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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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1-27 02:28 조회 6,580회 댓글 0건본문
추천도서 외에 출간된 책을 살펴보면, 시인이자 국어교사가 쓴 『과학실에서 읽은 시』(하상만, 실천문학사)는 시 속에 숨겨진 과학 상식을 감수성 어린 경험담과 엮어 풀어낸다. 그에 반해 시 배달 편지 『어느 하루 구름극장에서』(김선우 엮음, 실천문학사)는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 『파란 아이』(공선옥 외, 창비)는 가볍고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데 여러 작가의 작품이 실린 책은 편집자의 노력이 없으면 허술해지기 쉽다.
제목이 인상 깊은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조이스 캐롤 오츠, 비룡소)는 망설임 끝에 선정에서 제외됐다.
꾸준히 좋은 청소년소설을 선보이나 자주 소개하는 작가인 박정애의 『첫날밤 이야기』(단비) 또한 제외했다.
6.25를 다룬 『그 여름의 서울』(이현, 창비)은 뭔가 전하고 싶은 작가의 고민이 보이나 주제가 명확하지 않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안녕, 내 모든 것』(정이현, 창비)의 주인공은 십대지만 갑자기 이야기를 끝내버린 느낌이 강하다.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주니어브라운의 행성』(버지니아 해밀턴, 돌베개)은 난해하기만 하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28
정유정 지음|은행나무|496쪽|2013.06.16|14,5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방패로 써도 ‘2013년, 한국 문학의 자존심’이라는 신문광고와 발행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의 칭찬과 정여울 문학평론가의 해설까지… 유명한 책을 선택하는 일은 어려웠다. 게다가 청소년 문학도 아니었으니. 약 500쪽에 달하는 이야기는 “만약 소나 돼지가 아닌 반려동물, 이를테면 개와 인간 사이에 구제역보다 더 치명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 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494쪽)라는 작가의 말로 대신한다. 작가는 다섯 사람과 개 한 마리를 중심으로 한 다중시점의 구성과 정밀하고 섬세한 묘사로 독자를 책 안에 가둔 채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한다.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할 수 있다면, 질문을 깊게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 책은 독자에 따라 장르, 재난, 엔터테인먼트 소설로 혹은 순수 문학으로 나뉠 수 있다. 11전 12기로 문학을 전공하지 않고 공모전을 통해 작가가 된 이력이 신선하고 한편으로는 힘이 된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왕은철 옮김|현대문학|584쪽|2013.07.15|13,000원|고등학생|미국|소설
『연을 쫓는 아이』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부모 자식처럼 각별한 사이인 남매와 주변인들의 인생을 꼼꼼히 들여다본 책이다. 강렬하고 슬픈 우화로 시작하는 서두는 앞으로 남매의 운명을 예고하며 두꺼운 분량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남매의 계모 파르와나와 그녀의 언니 마수마 간의 애증, 와다티·닐라 부부와 하인 나비 삼촌의 삼각관계, 어릴 적 기억을 잃고 허한 마음으로 살다 노인이 된 파리, 자식 이름마저 파리라고 지은 압둘라의 심경과 딸의 속내 등은 우리 역사의 정서와 닮은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을 주 무대로 저마다 가까운 사람한테 품은 숨은 상처와 후회, 애정과 회복이 파노마라처럼 펼쳐진다. 스치듯 연결된 인연과 사연은 자손까지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드라마를 낳는다. 작가의 시선이 처연하면서 유장하고 부드럽다. 책의 제목처럼 인간의 인생을 지켜본 산이 아파하고 진동하는 느낌을 준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웬디 웰치 지음|허형은 옮김|책세상|440쪽|2013.07.05|14,800원|중・고등학생|미국|소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런데 그 행복의 요건은 사람마다 다르다. 지위, 명예, 돈을 행복으로 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의 웬디와 잭 부부는 행복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부부는 안정적인 직장도 도시의 편리한 생활도 버리고 한 탄광촌에 ‘책방’을 차린다. ‘타인의 살을 깎아 먹고 제 살을 깎아 먹는 삶’을 과감히 버린 것이다. 책방을 차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오년 만에 책과 사람이 함께 살아 숨 쉬게 된다. 이들 부부의 책방에는 세상 사람들의 사연이 즐비하다.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이야기다. 작가가 보여주는 책과 사람의 만남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귀결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부탄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부탄과 관련된 책들이 꽤 많이 나와 있다. 같이 읽어 보기를 권한다. 덧붙여 이 책은 매 장마다 격언으로 시작한다. 몇 줄 되지 않는 문구를 보고 꽤나 긴 시간 동안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될 것이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파워 클래식
