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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청소년에게 권하는 그림책]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글 없는 그림책 『양철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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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01 17:49 조회 10,4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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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된 듯 몸을 훑고 지나가는 짜릿한 전율! 그림책 『양철곰』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다. 그것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과 마주했을 때의 거대한 울림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마다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림책을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도 모두 진한 감동을 느꼈다고 하니 공감하는 면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볼로냐 일러스트 위원회의 “양철곰은 놀랄 만한 발견이다. 뛰어난 세부묘사는 그림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라는 평가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조의래 김해 덕정초 교사



『양철곰』은 2010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이기훈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그때 선정된 70개의 작품들 중 단 두 작품만이 추천 글을 받는 ‘2010 MENTION’에 선정되기도 한 빼어난 그림책이다. 이렇게 유명해진 그림책을 지면을 통하여 소개할 때는 몹시 망설여진다. 굳이 내가 아니라도 충분히 소개 받을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숨어있는 보물을 드러내어 권하는 것이 소임임을 알고 있지만 『양철곰』이 주는 감동을 함께하고자 이 책을 청소년에게 권한다.




글 없는 그림책의 진수를 보여준 책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모든 것이 양철로 변해버린 도심의 작은 나무숲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곳마저 개발하려 중장비가 들이닥치자 양철곰이 막고 간신히 버티고 있다. 양철곰의 몸은 둥지를 잃은 작은 새와 다람쥐들의 은신처이자 보금자리이다. 사람들의 시위로 양철곰이 쫓겨나고 사람들은 숲을 밀어버린다. 마지막 남은 숲이 사라지자 그곳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거대한 양철도시로 변하고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된다.

그러자 사람들은 서둘러 우주공항을 통하여 꿈의 파라다이스라는 황금별로 떠난다. 이주비용은 10만 달러나 되지만 그곳에는 먹으면 황금으로 변하는 신비의 열매도 있다. 양철곰은 황금별로 떠나는 대신 자기 몸에 물을 끼얹는다. 무엇을 하는 것일까? 낮에도, 밤에도 자기 몸에 물만 끼얹는다. 양철곰은 서서히 녹슬어 간다. 눈보라를 맞고 추운 겨울을 물가에 앉아 기다리는 양철곰에게 지구를 떠나지 못한 아이가 함께 떠나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계속 물을 끼얹은 양철곰의 몸은 부식되어 부서져 내린다. 몸 안의 전기코드를 뜯어내어 스스로 망가뜨린다. 양철곰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아이는 절망과 안타까움으로 오열한다. 그런 아이 위로 비가 내린다. 다음날 아침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양철곰이 물을 끼얹었던 이유가 밝혀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양철곰』은 글 없는 그림책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펜촉의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섬세한 표현으로 아이의 연민과 양철곰의 구도자적인 마음을 잘 나타낸 책이다.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에 반전의 묘미를 살려서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였다. 화면을 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몰아가기 때문에 장대한 스케일의 무성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프레데릭 백 감독의 <나무를 심는 사람>(장 지오노 원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 등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심오한 주제를 그림언어로 형상화시킨 책
『양철곰』은 자연을 파괴했을 때 우리의 삶이 변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자연과 자연 안에 살아가는 모든 것 그 하나하나에 대한 존중이 얼마나 가치로운 것인지를 그림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자연에 대한 존경과 약자들의 존중, 자기희생을 통한 생명 잉태의 메시지를 통하여 무엇이 진정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인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작가의 메시지가 현실과 무관하지 않기에 청소년들에게 더욱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10년 전 천성산 터널 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롱뇽을 살리고자 생명을 건 단식을 했던 지율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천성산과 천성산의 자연을 지켜내고자 하였다. 천성산의 아픔과 꼬리치레 도롱뇽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며 전쟁과 살인, 대규모 참상이 자행되고 있는 이 세상에서 풀잎과 풀벌레의 이야기는 동화라고 비난을 받더라도 생명들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공사 현장의 포크레인 앞에서, 절벽 밑에서, 시청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수행을 하고 생명을 건 단식을 했다. 스님의 생명을 건 단식으로 울린 초록의 공명은 많은 사람을 움직였다. 스님이 비폭력적이고 연민에 기초한 위대한 방법으로 삶을 구하기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고자 하였던 것은 『양철곰』을 통하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닮아 있다.



최근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생물권보호구역이자 제주도에서 지정한 절대보전지역이었던 제주도 강정마을을 살리기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도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평화를 원한다면 강정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던 문정현 신부님 같은 분이다. 자연과 인간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땅과 바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강을 이루어 바다와 만나 하나가 되고 은어가 헤엄치며 우거진 숲길이 있는 생태의 보고를 콘크리트 땅으로 덮어 버릴 수 없다고 포클레인을 막아섰던 문 신부님의 모습은 양철곰의 모습과 겹쳐 있다. 그렇게 보면 그림책 속 양철곰이나 현실의 지율스님과 문 신부님의 모습은 예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자연은 인간이 지배하는 대상이 아니다. 자연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서로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황금별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저기가 아니라 여기, 먼 곳이 아니라 우리의 몸속에서 존재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비폭력적 연민과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구도적적 삶을 그림으로 언어화시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걸작 『양철곰』을 청소년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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