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정_ "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마음의숲)_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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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11-10 11:12 조회 17,303회 댓글 7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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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을,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별’로 이해하게 될 줄 몰랐다.”
만약 자신이 살아온 나날 중 하늘을 올려다본 시간을 계산해본다면 불과 몇 분, 심지어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늘 한번 올려다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지구 너머의 우주는커녕 자신이 지구라는 행성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별 볼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직장은 천문대, 직함은 ‘천문대장’이다. 여기서 ‘천문대장’이란 한 천문대를 대표하는 ‘(천문대의) 장長’이라는 뜻이다. 그는 천문대의 전체적인 관리뿐 아니라 천문대를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사직도 겸하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5년간 꾸준히 글을 써온 저자는 ‘제5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차지했고, 그의 첫 책 《천문학이 밥 먹여 주니》를 출간한 바 있다. 그의 두 번째 책 《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에서는 천문대의 일상과 “우주에 눈과 마음을 맞대며 발견한 반짝이는 순간들”, 별을 통해 삶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만약 자신이 살아온 나날 중 하늘을 올려다본 시간을 계산해본다면 불과 몇 분, 심지어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늘 한번 올려다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지구 너머의 우주는커녕 자신이 지구라는 행성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꺄르르, 웃음소리가 한바탕 지나가면 마음과 눈 안에 별빛을 가득 충전한 아이들이 가벼운 걸음으로 천문대를 나선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이다. 천문대 건물의 불이 꺼지면 주변엔 그 어떤 빛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나의 하루도 끝이 난다.
1부 <별 볼 일이 나의 일>에서는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별을 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된 배경, 천문대를 방문한 아이들과의 교감,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천문대를 방문한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며 나눈 이야기, 아이들이 큰 고민 없이 던진 순수한 말 한마디나 질문 하나를 통해 문득 돌아보게 되는 삶, ‘천문대장’ 혹은 ‘강사’로서의 깊은 고민, 업에 관한 애정 등 밤하늘과 별을 배경으로 한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이들이 눈을 감았다. 비록 눈꼬리는 처지고 입은 삐쭉 나왔지만 그래도 순순히 눈을 감는다. 어쩜 이리도 귀여울까?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북두칠성이 된 일곱 형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자, 이제 눈을 떠볼까?”
감았던 눈을 뜨고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본 아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쌤! 별이 나타났어요!!!”
(…)
세상에는 오래 볼수록 더 반짝이는 것들이 있다. 밤하늘의 별처럼, 누군가를 향한 사랑처럼. 별을 만나려면 얼마 동안 눈을 감고 시간을 세어야 한다. 기다림은 때로 지루하고 두렵다. 그러나 언젠가 기다림 건너편에서 소중하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우리는 결국 만나고야 말 것이다.
아직도 우주 전집의 장면이 생생하다. 수천 겹으로 되어 있던 토성의 고리, 마치 달처럼 징그러울 만큼 곰보가 나 있던 수성, 삼겹살을 꼭 빼닮은 목성. 나는 그 책들을 보며 천문학자를 꿈꿨다.
“엄마는 승현이가 책 읽는 게 그렇게 좋더라.”
그때의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가 되었어도, 나는 아직 그 마음을 모른다. 비상금으로 자신의 옷 대신 자식의 책을 사주는 그 너른 품을 알지 못한다. 그저 책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는, 별빛을 눈에 담고 집으로 돌아와 책을 쓰는 어른이 되었다.
나도 아빠가 되면 그런 마음이 될까? 모르겠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어머니의 비상금은 내 꿈이 되어 여전히 마음속 책장에 꽂혀 있다.
_<어머니의 비상금은 책꽂이에 꽂혀 있다> 중에서(69~72p)
2부 <장엄한 우주의 하늘을 이루는 것은 작은 별들이다>에서 저자는 찬란하게 빛나는 여러 색깔의 별들처럼, 그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늘 자신의 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친구와 함께 한국의 집값에 대해 푸념하다 문득 시선을 달로 돌려 “축구장 만한 크기의 땅도 3만 원이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실현되기에는 아직 조금 먼 희망을 품어보거나, 헬스장에서 매일 “한 세트 더!”를 외치며 “10초를 100초로” 만들어버리는 자신의 담당 트레이너를 ‘블랙홀 같은 사람’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별이 각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중학교 과학 시간을 회상하며 “별은 늘 노란색으로 떠야”한다고 생각했던 중학교 시절을 돌아보며 자신의 편견 어린 면을 반성하기도 한다.
중학교 과학 시간이었다.
“별들도 각자의 색이 있어. 어떤 별은 빨갛고, 어떤 별은 파랗단다.”
“우와! 빨간색 별은 도대체 얼마나 뜨거운 거예요?”
“3천 도나 된단다. 그런데 파란색 별은 더 뜨거워. 무려 3만 도.”
“네? 왜 파란색이 더 뜨겁다구요? 뜨거운 색은 빨간색이잖아요.”
“왜? 파란색은 뜨거우면 안 되니?”
“그건 아니지만…”
별은 늘 노랗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스케치북에 별을 그릴 때면 노란색 크레파스만 분주히 움직였다. 그것만 닳고 작아져도 다른 색은 쓰지 않았다. 그래야 별이니까. 파란색은 멍든 색이니까. 내 마음에 파란색 별이라는 건 없으니까. 별은 늘 노란색으로 떠야 했으니까.
