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걸작의 귀환, 되찾은 유년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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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6 01:22 조회 7,744회 댓글 0건본문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김원빈 선생님의 『주먹대장』은 단행본과 연재물로 여러 번 개작되어 발표되었는데, 내가 처음 접한 것은 70년대 잡지 <어깨동무> 연재 시절이었다. 착하고 여려 보이는 눈망울에 둥근 얼굴, 그리고 그보다 커다란 오른손 주먹을 가진 소년의 모험이야기였다. 여느 만화들과는 달리 섬세하고 우아한 몸놀림이 금방이라도 책에서 튀어나와, 눈앞에서 움직일 것 같은 정교함과 우아함이 느껴졌다. ‘한국만화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옛 만화를 복간시키고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舊 부천만화정보센터)이 지난 2월, 두 편의 책을 내놓았다. 2001년 김종래 선생님의 『마음의 왕관』을 시작으로 십여 년 넘게 지속된 이 시리즈가 이번 『약동이와 영팔이』, 『주먹대장』 출간을 계기로 열아홉 종을 완성한 것은 그 시대를 향유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편시대 활극만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주먹대장』에는 주인공이 지닌 초인적인 힘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그러나 이야기의 초반, 주먹대장이라는 캐릭터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통쾌함은 헐리웃 액션영화의 히어로가 지닌 초인간적인 능력의 발산과는 거리가 멀다. 비범한 아기의 탄생이 몰고 온 비극적 결말을 우리는 아기장수 설화라는 옛이야기를 통해 겪은 바 있는데, 만지는 족족 부숴버리는 아가의 힘에 놀란 아버지가 마당 한 구석에 작은 집 한 채를 지어 주지만 그마저도 무너뜨려 버린 주먹대장의 힘은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과 아이들의 따돌림을 불러온다. 경쾌하게 눈앞의 적을 물리치는 액션 영웅과 달리 주먹대장의 대결은 자신이 커다란 주먹을 지니게 된 운명과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가 맞닥뜨린 마귀할멈과 파계승 덩치, 가짜 주먹대장 등은 모두 자신이 지닌 힘을 과대평가하고 세상에는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많다는 것을 외면한 자들이었다. 추골탕과 전갈 검사의 등장과 죽음은 잘못된 힘의 사용이 불러올 수 있는 비극의 정점을 보여주는 예지몽이다. 그런 고뇌의 과정을 거친 주인공이기에 주먹대장의 활극이 단순한 싸움이 아닌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주먹대장은 하나의 캐릭터가 중심인 홍길동전보다는 청석골 두령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인 임꺽정에 가깝다. 요술소녀 란, 맨발장군, 학산선인, 마달평 등은 물론 이번 복간된 에피소드에서 제외되었으나 까꾸와 뚝쇠, 설화낭자 등 매력적인 캐릭터가 넘쳐난다. 심지어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와 기암절벽, 그리고 물보라 피우는 계곡 등 만화 속의 자연마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또 하나의 캐릭터로 살아 숨 쉰다. 눈보라와 비바람을 일으키는 마귀 할멈의 요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하늘나라의 선녀였으나 괴호로 나타난 황백호의 변화무쌍한 신통력이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얼
빈 태생의 작가가 그림 속에 담아낸 북방의 신비한 정서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방영진 선생님이 1962년부터 삼 년간 발표한 『약동이와 영팔이』는 시골 일등중학교에 전학 온 영팔이와 그와 친해진 약동이가 홀쭉이와 뚱뚱이라는 친구와 함께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겪는 명랑청춘 학원만화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여학생 교실과 남학생 교실을 가른 시골 중학교의 운동장, 필요한 물건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흥정하는 장날의 풍경, 학교에 나무가 적어 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나무를 구해오고 심는 모습 등 60년대 시골 학교생활의 정경은 자연스럽게 70년대를 풍미했던 청소년 영화 ‘고교얄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만화적인 재미를 위해 인물들의 행동에 과장이나 희화화가 섞이긴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재미나는 풍속화를 엿보는 기분이 든다. 특히 서울로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모습이나 시험을 치러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학생활을 하는 이들의 노력은 홀쭉이의 눈물 나는 마라톤 질주만큼이나 찡한 감동코드의 일부를 이룬다.
