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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세기의 대결, 과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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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4-21 23:14 조회 6,26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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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대결』
조엘 레비 지음|최가영 옮김|지식나이테|224쪽
2012.12.05|16,000원|중・고등학생|한국
과학사

권투계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 육상계의 칼 루이스와 벤 존슨, 수영계의 박태환과 쑨양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같은 분야에서 서로에게 견주어졌던 스포츠 라이벌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누군가는 좀 더 우세해지거나 뒤처지는 등 이들 간에는 끊임없는 비교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대결의 과정은 심한 갈등을 만들기도 하지만 경기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학문 분야에도 라이벌은 존재한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서도 각기 어떤 관점을 갖느냐에 따라 서로의 이론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지며 운동 경기 못지않게 첨예하게 대립한다. 철학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대립, 도덕에 대한 대립, 인식에 대한 대립 등이 있어 왔다. 경제학에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였고, 또 자본주의 관점 안에서도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논쟁이 붙기도 했다. 이처럼 지식인들은 각기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어떤 이론을 계승하거나 비판하거나 대립하면서 학문을 발전시켜 왔다.

과학도 예외가 아니다. 과학사를 통해 드러난 다양한 논쟁들은 스포츠 라이벌처럼 단순히 관람의 재미를 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더 거칠게 싸우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논쟁의 과정은 하나의 이론이 나머지 이론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나타난다. 과학에서는 이론들 모두가 각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중 어느 이론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과학지식으로서 널리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를 증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와 과학 분야의 전문 기자이자 작가인 조엘 레비가 쓴 『과학자들의 대결』은 갈릴레오에서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에 나타난 26개의 유명한 논쟁들을 다루고 있다.

여러분은 이 땅에 가장 먼저 살았던 인류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그 모습을 보고 혹시 인류의 조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있다면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또, 과학 수업시간에 배웠던 대로 중생대에 번성했던 공룡은 왜 사라졌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몇 살이나 되었을까? 아시아나 아프리카, 아메리카와 같은 대륙들은 진짜 움직이는 것일까? 이와 같은 자연 현상을 둘러싼 인간의 다양한 궁금증에 대해 과학자들은 자기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여러 근거를 들어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자기 이론이 라이벌의 것보다 더 나은 이론임을 서로 입증하려 애쓰면서 치열한 논쟁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고생물학자들은 공룡 뼈가 담긴 화석을 쟁취하기 위해 거침없는 싸움을 벌였고, 항성을 둘러싸고 과학자 뉴튼과 왕실천문관 플램스티드는 천문 데이터의 수집을 둘러싸고 갈등을 드러내는 등 과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해 줄 만한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했다.

또한 이 책에서는 각기 대륙이 움직이는 이유를 생각해내게 된 과학자들의 개인적인 배경을 비롯해 각 논쟁이 시작된 이유와 그들의 이론이 참임을 증명하고자 제시했던 과학적 근거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배경 등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어 우리가 현재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과학지식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밖에도 지구가 돌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대립했던 갈릴레이와 교황 우르바노 8세의 갈등, 지구가 둥근지 네모난지에 대한 월리스와 햄던의 싸움, 밀폐된 병에서도 구더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자연발생설을 둘러싼 설전을 비롯하여, 최근 유전체 전쟁이라 불릴 만큼 첨예하게 대립했던 인간 유전체의 서열 분석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 정신분석이론을 과학적으로 검증받고자 했던 야심찬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얘기도 흥미롭다. 한때는 프로이트의 동료이자 수제자였으나 각자 자신만의 이론을 세우고 프로이트에 도전했던 아들러, 융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전통적으로 과학지식은 과학자들에 발견된 절대적 진리가 차곡차곡 쌓여서 현재의 과학지식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고대에서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때 진리라고 생각하였으나 잘못된 이론이기도 했고, 또 말도 안 된다고 공격 받았던 이론이 자연현상을 더 잘 설명하는 이론으로 밝혀지기도 함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과학은 관찰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의 문제라 말하며, 과학자 개인과 시대적 배경, 사회적 상황, 그리고 이를 둘러싼 커뮤니티 등이 모두 과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다양한 논쟁을 통해 보여준다. 무수한 학문적 갈등과 대립을 통해 때로는 라이벌과 때로는 고지식한 기존의 지식사회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이들 중 좀 더 적절하다고 인정된 지식들만이 비로소 그 시대의 과학지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이 치열한 대립에 기꺼이 뛰어들어 치열하게 연구해왔다. 이들이 인생을 걸었던 논쟁거리는 무엇이었는지, 왜 역사는 그 이론을 받아들였는지 혹은 버렸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리고 여러분이라면 어느 입장에 섰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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