과학 수업 이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별도 다 같은 별이 아니라, 제가 지닌 온도에 따라 다른 색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
별은 늘 가만히 제 모습으로 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별’로 이해하게 될 줄 몰랐다. 그 주변을 서성이던 나는 우연히 마음에 닿는 생각을 하나 걸쳐 입었다. 푸른 별이 뜬 어느 밤이었다.
_<푸른 별이 뜬 어느 밤이었다> 중에서(85~88p)
슈퍼문도 월식도 아니었다. 어느 평범한 날에 뜬 달이었다. 그러나 그 달이 나뭇잎에 가려지고 산등성이에 걸쳐지자 전혀 다른 풍경이 탄생했다. 아이들의 환호를 들으며 생각했다. 달이 더 크고 밝아야 하는 게 아니구나. 무언가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아주 작은 변화로도 가능하구나.
_<고향 집의 송사리> 중에서(99p)
3부 <우주는 상상하는 만큼 커진다>에는 그의 삶에 깊이 스며 있는 별과 우주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성하는 저자의 밀도 높은 생각들이 담겼다. 그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밤하늘과 별을 숱하게 보았던 그는, 별을 마주하면서 별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가슴 한 켠에 차곡차곡 모아놓는다. 열정 가득한 천문학도인 척했던 과거의 오만을 반성하기도 하고, 별을 보러 떠난 몽골의 열악한 상황에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을 오가다 찬란한 은하수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았을 때 만날 수 있는” 것이 은하수임을 되새긴다. 또한 아이들과 나누었던 혜성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낯선 여행지에서 느낀 자신의 두려움이 결국은 무지의 산물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기도 한다.
태양은 생이 끝나면 백색 왜성으로 죽는다. 어둡고 차가운 천체가 되어 우주에서의 존재감을 잃는다. 별들은 그렇게 빛을 잃고 죽는다. 그러나 백색 왜성 옆에 다른 별이 나타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백색 왜성은 이웃 별의 도움을 받아 얼마 후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 순간을 ‘초신성 폭발’이라고 부른다. 초신성은 수천억 개의 별을 합친 만큼이나 밝아진다. 그러니,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_<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중에서(127p)
“옛날엔 혜성을 엄청 무서워했어.”
“네? 왜요? 혜성은 그냥 더러운 얼음덩어리잖아요.”
“그렇지. 그렇지만 그걸 몰랐던 옛날 사람들은 무서울 수밖에 없었어. 난데없이 튀어나와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니니 마귀로 착각한 거지. 심지어 로마의 황제 네로는 혜성이 나타날 때마다 자신의 후계자가 될 만한 사람이나 대신 들을 모아놓고 죽였대.”
“혜성이 나타났는데 왜 사람을 죽여요?”
“잘 모르는 것일수록 더 공포스럽잖아. 멀쩡했던 집이 갑자기 정전이 되면 무서운 것처럼!”
(…)
실체 없는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물고 올 때마다 나는 나에게 말해준다. ‘고작 혜성 같은 걱정이야’라고.
_<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 중에서(158~161p)
마지막 4부 <별빛 아래 모두가 행복하기를>에서는 대낮에도 여전히 머리 위에 빛나고 있는 별처럼, 세상의 모든 삶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그는 평범해 보이는 우리들의 일상은 자세히 보면 곳곳에 경이로움으로 빛난다고 말한다.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는 고작 5퍼센트이지만 우리는 그 5퍼센트에 감동하고,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느낀다. 이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운 95퍼센트의 행복을 바라지 말고 당장 이 순간 우리 앞에 놓여 있는 5퍼센트의 행복을 즐기라고, 흐린 별빛 몇 개로도 우리는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우주의 모든 물질을 합쳐봐야 고작 우주의 5퍼센트다. 나머지 95퍼센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이름이 어렵듯 정체
가 뭔지도 모른다. 있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우주의 대부분은 인류가 잘 모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에 보이는 5퍼센트의 우주에 감탄한다. 거대한 은하 사진을 보고 감동한다. 멋진 오로라를 보며 황홀해하고, 블랙홀 사진을 보며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고작 5퍼센트의 우주지만 우리에게는 나머지 95퍼센트의 우주보다 더 광활한 세상이다.
(…)
불행보다 행복이 주는 안도감과 즐거움에 집중하는 순간들. 나도 언제부턴가 그런 순간들을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_<고작 5퍼센트의 우주> 중에서(197~198p)
내 안의 우주를 한 뼘씩 넓혀가는 일
저자는 평생 별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우주의 크기가 한정이 없듯 자신이 깨닫고 배워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만큼 별과 우주가 저자의 삶에 깊이 스며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저자가 그동안 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듯,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저자의 삶을 통해 자신 안의 우주의 크기를 가늠해보게 될 것이다.
지은이 조승현
밤하늘의 별빛을 좋아한다. 아이들의 눈빛도 사랑한다. 결국 어린이천문대에서 아이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치는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 현재 구리어린이천문대의 대장을 맡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쪼쪼쌤’으로 불린다. 카카오 브런치에 5년째 에세이를 연재하는 중이다. ‘제5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오늘도 노란 불빛 아래 꾸준히 쓴다. 글쓰기도 별 보기만큼이나 즐겁다. brunch.co.kr/@st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