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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2-31 10:50 조회 9,38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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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세 마리 물소
몽세프 두이브 지음|메 앙젤리 그림|성미경 옮김|분홍고래|32쪽|2014.07.26|12,000원|낮은학년|우화
명시도 높은 색과 단단한 느낌의 판화로 아랍 우화를 담은 이 책은 나무그늘에서 무언가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사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뒤이어 밤처럼 검은 물소, 달님처럼 하얀 물소, 땅처럼 노란 물소 세 마리가 세상구경을 떠나는 장면이 펼쳐진다. 그들은 여행 중 어려움을 겪지만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다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발견하고 그곳을 지배하는 사자의 명을 따르는 조건으로 행복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배고픈 사자가 세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 없었기에 꾀를 낸 것이다. 사자의 농간에 물소들 사이에는 불신이 생기고 차례로 친구를 차갑게 외면한다. 혼자 남은 검은 물소는 자신의 목에서 사자의 입김을 느낀 후에야 친구를 포기한 그날, 자신도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의 이기심과 시기심은 연대를 깨고, 남는 건 상처뿐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이 우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혜진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위험한 책
존 라이트 지음|리사 에반스 그림|김혜진 옮김|천개의 바람|36쪽|2014.07.28|11,000원|모든학년|디스토피아, 책
제각각 떨어진 채 각자의 노동에 복무하는 외로운 인간들과 그들이 몸담고 있는 풀 한 포기 없는 잿빛 도시가 암울하게 펼쳐진다. 이 황폐한 디스토피아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 혹은 머지않은 미래의 상징적 형상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는 법. ‘소년’은 ‘도서관’에서 ‘읽지 마시오’라고 표시된 책을 찾아내고야 만다. 책이 위험한 이유는 꽃이 사라진 세상에서 꽃의 존재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먼지 한 컵을 모아 꽃을 피워내는 소년, 무참히 짓밟혔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경계 어딘가에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은 꽃의 존재는 지금의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도시를 꽃으로 가득 채우려는 소년의 생각은 생각만으로 끝이 났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예쁜 꽃으로 장식한 자신의 창가에서 웃고 있다. 서사는 끝나지 않았다. 뒤표지의 그림은 소년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임을 예견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만한 그림책이다. “읽지 마시오”라는 책을 찾아내 기어이 읽고야마는 어린이들을 우리 어른들이 지레 겁먹고 방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사문 대학강사

 
최고로 멋진 놀이였어!
말라 프레이지 지음|육아리 옮김|뜨인돌어린이|40쪽|2014.07.31|11,000원|낮은학년|동심, 우정
아이들에게 어떤 멋진 경험을 하게 해 줄까? 엄마들의 공통된 과제다. 에몬과 제임스가 “최고의 놀이였어!”라고 외치는 그 놀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면지 속 사진을 보며 멋진 자연캠프를 즐겼을 두 아이를 상상한다. 그런데 둘이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기로 결정하면서 반전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강력 추천한 ‘귀찮게 하는, 땀 많이 나게 하는’ 자연캠프보다 일상 속에서 평범한 놀이를 하며 보낸 시간을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 부른다. 자연 관찰을 위해 준비한 쌍안경으로 친구 얼굴을 관찰하고 펭귄 전시보다는 조용히 명상의 시간을 즐기는 두 아이의 모습을 통해, 지금까지 부모들이 준비해 준 놀이가 누구를 위한 놀이였는지 반성하게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친구와 함께,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힘을 기르게 하는 책이다. 연필과 물감으로 채색한 그림은 아이들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따뜻하게 보여 준다. 어른들이 알지 못한 아이들의 행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박신옥 서울 서교초 교사

 
큰 소리로 하나–둘 하나–둘
휘도 판 헤네흐텐 지음|책속물고기|32쪽|2014.08.15|11,000원|낮은학년|자존감
네 달에 한 번 열리는 무당벌레들의 올림픽에서 주인공이 어떤 종목의 선수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주인공 이고르는 몸집이 작지만 목소리는 정말 큰 선수다.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가야 이고르의 정체가 밝혀진다. 이고르는 조정경기 선수지만 직접 노를 젓지는 않는다. 덩치는 작아도 큰 목소리를 가진 장점을 살려 배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길라잡이다. 책의 내용은 간결하고 그림도 간결하다. 그러나 책에 담긴 메시지는 간결하지 않다. 공부를 잘 해야만 대접받는 사회에서 자신감을 잃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우리 모두는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란 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력한 선수 모두가 챔피언이라고 말한다. 지난 대회 우승자는 이고르에게 “무당벌레 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며 메달을 걸어 준다. 큰소리로 하나–둘 하나–둘! 자존감도 하나–둘 하나–둘 자라는 또 다른 이고르를 기대해 본다.