정민 외 36명 지음|어수웅 엮음|민음사|296쪽|2013.06.21|13,000원|고등학생|한국|고전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 진부하다 느끼겠지만 목차를 훑어 보다 보면 강한 끌림에 책장을 넘기게 된다. 반전이다. 글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감동이 있다. 제목이 익숙한 고전을 찾아 펼치면 그 책을 읽었던 내 추억과 필자의 경험이 어우러져 묘한 흥분을 느끼게 한다. 제목도 낯선 고전이다 싶어도 내용을 알 것 같이 잘 쓰인 서평이 고전의 울림을 전해준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읽었던 고전의 거대함을 깨닫기도 했고, 막연하기만 했던 무거움의 실체가 이거였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고민한 이 시대의 지식인답게 고전이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풀어헤친 글이 당당하고 힘이 있어, 죽은 고전이 아니라 살아 팔딱거린다. 읽어내야만 하는 무거운 짐처럼 고전을 여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진정으로 이해한 많은 필자들의 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고민의 농축들을 풀어낸 고전의 진정한 무게와 의미를 알게 해 줄 것 같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프렌즈
신지영 지음|북멘토|192쪽|2013.06.18|12,000원|중학생|한국|소설
한자 友(벗 우)는 왼손을 나타내는 ‘屮’(왼손 좌)와 오른손을 나타내는 ‘又’(오른손 우)를 합친 글자이다. 손에 손을 마주잡고 서로 도우며 더불어 친하게 지낸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Friend의 옛 영어인 Freond는 ‘to love’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Lover의 의미가 된다. 곧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 텍스트 뜻대로 ‘친구’가 된다면 십대들의 최고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을 텐데. 글자 그대로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 중2도 무서운 게 있으니 같은 중2, 바로 또래 친구들이다. 친구들의 입김으로 그들도 좌지우지 되니 또래집단의 위엄이란 실로 대.다.나.다(대단하다). 우리는 이 『프렌즈』를 읽으면서 여섯 명의 주인공이 맺는 친구와 그 관계 속에서 ‘나’의 내면과 ‘너’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누군가가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다. 관계 맺기의 첫 걸음을 함께 걸어보자. 한아름 인천 서창도서관 사서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윤성근 편저|큐리어스|232쪽|2013.07.15|12,500원|고등학생|한국|에세이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책을 만날 수 있는 시대에, 헌책을 다룬 에세이라니. 한쪽엔 헌책 속에 적힌 메모, 다른 한쪽엔 이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반복하는 밋밋한 구성이다. 허나 놀랍게도 다음 장을 쉽게 넘길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길수록 책들 자체의 매력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속에 오롯이 담겨 있는 메모들이 제목 그대로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수줍은 짝사랑의 고백, 실연의 아픔, 우정의 맹세, 시대에 대한 고민 등 꾹꾹 눌러쓴 글들은 때론 따스하고, 두근거리고, ‘오글’거리며, 뼈 있는 일침으로 독자를 사색케 한다. 메모의 주인공들은 80, 90년대의 청춘들이다. 성인들에겐 추억일 수 있지만 곧 준비 없이 세상과 부딪쳐 나갈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이 기록들은 용기와 지표일 수 있다. 9월은 바람 부는 계절이다. 참고서의 짧은 지문 속에 허덕이는 눈을 잠시 돌려 마음 가는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책에 적는 글은 남에게 드러냄이 아닌 나를 향한 고백이다. 이제, 저들처럼 펜을 들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자. 양일규 서울 단대부중 국어교사
제목이 인상 깊은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조이스 캐롤 오츠, 비룡소)는 망설임 끝에 선정에서 제외됐다.
