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마음의 눈으로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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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24 18:07 조회 6,213회 댓글 0건본문
이명옥 자유기고가
쌩떽쥐베리가 쓴 『어린 왕자』에 아이가 “창가에 제라늄이 피어있고 지붕에는 비둘기 집이 있고 장미 빛깔 벽돌로 지어진 멋진 집을 보았어요.”라고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이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말지만 “10만 프랑 하는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와, 정말 근사한 집을 보았구나.”라고 탄성을 지른다는 대목이 있다. 아이들은 생명이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사는 모습을 동심이 담긴 아름다운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지만, 어른들은 그저 집의 환금 가치를 황금만능의 세속적 눈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다.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 기능은 사람들이 깃들어 삶을 이어가는 곳, 즉 가족이 서로 소통하고, 먹고, 쉬며 새날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수면을 취하는 장소다. 아마도 일생 동안 가장 오랜 기간 머물다 가는 장소일 것이다. 집에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모일 공동의 공간도 필요하고 때론 혼자만의 내밀한 공간도 필요로 한다. 집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집이 반드시 값비싼 건축 재료를 사용해서 지은 저택이거나 화려한 집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이는 햇볕이 잘 들고 확 트인 전망을 원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외부로부터 독립된 닫힌 공간의 적막감을 더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침실이 가장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 중 다른 누군가는 욕실이나 다이닝룸이 더 편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집에 머무르는 가족 구성원들이 편안함과 안온함을 느끼는 우선순위가 각자 다를 것이다.
어쨌거나 집을 유기체로 보느냐, 단지 기능을 지닌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보느냐, 집에 깃들어 사는 이가 어떤 철학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집짓기 공식인 설계는 크게 달라진다. 집을 짓는 사람의 철학과 생각은 설계 도면에 그대로 담기게 되고 그 도면에 따라 집의 겉모습과 기능, 다른 건물이나 주변과의 유기성 등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개방적인 사람과 폐쇄적인 사람이 원하는 집의 설계는 서로 다를 것이다. 그렇게 집은 사는 사람들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기에 사는 사람들의 숨결과 성품을 닮는 셈이다. 집의 겉모습을 사람의 외모에 견준다면 설계는 집의 내면이며 인간의 마음으로 견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거해부도감』은 1급 건축사로 1987년부터 대학에서 설계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마스다 스스무가 설계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550여 장이 넘는 일러스트와 함께 쉽게 풀어 쓴 책이다. 마스다 스스무는 설계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집을 지으려는 일반인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지만 단순히 설계 요령이나 기술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집짓기를 어떤 마음 자세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 어떻게 사용하는 사람과 드나드는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지 등 설계의 기본적인 틀과 설계 초보자가 실수하기 쉬운 부분들을 세심하게 짚어준다.
모든 구조나 설계 방향에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경험에 바탕을 둔 지혜가 담겨 있다. 설계 지식이 없더라도 선험적으로 무엇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인지, 어떻게 해야 난방을 효율적으로 하는지, 어떻게 해야 배수나 급수가 용이한지 채광이나 통풍이 되는지 선험적인 지식을 이미 집짓기에 활용해 왔다. 그래서 저자는 설계를 할 때 기교보다는 용도를 잘 이해하고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집짓기의 본질적 의미를 먼저 생각하고 기초를 제대로 익혀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과도 통한다. 저자는 거실, 침실, 욕실, 화장실, 처마와 베란다, 창문에 이르기까지 집을 구성하는 것 하나하나를 그 집에 깃들어 사는 사람 입장이 되어 어떻게 해야 더 편안하고 효율적인지 그림과 함께 쉽게 풀어준다. 책을 읽으면 일반인들도 처마 끝, 홈통, 통로, 문의 위치 하나에도 인간의 무의식적인 활동 방향과 동선 등을 고려한 설계자의 세심한 배려와 고민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예부터 뛰어난 도장수는 집을 인간과 교감하는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했다. 그래서 오래도록 유기체적 생명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집을 설계하고 그 지방 풍토에 가장 적절한 재료를 사용해 집을 지었다. 자연과의 조화, 땅과의 조화까지 생각하며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런 집짓기에 담긴 깊은 의미와 철학을 깨우친다면 집을 단순히 재산 가치나 투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대인의 사고가 얼마나 천박한 자본주의적 속성인지 깨우치게 될 것이다. 집에 깃들어 사는 이들이 우주와 비견되는 사람임을 생각한다면 집을 그저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레고 블록 놀이하듯 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능이나 경제성에 앞서 그 안에 깃들어 살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그 옆에 둥지를 틀 이웃이나 자연을 배려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집을 설계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집에 담긴 철학을 생각해 보면 통풍, 채광, 자연과의 교감의 통로를 막아버린 현대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괴물 같은 밀집형 고층건물이 얼마나 반자연적이며 반생체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집은 짓는다 혹은 쌓는다는 의미의 건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집을 지을 때 먼저 보이지 않는 기초 공사나 기본을 튼튼히 해야 함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말일 것이다. 먼저 보이지 않는 기초를 튼튼히 한 뒤 그 안에 깃들어 살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마음의 눈으로 설계를 한다면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건물을 최대한 높이 올려 떼돈을 벌겠다고 무조건 살던 사람들을 내쫓아 죽게 만드는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거해부도감』을 읽고 집에 대한 참 의미를 되새기고 집의 본질을 깨우쳐 탐심으로 어두워졌던 마음의 눈들이 다시 밝아졌으면 좋겠다.
