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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9 13:38 조회 6,41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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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김홍도
설흔 지음|낮은산|180쪽|2014.02.10|10,000원|중・고등학생|한국|소설
작가 설흔은 잘 알려진 역사 속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곁에 데려다 놓는 재주가 참으로 뛰어나다. 아버지 김홍도의 그림을 아들 김양기의 입을 빌 려 말하고 있는 구절에선 눈앞에 그림이 그려진다. 내가 마치 조선의 그 시대로 가서 김홍도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행간에선 화가의 마음까지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고, 섬세한 표현들은 경이롭다.
김홍도가 마흔이 넘어 정성을 다해 얻은 유일한 혈육 김양기가 이 소설의 화자이 다. ‘시끄럽고 요란했던 겨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차갑고 뜨뜻했던 가을’까지 이어 지면서 김양기가 열세 살 되던 해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나 사실 김홍도 전 생애의 이야기이다. 아니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천재 화가 김홍도는 사대부들이 부르면 달려가 그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 했던 조선 시대 화원이다. 그의 재능을 알아주었던 정조 덕에 그 어떤 화원보다 명예를 얻 고, 현감이라는 벼슬까지 오르지만 정조가 죽은 후 그는 다시 화원으로 산다. 김홍도 는 그런 삶에 만족했을까? 천재 화가를 아버지로 둔 그의 아들 김양기 역시 그림을 사 랑하고 그림에 재능이 있다. 아버지 김홍도가 그리는 그림을 옆에서 보고, 느끼고, 그 리면서 성장한 그는 평생 아버지 그림과 아버지 이야기를 사대부에게 들려주며 화원 이 아닌 훈장으로 살아간다. 김양기는 그의 삶이 행복했을까?
불경에 나오는 선문답 같은 질문들이 씨실이 되고,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이 날실 이 되어 아름답고 신비로운 옷감이 만들어지는 듯한 글이다. 화자 김양기는 그의 아 버지 김홍도가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를 갈망했는지, 화원이 아닌 화가 로 살기를 원했는지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왜 훈장을 하면서 화원이 아닌 화 가로 살아가는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 옷감으로 이제 이 글을 읽어 볼 여러분이 자신만의 옷을 짓 기 바란다. 먼저 읽는 나는 천사의 옷을 지은 느낌이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또 하나의 약속
이상민 지음|김태윤 각본|가연|320쪽|2014.01.29|11,800원|중・고등학생|한국|소설
고교 졸업 전 대기업에 취업해서 자랑스러워하던 딸이 1년 4개월 만에 백혈병에 걸려 스물셋 어린 나이에 죽고 만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으 로, 딸의 억울한 죽음이 산업 재해임을 밝히기 위해 아버지가 대기업과 결탁한 국가 기관에 대항하여 벌인 법정 투쟁을 다뤘다. 소설은 배우들의 명연기를 볼 수 없지만, 영화보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여러 각도에서 사건을 깊이 파악하게 해준다. 윤미네 가족인 아버지 상구, 엄마 정임, 남동생 윤석, 그들을 돕는 노무사 난주, 변호사 정혁, 진성반도체 인사관리 팀장 보근과 진성반도체 직원인 도 영, 종대, 교익까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다.
‘회사가 얼마나 좋으면 노동조합이 없겠느냐’라고 생각했던 상구는 딸의 죽음으 로 그것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게 만든 대기업의 횡포인 것을 알 게 된다.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해 주는 권리인 산재(산업재해보상보험)가 근로 복지공단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절망도 한다. 보근과 같은 특별한 임원을 만 들어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게 돈으로 회유하거나 덮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기업은 국 가기관도 포섭한 것이다. 딸 윤미는 죽었지만 더 많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신 념으로 백방으로 뛰는 아버지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준다. 피해자들을 모아 대책위원 회를 꾸리고 긴 법정 투쟁을 이어나가는 아버지 상구의 변화되는 모습이 눈여겨볼 거 리이다.