꾸준히 좋은 청소년소설을 선보이나 자주 소개하는 작가인 박정애의 『첫날밤 이야기』(단비) 또한 제외했다.
6.25를 다룬 『그 여름의 서울』(이현, 창비)은 뭔가 전하고 싶은 작가의 고민이 보이나 주제가 명확하지 않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안녕, 내 모든 것』(정이현, 창비)의 주인공은 십대지만 갑자기 이야기를 끝내버린 느낌이 강하다.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주니어브라운의 행성』(버지니아 해밀턴, 돌베개)은 난해하기만 하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28
정유정 지음|은행나무|496쪽|2013.06.16|14,5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방패로 써도 ‘2013년, 한국 문학의 자존심’이라는 신문광고와 발행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의 칭찬과 정여울 문학평론가의 해설까지… 유명한 책을 선택하는 일은 어려웠다. 게다가 청소년 문학도 아니었으니. 약 500쪽에 달하는 이야기는 “만약 소나 돼지가 아닌 반려동물, 이를테면 개와 인간 사이에 구제역보다 더 치명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 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494쪽)라는 작가의 말로 대신한다. 작가는 다섯 사람과 개 한 마리를 중심으로 한 다중시점의 구성과 정밀하고 섬세한 묘사로 독자를 책 안에 가둔 채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한다.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할 수 있다면, 질문을 깊게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 책은 독자에 따라 장르, 재난, 엔터테인먼트 소설로 혹은 순수 문학으로 나뉠 수 있다. 11전 12기로 문학을 전공하지 않고 공모전을 통해 작가가 된 이력이 신선하고 한편으로는 힘이 된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왕은철 옮김|현대문학|584쪽|2013.07.15|13,000원|고등학생|미국|소설
『연을 쫓는 아이』의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부모 자식처럼 각별한 사이인 남매와 주변인들의 인생을 꼼꼼히 들여다본 책이다. 강렬하고 슬픈 우화로 시작하는 서두는 앞으로 남매의 운명을 예고하며 두꺼운 분량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남매의 계모 파르와나와 그녀의 언니 마수마 간의 애증, 와다티·닐라 부부와 하인 나비 삼촌의 삼각관계, 어릴 적 기억을 잃고 허한 마음으로 살다 노인이 된 파리, 자식 이름마저 파리라고 지은 압둘라의 심경과 딸의 속내 등은 우리 역사의 정서와 닮은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을 주 무대로 저마다 가까운 사람한테 품은 숨은 상처와 후회, 애정과 회복이 파노마라처럼 펼쳐진다. 스치듯 연결된 인연과 사연은 자손까지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드라마를 낳는다. 작가의 시선이 처연하면서 유장하고 부드럽다. 책의 제목처럼 인간의 인생을 지켜본 산이 아파하고 진동하는 느낌을 준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웬디 웰치 지음|허형은 옮김|책세상|440쪽|2013.07.05|14,800원|중・고등학생|미국|소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런데 그 행복의 요건은 사람마다 다르다. 지위, 명예, 돈을 행복으로 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의 웬디와 잭 부부는 행복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부부는 안정적인 직장도 도시의 편리한 생활도 버리고 한 탄광촌에 ‘책방’을 차린다. ‘타인의 살을 깎아 먹고 제 살을 깎아 먹는 삶’을 과감히 버린 것이다. 책방을 차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오년 만에 책과 사람이 함께 살아 숨 쉬게 된다. 이들 부부의 책방에는 세상 사람들의 사연이 즐비하다. 이 소설은 작가의 실제 이야기다. 작가가 보여주는 책과 사람의 만남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귀결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부탄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부탄과 관련된 책들이 꽤 많이 나와 있다. 같이 읽어 보기를 권한다. 덧붙여 이 책은 매 장마다 격언으로 시작한다. 몇 줄 되지 않는 문구를 보고 꽤나 긴 시간 동안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될 것이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파워 클래식
