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청소년에게 권하는 그림책] 돈이 있어야 말을 하는 나라의 이야기 『낱말 공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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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30 16:46 조회 10,048회 댓글 0건본문
조의래 김해 덕정초 교사
돈이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는 나라의 이야기
지난 4월 마지막 주 목요일, ‘학교 밖 청소년’(매주 목요일 나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과 그림책 『낱말 공장 나라』를 읽었다. 이 책은 2010년 아침독서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추천한 책이다. 그림책을 보는 데에 따로 정해진 연령이 있겠냐만 이 책은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이해하기가 쉽고 오히려 청소년에게 더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낱말 공장 나라』는 돈을 주고 낱말을 사서 낱말을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는 나라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낱말 공장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말을 거의 할 수가 없다. 아주 비싼 낱말도 있는데 큰 부자가 아니고는 이런 낱말들을 자주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봄이 되어 낱말을 세일하면 한아름씩 사서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런 낱말들은 쓸데없는 말이 대부분이다. 가끔씩 바람을 타고 떠돌아다니는 낱말들도 있는데 아이들은 이때 곤충망을 들고 와서 이런 낱말들을 잡는다. 그리고는 저녁에 온 식구들 앞에서 잡아온 낱말을 말한다.
주인공 필리아스도 곤충망으로 낱말 세 개를 잡았다. ‘체리, 먼지, 의자’이다. 필리아스는 이 낱말을 가족들 앞에서 말하지 않고 아껴두었다가 사랑하는 시벨에게 말을 하려고 한다. 필리아스는 시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그런 말은 너무 비싸서 살 돈이 없다. 필리아스에게는 오스카라는 경쟁자가 있다. 오스카는 부잣집 아들이기 때문에 ‘사랑해, 결혼하자’라는 낱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필리아스는 그러지 못한다. 가진 것이라곤 고작 ‘체리, 먼지, 의자’라는 낱말밖에 없으니까.
오스카와 필리아스의 말을 듣고 시벨은 미소를 짓는다. 잠시 뒤 시벨은 필리아스에게 다가가서 볼에 입을 맞춘다. 그러자 필리아스는 아주 오래전에 어렵게 찾아서 중요한 순간을 위해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낱말을 꺼낸다. 드디어 그 낱말을 사용할 순간이 온 것이다. 필리아스는 시벨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한다.
나를 가르치는 아이들
여기까지 읽어주고는 책을 덮었다. 이제 그림책에는 한 낱말만이 남아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필리아스가 아주 오래전에 어렵게 찾아서 중요한 순간을 위해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낱말은 뭘까?
아이들에게 A4 종이를 한 장씩 나누어 주고 3등분해서 자르게 하였다. 그 중 한 종이에 ‘필리아스가 시벨에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낱말’을 적게 하였다.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좋도록 색연필로 큼직하게 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쓴 낱말은 ‘사랑해’, ‘콜’, ‘꽃’, ‘행복해’, ‘쪽’, ‘좋아’ 등인데 ‘나도’라는 말이 제일 많았다. 이유들도 다양했고 재미있었다. 그림책 작가는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읽어주었다. 마지막 낱말을 확인하자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종이에는 ‘만약 나에게 낱말이 딱 하나만 있다면 어떤 낱말을 가지고 싶은지’를 적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 행복, 고마움’ 등의 낱말을 많이 쓸 것이라 예상했는데 친구들이 쓴 낱말은 조금 달랐다.
맞아! 안녕 힘내! 함께해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그래! 함께 하자 밥 줘 그래
‘맞아’, ‘그래’처럼 다른 사람을 인정해주는 긍정의 낱말과 ‘함께하자’, ‘힘내’처럼 동참을 호소하고 용기를 주는 낱말이 눈에 띈다. 아이들의 이야기도 큰 감동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내가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른의 스승이란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학교 밖 아이들은 또래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했던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의 마음에 흐르고 있는 따뜻함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나를 가르치기에 충분하다.
두 번째 이야기를 마치자 한 친구가 말한다.
“다들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는 낱말인데 이 책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낱말이네요.”
이 친구는 그림을 유심히 본 친구다. 낱말 공장 나라에서 봄에 사람들에게 왕창 세일을 하는 낱말들이 있는데 그것은 ‘창의적인 사고능력 50% 세일’, ‘논리적인 사고능력 30% 세일’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강조하는 낱말이다.
