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동서고금을 환히 비춘 최고의 스테디셀러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27 22:02 조회 5,781회 댓글 0건본문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
『동의보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해지고 있는 책이다. 광해군의 명으로 1613년 처음 간행된 이후 동서고금을 통틀어 외국에서 가장 많이 찍힌 책이며, 2009년에는 의학책 부문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소설을 통해 허준이 『동의보감』을 썼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동의보감』이 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최고의 책으로 인정받는지 그 까닭은 잘 모른다. 드라마나 소설은 허준이 유의태에게 의술을 배웠다거나, 해부한 후 의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는 등 허구적인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허준의 인간적인 면모를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허준과 『동의보감』을 비롯해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미 상당한 궤도에 올라 있었던 우리 한의학사에 대한 진실을 오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믿을만한 읽을거리가 필요하다.
허준은 내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조금 우스갯소리로 허준이 서른이 될 때까지는 남자이고, 아버지가 ‘용천부사’라는 관직을 지냈으며, 서자로 태어났다는 것만이 정확한 사실이라고 한다. 이 책의 지은이인 신동원 교수는 오랜 기간 한국의 과학사, 특히 의학사를 연구하며 『조선 사람 허준』,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한국 과학사 이야기』 등 많은 책을 집필한 학자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유명세에 비해 베일에 가려졌던 허준의 진짜 삶을 조선시대 의원의 신분, 의원이 되는 길, 의료 기관, 의학 서적 등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 가며 수수께끼 풀듯 좇는다. 허준의 삶을 유추해 가며 자연스레 『동의보감』의 특징과 한의학의 역사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당시 머리말을 썼다는 이정구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동의보감』은 실로 동서고금을 환히 비출 만한 것이었다. 우선 2천여 가지의 병 증상에 1,400종의 약물, 4천여 가지 처방과 수백 가지의 양생법 및 침구법을 수록한 25권의 방대한 책이라는 점, 고도로 발달된 독창적 분류 체계를 이용하여 정리한 점, 병의 치료에 앞서 예방을 강조한 점 등이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약재의 90% 이상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국산으로 대체하고 그 이름을 한글로 적어 넣은 점, 생산지, 채취 시기, 가공법까지 적어 놓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 한 첩에 들어가는 약재의 수를 줄여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 준 점 등 그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획기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지은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양생’이다.
인간의 몸은 대자연을 본받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따라 올바
르게 살면 기운이 북돋아 오래 살고 병들지 않는다.
–『동의보감』, 「내경편」 중
‘양생’이란 병들지 않도록 조심하고 몸을 수양하는 것으로, 허준은 평소 대자연의 원칙에 입각해서 검소하고 경건한 생활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였다. 『동의보감』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전해 오던 의학 서적들을 집대성한 ‘의학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이를 두고 허준이 ‘거인들의 무등’에 올라탔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허준은 여기에 몸과 자연, 우주를 하나로 잇는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것이다.
허준과 『동의보감』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지은이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나 허준이 오만한 의원이었다는 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의 의서를 단순히 베낀 것에 불과하다거나, 번잡하고 중복된 부분이 많아 이용하기에 불편하다는 것 등 정작 『동의보감』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균형 있는 비행은 좌우 양 날개가 있어야 가능하듯이 이 책의 목적이 『동의보감』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 데 있다면 비판적인 의견도 실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의문점들은 『동의보감』이 현재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최고의 스테디셀러라는 사실만으로도 말끔히 해소되지만 말이다.
『동의보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해지고 있는 책이다. 광해군의 명으로 1613년 처음 간행된 이후 동서고금을 통틀어 외국에서 가장 많이 찍힌 책이며, 2009년에는 의학책 부문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소설을 통해 허준이 『동의보감』을 썼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동의보감』이 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최고의 책으로 인정받는지 그 까닭은 잘 모른다. 드라마나 소설은 허준이 유의태에게 의술을 배웠다거나, 해부한 후 의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는 등 허구적인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허준의 인간적인 면모를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허준과 『동의보감』을 비롯해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미 상당한 궤도에 올라 있었던 우리 한의학사에 대한 진실을 오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믿을만한 읽을거리가 필요하다.
허준은 내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조금 우스갯소리로 허준이 서른이 될 때까지는 남자이고, 아버지가 ‘용천부사’라는 관직을 지냈으며, 서자로 태어났다는 것만이 정확한 사실이라고 한다. 이 책의 지은이인 신동원 교수는 오랜 기간 한국의 과학사, 특히 의학사를 연구하며 『조선 사람 허준』,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한국 과학사 이야기』 등 많은 책을 집필한 학자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유명세에 비해 베일에 가려졌던 허준의 진짜 삶을 조선시대 의원의 신분, 의원이 되는 길, 의료 기관, 의학 서적 등을 통해 하나하나 짚어 가며 수수께끼 풀듯 좇는다. 허준의 삶을 유추해 가며 자연스레 『동의보감』의 특징과 한의학의 역사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당시 머리말을 썼다는 이정구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동의보감』은 실로 동서고금을 환히 비출 만한 것이었다. 우선 2천여 가지의 병 증상에 1,400종의 약물, 4천여 가지 처방과 수백 가지의 양생법 및 침구법을 수록한 25권의 방대한 책이라는 점, 고도로 발달된 독창적 분류 체계를 이용하여 정리한 점, 병의 치료에 앞서 예방을 강조한 점 등이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약재의 90% 이상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국산으로 대체하고 그 이름을 한글로 적어 넣은 점, 생산지, 채취 시기, 가공법까지 적어 놓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 한 첩에 들어가는 약재의 수를 줄여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 준 점 등 그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획기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지은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양생’이다.
인간의 몸은 대자연을 본받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따라 올바
르게 살면 기운이 북돋아 오래 살고 병들지 않는다.
–『동의보감』, 「내경편」 중
‘양생’이란 병들지 않도록 조심하고 몸을 수양하는 것으로, 허준은 평소 대자연의 원칙에 입각해서 검소하고 경건한 생활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였다. 『동의보감』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전해 오던 의학 서적들을 집대성한 ‘의학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이를 두고 허준이 ‘거인들의 무등’에 올라탔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허준은 여기에 몸과 자연, 우주를 하나로 잇는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것이다.
허준과 『동의보감』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지은이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나 허준이 오만한 의원이었다는 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의 의서를 단순히 베낀 것에 불과하다거나, 번잡하고 중복된 부분이 많아 이용하기에 불편하다는 것 등 정작 『동의보감』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균형 있는 비행은 좌우 양 날개가 있어야 가능하듯이 이 책의 목적이 『동의보감』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 데 있다면 비판적인 의견도 실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의문점들은 『동의보감』이 현재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최고의 스테디셀러라는 사실만으로도 말끔히 해소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