오십 년을 견뎌내는 이 만화의 유머와 재치 있는 이야기 전개는 감탄스러울 정도다. 구두쇠인 영팔이 아버지에게 서울 고교진학을 허락받기 위해서 혹은 신문구독료를 내지 않는 동네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이들이 발휘하는 기지와 수완은 잘 만든 드라마의 각본을 보는 듯한 재미를 안겨준다. 부모님에서부터 운동부 선배들까지 인상적인 캐릭터가 많지만, 똑똑하며 모범적인 약동이보다는 어리숙해도 인간미 넘치는 영팔이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림체만 본다면 어린 학생들이 습작기에 그린 것처럼 엉성한 명랑만화체에, 말풍선에 그려진 대사마저 식자가 아닌 손글씨로 쓰여 요즘 만화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겐 외면 받을 여지가 많다. 비록 나의 추천에 개인적인 사심이 가득하긴 하나, 이 책들에 함께 수록된 헌사와 추억의 글들을 함께 읽는다면 돌려받은 걸작의 귀환이 보물상자처럼 고마운 이들이 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김원빈 선생님의 『주먹대장』은 단행본과 연재물로 여러 번 개작되어 발표되었는데, 내가 처음 접한 것은 70년대 잡지 <어깨동무> 연재 시절이었다. 착하고 여려 보이는 눈망울에 둥근 얼굴, 그리고 그보다 커다란 오른손 주먹을 가진 소년의 모험이야기였다. 여느 만화들과는 달리 섬세하고 우아한 몸놀림이 금방이라도 책에서 튀어나와, 눈앞에서 움직일 것 같은 정교함과 우아함이 느껴졌다. ‘한국만화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옛 만화를 복간시키고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舊 부천만화정보센터)이 지난 2월, 두 편의 책을 내놓았다. 2001년 김종래 선생님의 『마음의 왕관』을 시작으로 십여 년 넘게 지속된 이 시리즈가 이번 『약동이와 영팔이』, 『주먹대장』 출간을 계기로 열아홉 종을 완성한 것은 그 시대를 향유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편시대 활극만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주먹대장』에는 주인공이 지닌 초인적인 힘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그러나 이야기의 초반, 주먹대장이라는 캐릭터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통쾌함은 헐리웃 액션영화의 히어로가 지닌 초인간적인 능력의 발산과는 거리가 멀다. 비범한 아기의 탄생이 몰고 온 비극적 결말을 우리는 아기장수 설화라는 옛이야기를 통해 겪은 바 있는데, 만지는 족족 부숴버리는 아가의 힘에 놀란 아버지가 마당 한 구석에 작은 집 한 채를 지어 주지만 그마저도 무너뜨려 버린 주먹대장의 힘은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과 아이들의 따돌림을 불러온다. 경쾌하게 눈앞의 적을 물리치는 액션 영웅과 달리 주먹대장의 대결은 자신이 커다란 주먹을 지니게 된 운명과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가 맞닥뜨린 마귀할멈과 파계승 덩치, 가짜 주먹대장 등은 모두 자신이 지닌 힘을 과대평가하고 세상에는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많다는 것을 외면한 자들이었다. 추골탕과 전갈 검사의 등장과 죽음은 잘못된 힘의 사용이 불러올 수 있는 비극의 정점을 보여주는 예지몽이다. 그런 고뇌의 과정을 거친 주인공이기에 주먹대장의 활극이 단순한 싸움이 아닌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주먹대장은 하나의 캐릭터가 중심인 홍길동전보다는 청석골 두령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인 임꺽정에 가깝다. 요술소녀 란, 맨발장군, 학산선인, 마달평 등은 물론 이번 복간된 에피소드에서 제외되었으나 까꾸와 뚝쇠, 설화낭자 등 매력적인 캐릭터가 넘쳐난다. 심지어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와 기암절벽, 그리고 물보라 피우는 계곡 등 만화 속의 자연마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또 하나의 캐릭터로 살아 숨 쉰다. 눈보라와 비바람을 일으키는 마귀 할멈의 요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하늘나라의 선녀였으나 괴호로 나타난 황백호의 변화무쌍한 신통력이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얼
빈 태생의 작가가 그림 속에 담아낸 북방의 신비한 정서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방영진 선생님이 1962년부터 삼 년간 발표한 『약동이와 영팔이』는 시골 일등중학교에 전학 온 영팔이와 그와 친해진 약동이가 홀쭉이와 뚱뚱이라는 친구와 함께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겪는 명랑청춘 학원만화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여학생 교실과 남학생 교실을 가른 시골 중학교의 운동장, 필요한 물건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흥정하는 장날의 풍경, 학교에 나무가 적어 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나무를 구해오고 심는 모습 등 60년대 시골 학교생활의 정경은 자연스럽게 70년대를 풍미했던 청소년 영화 ‘고교얄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만화적인 재미를 위해 인물들의 행동에 과장이나 희화화가 섞이긴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재미나는 풍속화를 엿보는 기분이 든다. 특히 서울로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모습이나 시험을 치러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학생활을 하는 이들의 노력은 홀쭉이의 눈물 나는 마라톤 질주만큼이나 찡한 감동코드의 일부를 이룬다.
오십 년을 견뎌내는 이 만화의 유머와 재치 있는 이야기 전개는 감탄스러울 정도다. 구두쇠인 영팔이 아버지에게 서울 고교진학을 허락받기 위해서 혹은 신문구독료를 내지 않는 동네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이들이 발휘하는 기지와 수완은 잘 만든 드라마의 각본을 보는 듯한 재미를 안겨준다. 부모님에서부터 운동부 선배들까지 인상적인 캐릭터가 많지만, 똑똑하며 모범적인 약동이보다는 어리숙해도 인간미 넘치는 영팔이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림체만 본다면 어린 학생들이 습작기에 그린 것처럼 엉성한 명랑만화체에, 말풍선에 그려진 대사마저 식자가 아닌 손글씨로 쓰여 요즘 만화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겐 외면 받을 여지가 많다. 비록 나의 추천에 개인적인 사심이 가득하긴 하나, 이 책들에 함께 수록된 헌사와 추억의 글들을 함께 읽는다면 돌려받은 걸작의 귀환이 보물상자처럼 고마운 이들이 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