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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_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_ 바람북스_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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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16 10:13 조회 1,944회 댓글 4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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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상실 #사랑 #가족 #이별 #죽음 


아버지가 죽어가는 동안
우리 모두는 그의 곁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합니다

생명은 유한하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그러나 죽음이 보편적이고 공평하다고 해서 받아들이기 쉬운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면 더더욱. 사별이란 다시는 볼 수 없는 헤어짐이라 애통하고 한 존재가 영영 사라진다는 사실 때문에 절망스럽다. 하나의 죽음은 얼마나 많은 슬픔과 고통을 유발할 것이며, 거기에는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유디트 바니스텐달의 그래픽노블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은 한 남자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를 둘러싼 상황을 담담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의사가 ‘상문상 후두암’을 통보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에서 주인공 다비드는 얼이 빠져 보인다. 다비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그럼 타마르는?”이다. 이제 겨우 아홉 살이 된 늦둥이 딸 타마르. 모든 부모가 그렇듯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곁에 있어 줄 수 없다는 것은 눈앞이 깜깜한 일이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공포가 찾아온다. 죽음, 아득하고 도무지 알 수 없고 두려운 그 무언가. 다비드의 환상 속에서 일찍 세상을 떠난 전부인 줄리아가 나타나 위로를 해주지만 사후세계나 행운의 마스코트 같은 걸 믿어본 적 없는 다비드는 그저 막막할 뿐이다. 다비드는 어떤 경로를 거쳐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인가.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은 다비드와 다비드의 가족들이 죽음을 맞닥뜨리는 모습을 하나하나 초점을 바꿔가며 들여다본다. 다비드에게는 아내와의 사별 후 재혼한 젊은 아내 폴라, 폴라와의 사이에서 얻은 타마르, 이미 성인으로 비혼모가 된 딸 미리암, 미리암의 아기 루이즈가 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간략한 가계도가 그려져 있는데 다비드의 가족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내와 딸, 손녀들을 거느린 아버지는 대체로 가족 내 유일한 남성으로서 좀더 강한 책임감과 힘을 요구받곤 한다. 다비드가 암의 진행에 따라 ‘목소리’를 잃는다는 건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다비드가 죽어가는 동안 다비드를 돌보고 여전히 계속될 일상을 지속하는 여성 인물들은 어떤 의미에서 가부장제의 전복을 실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여성에게 특화된 돌봄을 강조하기보다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삶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절망에 빠지지만 대체로 담담하게.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은 미리암, 타마르, 폴라, 다비드에게 각 장을 할애하고, 인물 각각에게 고유한 색깔과 딱 맞는 시를 한 편씩 건넨다. 미리암은 빨강, 타마르는 푸른색, 폴라는 검정, 그리고 다비드는 흰색. 미리암이 여행 중 처음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후 루이즈를 낳는 장면은 다비드의 암 선고와 오버랩되며 삶의 순환과 지속성을 드러내준다. 아버지가 죽겠지만 미리암은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것이고 다비드의 가계는 이어질 것이다. 한편, 아직 어린 타마르에게 아빠의 죽음은 불가해하다. 죽음이 영영 이별하는 거라고? 그렇다면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 그리하여 타마르가 친구와 함께 아빠를 미라로 만들자고 계획하는 것은 끔찍하다기보다 애틋하다. 아내 폴라는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 보낸 후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며 어린 딸을 키우며 살아가야 할 폴라에게는 다비드의 죽음이 슬프고 고통스러우면서도 화나는 일이다. 상실감과 삶의 무게가 이중으로 덮쳐온다. 당장 폴라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누구보다 다비드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폴라는 애써 죽음을 외면하고 부정하지만 달라질 건 없다. 그리하여 마침내 폴라는 죽음을 받아들인다. 다비드는 떠나겠지만 사랑의 기억은 남을 테니까.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은 그래픽노블의 장점을 십분 살려 인물의 표정과 장면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그려 보여준다. 독자는 침묵 속에서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에 귀기울일 수 있으며 작가가 펼쳐놓은 다양한 장면들 속에서 나름의 진실을 찾아볼 수 있다. 독자는 다비드가 죽어가는 동안, 한편으로 루이즈가 걷고 말하기 시작하며 점차 자라는 모습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타마르가 호수에서 인어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풍선이 편지를 전해준다는 타마르의 상상과 믿음을 지켜주기 위해 엄마 아빠가 사소한 수고를 감수하는 장면은 재미있고 의미심장하다. 죽음이 엄연하듯 어린아이의 유년이 보호되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삶은 그렇게 따뜻한 삽화들이 갈피갈피 채워지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 인물들이 저마다 각자의 삶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다비드의 암은 시종일관 악화된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보다 공포스러운 것은 말할 수 없는 신체적 고통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더 이상 못 보게 된다는 것은 두렵고 슬프지만 거듭된 수술과 항암치료로도 고통을 잠재울 수 없고 죽음이 안식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다비드는 절친인 주치의에게 죽여달라고 애원하며 주치의는 고심 끝에 비통한 마음으로 친구의 안락사를 돕는다. 안락사에 대한 판단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마지막에 이른 다비드가 독자들을 바라보며 홀가분하게 웃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죽음은 정말 끝일까, 다비드는 평안에 이르렀을까, 남겨진 가족들은 이제 어떻게 지낼까.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후 슬픔과 상실, 애도에 대한 이야기는 많고 많다. 그러나 죽음의 과정과 그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장면을 그림과 짧은 대사로 전달하는 그래픽노블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일 것이다.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은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관심사를 주제로 삼되 손쉬운 위로나 조언을 건네려 하지 않는다. 그저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생각과 감정, 관계들을 보여주며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일 뿐임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죽음에 가까이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죽음에 관심이 많거나 그렇지 않거나, 여전히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추천사

