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우리글도 못 쓰게 하는 이 현실이 언젠가는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1919년 전국적으로 일어난 만세운동 이후 일본은 ‘문화통치’를 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조선의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려 했다. 이렇게 말 한마디, 노래 한 소절 마음대로 하지 못한 시절에 일본말을 사용하지 않은 곳이 있었다. 바로 남원의 기생 조합인 남원 예기 조합이다. 남원의 지역 유지이자 독립운동가 이현순이 만든 남원 예기 조합은 조선말을 하고 조선의 전통 예술을 지켜나갔다. 최봉선은 이곳의 으뜸 기생으로서 그 뜻을 이어갔고,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이자, 지역 축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춘향제’를 만든다. 조선인이 모여 있기만 해도 만세운동을 할까 봐 경계를 샀던 시절에 큰 규모의 축제를 계획하고 추진한 것이다. 게다가 춘향은 기생의 딸이라서 유교적인 제사를 지내는 것에 대해 양반들의 반발도 있었을 것이다. 신분제가 폐지되어도 여전히 신분 차별이 존재했고, 기생을 여전히 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시대였다. 안팎으로 가해지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을 해낸 최봉선의 용기와 기개를 보고 있으면 감탄하게 된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영웅 ‘최봉선’을 만나는 시간
이 작품은 잊혔던 여성 인물 최봉선의 가슴 벅찬 일생을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구현하였다. 안타깝게도 춘향제를 처음 만든 최봉선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고향인 부산에서 남원으로 넘어와 남원 예기 조합에 들어갔다는 것, 춘향 사당을 짓고 춘향 영정을 그려 제사를 지내자고 제안했다는 것, 내선일체를 선전하기 위해 그려진 춘향 초상화에 밀려난 최초의 춘향 영정을 돌려놓겠다고 말한 동아일보의 인터뷰 기사 말고는 그의 생애를 온전히 추측할 수 있는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남원에서 문화 해설사로 활동하는 저자가 남아 있는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최봉선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재구성하였다. 현지에서 직접 조사한 생생한 정보가 담긴 부록도 작품의 현장감을 살리고 작품에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차별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조선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최봉선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이처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선조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잊혔거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영웅의 업적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독자들에게 『백 년 동안 핀 꽃』이 가슴 벅찬 역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추천사
‘100년 동안 핀 꽃’은 재미있다. ‘소리꾼 최봉선’과 친구들이 좋아하는 춘향가를 축제로 만들고, 자신들의 삶이 축제가 되는 이야기다. 춘향가를 좋아하는 소리꾼 최봉선은 춘향가의 소리의 뿌리를 찾아 부산에서 남원까지 찾아온다. 그리고, 춘향가를 노래하고 춘향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역에서 축제를 만들고, 소리꾼들의 삶이 축제가 된다. 우리는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영웅을 기다린다. 새롭고 재미있는 영웅을 만났을 때, 이야기는 출렁거리며 우리의 삶을 흔든다. ‘100년 동안 핀 꽃’에서 ‘소리꾼 최봉선’과 친구들은 새롭고 재미있는 영웅들이다. 자기 삶을 축제로 만든 소리꾼들의 이야기, ‘100년 동안 핀 꽃’을 사춘기 청소년들과 부모님들께 추천한다. 우리 청소년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를 바란다. 자기 삶을 지역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여러 방면의 소리꾼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 박미자
고전 소설 《춘향전》이 세계에 명성을 자랑하고 춘향가를 비롯한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되었으니 춘향제를 창시하고 이끌어 낸 최봉선 선생을 기리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여성으로서 게다가 천대받았던 기생으로서 말살되어가던 우리 민족의 얼을 지키고자 춘향제를 기획한 일은 대단한 창의력의 결실이었습니다. 그것도 남원 사람만이 아니라 전국의 예기 권번과 함께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분을 그동안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문학작품으로 탄생시켰으니 매우 늦었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 한병옥 (남원 향토사학자)
가끔 남원을 찾아갈 때면 ‘아, 여기가 역사의 보물창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보물이 많아도 그걸 캐내어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다행히 김양오 작가가 남원 지역의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이야기와 인물들을 찾아 재조명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음이 얼마나 반가운지. 남원의 명소인 광한루가 일제가 쓰던 재판소였으며, 권번 기생들이 앞장서서 독립운동에 나선 이야기며, 최초로 춘향제를 만드는 중심축에 최봉선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되살려냈다. 춘향이와 이몽룡의 이야기가 어린 광한루가 그저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남원 사람들의 항일정신을 일깨워준 상징적인 장소라는 것도 되살려내고. 그렇다. 역사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 꽃으로 피어나고, 우리는 그 꽃을 오래오래 피워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 이규희 (동화 작가)
::: 지은이 김양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은 전라북도 남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약방 집 딸이어서 그랬는지 어릴 적부터 옛날 것을 좋아해 인하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아동 문학과 글쓰기를 공부한 뒤 25년 만에 첫 책 《도자기에 핀 눈물꽃》을 내면서 역사 동화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작 : <백 년 동안 핀 꽃>,<도자기에 핀 눈물꽃> … 총 3종 (모두보기)
::: 그린이 곽정우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전 40회와 수많은 단체전, 아트 페어, 기획전을 했으며 ‘하트 회화 시리즈’라는 미술 작품으로 ‘사랑의 회복’이라는 스토리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6학년 1반 구덕천》, 《천변풍경》, 《자석 인간 마티》, 《용감한 해치》 등이 있으며 다양한 책 표지 작업을 했습니다. 특히 《6학년 1반 구덕천》 삽화를 통해 전국에서 원화 전시를 20여 차례 진행하며 학교 폭력 추방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림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열심히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