최영희 서울장안초 교사

 
늑대가 나는 날
미로코 마치코 지음|유문조 옮김|한림출판사|32쪽|2014.07.03|11,000원|모든학년|상상력
왼쪽에서 달려드는 치타, 거꾸로 매달린 다람쥐와 바닥에 앉아 날개를 펼친 박쥐,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늑대를 적절히 배치한 표지가 새롭다. 책을 펼쳐 뒤표지와 연결해서 보길 바란다. 동물들을 그린 그림에서 어떤 경우에도 망설이지 않는 붓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펼친 표지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표지를 열면 면지 가득 거침없이 날아가는 새들을 따라 이야기가 시작된다. 등굣길에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 오른쪽 하단에서부터 아이의 상상이 막 펼쳐지려는 참이다. 그런데 늑대가 날다니! 그렇다. 아이에게 이토록 바람이 거세게 부는 까닭은 늑대가 하늘을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가방을 양손으로 꼭 붙들고 입은 앙다문 채 늑대의 질주와도 같은 바람에 맞서 걸어간다. 뒤이어 들려오는 천둥소리는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소리, 쏟아지는 비는 몰려드는 치타 무리다.
작가 미로코 마치코는 2013년, 이 그림책으로 제 18회 일본그림책상 대상을 받았다. 동물과 식물 그림을 자유롭게 그려오다 그림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늑대가 나는 날』에 상투적인 비유는 없다. 모든 것이 오직 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만큼의 것이어서 어른 독자들은 깜짝 놀라고 아이들은 즐겁다. 과감한 붓 터치가 그대로 살아있는 채색 방식 역시 아이답다.
동물의 형태를 단순화했지만 이야기는 더 명료하다. 동물을 소재로 쓴 어떤 시보다 신선하다. 테드 휴즈라도 토를 달 수는 없을 듯싶다. 고래가 밤을 끌어오고 공작 깃 같은 별들이 쏟아지는 밤, 그 모두가 조용해지는 때는 바로 ‘내가 잠이 드는’ 때다. 그게 온종일 자신이 만나는 세상을 동물과 함께하던 아이는 밤을 맞으면서 바람도 천둥도 가만히 잠재운다. 온전히 자신만이 중심인 세상은 잠이 들면서 끝이 난다. 어두운 방안에서는 순록이 노려보는 것 같아 쉽게 잠들 수가 없다. 그래도 잠든 후라면 천둥도 바람도 빗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일은 또 무엇을 만나 ‘어떤 날’이 될지 기대된다.
김혜진 일러스트레이터

 
우리는 엄마와 딸
정호선 지음|창비|40쪽|2014.07.31|11,000원|모든학년|가족
열두 문장, 서른두 면. 글은 더할 나위 없이 간결하지만 그림은 모녀의 일상을 시시콜콜 담아낸다. 화자는 엄마와 딸, 두 명이다. 두 명의 화자를 취한 형식은 독립적이고 평등한 모녀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서사와 조화롭게 대응한다. 속표지를 넘기면, “우리엄마예요.”, 이어 또 한 장을 넘기면 “우리 딸이에요.”라는 딱 한 줄의 문장이 보인다. 인물의 표정과 행동, 공간은 모녀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최대한의 정보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며, 그림책의 시작화면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낸다.
