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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6-20 23:51 조회 6,50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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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라종일, 김현진 지음|알마|254쪽|2015.01.10|13,800원|고등학생|서한집
이 책의 부제는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다. 20대도 아닌 청소년에게 이 책을 추천해도 될지 잠시 고민했다. 일단 대학 간판에 따라 인생의 절반 이상이 결정된다는 압박에 입시를 통과하기 위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청소년에게 이 책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서다. 그러나 어느 책에서 청소년문학은 자기 세계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더 너른 세계와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말을 내 맘대로 해석해 이 책을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는 성인이 되면 닥칠 절실한 미래의 문제와 중요한건 상황이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라는 역사의식 등이 세대가 다른 두 저자의 예리하고 관조 깊은 시선으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편지 교환을 제안한 발신자 김현진은 여러 책을 통해 특유의 발랄하고 뜨거운 어조로 십대에 받은 상처와 자본주의 사회를 진단하고 젊은이의 고민을 대표한 바 있다. 수신자 라종일은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학자로서 정치, 행정, 외교, 교육 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두 사람의 입장,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확실히 다르다. 현진의 질문에 노교수는 지금도 물론 젊은이가 살기 너무 힘든 시대지만 예전에도 그러했으며, 우리나라만 유난히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역사가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믿지않고 현 시대를 낙관하지도 않지만 어떤 부분에 한해선 나아진 점도 있노라고 인정한다.
이 책의 백미는 적재적소에 책과 예화를 계속 변주하듯이 끌어와 생각을 유발하는데 앞의 이야기가 모두 어우러지고 맞물리며 왠지 엄숙한 감동마저 느껴진다는 점이다. 현진이 ‘삼포세대’로서 가장 아픈 폐부를 드러냈을 때는 힘주어 자신이 겪은 경험과 믿음으로 응수한다. 뜻밖에도 아기라는 존재로 인해 자신이 구원을 받고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슬픈 일을 목도하면 한때 아기였을 그를 그 부모가 자신처럼 어르고 달래며 기뻐했을 모습을 상상한다고 한다.
현진은 여러 답변에 대해 감탄도 하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으면 수긍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자신의 상처만 바라보지 않고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만약 이 책이 단순히 식상한 힐링 에세이라면 눈여겨보지 않았을테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한 발 다가가는 진짜 소통을 한다. 아무래도 노인의 고견에 깨달음을 얻을 때가 더 많지만……. 차마 혼자만 보기 아까워 자신처럼 아픈 사람도 위로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편지를 공개했다는 이 책.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곱씹어 볼 내용이다.
이찬미 인천 청천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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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탄생
조완선 지음|나무옆의자|320쪽|2015.02.06|13,000원|고등학생|역사소설
‘홍길동’의 이름은 어린이용 동화책에서 시작해 동사무소의 공문서 예시문에까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고 있다. 어쩌면 그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곁에 숨 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지금은 모두에게 친숙한 존재이지만 그가 회자되던 조선시대에 ‘홍길동’이라는 이름은 어떤 존재로 다가왔을까? 신비한 도술과 의적의 활극이 주는 짜릿함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호부호형이 불가한 사회 제도에 대한 비탄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율도국 건국으로 귀결되는 마지막 장을 잡은 당시 지식인들의 손끝은 바들바들 떨렸을 것이다.
당대 기득권층을 향해 보다 직설적으로 ‘도적놈’이라고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허생’ 또한 홍길동과 괘를 같이 한다. 이 책은 허균이 『홍길동전』을 통해 시대의 부조리에 정면으로 비판의 메시지를 던진 시대와 박지원이 『허생전』을 창작하기 위해 고뇌하던 시대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100여 년 전 조선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실존인물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좇아 죽음을 불사하는 허균의 이야기가 한 컷 전개되면, 허균으로부터 160여 년 뒤 인물인 박지원이 금서가 되어 버린 허균의 홍길동전을 찾아 벌이는 긴박한 이야기가 바로 그 뒤를 잇는다.
두 이야기 모두 비밀에 쌓인 사건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단서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추리 과정은 페이지를 바쁘게 넘기게 한다.
“평 자는 바로 대해를 가리키니 만백성이 하나이며, 타고날 때부터 차별 없는 세상을 이르는 것이니라. 모든 무리가 똑같음을 평등이라 하고, 근심 없는 마음을 평상과 화평이라 함과 같은 이치니라.”
중심인물인 허균과 박지원은 결코 만날 수 없는 관계지만 마치 오랜 꿈을 나눈 친구인듯 닮아 있다. 부조리에 일침을 가하고 약자들과 함께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두 사람의 고민과 도전은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양일규 서울 단대부중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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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마르탱 파주 지음|배형은 옮김|내인생의책|120쪽|2015.02.12|12,000원|중・고등학생|소설
새 학기가 되면 잊지 않고 항상 자기소개서 항목을 작성하여 학생들에게 배부한다. 자기소개서 란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은, ‘장래 희망’이다. 간혹 ‘부모님이 생각하는 학생의 장래 희망’을 함께 묻기도 한다. 만약 이 항목들이 빈칸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 학생을 불러 이렇게 말한다. “고등학생이나 돼서 아직 장래에 대한 생각이 없어?”라고.
이 책의 제목은 학생들의 입을 통해 종종 듣는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셀레나’도 마찬가지이다. 셀레나는 수업 시간에는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 같이 많고, 인간관계에서는 질투와 거만, 악의가 판을 치는 힘겨운 중학생 시절을 겪고 있는 여학생이다. 물론 셀레나와 그의 친구인 ‘베란’은 이러한 사회적 놀이에 거리를 유지하며 회원이 둘뿐인 연날리기 동아리에 속해 있는 평범한 10대다.
