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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흙을 만지고 채소를 가꾸면서 자연에 깃들어 사는 자신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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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6 01:06 조회 7,14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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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서울 전동중 국어교사

몇 해 전 주택으로 이사를 한 후 옥상에 텃밭을 가꾸어 왔다. 옥상 텃밭은 이랑이니 고랑이니 나눌 것도 없이 옥상 한 면의 가장자리를 막아 화단처럼 만들어 놓은 모양새다. 우리가 이사 가기 전에 살던 분이 살뜰하게 일구어 놓은 옥상 텃밭은 해마다 상추, 쑥갓, 겨자채 같은 잎줄기채소와 토마토, 가지, 고추 같은 열매채소를 귀하게 키워서 내주곤 한다. 특별히 거름을 하지 않는데도 모종을 심어두면 어김없이 푸릇푸릇하고 향기 짙은 이파리와 달큰하고 튼실한 열매를 주는 텃밭이 그저 고맙기만 했는데 최근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옥상이라지만 앞뒤 건물의 그늘 때문에 봄이 한참 깊어진 후에야 모종을 낸다. 호미로 흙을 파헤치면 하얗게 탈색된 조개껍데기며 미처 분해되지 않은 달걀껍질,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마른 덩어리가 보이곤 한다. 이런 쓰레기를 왜 분리수거하지 않고 흙 속에 묻어두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전에 살던 분이 옥상의 흙 속에 묻어놓은 이 ‘음식물 쓰레기’가 흙더미를 건강하게 만들고 채소를 쑥쑥 키우는 거름이 되었단다.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처치가 곤란한 음식물 쓰레기가 별다른 화학적 또는 기계적 조치 없이도 훌륭한 거름이 된다는 것은 두엄더미가 있는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람은 물론 가축도 먹기 어려운 음식물 찌꺼기는 마당 한 편 비를 맞지 않게 갈무리한 두엄더미 위에서 콤콤한 냄새를 풍기며 거름으로 곰삭아 갔다. 흙을 밟지 못하는 도시생활을 하면서 잊고 지내던 농사일에 대한 기억이 『열네 살 농부 되어보기』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 책은 ‘청소년 농부 프로젝트’의 교과서다. ‘청소년 농부 프로젝트’란 ‘흙의 고마움을 알고, 나눔을 아는, 그래서 행복한 청소년’을 목표로 지방의 한 자치단체가 준비한 1318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농사 경험이 없는 청소년이 보고 배울 마땅한 책이 없어서 뜻을 모아 만들었다는 이 책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청소년뿐 아니라 농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펼쳐 볼 만한 책이다. 채소를 기르는 기본이 되는 흙과 비료의 성질, 작물의 특성을 알기 쉬운 설명과 친절한 말투로 또박또박 일러주어 실제로 밭을 일구고 텃밭에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내고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이 든다. 오랫동안 농사와 관련 있는 일을 해 왔던 저자들의 실제 체험이 글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1부에서는 흙에 관한 이야기로 흙의 성질과 그 흙에서 식물이 어떤 방식으로 양분을 흡수하며 자라는지 일러준다. 또 겉흙이 왜 중요한지, 흙입자의 비율에 따라 흙의 성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흙의 성질이나 흙의 구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보다 좋은 흙은 어떻게 구별하는지 등을 초보 농사꾼에게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우리나라 흙의 성질을 알면 우리 땅에서 자란 산삼이 훨씬 비옥하고 넓은 땅에서 난 미국의 산삼보다 왜 더 많은 약효를 가지는지도 알게 된다. 2부에서는 무기질 비료를 너무 많이 뿌려서 땅심을 잃어가는 우리의 땅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유기물 비료를 사용하는 유기농을 권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유기농의 정의와 목적, 의미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아울러 땅속 생물들이 하는 일뿐 아니라 처치 곤란한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하여 퇴비를 만드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가장 많은 쪽을 차지하는 3부는 1·2부의 기초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습편 ‘텃밭을 시작하다’이다. 우리 아이들이 텃밭에 가서 직접 흙을 갈고 씨를 뿌리고 작물을 가꾸고 거둘 때 필요한 텃밭 농사의 모든 것을 담은 3부는 작물별 심는 시기부터 텃밭 예절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어 초보 농사꾼들이 ‘어디 한번 시작해 볼까?’ 하는 용기를 내게 한다. 부모님을 따라 주말농장에 다니다가 직접 농사를 시작했다는 16세 농부의 단순한 일러스트는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점심 급식시간이면 채소 반찬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급식뿐 아니라 외식이나 집밥도 마찬가지로 영양소의 균형을 고려하여 준비한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고 채소에는 손을 대지 않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 학교에 또는 우리 집 베란다나 옥상에 채소를 가꾸어 보는 경험은 아이들의 입맛부터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집 옥상 텃밭에 물주기를 맡은 큰 아이는 흙이 마를세라 물을 주면서 가꾼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그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자랑하곤 한다. 가지모종과 고추모종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이가 지지대를 세워 바람에 넘어가지 않게 묶어줄 줄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잎채소를 뜯어다 만든 채소겉절이며 쇠어버리기 전에 쪄서 무친 가지나물을 맛나게 먹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채소를 가꾸면서 자연에 깃들어 사는 자연의 일부인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래서 자연과 사람이 굳게 연결 되어 있음을 확인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환경 문제까지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흙의 성질, 각각 다른 비료의 특징과 만드는 법, 시기별 채소 기르기까지 풍성한 정보를 재미있는 그림과 알기 쉬운 설명으로 풀어내고 있어 농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늘 가까이 두고 들여다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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