이 책은 교육 현장에 시사점을 준다. 취업이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생들에게 필요 한 교육은 무엇보다 노동자의 권리라는 점이다. 엄청난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지만 정말 필요한 노동 교육을 외면하는 현실은 언제쯤 개선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교육을 받았다면 당연한 권리도 모른 채 윤미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들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무소불위 권력의 횡포에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라면 ‘또 하나의 가족’임을 내세우는 초일류기업은 그들의 물건을 만드는 직원의 건강과 행복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마법의 꽃
정연철 지음|비룡소|233쪽|2013.12.05|10,000원|중학생|한국|소설
작가의 자기고백적 소설이다. 과거의 일기를 통해 두려움과 고통의 존재이기만 했던 아버지를 회상하며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수능 시험일 전날 밤 기범의 꿈에 아버지가 나타난다. 가족을 돌보는 일보다는 주 정과 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 이미 세상을 등진지 오래되었지만 아버지의 개개풀린 눈과 풀풀 풍기는 술 냄새, 폭력은 기범의 모든 것을 무너지게 만들고 만다. 결국 중간 에 시험장을 뛰쳐나온 뒤 고향 집으로 내려간다. 이 작품은 기범이 고향 집에서 우연 히 발견한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비밀 일기를 읽어 나가며 과거의 기억을 서술하는 방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의 기억들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 주변에 큰형, 크고 작은 싸움을 했던 친구들,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남영지, 동생 영 숙, 엄마의 이야기가 맛깔나는 문체로 서술되어 단조로운 구성을 보완하고 있다.
가난 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농사일을 도우며 살던 기범의 기억들은 요즘 청소년들 의 삶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 내 인생을 내가 끌어갈 수 없게 하는 억압과 좌절의 경험 등의 감정을 맞닥뜨리는 기범의 모습은 현재 의 청소년 독자들과 다를 바 없다.
아버지에 의한 트라우마와 정면승부를 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일기라는 점도 주 목할 만 하다. 일기 속에 드러난 어린 기범의 모습은 그가 잊고 있던 기억들을 살려낸 다. 자신을 감싸안았던 아버지의 따뜻함과 할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고통받았던 아버 지의 슬픈 과거와 그에 대한 동정, 병마에 지쳐 사그라지는 아버지를 위해 남몰래 산 국화빵을 전하던 모습 등. 정확히 서술된 과거의 기억 속에 기범은 자신이 아버지를 좋아하기도 안쓰럽게 여기기도 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또한 일기 구절에서, 그간 잊고 있었던 추억들도 함께 있었고 달콤한 순간을 꿈꾸 고 앞을 향해 달려 나갈 희망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기범은 그간 자신의 인생을 아 버지라는 막연한 고통의 존재 만으로 가득 채워왔음을 깨닫는다.
일기를 본다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두려움과 상처를 직시 하는 행위이다.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기범은 아버지를 대면할 수 있었고 화해 내지 극복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대면하는 것, 그것이 고 통의 원인이었고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양일규 서울 단대부중 국어교사
 
 

야만의 거리
김소연 지음|창비|404쪽|2014.01.24|12,0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곰탕 같은 책이다. 정성껏 끓인 곰탕으로 차린 밥을 맛있게 먹고 난 기분이다. 일제 강 점기를 화두로 동화를 쓰는 지은이의 첫 번째 청소년소설은 엄혹한 시절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청년 강동천의 이야기이다.
“문득 자신이 입고 있는 학생 제복을 내려다보았다. 일본 대학에서, 일본인이 수입 한 서양 이념을 공부하는 모습이 꼭 빌려 입은 옷으로 잔칫집에 가 춤추는 양반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300쪽)라며 고민하는 동천은 동경 게이오 대학 사회학부 1년생이 다. 평북 구성 대곡리 범골에서 종첩의 아들이 싫어 어머니 몰래 일본에 온 게 4년 전, 열다섯 살 때였다. 난생처음 고향을 떠나 ‘이마 한가운데 번쩍이는 등을 달고 상투 끝 으로 검은 연기를 꾸역꾸역 토해 내는 괴물’인 기차를 타고, ‘달을 따다 붙인 기둥’인 가로등도 만나면서 신문 배달을 하고 인력거를 끌다가 헌책방 점원이 되고, 대학생이 된다. 그 무렵 박열(1902-1974)을 만나면서 나라와 민족의 의미를 찾기 시작하는데, 박열은 실존 인물이다.
