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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작가와의 만남, 어떻게 할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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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12-05 16:08 조회 8,8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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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은 특별한 경험이다. 독자는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책에서 얻은 지식을 더 확장시킬 수 있을 뿐더러, 몰랐던 작가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마음과 마음이 마주쳐 새로운 열정이 일어나게 한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된다.
학교에서 접한 첫 작가와의 만남은 고등학교에서 일하던 때 있었다. 당시 인문과학부장님께서 무지막지한 강사진으로 연간 5회의 작가 강연을 진행하셨는데, 나는 강연 도서 준비와 책 읽히기, 참가 신청 받는 일을 도와드렸었다. 그때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김성호 교수, 이옥수 작가 등 다양한 주제 분야의 강사진을 초청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 분들을 다 모실 수 있었는지 그 방법이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 인문과학부장님에게 어떻게 강연을 섭외하실 수 있었는지, 강사비는 어떻게 드렸는지 여쭤봤어야 했다.
당시엔 학교 경험이 얼마 없었고,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지금은 내가 그 일을 맡고 있다. 작년과 올해 6회의 강연을 기획했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써본다.

머리: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은 준비, 실행, 마무리 단계로 이루어진다. 곤충은 아니지만 각 단계는 머리, 가슴, 배로 비유할 수 있다. 첫 단계인 준비는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비비고 수정해서 문서의 형태로 갈무리하는 단계다. 주제를 정하고, 작가를 섭외한 뒤, 참가할 학생들을 모집한다. 고등학교는 생기부 기록을 원하는 학생의 참가가 활발한 편이나, 중학교는 학생의 흥미가 우선이다.
초청 작가 선정 방법은 ①주제별로 연간 계획을 짜는 방법, ②학생 설문조사를 통해 주제나 작가를 선정하는 방법, ③교육과정(한 학기 한 권 읽기 등)과 연계한 작가 선정 방법, ④행사(문학기행, 독서캠프 등)와 연계한 작가 선정 방법이 있으며, 여러 방법을 함께 적용할 수 있다.
초청할 작가가 정해지면 출판사에 작가에게 연락할 메일 주소/연락처를 문의하고, 메일을 통해 강연을 요청한다. 이때 기관명,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행사의 목적, 일시, 장소, 대상, 강연비 및 원고료를 밝힌다. 이는 각 시도교육청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라 결정하는데, 작가에게 해당 파일을 함께 보내 책정 기준이 적절한지 상호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이를 통해 놓쳤던 작가의 경력이나 대학교 강연 여부 등을 파악하고 더 높은 강연료를 드릴 수 있도록 한다.
참가 학생 수에 따라 강연료를 더 드릴 수 있으며, 학생이 많이 참가할수록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참가자를 모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때론 작가를 섭외하는 것보다 학생을 모집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지금까진 ①학생의 관심, 흥미에 바탕을 둔 작가 초청, ②수업 중에 직접 혹은 교관 선생님을 통해 홍보하기, ③사방팔방에 홍보 자료(포스터, 도서관 소식지, 참가 신청 가정통신문) 뿌리기를 통해 최대한 많은 학생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반응이 가장 좋았던 강연을 꼽으라면 학생이 관심 있는 진로(의사)와 연계한 남궁인 작가와의 만남이 신청자가 가장 많았고, 재미있는 단편 소설집의 김동식 작가와의 만남 때 학생들의 질문이 가장 많았다. 이 경우에도 작가를 꿈꾸는 학생, 아직 진로를 찾지 못한 학생 등에 의한 진로 관련 질문이 가장 많았다.
더해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작품을 미리 살펴봐야 한다. 작품을 읽지 않고 듣는 강연과 읽고 듣는 강연은 재미부터 의미까지 모든 면에서 차이가 크다. 고등학교에서 일하던 때는 독서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동아리와 연계해서 책을 읽힐 수 있었다. 참가자가 200명이 넘어서 그 와중에 독서퀴즈를 통해 참가자를 줄여야 할 정도였다. 책을 읽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의 퀴즈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책이나 작가에 대한 질문지를 받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원으로 바빠서 책을 읽지 못했더라도 작가에 대해 조사해 보고 질문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또 행사운영비로 강연 주제 도서를 여러 권 구비해 미리 읽어볼 수 있게 한 뒤, 강연 이후 사인을 받아 열심히 참여한 학생들에게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가슴: 마음을 마주쳐 일어나는 것은
흔히 강연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하지만 작가와의 만남은 열정을 전염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열정이 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열렬한 불이든 따뜻한불이든 강연을 듣고 난 학생들의 눈이 반짝이고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야말로 성공적인 강연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학생들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며, 둘째로 작가의 강연이 학생들에게 길을 제시해 줘야하고, 셋째로 강연이 학생의 기억에 오래 남아야 한다.
