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노래가 없다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2-03 04:54 조회 5,947회 댓글 0건본문
박혜경 국립전통예술고 국어교사
노래가 없다면 사랑의 시작, 그 빛나는 환희의 순간을 무엇과 함께 하며, 길고 힘든 이별의 시간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흥겨운 노래가 없다면 우리 몸과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신명을 무엇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아주 슬픈 노래가 없다면 우리의 가벼운 슬픔을 어떻게 날려버릴 수 있을까?
노래가 없다면 졸업과 입학은 얼마나 무미건조해질까? 까까머리 군인들은 어떻게 늠름함을 뽐낼 것이며 동창회에서 교가를 부를 없다면 무엇으로 그들이 하나였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노래가 없다면 아기들은 무엇으로 조그만 엉덩이를 들썩일 것이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어떻게 관광버스 춤을 춘단 말인가?
그래서 사람이 생겨난 아주 옛날부터 노래가 생겨났고 지금도 우리는 노래와 함께 산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노래는 일상이다. 난청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늘 이어폰을 끼고 산다.
휴대폰에 저장된 악동뮤지션의 <I love you>에 맞춰 잠에서 깨고,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을 EXO의 <으르렁>으로 달래며 등굣길에 나선다. 점심시간엔 스피커에서 찢어질 듯 나오는 최신 가요에 몸을 맡기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커버스커의 새 노래 <처음엔 사랑이란 게>를 들으며 ‘나에겐 사랑이란 뭘까?’라는 멜랑콜리한 물음표를 던진다.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현재를 느끼게 된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붙든다. 현재를 정지시키고 순간을 몸에다 각인한다.”(28쪽)
담백하고 유니크한 문장의 소설가 김중혁은 이 책에서 순간을 붙드는 노래와 계절을 품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노래들을 모아 4장으로 나누고 노래 속에 각인된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봄, 싱그러운 저녁 공기가 코끝으로 밀려드는 순간,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들었던 <영원 속에>서 윤상의 목소리와 피아노가 그를 위로한다. “멀어지는 기억을 잡아두려 애쓰지 말라고.”
여름, 바비빌의 <맥주는 술이 아니야>를 들으며 어린 시절 가게 앞 평상에 앉아 오징어나 쥐포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던 동네 아저씨를 떠올리기도 하고, 일본에서 마셨던 맥주 맛을 다시 음미하기도 한다. “맥주는 술이 아니야 갈증을 풀어 줄 뿐이야… 맥주는 술이 아니야 인생을 적셔 줄 뿐이야.”
가을에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으며 겉멋 들어 긴 머리를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하던 때와 훈련소에서 이 노래를 불러 훈련병들의 가슴에 쓸쓸함을 콕콕 박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겨울, 생애 처음 본 콘서트에서 들었던 들국화의 노래로 까까머리 시절을 회상한다. “제발 그만 해 둬. 나는 너의 인형은 아니잖니, 너도 알잖니.”
저자는 책을 읽거나 간단한 메모를 할 때 듣는 노래,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듣는 노래, 운동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방을 치울 때 듣는 노래가 따로 있을 정도로 노래를 많이 듣는다. 감상하는 노래의 폭이 넓고 깊다. 저자가 소개하는 노래 중에는 잘 알려진 노래들도 있지만 골수 애호가들이나 알 수 있을 법한 뮤지션의 이름과 노래들이 많다. 약간은 잘난 체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의 노래 이야기를 통해 보석처럼 감춰진 좋은 노래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노래들 중에서 좋은 노래를 알아보고 골라 감상하는 것은 어렵다.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대형기획사의 물량 공세에 노래조차 패스트푸드처럼 소비하고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유기농 재료에 조미료 덜 친 음식을 찾아 먹듯, 내 삶에 딱 어울리는 노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노래를 찾아 듣는데 이 책이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인생을 적시는 것이 어찌 맥주뿐이랴! 삶의 색깔을 선명하게 해 주고, 나에게 기쁨과 슬픔을, 위로와 아픔을 함께 주는 노래, 인생과 언제나 함께인 노래가 우리 삶을 적셔주고 있다.