이후 주거니 받거니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소개가 이어지는데, 글에는 과장이 섞여 있고 그림은 실상에 가깝다. 이 불일치는 그림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웃음을 유발한다. “우리 엄마는 모르는 게 없고 무슨 일이든 그냥 지나치는 법도 없어요.” 양 화면을 채운 여덟 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는 그녀가 아는 것들, 지나치지 않는 것들이 사랑으로 가득 찬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고, 지나칠 것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사랑은 가족 안에 갇혀있지 않으며, 이웃과 길 잃은 강아지와 키우는 식물에게로 넘쳐흐른다. “우리 딸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상상력도 아주 풍부하지요.” 다섯 개의 독립된 장면으로 구성된 화면 역시 이 엉뚱하고 야무지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매력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결핍 없는 가족이 어디 있으랴. 아빠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모녀가 만들어 가는 삶이 아름답다. 그 삶이 부러운 이유는 열심히, 기쁘게, 그리고 독립적으로 살되 가끔은 게으르고, 슬픔과 그리움을 억압하지 않으며, 서로에게 의지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실로 오랜만에 구체적으로 위로가 되고, 생활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그림책을 만났다. 모녀의 삶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해서, ‘화날 때, 힘들 때, 울고 싶을 때’, 그들의 일상을 따라한다면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그림책을 사서 확인해 보시길. 수사 없이 이어진 간결한 문장들은 결말에 이르러 마침내 시적인 문장으로 응축된다. “우리는 둘뿐이지만 셋보다도 넷보다도 더 크게 사랑해요.” 모녀는 펼쳐진 수많은 사진 중 돌잡이에서 붓을 쥔 채 엄마 아빠와 함께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주목하고 있다.(작가가 제본선을 인식했더라면 더 명료한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아이는 건강하고 행복한 화가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사랑과 행복이 그림책을 타고 널리 전파되기를 희망한다.
박사문 대학강사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지혜라 지음|보림|36쪽|2014.08.11|11,000원|모든학년|전통문화
바느질은 선사시대를 넘어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하지만 결국 ‘손바느질’은 100여년 전 발명된 기계바느질(재봉틀)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졌다. 입을 옷을 직접 바느질해서 입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옷 짓는 장인이 있는 셈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난 옷들은 만들기 전부터 누군가의 옷으로 정해진다. 바느질로 한 사람의 옷을 완성하기까지 한 땀 한 땀마다 이야기가 깃든다. 따스하고 사려 깊은 마음, 배려와 정성이 담긴 물건이 주는 안온함이 옷 한 벌, 이불 한 채에 그대로 남는다.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전통 바느질과 자수에 관한 책이다. 할머니 댁을 찾은 슬이에게 할머니와, 또 할머니의 할머니가 ‘직접 지은 옷’들이 이야기를들려준다. 할머니에게는 할머니의 할머니들로부터 전해져 온 보따리 다섯 개가 있다. 보따리마다 스민 깊고도 아련한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보다 새롭게 다가온다. 알록달록 빛깔 고운 조각보는 천 조각 백 개를 오목조목 이어서 만든 것이다. 조각보에는 전쟁을 겪으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슬이 할머니의 어린 시절 추억들이 담겨 있다. 만든 지 백년도 더 되었지만 촘촘하고 깔끔한 만듦새가 놀라운 삼회장저고리와 남치마가 곱다. 오색 비단 띠로 만든 색동 굴레, 모란꽃을 정성스럽게 수놓은 자수 가리개, 그리고 솜을 두둑이 넣어 정성껏 누빈 옥색 두루마기가 풀어내는 이야기 보따리에 마음이 움직인다. 할머니의 보따리에서 나온 물건들은 손바느질이 아니면 완성될 수 없었던 것들이다. 그들의 세상을 담은 갖가지 바느질과 아름다운 자수 기법이 빛 고운 천들과 함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용만큼 다채로운 그림은 각 장면에 힘을 싣고 책의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물건과 설명들을 적절하게 안배한 구성도 좋다. 장면마다 여러 가지 바느질 용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김혜진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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