마지막 남은 종이 한 장에 ‘지금은 중요한 낱말이라 여기면서 사용하고 있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낱말들을 적어’보려고 했는데 시간 부족으로 이야기를 나누질 못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책이었기에 청소년들이 읽어보길 권한다. 또한, 작가가 그림책을 통하여 말하려고 하는 주제 의식도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작가는 돈을 주고 낱말을 사서 낱말을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는 나라의 이야기를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소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림책 장면 곳곳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주제도 찾아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감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돈이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는 나라의 이야기
지난 4월 마지막 주 목요일, ‘학교 밖 청소년’(매주 목요일 나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과 그림책 『낱말 공장 나라』를 읽었다. 이 책은 2010년 아침독서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추천한 책이다. 그림책을 보는 데에 따로 정해진 연령이 있겠냐만 이 책은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이해하기가 쉽고 오히려 청소년에게 더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낱말 공장 나라』는 돈을 주고 낱말을 사서 낱말을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는 나라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낱말 공장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말을 거의 할 수가 없다. 아주 비싼 낱말도 있는데 큰 부자가 아니고는 이런 낱말들을 자주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봄이 되어 낱말을 세일하면 한아름씩 사서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런 낱말들은 쓸데없는 말이 대부분이다. 가끔씩 바람을 타고 떠돌아다니는 낱말들도 있는데 아이들은 이때 곤충망을 들고 와서 이런 낱말들을 잡는다. 그리고는 저녁에 온 식구들 앞에서 잡아온 낱말을 말한다.
주인공 필리아스도 곤충망으로 낱말 세 개를 잡았다. ‘체리, 먼지, 의자’이다. 필리아스는 이 낱말을 가족들 앞에서 말하지 않고 아껴두었다가 사랑하는 시벨에게 말을 하려고 한다. 필리아스는 시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그런 말은 너무 비싸서 살 돈이 없다. 필리아스에게는 오스카라는 경쟁자가 있다. 오스카는 부잣집 아들이기 때문에 ‘사랑해, 결혼하자’라는 낱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필리아스는 그러지 못한다. 가진 것이라곤 고작 ‘체리, 먼지, 의자’라는 낱말밖에 없으니까.
오스카와 필리아스의 말을 듣고 시벨은 미소를 짓는다. 잠시 뒤 시벨은 필리아스에게 다가가서 볼에 입을 맞춘다. 그러자 필리아스는 아주 오래전에 어렵게 찾아서 중요한 순간을 위해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낱말을 꺼낸다. 드디어 그 낱말을 사용할 순간이 온 것이다. 필리아스는 시벨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한다.
나를 가르치는 아이들
여기까지 읽어주고는 책을 덮었다. 이제 그림책에는 한 낱말만이 남아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필리아스가 아주 오래전에 어렵게 찾아서 중요한 순간을 위해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낱말은 뭘까?
아이들에게 A4 종이를 한 장씩 나누어 주고 3등분해서 자르게 하였다. 그 중 한 종이에 ‘필리아스가 시벨에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낱말’을 적게 하였다.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좋도록 색연필로 큼직하게 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쓴 낱말은 ‘사랑해’, ‘콜’, ‘꽃’, ‘행복해’, ‘쪽’, ‘좋아’ 등인데 ‘나도’라는 말이 제일 많았다. 이유들도 다양했고 재미있었다. 그림책 작가는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읽어주었다. 마지막 낱말을 확인하자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종이에는 ‘만약 나에게 낱말이 딱 하나만 있다면 어떤 낱말을 가지고 싶은지’를 적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 행복, 고마움’ 등의 낱말을 많이 쓸 것이라 예상했는데 친구들이 쓴 낱말은 조금 달랐다.
맞아! 안녕 힘내! 함께해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그래! 함께 하자 밥 줘 그래
‘맞아’, ‘그래’처럼 다른 사람을 인정해주는 긍정의 낱말과 ‘함께하자’, ‘힘내’처럼 동참을 호소하고 용기를 주는 낱말이 눈에 띈다. 아이들의 이야기도 큰 감동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내가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른의 스승이란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학교 밖 아이들은 또래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했던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의 마음에 흐르고 있는 따뜻함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나를 가르치기에 충분하다.
두 번째 이야기를 마치자 한 친구가 말한다.
“다들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는 낱말인데 이 책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낱말이네요.”
이 친구는 그림을 유심히 본 친구다. 낱말 공장 나라에서 봄에 사람들에게 왕창 세일을 하는 낱말들이 있는데 그것은 ‘창의적인 사고능력 50% 세일’, ‘논리적인 사고능력 30% 세일’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강조하는 낱말이다.
마지막 남은 종이 한 장에 ‘지금은 중요한 낱말이라 여기면서 사용하고 있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낱말들을 적어’보려고 했는데 시간 부족으로 이야기를 나누질 못했다.
이렇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책이었기에 청소년들이 읽어보길 권한다. 또한, 작가가 그림책을 통하여 말하려고 하는 주제 의식도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작가는 돈을 주고 낱말을 사서 낱말을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는 나라의 이야기를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소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림책 장면 곳곳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주제도 찾아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감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