정민 외 36명 지음|어수웅 엮음|민음사|296쪽|2013.06.21|13,000원|고등학생|한국|고전
‘우리 시대 지식인 101명이 뽑은 인생을 바꾼 고전’. 진부하다 느끼겠지만 목차를 훑어 보다 보면 강한 끌림에 책장을 넘기게 된다. 반전이다. 글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감동이 있다. 제목이 익숙한 고전을 찾아 펼치면 그 책을 읽었던 내 추억과 필자의 경험이 어우러져 묘한 흥분을 느끼게 한다. 제목도 낯선 고전이다 싶어도 내용을 알 것 같이 잘 쓰인 서평이 고전의 울림을 전해준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읽었던 고전의 거대함을 깨닫기도 했고, 막연하기만 했던 무거움의 실체가 이거였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각자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고민한 이 시대의 지식인답게 고전이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풀어헤친 글이 당당하고 힘이 있어, 죽은 고전이 아니라 살아 팔딱거린다. 읽어내야만 하는 무거운 짐처럼 고전을 여기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진정으로 이해한 많은 필자들의 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고민의 농축들을 풀어낸 고전의 진정한 무게와 의미를 알게 해 줄 것 같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프렌즈
신지영 지음|북멘토|192쪽|2013.06.18|12,000원|중학생|한국|소설
한자 友(벗 우)는 왼손을 나타내는 ‘屮’(왼손 좌)와 오른손을 나타내는 ‘又’(오른손 우)를 합친 글자이다. 손에 손을 마주잡고 서로 도우며 더불어 친하게 지낸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Friend의 옛 영어인 Freond는 ‘to love’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Lover의 의미가 된다. 곧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 텍스트 뜻대로 ‘친구’가 된다면 십대들의 최고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을 텐데. 글자 그대로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 중2도 무서운 게 있으니 같은 중2, 바로 또래 친구들이다. 친구들의 입김으로 그들도 좌지우지 되니 또래집단의 위엄이란 실로 대.다.나.다(대단하다). 우리는 이 『프렌즈』를 읽으면서 여섯 명의 주인공이 맺는 친구와 그 관계 속에서 ‘나’의 내면과 ‘너’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누군가가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다. 관계 맺기의 첫 걸음을 함께 걸어보자. 한아름 인천 서창도서관 사서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윤성근 편저|큐리어스|232쪽|2013.07.15|12,500원|고등학생|한국|에세이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책을 만날 수 있는 시대에, 헌책을 다룬 에세이라니. 한쪽엔 헌책 속에 적힌 메모, 다른 한쪽엔 이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반복하는 밋밋한 구성이다. 허나 놀랍게도 다음 장을 쉽게 넘길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길수록 책들 자체의 매력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속에 오롯이 담겨 있는 메모들이 제목 그대로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수줍은 짝사랑의 고백, 실연의 아픔, 우정의 맹세, 시대에 대한 고민 등 꾹꾹 눌러쓴 글들은 때론 따스하고, 두근거리고, ‘오글’거리며, 뼈 있는 일침으로 독자를 사색케 한다. 메모의 주인공들은 80, 90년대의 청춘들이다. 성인들에겐 추억일 수 있지만 곧 준비 없이 세상과 부딪쳐 나갈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이 기록들은 용기와 지표일 수 있다. 9월은 바람 부는 계절이다. 참고서의 짧은 지문 속에 허덕이는 눈을 잠시 돌려 마음 가는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책에 적는 글은 남에게 드러냄이 아닌 나를 향한 고백이다. 이제, 저들처럼 펜을 들고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자. 양일규 서울 단대부중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