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새로운 세상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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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5-31 10:13 조회 48,374회 댓글 0건본문
이기적인 착한 사람의 탄생
• 송형선_ 협동조합마중물문화광장 조합원
자본주의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극심한 빈부 격차와 고착화되어가는 새로운 신분사회, 희망 없는 젊은이들, 전 지구적 환경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 세대에게 자본주의는 어쩌면 하나의 재앙일지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한국의 경우는 삼성에버랜드 주식 편법 증여 등 재벌들의 도덕적 타락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데 쉽게 동조하는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과연 자본주의라는 경제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가치관이나 철학으로부터 자유로울까.
극심한 빈부 격차와 고착화되어가는 새로운 신분사회, 희망 없는 젊은이들, 전 지구적 환경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 세대에게 자본주의는 어쩌면 하나의 재앙일지도 모른다. 더더군다나 한국의 경우는 삼성에버랜드 주식 편법 증여 등 재벌들의 도덕적 타락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데 쉽게 동조하는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과연 자본주의라는 경제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가치관이나 철학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이기적인 착한 사람의 탄생>(유범상 저)은 문학작품 속에 감춰져 있는 자본주의의 가치관과 철학을 드러낸다. 자본주의 탄생 과정에서 봉건적 가치관이 자본주의 가치관으로 변해나가는 과정을 자본주의 이행 과정과 프랑스 혁명을 관통하는 문학작품을 통해, 특히 그 문학작품들이 그리고 있는 시대 상황과 주인공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그저 등장인물간의 갈등과 시대상에 대한 이해에 머물던 협소했던 문학감상의 폭을, 생산 관계와 가치관의 영역까지 확장하여 살펴보게 하는 책이다.
가장 놀라웠던 작품은 바로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다. 로빈슨 크루소의 성실, 근면, 개척 정신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향료 무역뿐만 아니라 노예 무역을 통해서도 돈을 버는 노예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급기야 ‘프라이데이’를 동료로 보지 않고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행위마저 자연스럽게 읽힌다. 독자들은 은연중에 노예상이자 노예주, 자본가인 로빈슨 크루소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피노키오는 대표적인 동화로 어린이들에게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동화이다. 아버지인 제페토 영감의 말을 잘 듣고, 학교에서는 모범생인 그런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전파시킨다. 그런데 피노키오를 뒤집어 보니 전형적인, 순응하는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상퀼로트’인 아버지와 노동자로 대물림하는 노동자 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원래적 인간성을 지닌 피노키오는 천사의 훈육을 통해 말 잘 듣는 순응적 노동자로 바뀌어간다. 얼마나 끔찍한 동화인가.
피노키오는 대표적인 동화로 어린이들에게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동화이다. 아버지인 제페토 영감의 말을 잘 듣고, 학교에서는 모범생인 그런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전파시킨다. 그런데 피노키오를 뒤집어 보니 전형적인, 순응하는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상퀼로트’인 아버지와 노동자로 대물림하는 노동자 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원래적 인간성을 지닌 피노키오는 천사의 훈육을 통해 말 잘 듣는 순응적 노동자로 바뀌어간다. 얼마나 끔찍한 동화인가.
이처럼 우리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본주의 시스템에 길들여지는 과정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때로 스스로 노동자이면서 기업주를 걱정하고, 재벌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재벌에 대한 형벌을 안타까워하는 주변의 흔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성실 근면을 강조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들 부모들 또한 그러한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이기적인 착한 사람’들인지 모른다.
때로 스스로 노동자이면서 기업주를 걱정하고, 재벌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재벌에 대한 형벌을 안타까워하는 주변의 흔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성실 근면을 강조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들 부모들 또한 그러한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이기적인 착한 사람’들인지 모른다.
자본가와 권력자들로부터 버림받아 뗏목 위에 몸을 실은 메두사호의 생존자들처럼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양식으로 삼아 물고 물어뜯는 아비규환의 지옥 속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시스템 하에서 가장 큰 과실을 가장 적은 노동으로(거의 공짜) 취하고 있는 이 지옥의 유발자들에 대한 분노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저 곁에 있는 동료와의 제살 뜯기 경쟁만이 다급한 현실일 뿐이다.
‘과연 새로운 세상은 가능할까?’ 이 책의 저자인 유범상 교수는 다른 세상을 질문한다. 나와 나를 둘러싼 이 사회에 대한 성찰은 필연적으로 동료와 함께 함으로써 가능하고, 동료들과의 집단 성찰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너와 내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스스로를 묻고 미래를 꿈꾸는 우리들이 많아진다면 바로 거기서부터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지 않을까.
▪ 협동조합마중물문화광장 Letter <상.상.상> 2018년 4·5월호 북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