“노래가 없었다면 계절은 훨씬 밋밋하며 짜증나고 흐리멍덩했을 것이다. …… 음악이 시작되면 인생이 조금 달라진다.”(246쪽)
노래가 없다면 사랑의 시작, 그 빛나는 환희의 순간을 무엇과 함께 하며, 길고 힘든 이별의 시간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흥겨운 노래가 없다면 우리 몸과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신명을 무엇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아주 슬픈 노래가 없다면 우리의 가벼운 슬픔을 어떻게 날려버릴 수 있을까?
노래가 없다면 졸업과 입학은 얼마나 무미건조해질까? 까까머리 군인들은 어떻게 늠름함을 뽐낼 것이며 동창회에서 교가를 부를 없다면 무엇으로 그들이 하나였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노래가 없다면 아기들은 무엇으로 조그만 엉덩이를 들썩일 것이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어떻게 관광버스 춤을 춘단 말인가?
그래서 사람이 생겨난 아주 옛날부터 노래가 생겨났고 지금도 우리는 노래와 함께 산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노래는 일상이다. 난청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늘 이어폰을 끼고 산다.
휴대폰에 저장된 악동뮤지션의 <I love you>에 맞춰 잠에서 깨고,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을 EXO의 <으르렁>으로 달래며 등굣길에 나선다. 점심시간엔 스피커에서 찢어질 듯 나오는 최신 가요에 몸을 맡기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커버스커의 새 노래 <처음엔 사랑이란 게>를 들으며 ‘나에겐 사랑이란 뭘까?’라는 멜랑콜리한 물음표를 던진다.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현재를 느끼게 된다. 좋은 음악은 시간을 붙든다. 현재를 정지시키고 순간을 몸에다 각인한다.”(28쪽)
담백하고 유니크한 문장의 소설가 김중혁은 이 책에서 순간을 붙드는 노래와 계절을 품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노래들을 모아 4장으로 나누고 노래 속에 각인된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봄, 싱그러운 저녁 공기가 코끝으로 밀려드는 순간,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들었던 <영원 속에>서 윤상의 목소리와 피아노가 그를 위로한다. “멀어지는 기억을 잡아두려 애쓰지 말라고.”
여름, 바비빌의 <맥주는 술이 아니야>를 들으며 어린 시절 가게 앞 평상에 앉아 오징어나 쥐포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던 동네 아저씨를 떠올리기도 하고, 일본에서 마셨던 맥주 맛을 다시 음미하기도 한다. “맥주는 술이 아니야 갈증을 풀어 줄 뿐이야… 맥주는 술이 아니야 인생을 적셔 줄 뿐이야.”
가을에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으며 겉멋 들어 긴 머리를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하던 때와 훈련소에서 이 노래를 불러 훈련병들의 가슴에 쓸쓸함을 콕콕 박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겨울, 생애 처음 본 콘서트에서 들었던 들국화의 노래로 까까머리 시절을 회상한다. “제발 그만 해 둬. 나는 너의 인형은 아니잖니, 너도 알잖니.”
저자는 책을 읽거나 간단한 메모를 할 때 듣는 노래,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듣는 노래, 운동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방을 치울 때 듣는 노래가 따로 있을 정도로 노래를 많이 듣는다. 감상하는 노래의 폭이 넓고 깊다. 저자가 소개하는 노래 중에는 잘 알려진 노래들도 있지만 골수 애호가들이나 알 수 있을 법한 뮤지션의 이름과 노래들이 많다. 약간은 잘난 체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의 노래 이야기를 통해 보석처럼 감춰진 좋은 노래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노래들 중에서 좋은 노래를 알아보고 골라 감상하는 것은 어렵다.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다. 대형기획사의 물량 공세에 노래조차 패스트푸드처럼 소비하고 있다. 내 입맛에 맞는 유기농 재료에 조미료 덜 친 음식을 찾아 먹듯, 내 삶에 딱 어울리는 노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노래를 찾아 듣는데 이 책이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인생을 적시는 것이 어찌 맥주뿐이랴! 삶의 색깔을 선명하게 해 주고, 나에게 기쁨과 슬픔을, 위로와 아픔을 함께 주는 노래, 인생과 언제나 함께인 노래가 우리 삶을 적셔주고 있다.
“노래가 없었다면 계절은 훨씬 밋밋하며 짜증나고 흐리멍덩했을 것이다. …… 음악이 시작되면 인생이 조금 달라진다.”(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