제자리를 맴돌던 삶에 아름답고 묵직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이 그래픽 노블을 통해서 우리는 사라진다는 것은 고요함 속에서 새롭게 기억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상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절망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_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
 
책 전반에 깔린 빛과 어두움의 조화는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느낌을 준다. 유디트 바니스텐달의 끊기고 흔들리고 떨리는 선은 마치 얼마 남지 않은 다비드의 생명을 상징하는 듯하다. 병동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그림자는 아직은 어린 딸, 타마르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물이 흐르듯 종이에 얹힌 투명한 수채화의 상징적인 색과 칸의 구성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가족 구성원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절제된 대사와 문장은 고통을 무겁게 표현하기보다 오히려 담담하게 보여주므로 더욱 진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유디트 바니스텐달의 이 작품은 너무도 아름답고 먹먹하다. _ 김금숙 (그래픽노블 작가)

당신이 겪은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무엇입니까? 누군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나올 대답, 바로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일 것이다. 세상과 이별을 앞둔 아버지, 그를 바라보는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의사 친구. 이들이 겪는 고통과 낯선 감정은 강렬한 색채와 압축된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뜨겁게 파고든다. 유디트 바니스텐달이 매 작품마다 보여주는 가장 큰 미덕은 어떤 삶, 어떤 선택이 누군가의 일상과 감정보다 결코 우위에 있다고 말하지 않는 점이다. 아버지의 죽음이 두렵지만 책임져야 할 아이가 생긴 딸, 남편의 떠남이 슬프지만 남겨질 자신도 두려운 아내.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질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감정들이 탁월한 서사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다비드’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첫 아내 ‘줄리아’는 다비드의 꿈에 나와 “죽음은 어둡지만 따뜻해”라고 말한다. 바로 이 작품이 그렇다. _ 엄지혜 (『태도의 말들』 저자)


::: 지은이_ 유디트 바니스텐달
1974년생, 벨기에 만화작가이자 일러스트 작가. 정치망명 난민인 아프리카 토고의 청년과 벨기에 여대생의 사랑을 그린 첫 작품 <소녀와 흑인 소년>으로 단번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권으로 된 이 이야기는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서 두 번이나 대상 후보에 올랐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2012년에 출판된 그래픽 노블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은 출판되자마자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세 번이나 아이스너 상의 후보로 지명되었다. 유디트는 아이들을 위한 책의 삽화들도 그리고 있다. 

::: 엮은이_김주경
이화여대 불어교육학과와 연세대학교 대학원 불문학과를 졸업. 프랑스 리옹 제2대학교에서 박사 과정 수료 후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눈표범>,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신은 익명으로 여행한다>, <해저 2만리>, <토비 롤네스>, <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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