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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5 23:56 조회 5,90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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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 오는 듯해도 봄은 왔다. 이제 움츠렸던 꽃망울들이 한껏 자태를 뽐낼 것이다. 2~3월에 나온 청소년 신간도 꽃샘추위만큼 움츠려 있었다. 지난달에 문학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밀렸던 이장근 청소년 시집 『나는 지금 꽃이다』(푸른책들)가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좋겠다는 이유로 이번 달에 다시 논의될 정도로 시집은 빈곤하다. 잊혀 가는 우리 것이 유려한 필체로 전개되고 시와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주는 김열규 선생님의 『이젠 없는 것들』(문학과지성사)은 욕심이 났지만 청소년 인문분과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고, 고학년 문고로 운문체 소설이라 표현한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탕하 라이, 한림출판사)는 흔히 만날 수 없는 서사시로 수준이 꽤 높았지만 어린이 문학분과의 차지여서 안타까웠다. 『김수영의 연인』(김현경, 책읽는오두막)은 ‘깊게 읽기’로 논의되기도 했으나 여러모로 약해 결국 선정되지 못했다. 『72시간』(킴 캐빈, 사치창조)은 반려견 이야기로 아직은 우리 정서상 공감대가 약하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청소년 걸작선시리즈 『컨닝 X파일』(크리스틴 부처, 미래인)의 경우는 가벼운 표지, 조잡한 그림, 어설프게 학습과 연결시키는 편집 등 청소년의 구미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지나치면 좋은 내용의 책도 그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나는 지금 꽃이다
이장근 지음|푸른책들|118쪽|2013.03.05|9,800원|중학생|한국|시

시가 주는 울림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경험하게 하고 싶은 교사는 아이들 일상과 동떨어진 교과서 시가 난감하다. 시대가 달라 고민이 다른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를 공부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청소년 시집이라는 이름을 걸고 현직교사가 쓴 이 시집을 읽히고 싶다. 자작시로 국어 수업을 연다는 시인의 시들은 온통 아이들의 이야기다. 이 시를 읽히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수업에 활용한다는 1부의 시는 의도적이라 문학적 완성도가 떨어지고, 2부의 시들 중에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시인의 감정이 정돈되지 않고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생생하게 시의 이론을 알게 하고 아이들도 모를 수 있는 복잡한 심리가 아이들의 용어로 표현된 시들이 마음을 붙잡는다. 망설임을 접고 아이들에게 이 시집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과 느낌을 담아 운율이 있게 표현하는 글이 시임을 알게 해주고 사소한 일상이 시가 되어 나타나면 아름답고 의미 있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서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란 없음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마리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김수진 옮김|문학동네|374쪽|2013.02.27|13,000원|중학생|스페인|소설

날마다 기숙사를 빠져나와 자유를 만끽하는 15살 소년 오스카르는 어느 날 어둡고 안개 자욱한 70년대 바르셀로나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고택에 들어가고, 그곳에 살고 있는 소녀 마리나와 친구가 된다. 둘은 묘지에서 신비한 여인을 발견하고 장난처럼 뒤를 쫓다 숨겨진 온실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뒤틀린 인체 사진들과 괴기스런 꼭두각시, 정체 모를 사체의 악취 등이 등장하며 미스터리한 모험이 시작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오싹하고 위험천만한 모험의 중심에 가슴 아린 사랑과 이별을 녹여 넣은 것에 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되돌리려는 의사, 사별의 아픔에 무기력해진 남자, 사랑하는 이의 생환을 막아야 하는 여인,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소녀 등. 인물 모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직면한다. 이별을 대하는 이들의 말과 행동은 첫사랑 마리나를 죽음에게 빼앗겨버린 오스카르 앞에 다다르며 퍼즐처럼 맞춰진다. 작가는 이 세상의 이별이 아름다운 이유는 되돌릴 수 없다는 상실감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거기서 태어난 애틋함으로 희미해져가는 기억의 빈자리를 아름답게 채워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일규 서울 단대부중 국어교사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미카엘 엥스트룀 지음|정지인 옮김|낭기열라|336쪽|2013.02.15|12,000원|중학생|스웨덴|소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집을 나간 엄마, ‘외로움이라는 뱀’과 함께 살아가는 어린 미크는 더 이상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아버지와 격리되어 스톡홀름을 떠나 스웨덴 북부 고모에게 간다. 미크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이해가 안 가는 것투성이다. 술을 마시면서 정신을 잃어가는 아버지, 아이들이 놀릴 것을 생각 못하고 자신의 귀를 지적하는 선생님, 법규와 규칙을 들먹이기만 하는 복지국 직원들, 결국은 자신을 떠난 토니 형. 하지만 미크는 이해하려고 애쓰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은 그런 미크가 또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고 미크 역시 그들을 품으며 서로에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긴 겨울과 얼어붙은 강은 우울한 감정도 주지만 인생을 사색하게 만든다. 다들 부러워하는 복지제도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인생이란 이렇게 여러 면이 있는데 중요한 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때 그나마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예담|360쪽|2013.02.07|13,000원|중학생|일본|소설