쌩떽쥐베리가 쓴 『어린 왕자』에 아이가 “창가에 제라늄이 피어있고 지붕에는 비둘기 집이 있고 장미 빛깔 벽돌로 지어진 멋진 집을 보았어요.”라고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이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말지만 “10만 프랑 하는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와, 정말 근사한 집을 보았구나.”라고 탄성을 지른다는 대목이 있다. 아이들은 생명이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사는 모습을 동심이 담긴 아름다운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지만, 어른들은 그저 집의 환금 가치를 황금만능의 세속적 눈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다.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 기능은 사람들이 깃들어 삶을 이어가는 곳, 즉 가족이 서로 소통하고, 먹고, 쉬며 새날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수면을 취하는 장소다. 아마도 일생 동안 가장 오랜 기간 머물다 가는 장소일 것이다. 집에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모일 공동의 공간도 필요하고 때론 혼자만의 내밀한 공간도 필요로 한다. 집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집이 반드시 값비싼 건축 재료를 사용해서 지은 저택이거나 화려한 집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이는 햇볕이 잘 들고 확 트인 전망을 원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외부로부터 독립된 닫힌 공간의 적막감을 더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침실이 가장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 중 다른 누군가는 욕실이나 다이닝룸이 더 편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집에 머무르는 가족 구성원들이 편안함과 안온함을 느끼는 우선순위가 각자 다를 것이다.
어쨌거나 집을 유기체로 보느냐, 단지 기능을 지닌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보느냐, 집에 깃들어 사는 이가 어떤 철학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집짓기 공식인 설계는 크게 달라진다. 집을 짓는 사람의 철학과 생각은 설계 도면에 그대로 담기게 되고 그 도면에 따라 집의 겉모습과 기능, 다른 건물이나 주변과의 유기성 등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개방적인 사람과 폐쇄적인 사람이 원하는 집의 설계는 서로 다를 것이다. 그렇게 집은 사는 사람들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기에 사는 사람들의 숨결과 성품을 닮는 셈이다. 집의 겉모습을 사람의 외모에 견준다면 설계는 집의 내면이며 인간의 마음으로 견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거해부도감』은 1급 건축사로 1987년부터 대학에서 설계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마스다 스스무가 설계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550여 장이 넘는 일러스트와 함께 쉽게 풀어 쓴 책이다. 마스다 스스무는 설계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집을 지으려는 일반인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지만 단순히 설계 요령이나 기술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집짓기를 어떤 마음 자세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 어떻게 사용하는 사람과 드나드는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지 등 설계의 기본적인 틀과 설계 초보자가 실수하기 쉬운 부분들을 세심하게 짚어준다.
모든 구조나 설계 방향에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경험에 바탕을 둔 지혜가 담겨 있다. 설계 지식이 없더라도 선험적으로 무엇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인지, 어떻게 해야 난방을 효율적으로 하는지, 어떻게 해야 배수나 급수가 용이한지 채광이나 통풍이 되는지 선험적인 지식을 이미 집짓기에 활용해 왔다. 그래서 저자는 설계를 할 때 기교보다는 용도를 잘 이해하고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집짓기의 본질적 의미를 먼저 생각하고 기초를 제대로 익혀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과도 통한다. 저자는 거실, 침실, 욕실, 화장실, 처마와 베란다, 창문에 이르기까지 집을 구성하는 것 하나하나를 그 집에 깃들어 사는 사람 입장이 되어 어떻게 해야 더 편안하고 효율적인지 그림과 함께 쉽게 풀어준다. 책을 읽으면 일반인들도 처마 끝, 홈통, 통로, 문의 위치 하나에도 인간의 무의식적인 활동 방향과 동선 등을 고려한 설계자의 세심한 배려와 고민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예부터 뛰어난 도장수는 집을 인간과 교감하는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했다. 그래서 오래도록 유기체적 생명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집을 설계하고 그 지방 풍토에 가장 적절한 재료를 사용해 집을 지었다. 자연과의 조화, 땅과의 조화까지 생각하며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런 집짓기에 담긴 깊은 의미와 철학을 깨우친다면 집을 단순히 재산 가치나 투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대인의 사고가 얼마나 천박한 자본주의적 속성인지 깨우치게 될 것이다. 집에 깃들어 사는 이들이 우주와 비견되는 사람임을 생각한다면 집을 그저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레고 블록 놀이하듯 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기능이나 경제성에 앞서 그 안에 깃들어 살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그 옆에 둥지를 틀 이웃이나 자연을 배려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집을 설계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집에 담긴 철학을 생각해 보면 통풍, 채광, 자연과의 교감의 통로를 막아버린 현대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괴물 같은 밀집형 고층건물이 얼마나 반자연적이며 반생체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집은 짓는다 혹은 쌓는다는 의미의 건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집을 지을 때 먼저 보이지 않는 기초 공사나 기본을 튼튼히 해야 함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말일 것이다. 먼저 보이지 않는 기초를 튼튼히 한 뒤 그 안에 깃들어 살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마음의 눈으로 설계를 한다면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건물을 최대한 높이 올려 떼돈을 벌겠다고 무조건 살던 사람들을 내쫓아 죽게 만드는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거해부도감』을 읽고 집에 대한 참 의미를 되새기고 집의 본질을 깨우쳐 탐심으로 어두워졌던 마음의 눈들이 다시 밝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