어느 날 셀레나의 부모님은 셀레나에게 찰흙, 솔페주 공책, 수채화 상자, 책, 사전과 같은 ‘예술적인 선물’과 함께 ‘예술가’가 되라는 강요를 시작한다. 셀레나는 이 말도 안 되는 부모님의 강요 속에서 시련과 위기에 빠지게 된다.
심리학 학자인 ‘제임스 마샤(James Marcia)’는 청소년의 자아 정체감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위기’로 보았다. 즉, 개인이 자신의 정체감 확립을 위해 얼마나 큰 위기를 겪었는가하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셀레나는 이 위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더 자신답게,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법을,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이미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의 나는 남들이 가두어 버린 이미지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의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일까, 라고.
셀레나는 록 음악 공연장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교장 선생님이야 말로 예술가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모두 예술가가 되는 건 어떨까. 여기서 예술가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게 될 것인지가 아니라 이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고민하는 사람 말이다.
앞으로 학생들의 ‘장래 희망’의 비어 있는 칸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날 좀 내버려 두세요.’라고.
박수진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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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깜언
김중미 지음|창비|332쪽|2015.02.06|11,000원|중학생|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조커와 나』의 김중미 작가가 2001년 강화도로 이주하여 그곳을 배경으로 쓴 청소년 소설이다. 13년 만에 농촌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작가는 자연과 농부의 삶을 청소년들의 눈으로 보여 준다.
중학교 3학년 유정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정과 학교, 농촌의 풍경은 때론 유쾌하게 경쾌한 리듬을 유지하며 긴장과 감동을 선사한다. 유정이는 무뚝뚝하지만 정 많은 할머니와 언제나 유정이 편인 작은아빠, 베트남에서 온 작은엄마, 사촌동생 용민이, 용우와 산다. 언청이로 태어났지만 여러 번 수술을 해서 겉으로는 티는 안 나지만 유정이는 긴장하면 발음이 어눌해진다. 그래서 주위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지만 든든한 가족들이 있기에 밝고 씩씩하다. 작은아빠의 농사일을 거들고 동생들을 돌보는 의젓한 여중생이다. 살문리 사총사 유정이, 광수, 우주, 지희의 살가운 우정은 부러우면서도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는 모습에선 성장통의 애잔함도 느껴진다. 유정이에게 일편단심인 ‘말 근육 광수’와 연예인 같은 ‘우윳빛 우주’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티격태격하며 유정에게 구애하는 장면들은 첫사랑의 설렘도 느끼게 해 준다.
감상으로 느끼는 낭만적인 시골의 풍경이 아닌 현재 농촌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 주려고 한 작가의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과 구제역 파동, 미국, 캐나다에 이어 중국과의 FTA 체결까지 농촌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짙다. 농촌 공동체를 위협하는 정책들의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매력이 넘치는 인물들의 에피소드에 잘 버무려 전체 분위기가 어둡지 않다. 다 살문리 사총사의 활약 덕분이다.
제목 ‘깜언’은 ‘고맙다’는 뜻의 베트남어다.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가 책 속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자 이 책의 주제를 말한다. 나눔의 소중함을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모두가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많은 것을 가지기보다는 그것을 나눌 가족과 이웃이 있다는 것,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소박하게 얘기하는 작품을 만나 반갑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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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박하령 지음|살림Friends|184쪽|2015.03.05|11,000원|중・고등학생|소설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를 지니고 산다. 그걸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좀처럼 기회는 오지 않는다. 가슴에 맺힌 것들을 누군가 알아준다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를 만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삐뚤어진다. ‘은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과감한 ‘삐뚤어짐’으로 나타난다. 가족들에게 날리는 한 방. 그런데 그 한 방은 허공에 날리는 헛스윙이다.
‘은오’와 ‘지오’는 쌍둥이 자매다. 둘은 어렸을 때부터 떨어져 산다. 언니 은오는 부산 외할머니 집에서, 동생 지오는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 은오는 외할머니 손에서 부모님에 대한 상실감으로 생활하고 지오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케이트를 탄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은 이혼을 하고 나중에는 엄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래서 자매는 18살 때부터 같이 살게 된다. 은오는 무슨 일이든 ‘오케이’를 하는 소녀다. 항상 동생에게 모든 걸 양보하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지오는 공부를 잘 하지만 매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은오는 지금껏 동생에게 원하지 않는 양보를 한 것 때문에 가슴 속에 응어리를 지니고 산다. 그런데 지오는 오히려 언니 은오가 좀 더 자유롭게 살았다며 부러워한다. 자매의 갈등은 아빠와 결혼한 새엄마가 쌍둥이를 낳으면서 해소된다. 자매는 둘 다 피해자였다는 것을 인식한다.
서사가 은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은오는 혼자 힘으로 자신의 것을 찾아간다. 은오가 허공에 날린 ‘헛스윙’ 한 방은 결국 자신 안에 꿈틀대는 응어리를 털어 내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의 닻을 내리는 과정이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삐뚤어짐’은 건강한 성장이다.
이 책을 접한 청소년들이 자신 안에 가둬 둔 무거운 짐을 풀어내기 바란다. 스스로 자신의 것을 찾고 좀 더 성숙한 삶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기 몫의 의자 찾기로만 보면 오산이다. 은오는 지오 역시 힘들었다는 것을 알고 동생을 토닥토닥해 주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타인의 몫에 대한 이해로도 확장된다.
작가의 문장이 감칠맛 난다. 그래서 글을 술술 읽을 수 있다. 탄탄한 서사 덕에 한 번 든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또한 작가가 쓴 청소년의 언어가 현실성 있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여 마치 독자가 소설 속 인물이 된 듯 착각을 하게 된다.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권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배영태 용인삼계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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