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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빛을 찾아 떠나는 아이의 여정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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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16 02:52 조회 5,58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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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노마’라는 조금은 이국적인 이름을 우리에게 알려 준 현덕은 티 없는 아이들, 솔직한 아이들, 놀이를 즐길 줄 아는 아이들, 가난이 제 것인 양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작품 속에 녹여내 ‘아이들의 심리를 잘 그려내 현대 어린이 문학의 전형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덕의 동화는 과장된 극적 긴장감도 없고, 멜로드라마 같이 슬픈 사연이 있어 감정선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교훈이나 재미를 넣으려고 억지 부리지도 않는다. 언어 사용에 수식어도 별로 없고,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의 일상을 세심한 눈으로 살피고 본 모습을 그대로 적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성 싶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 줄 뿐인데도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 『고양이』, 『너하고 안 놀아』로 잘 알려진 현덕의 유일한 장편 소년소설 『광명을 찾아서』. 현덕(1909~?)이 1949년 조선문학가동맹 출판부장을 맡을 당시에 숨어 지내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현덕은 한국전쟁 때 월북하여 한동안 우리에게 잊힌 작가다. 그동안 현덕의 작품을 찾아 책으로 펴내 온 현덕 연구가 원종찬(인하대) 교수는 제목으로만 알려진 『광명을 찾아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 고서수집가가 이 책의 원본을 원 교수에게 보여 주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현덕을 연구하는 학자와 고서의 가치를 알아보는 고서수집가의 깊은 눈 덕분에 우리는 이 작품을 보게 된 것이다.
해방 후 살기 어려웠던 시절을 배경으로 14살 소년이 나쁜 세계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이야기다. 창수는 어머니를 여의고 가난한 삼촌 집에서 산다. 삼촌과 숙모는 친아들처럼 창수를 대하고 학교도 보내며 보살핀다. 학교에 내야 하는 후원회비도 숙모가 옷가지를 팔아서 마련한 돈이다. 그 돈을 수만이에게 소매치기 당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숙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창수의 마음 졸이는 모양새가 애잔하다. 그러다 범죄의 구렁텅이로 빠지면서 창수는 끊임없이 자기의 행동을 부정하고 반성을 하지만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버겁다. 결국, 몇 군데의 범죄 현장에서 망보는 일을 하고 차츰 덫에 걸린 들짐승처럼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가난하고 부모도 없지만, 삼촌과 숙모와 올곧게 살고 싶었던 꿈이 무너지는 것에 분노한다.
 

“난 이젠 자랑이라는 것을 잃은 사람야. 이제 난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야. 이젠 좋은 것이라든가 착한 것이라든가 훌륭한 것, 영광스러운 것, 이런 것하고는 영 담을 쌓은 사람야. 세상 사람들은 나를 보면 욕하고 주먹질을 하고 배척할 게야. 나는 그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하고 살아야 해. 그 모든 사람을 적으로 하고 집안에 사는 쥐처럼 사람들이 보지 않는 틈을 살살 피해하며 더럽게 살아야 한단 말이다.”(150쪽)

이런 자책과 반성에도 어린 창수는 범죄의 늪에서 혼자 힘으로 헤쳐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자포자기하며 그 소굴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나마 삼촌 덕에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창수와는 달리 집을 뛰쳐나온 수만이와 곰보는 범죄 조직 아래에서 소매치기로 하루 인생을 살고 있다. 시골 노인이 집 팔고, 땅 판 돈을 훔쳐 흥청망청 쓰고도, 죄의식조차 없다. 나쁜 어른들의 허수아비가 되어 살아가는 소년들.
신사의 도움으로 새 삶을 시작하는 창수. 창수를 살리는 신사는 작가를 대변한다. 해방과 함께 맞이한 40년대 말, 우리 국토는 피폐하고 가난에 찌들고 무력하였다. 작가는 신사의 눈을 통해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려 거지로, 도둑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보여 주며, 국가의 무기력과 책임질 수 없는 사회제도의 무력함을 질타한다. 그리고 의식만 앞서 가는 계몽주의자들이 범하기 쉬운 관념성 대신 농촌공동체 건설을 위해 땅을 마련하고, 농기계를 만드는 실천적 방법을 택한다. 창수와 같은 아이들을 모아 새로운 삶을 이어주는 이면에서는 작가의 계몽주의적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지식인의 실천적 모습이 이야기의 말미를 장식하며 독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작가의 기대 역시 이 작품에 담겨 있다. 긴박한 이야기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 읽는 내내 재미와 함께 시대적 아픔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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