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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오늘의 청소년책 북토크] 다른 시간을 사는 나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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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0-05 11:18 조회 1,32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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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을 사는

나를 만났습니다


고정원, 김윤나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왕현주 미림여자정보과학고 1학년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를 만나 ‘내면 아이’를 마주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함께 보았다. 타입 슬립을 소재로 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중점으로, 『노을 건너기』 등 비슷한 소재를 다룬 소설을 두루 살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 주인공 은유가 또 다른 세계에 사는 은유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체통 때문이었다. 드라마 <시그널>과 영화 <동감>에서는 무전기가, 드라마 <나인>에서는 향초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는 우물을 통해 이동이 이뤄진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에서 어떤 장치가 쓰일까? 북토크를 하며 우리도 그런 도구를 갖고 싶다는 말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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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고정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2016년 은유가 쓴 편지가 1982년 또 다른 은유에게 배달되면서 소녀들이 주고받는 편지글로 이뤄진 소설이에요. 『노을 건너기』는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천선란 작가의 작품으로 과거의 나를 만나는 우주 비행사 공효의 이야기예요. 작품들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이 있어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서간문으로 이뤄져 있는데, 글쓴이의 감정을 독자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공감대를 높여요. 편지라는 아날로그 방식이 요즘 청소년들에게 조금 낯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편지를 써 본 경험이 없을 수도 있고요.

왕현주 타임슬립 소재를 다룬 이야기 속에 나오는 편지가 아주 낯선진 않아요. 여행지에서 ‘느리게 가는 우체통’을 통해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본 경험이 있거든요.  

김윤나 많은 콘텐츠에 쓰임에도 여전히 타임 슬립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택 때문은 아닐까요? 인생은 선택의 결과가 모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이야기를 흔히 해요. 사람들은 이따금 그 선택을 후회하고요.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쓴 시 「가지 않은 길」처럼 우리는 선택을 한 후 결코 그것을 되돌릴 수 없어요. ‘만약에’를 통해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기회를 상상할 수밖에 없어요. 타임머신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타임 슬립 소재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아요. 

고정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는 독서동아리에서 토론했던 책이었는데, 그때 참여한 청소년들이 반응이 좋았어요. 『노을 건너기』는 최근 출간작인데,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어린 시절 나를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예요. 현재의 내가 과거를 만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어떨까 하고 추천해 봤어요. 

김윤나 저희는 <학교도서관저널>에 “시간의 롤러코스터, 타임슬립!”이라는 주제로 타임 슬립을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 적 있습니다. 그때 소개한 책들과 달리 지금 책들은 ‘내면 아이’, ‘(정서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는 듯해요. 여전한 점은 타임슬립 소재는 지금도 많이 쓰인다는 점이에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고, 그래서 변화시키고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에 인기 있는 것 같거든요. 과거로 가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고정원 타임 슬립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당시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면, 그것에 따른 또 다른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고,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세계가 유지될 거라는 예감도 들고요. 하지만 요즘 타임 슬립 소재가 많아져서 저도 어느 순간 너무 재밌게 읽고 있네요.

김윤나 현주 학생은 혹시 과거로 들어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나요?

왕현주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제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중환자실에 계신 모습이었고, 중환자실은 면회 시간이 정해져 있어 짧게만 뵈었어요.

김윤나 다시 만나고 싶을 정도로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컸나요?

왕현주 엄마 아빠가 할아버지가 저를 무척 좋아했다고 자주 말씀하셨거든요.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아프신 모습뿐이에요. 건강한 모습은 사진으로밖에 몰라요. 

고정원 누군가 나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람이 더 궁금해질 것 같아요.

왕현주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가 건강할 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살아계시는 모습도 제 기억에 남기고 싶어요. 

김윤나, 고정원 감동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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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감추거나 바꾸고 싶은 이유


고정원 현주 학생을 만날 때마다 밝아 보여서 좋았거든요. 할아버지의 사랑 덕분이었네요. 누군가에게 굉장히 사랑받았던 사람인 거잖아요. 그 사랑이 지금 현주의 밝은 모습과 친구들하고 잘 지내는 모습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노을 건너기』에서 주인공 공효는 자신의 아픔을 만나는데, 현주는 반대로 행복을 주었던 대상을 만나고 싶은 거군요. 나를 좋아했던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김윤나 죽은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으니까 더 만나고 싶어지죠.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 은유는 죽은 엄마의 비밀을 밝히려고 하죠. 이 책의 또 다른 주제는 이별과 애도예요. 상실을 극복하는 성장소설로 볼 수 있고요. 또 다른 소설 『이별에 보내는 편지』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의 공통 주제는 죽음과 편지인데요. 『이별에 보내는 편지』에서는 주인공 줄리엣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그 슬픔으로 편지를 써서 엄마의 무덤에 두고 와요. 그 편지를 같은 상처를 지닌, 디클랜이 읽고 답장을 하면서 서로 공감을 하는 이야기예요. 타임 슬립과 죽음 소재를 소설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인이 되어도 죽음에 대한 상처는 극복하기 어려운 일 같아요. 

고정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독서토론을 하면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은유 아빠가 너무 이해가 안 간다.”였어요. 엄마의 죽음을 명확히 말하지 않은 건 자녀에게 더 상처로 만든 건 아닐까 하고 말이죠.

