축가가 함께 탐방하고 공부하여 기록한 ‘책의 집’인 도서관과, 우리 사회의 ‘도서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서관 3층으로 올라가면 어른들의 열람실이 나온다. 도서관을 지을 때 공부하는 방을 만들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건축주는 ‘책 읽는 도서관’이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한다. 전과와 문제집처럼 남이 추려 놓은 지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추려지지 않은 지식과 이야기를 스스로 탐구하는 것이 갖는 힘과 의미를 알리고 싶었겠지 싶어 … 집에서 가져온 책으로 공부하는 열람실, 독서실은 우리 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일제 시절부터 내려온, 근대적인 훈육식 교육 경험을 도서관이 물려받은 결과라고 한다.(32~34, 45쪽)
국내의 여러 도서관 중에 특징적인 곳을 골라 산책하듯 다니며 건축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러 도서관들의 건축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도서관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동안 외국의 멋진 도서관을 탐방하고 소개하는 책들은 종종 보아왔지만, 국내의 도서관을 탐방의 대상으로 보고 다루어진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유적지, 미술관, 박물관 등을 돌아보고 오지만, 도서관을 찾아가보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저자 강예린과 이치훈은 자신들이 오래도록 쌓아온 인문학적 교양과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14개 도서관에 대해 매력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역사가 115년가량 된 국내 최초의 근대적 도서관 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구 부산부립도서관)에서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도서관인 정독도서관, 죽은 딸을 기억하기 위해 지어 기증한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광진정보도서관, 숲속작은도서관, 관악산시도서관, SF&판타지도서관, 국립디지털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의 숨은 매력들을 보여주고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고 있다.
도서관의 구조를 폐가식으로 하는가, 아니면 개가식으로 하는가는 도서관 건축 양식에 곧바로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서양 중세 수도원의 도서관 건축들은 폐가식 도서관의 구조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책이 귀했던 중세 수도원의 도서관에서는 책을 책장이나 도서대에 사슬로 묶어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올려놓을 책장이나 다른 가구들은 사슬의 길이가 닿는 범위 안에 놓여야 했다. 또 촛불은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책 근처에는 빛이 들어올 창도 있어야 했다.(189~190쪽,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편 중에서)
공공건축물로서 도서관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서부터 도서관은 어떠해야 하는지, 도서관 공간에 시험 준비를 하는 칸막이 열람실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도서관의 논쟁거리들을 소개하고 분석하여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쌓아 온 지식과 지혜를 어떻게 모으고 나눌지에 대한 이야기를 산책하듯 나선 길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험공부와 입시, 스펙과 입사 시험에 매몰되어 죽은 지식을 외우는 것에서 벗어나 나를 성장시키고,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살아있는 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가까이하고, 책을 벗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공공도서관이 있고, 그 도서관을 통해 지역사회의 사람들이 모여 재능을 나누고, 지혜를 나누는 것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지고 모두가 행복한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을 산책하듯 다녀보고 새로운 시선으로 도서관을 탐방한다면 일상에 작은 행복이 하나 생기리라 생각한다. 도서관은 소통의 중심이자 문화를 수용하고 이끄는 문화의 중심지로 우리의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공공건축물이어야 한다. 이제 집근처에 있는 도서관, 학교에 있는 도서관을 책을 빌리러 가는 곳이 아닌, 주말에 ‘영화나 볼까?’ ‘미술관에 가볼까?’ 하는 것처럼 또 하나의 문화로, 또 하나의 산책지로 생각하고 이용해보면 어떨까? 책의 맨 뒤에 보면 서울시 지하철에서 도서관까지의 거리와 상호대차서비스 현황, 전국 주요도시의 도서관 입지를 소개해 놓은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아가 행복한 산책을 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