책에는 1923년 9월의 관동 대지진, 박열과 아내 가네코 후미코의 활동, 게이오 대 학 학생들의 사회주의 모임과 조선 유학생들 이야기가 넉넉하다. 그중 으뜸은 사회주 의 모임 학생들의 ‘동북아 진출과 반도의 재(在)문제’ 토론이다. “토론의 가치는 정반 합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힘에 있습니다. 서로 대립하는 주장을 통해 옳고 나은 점을 받아들여 더욱 단단한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토론의 목적 아닐까요”(291쪽)와 같은 그들의 대화는 여전히 유용하다. 일제 강점기를 바라보는 일본인, 조선인, 사회 주의자, 아나키스트의 다른 입장에 귀 기울이다 보면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야기는 스물두 살 동천이 만주로 떠나며 끝나지만, 지은이는 2부 「승냥이」를 준비하고 있다.
곰탕은 여럿이 먹어야 더 맛있다. 이 책도 그렇다. 함께 읽고 재미를 이야기하고 토 론을 한다면 토끼 두세 마리가 제 발로 걸어온 셈이다. 책을 덮으며 『토지』(박경리, 마 로니에북스) 생각이 났다. 기대 때문이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사계절출판사|388쪽|2014.02.21|12,800원|중학생|한국|소설
이 책은 한 청소 노동자의 인생담이자, 그가 일터라도 좋은 꿈에 그린 대학 생활담이 다. 석수장이 딸로 태어나 오빠, 동생 틈바구니에서 학교도 못 가고 이젠 병든 남편 수 발 차 도시에 올라온 양춘단은 우연한 기회에 대학 미화원으로 취직한다. 청소하다 강의 모습을 엿보며 충격도 받고 화사한 교정과 다른 쉼터 지하 주차장 컨테이너를 피 해 옥상에서 점심 먹다가 옅은 미소의 시간 강사와 친해진다. 모든 게 신기한 대학 생 활은 신나기만 하다.
그러나 주변에서 슬몃슬몃 사람들의 고단하고 개별적인 삶이 고개를 내민다. 단지 청소하는 직업일 뿐인데 나이 불문하고 업신여기는 용역 업체의 횡포와 총장 이하 교 직원의 무관심과 몰염치, 상처 주는 학생들의 알량한 이해와 나 몰라라 더러워지는 화장실은 이 책뿐만 아니라 나도 직접 보고 언론에서 접한 너무 흔한 광경이다.
아이러니하게 양춘단은 혼자 파업에 불참하고 결국 혼자 안 잘리고 ‘대학의 의인’ 으로 추앙된다. 뭔가 이상한 모순을 감지할 즈음 시간 강사도 모습을 감춘다. 하나둘 맞닥뜨리는 실체, 묵묵히 일할 뿐인데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을 향해 양춘단은 다른 이의 울분과 염원을 더해 자신의 방식대로 항변한다.
이 책을 보면 사회가 인식하는 대로 스스로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일하는 미화원의 모습이 참 서글프다. 또 그들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학교뿐만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가 먹고 싸고 행동하는 건물만큼 존 재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배우는 청소년이 이런 사실을 꼭 알아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순진하고 어리바리한 인물, 감칠맛 나는 유머와 풍자, 정곡을 찌르는 인 식, 점점 치닫는 짙은 페이소스는 이 책의 강점이다.
내가 일하는 곳에선 미화원을 여사님이라 부른다. 고상한 호칭과 달리 임금과 여건 이 변변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바삐 움직이는 여사님 속 을 궁금해 한 적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보니 혼잣말하듯 말 거는 여사님을 대충 응대 한 게 부끄럽다.
이찬미 인천 부개어린이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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