김윤나 아빠가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다 싶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고정원 아빠가 은유에게 행복한 기억만 주고 싶어서 했던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빠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은유한테 정확히 얘기했다면 좋았을 것 같더라고요. 엄마의 죽음을 말하고,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했다면 더 좋았겠죠. 출산 중에 아이와 산모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엄마는 아이를, 아빠는 산모를 선택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런 남모를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윤나 그런 이야기들이 제법 있죠. 엄마와 아빠가 내리는 결정이 달라서 가족의 갈등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혹시 과거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게 있을까요?

왕현주 영재 발굴단에도 가고, 조기 입학도 하고, 공부를 잘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요.

김윤나 과거로 가서 수능 시험지를 미리 보고 수능을 봐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거죠.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 은유가 로또 번호를 미리 알려 주는 것처럼요. 

왕현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는 타임 슬립한 주인공이 주식 시장의 흐름을 죄다 예측해서 ‘대박이 나는’ 상황이 그려지기도 해요. 

김윤나 우리는 모두 과거로 돌아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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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을 헤아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김윤나 과거를 바꾸면 현재를 바꿀 수 있을까요? 

왕현주 바뀐다고 생각해요.

고정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엄마를 만나요. 청소년소설에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와요. 왜 엄마가 저런 삶을 살고 있는지, 왜 엄마가 나한테 잔소리를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는 거죠.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엄마가 어렸을 때 어땠는지 상상한 적 있어요. 『오백 년째 열다섯』처럼 할머니와 엄마가 같은 반 학생이라면 어땠을까 하고요. 현주 학생은 서로 모른다는 가정하에 열다섯의 엄마랑 열다섯의 자신이 서로 친했을 것 같나요?

왕현주 성격이 비슷하니까 친했을 것 같아요. 아빠랑은 안 그랬을 것 같아요. 

고정원 부모님의 과거를 만나 부모님을 이해하고 가족이 화해하는 작품들이 꽤 있어요.

김윤나 전도연 배우가 출연한 영화 <인어공주>가 기억나네요. 딸이 소녀였던 과거의 엄마를 만나 현재의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데, 순수했던 엄마와 만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고정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도 은유가 왜 엄마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죠.

김윤나 ‘가족 화해 소설’로도 볼 수 있는데, 은유도 아빠의 과거를 알면서 아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사실은 아빠가 자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고, 아빠도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아빠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고백하는 장면이 나와요. 과거를 앎으로써 누군가를 이해하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고정원 우리가 독서토론을 하면서 얘기 나눈 것 중에 4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편지가 온다는 설정이 신선했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요즘은 카톡으로 소식을 빨리 주고받는 데 익숙하잖아요.

왕현주 저도 두 작품 모두 타입슬립 소재를 쓰고 있다는 점이 좋았고, 편지로 쓰는 게 더 와닿았어요. 감성적이라서 좋았어요. 

김윤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 현재의 은유가 1982년에 사는 은유와 편지를 주고받잖아요. 서로가 살아가는 시간은 그 시차가 달라요(2016년의 은유가 일 년을 사는 동안 1982년의 은유는 20년의 세월을 살아간다). 처음 은유가 편지를 받은 게 1982년 10살이었고, 이후 1984년, 1985년, 1998년 등 빠른 속도로 세월이 흘러요. 둘의 물리적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독자들은 두 은유가 서로 만나는 건가 상상하는데 만나지 못합니다. 소설 끄트머리, 아빠의 편지와 엄마의 편지는 나오지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주인공 ‘나’의 편지는 나오지 않죠. 만약 은유가 모든 사실을 다 안 후에 편지를 남긴다면 어떤 내용을 썼을지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고정원 『노을 건너기』에서 우주비행사인 주인공은 가상의 공간에서 어린 자신을 만나 다독이며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훈련을 받죠. 김혜정 작가의 『판타스틱 걸』도 성장 판타지물인데, 17세 주인공 오예슬이 10년 뒤로 타임 슬립해서 미래의 나를 만나는 이야기예요.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에게 “너 이렇게 살고 있으면 어떡해. 나 진짜 잘 나갔는데.”라고 말해요. <안녕? 나야!>라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더라고요.

김윤나 거론한 소설들과 달리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를 만나면서 문제를 해결하네요. 

고정원 맞아요. ‘내면 아이’라는 용어를 기억할 필요가 있는 듯해요. 가령 5살 때 갈등과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해결하지 못해 트라우마가 생기면 5살 아이가 안 크고 내 안에 자리하게 돼요. 응어리가 지면서 내면 아이가 무의식 가운데 튀어나와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 안의 내면 아이가 건강할 수 있도록 잘 다스려야 해요. 최근 다양한 청소년소설에서 이를 잘 적용하는 것 같아요.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도움을 주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면서 ‘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니까요. 

왕현주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힘을 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고정원 ‘타임 슬립’이라는 장치를 통해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들도 꽤 많아요. 『푸른 늑대의 파수꾼』은 일제 강점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데, 치욕적인 역사의 한 장면을 완전히 다르게 바꿔서 읽으면서 내내 통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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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  만화책 『열네 살』도 추천해요. 성인이 된 주인공이 유년시절로 타임 슬립하여 어린시절의 아빠를 만나는 내용인데요. 다니구치 지로 특유의 감성을 잘 담아냈어요.

고정원 그 작품 정말 좋아요. 타임 슬립이 좀 식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나누니 엄청 흥미롭네요. 타임 슬립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청소년문학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어땠어요?

왕현주 독서동아리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사서선생님들이랑 깊이 있는 책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재미있었어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도 다시 읽으니 새롭고요. 『노을 건너기』는 짧아서 금방 읽었는데 마지막 문장들이 좋았고 감동적이었어요. 북토크를 통해 새로운 책을 더 많이 알게 되어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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