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만난 그림책 독서토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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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8-21 10:56 조회 59,686회 댓글 0건본문
■ 학교도서관저널이 펴낸 그림책 독서토론 이야기 『생각이 자라는 그림책 토론 수업』 공동 저자인 '경기도토론교육연구
회' 교사들 인터뷰 기사의 일부입니다(조선일보, 2018. 8. 20). 아래 원문 보기를 클릭하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 활용한 토론 교육… 수업 참여율 높이고 사고력 향상
[조선일보]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6人 인터뷰
학생 스스로 질문 만들어 생각 나눠/참여자 모두가 '지식생산자'로 성장
가치관 재정립 등 다양한 변화 생겨/열린 토론 가능한 책 선정이 중요
2015 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됨에 따라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그림책을 활용한 토론 수업이라는 기발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키는 교사들이 있어 화제다. 토론 교육을 중시하는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소속 여섯 명의 교사가 바로 그들. 2010년 만들어진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는 매년 전국 토론교육 페스티벌을 여는 등 토론교육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권현숙(50·경기 호평고), 김민경(41·인천 고잔중), 김준호(39·경기 장곡중), 김황곤(41·경기 영생고), 백지원(49·인천 부평여고), 조승연(34·경기 필봉초) 교사는 "그림책 토론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는 시시하지 않고, 공부를 못하는 경우에도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토론교육연구회 소속 조승연, 김민경, 권현숙, 김황곤, 김준호, 백지원 교사(왼쪽부터)는 “한 권의 책으로 여러 학생의
경험과 지향점이 담긴 질문을 만들 수 있는 그림책은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좋은 교재”라고 말했다. 이신영 기자
◇ '생각부터 행동까지' 변화하는 학생들
일반적으로 '토론'이라고 하면 대립하는 두 의견으로 나뉘어 논증을 펼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림책 토론 수업은 학생들이 한 권의 그림책을 읽고 직접 질문을 만들어 그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좀 더 포괄적인 수업 방식이다. 교과서 지문을 활용한 토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용이 어렵지 않은 그림책을 활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학생들이 편안하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림과 글을 동시에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융복합 텍스트를 해석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사가 구조화된 질문을 하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호기심을 품고 질문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법과 정치, 사회문화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고 수업 참여도도 낮은 것이 고민이었죠. 대안으로 '그림책 토론'을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학생들이 '그림책은 유치하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한 학년이 끝나고 나서 여러 토론 수업 중에 가장 재밌는 토론을 고르라고 하면 주저 없이 '그림책 토론'을 꼽더라고요. 특이한 건 제일 어려운 토론도 그림책 토론이라는 점입니다. 이전까지는 주입식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으로 공부했는데, 이와 반대로 질문을 직접 만들라고 하니 어려운 거죠. 하지만 그림책을 활용해 질문을 직접 만들고 토론을 하면서 학생들은 교과서로 배운 지식과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짓게 됩니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이 '지식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어요."(권현숙 교사)
다시 말해, 학생들은 그림책 토론 수업으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심화학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학급 친구들과 토론하며 자신의 현재 가치관이 무엇인지, 왜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됐는지 등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그림책 토론 수업을 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일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승연 교사는 "'틀렸다, 못한다'는 평가에 질려 무기력한 학생들도 그림책으로 토론하면 평가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져 참여율이 높아진다"며 "작년에 등교 거부까지 할 정도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이 '돼지책'이라는 그림책으로 토론하고 나서 '한 번 더 하면 안 되느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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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토론, 가정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어
그림책 토론은 학교에서만 가능할까. 교사들은 집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민경 교사는 "2년 전부터 초등 4학년인 둘째 아들, 그의 친구들과 집에서 그림책 토론을 하고 있다"며 "그림책을 읽고 이해되지 않거나 궁금한 내용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짝을 지어 이야기하고 나서 전체 토론을 하는 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최근 '로봇 소스'라는 책을 읽고 토론을 진행했는데, 아들이 친구들과 로봇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재밌어하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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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교사들은 그림책 토론에 활용하기 좋은 도서로 '뻐꾸기 엄마(이형진)' '100만번 산 고양이(사노요코)' '헨리의 자유 상자(엘린 레빈)' '우리 엄마·고릴라(앤서니 브라운)' '우리 가족입니다(이혜란)'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코비 야마다)' 등을 권했다. 백지원 교사는 "그림책을 고를 땐 여러 측면에서 열린 토론이 가능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며 "책에서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학년, 성별, 성향에 따라서 다양한 생각이나 심화된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그림책 토론의 핵심은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토론 과정에서 교사 혹은 부모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아이들의 토론을 듣다가 깊이 있게 고민해봐야 할 지점에서,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면 좀 더 효과적인 토론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황곤 교사)
『생각이 자라는 그림책 토론 수업』권현숙, 김민경, 김준호, 김황곤, 백지원, 조승연 함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