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필 안동 송현초 사서교사

 

 

지금은 아파트와 높은 건물이 들어선 자리에 논과 밭이 펼쳐져 있었을 어린 시절, 엄마는 봄이 되면 나와 동생들을 데리고 동네 산과 들을 쏘다니며 쑥을 뜯어 떡을 해 주시고, 가을이면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주운 도토리로 묵을 해 주셨다. 난 쑥떡이나 도토리묵을 먹었던 기억보다는 산과 들녘을 돌아다니며 나물 캐는 일과 도토리 줍는 일이 그저 즐거웠다.
나이가 든 지금도 두 아이와 함께 철마다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새콤달콤한 산딸기와 오디를 따 먹고, 밤을 주워 삶아 먹으면서 자연이 주는 맛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한때는 자연이 주는 풍성한 먹을거리에 빠져 나이가 들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으며 살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농사짓는 시어머니를 가까이서 지켜보니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저자는 도시의 삶을 떠나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용감한’ 삶을 선택한 농사꾼 아줌마이다. 자연이 나누어 주는 복을 듬뿍 누리며 지은 『들꽃 이야기』, 『엄마의 밥상』을 통해 우리 자연과 깨끗한 먹을거리를 생생하게 풀어내는 만화가이자, 농부 작가이다.
이 책 역시 작가가 직접 키우는 작물과 계절별로 만날 수 있는 여러 식물을 소개하고 있다. 언뜻 제목만 보면 복잡 다양한 식물의 모양과 특징에 관한 지식을 소개하는 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 식물을 소개한다. 누가 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라나는 쑥, 봄나물, 버섯, 도토리와 밭에서 나는 고기 콩은 철마다 우리의 식탁에 올라 먹는 것이 그대로 건강식이 되는 식물이다. 책에는 이러한 식물들의 소개와 종류, 사람 몸에 이로운 효능, 관련 음식 및 요리법 등이 담겨 있다.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는 유기농 농부답게 책 곳곳에는 유기농법에 관한 친절한 설명도 수록되어 있다. 오리와 우렁이를 사용한 친환경 쌀 재배 농법과 살충제 없이 해충을 잡는 법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평생을 농사지으며 사는 분을 가까이서 지켜보았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도 있었다. 햇빛을 좋아하는 작물과 싫어하는 작물 등 서로 성격이 반대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짝이 잘 맞는 동반식물을 함께 심으면 수확량도 늘어나고 병해충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고추와 들깨를 함께 심으면 들깨 향이 고추에 기생하는 담배나방의 애벌레를 막아주고, 흙을 기름지게 하는 콩과 오이, 옥수수, 감자, 밀 등과 고추를 함께 심으면 수확량도 늘어난다고 한다. 땅을 효과적으로 쓰면서 서로에게 도움도 된다니 시골이나 텃밭에 농사짓는 분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비법이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 손으로 흙을 만지며 농사를 지은 뒤 체득한 경험들을 소개하고 있고, 초등학생도 베란다에 작은 텃밭 하나 일굴 수 있을 만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만화가인 저자가 그린 삽화로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등장하여, 식물의 모습과 책 속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정감 있게 표현해서 좋다. 또한 굴참나무 껍질로 만들어 수명이 오래가는 굴피집과 보릿고개나 가뭄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었던 산과 들의 구황식물들,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심었던 기능성 꽃 등을 통해 식물을 활용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도 있다.
한참 책을 읽다 보니 책의 주제가 우리와 가까이 있는 식물들에 관한 흥미로운 지식을 소개한 책인지, 자연에서 나는 바른 먹을거리에 관해 소개하는 책인지 모호하게 느껴졌다. 저자가 많고 많은 다양한 식물 중에 왜 이들 식물만을 골라 수록한 것인지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한 것은 집안, 학교, 바닷가, 높은 산, 물 속 등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는 식물은 늘 인간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기만 한다는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얼마나 많은지 가까운 우리 식탁에서부터 살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