청소년 상담사로도 활동하며 왕따 전문 작가로 불리는 시게마츠 기요시. 이번엔 자살 학생의 부모와 주변인에 대해 펜을 들었다. 방에 틀어박혀 2주 만에 썼다는 이 책은 유가족과 방관자의 내면을 20여 년에 걸쳐 자세히 보여준다. 정작 가해자와 피해자의 마음은 어떤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왕따를 보고도 그냥 모른 척하는 보통 사람의 무딘 마음에 ‘이래도 죄책감을 안 느낄래?’라고 집요히 묻는다. 이 소설에 나타나는 삶의 이면들이 무겁고 복잡해서 어질어질하다. 제목처럼 반 아이의 죽음은 어른이 되어서도 평생 지고 가야 하는 짐이 된다. 특히 가족한테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지나치게 십자가를 짊어지는 모습에 거부감도 느껴진다. 훌훌 털고 일어나야 되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다. 유서에 괜한 사람의 이름을 남긴 학생을 탓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이 책은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한다. 자살률 1위라는 우리나라엔 이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자살은 한번 왁자지껄하고 사라지는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보여준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박일원 지음|블루엘리펀트|220쪽|2013.02.14|12,000원|중・고등학생|한국|에세이

KBS 통신원과 복지단체 일을 하며 생활 속에서 알게 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5년간의 이야기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지은이가 호주의 작은 산골마을, 쿠링가이에서 살면서 느낀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와 소외계층을 향한 이웃들의 배려와 따뜻한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학교 때 3년 내내 동네 형의 등을 빌려 통학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한 저자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신에게 건강을 부탁했지만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신은 자신에게 허약함을 주었다 말한다. 요즘은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수많은 책, 영상물, 웹페이지 등에서 끊임없이 히어링hearing하게 된다. 마치 쇼프로그램을 보거나 유명인의 강연을 듣는 것만으로도 치유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과 몸의 치유는 외부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사랑하면 절망의 순간에도 행복은 찾아올 것이다.
한아름 인천 소래도서관 사서


피그보이
비키 그랜트 지음|이도영 옮김|미래인|124쪽|2013.02.20|8,800원|중학생|캐나다|소설

얇다! 재미있다! 이 중에서 어떤 게 더 청소년 독자들의 관심을 끌까?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는 건 한 살 더 먹으면 되는 일이고 학년이 하나 올라가는 것뿐인데도 차이는 엄청나게 난다. 책이 어려워지고 두꺼워지는 일도 그중 하나. 마음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맞춤한 책이다. ‘나’는 열네 살, 키가 작고 삐쩍 마르고 뻐드렁니에 콜라병 두께의 안경을 썼지만, 이름이 가장 최악이다. 호그(hog, 돼지)라는 이름 탓에 ‘따’를 당하지만, 농장체험학습 사건 이후로 ‘나’는 영웅이 된다. 지은이는 짧은 이야기를 17장으로 나누고 시간대별로 서술해서, 이야기는 쉽다. 또, 전작 『불량엄마 납치사건』과 『불량엄마 굴욕사건』처럼, 지은이의 유쾌한 유머와 위트는 여전해서 독자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온몸에 농장 거름을 뒤집어쓰고 낡은 팬티를 입고 여자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뛰어다니는 호그의 모습에 웃다 보면 책 읽기는 벌써 끝. 물론 ‘나’의 이름에 대한 고민과 짜증도 끝났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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