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함께 나누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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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02 19:53 조회 5,965회 댓글 0건본문
이수종 서울 상인중 과학교사
1996년에 발간된 제레미 리프킨의 『생명권 정치학』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리프킨의 책은 1985년에 『엔트로피』를 읽은 바 있어서 그를 내심 존경하고 있던 터였다. 『엔트로피』는 자연과학을 이용해서 문명을 해석했는데, 『생명권 정치학』은 인클로저 운동이라는 관점으로 토지사유화에서 전파자 사유화에 이르기까지 자본이 민중을 어떻게 속박해 왔고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함부로 다루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이런 선구적인 저작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공유하는 모든 것』이 출판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시민네트워크인 ‘On the Commons’에서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해 온 지은이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공유지를 주제로 쓴 글을 엮었으며 다양한 실제 사례를 담고 있다.
공유지(재)란 무엇인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공유지는 맑은 공기부터 야생동물 보호 구역까지, 그리고 사법제도에서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에게 속하는 귀중한 자산을 말한다. 어떤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한 것이고, 또 다른 것은 독창적인 인간 협력의 산물이다. 공유지 중 어떤 것들은 위키피디아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도 하며, 세상 모든 언어에 있는 다채로운 낱말이나 명언처럼 아주 오래된 것도 있다.”
공유재는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비공식적인 규칙과 규모로 운영된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려고 자격증을 딸 필요는 없다. 둘째로, 공유재는 대체로 무료이고 광고할 필요가 없다. 마을에서 아이들은 놀이터를 귀신같이 찾아낸다. 셋째, 공유재는 운 좋게 우연히 발견되는 자원이다. 리눅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사람들에게 제공되며 무료로 자기의 시간과 재능을 제공하는 협력자들의 비공식 네트워크를 만들어 낸다. 넷째, 공유재는 문화를 꽃피우게 한다. 상표등록이 된 맥도날드의 메뉴명과 달리 중국식당의 메뉴는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된다. 짜장면, 짬뽕을 비롯해서 쟁반짜장이나 누룽지탕은 그 이름에 저작권이 없으며 다양한 이름은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거에는 화폐경제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유지를 유지하는 것은 현명했을 수도 있으나 지금과 같이 재화나 행동이 경제화된 상황에서 공유지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여기서 쟁점은 공유지의 개념을 유지하면서 어디까지 시장화를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결론은 적정한 규모로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합정역 근처에 거대한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고 그 지하에 다국적 기업의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그 근처에는 망원시장이 있으며, 조금 더 가면 월드컵경기장에 대형마트가 또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 같은 브랜드의 슈퍼도 있다. 두 개의 대형마트 사이에 있는 망원시장에 손님이 끊기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왜 있는지 의문이다.
대형마트는 주차장도 갖추고 다양한 점포가 들어서 있어 쇼핑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대형마트에서 행해지는 것들은 거의 모든 것이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이들이 그곳에서 놀 수도 없으며, 이곳저곳 다니면서 구경을 하면서 사람들과 만나는 기쁨도 단절된다. 시장 사람들은 자영업자이며 스스로 팔 물건을 개발하거나 기획하는 자족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지시하는 방향대로 일하는 임노동자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시장에서는 소규모 자산가가 탄생할 수 있으나, 대형마트에서는 절대로 가능성이 없다. 한 푼 두 푼 모아 자신이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거액을 학교나 고아원 등에 기부하는 할머니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우리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 낸 돈은 외국계 기업이기에 본국으로 송금된다. 그 돈은 우리보다 잘사는 그 기업의 본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일까?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시장이나 마을 앞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노인들은 한가롭게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아이들은 사방치기를 하는 모습을 경험해 보지 못한 지금 아이들이 자라서, 그나마 남은 공유지를 자본가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각성하도록 하는 데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