첫째 조건은 준비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둘째 조건은 학생의 의견, 필요를 바탕으로 강연을 기획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셋째 조건은 학생들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문학기행과 작가 강연을 연계했던 이기범 작가와의 만남이나 영화 <코코>를 함께 보고 죽음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 남궁인 작가 강연을 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연계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은 주제에 대한 생각을 키우고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배: 경험 소화시키기
작가와의 강연이 끝난 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모든 일들을 문서화해야 한다. 학생들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학생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른바 소화 단계다. 만족도 조사는 강연의 만족도를 다양한 측면(시간, 장소, 주제, 진로, 학습, 재미 등)에서 조사하고, 재참가 의사와 건의사항, 만나고 싶은 작가님을 써서 제출하게 한다.
학생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점, 느낀 점 등을 보고서로 정리하게 한다. 줄글로 적어서 제출하게 해도 되지만, 들어갈 내용을 안내해주면 더욱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KWL 양식이나 마인드맵 형식으로 만들어서 제출하게 할 수도 있다. 담당교사는 이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관찰하고 생활기록부에 적을 수 있도록 한다.
이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하던 과정을 글로 옮겨 보았다. 생각해 보면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한 건 학생들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글을 쓰며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한편 나도 조금씩 성장해 온 느낌도 든다. 앞으로 좋은 강연 기획해주실 사서선생님들께서도 계속 성장해 나가시길, 마음과 마음을 마주쳐 큰불 일으키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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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죽은듯 조용한 도서관? 탈바꿈하자!
올해 9월, 갑작스럽게 새로운 학교로 오게 되었다. 중학교 근무만 해오다가 고등학교로 오니 많은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생각보다 조용한 도서관은 적응되지 않았다.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 도서관은 아침부터 아이들이 책 빌리러 달려오고, 점심시간은 많은 학생이 책을 보거나 삼삼오오 공부를 한다거나, 시원해서 또는 따뜻해서라도 놀러오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점심시간 도서관에 오는 인원이 2∼3명밖에 안 되는 상황이어서 난감했다. 나는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것 같다는 큰 책임감에 휩싸였다.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도서관이 이렇게 쥐죽은 듯 조용하다니 말도 안돼!”
나는 우선 학교도서관 여기저기에 ‘사서선생님 이용법’이라는 포스터를 걸었다. ‘사서선생님은 이럴 때 이렇게 활용하세요∼’라는 내용으로 사서교사가 도서관에서 무엇을 하는 존재이며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알렸다. 학생들에게 “도서관은 친근한 곳이야, 여기서 책도 읽고 놀 수 있고, 정보도 얻고, 힘들고 외로울 때 쉴 수도 있는 곳이란다.” 이런 이야기를 도서관 행사를 통해서 해 주고 싶었다. 매달 다른 주제로 북큐레이션을 선보이고 대출 관련한 이벤트 등
여러 행사를 운영했지만, 가장 신경을 써써 기획했던 행사가 바로 ‘저자와의 만남’이었다.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들의 책과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싶었다.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규모를 보니 2학기 내로 2회 정도가 가능했고, 문학 분야 작가와 다른 분야 작가 두 분을 모시고 싶었다. 학생들의 설문 조사를 살펴보니, 문학 작가는 자주 뵈었으니 다른 분야 작가의 강연을 듣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과교사와 친해지면 저자 섭외가 수월해진다
일반적으로 저자와의 만남을 계획할 때,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이 바로 저자를 선정하고 섭외하는 일이다. 작년에는 작가가 책을 출판한 출판사를 통해 연락처를 받아서 직접 연락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하고 ‘책씨앗’ 플랫폼을 이용해서 저자를 섭외하기도 했었다. 올해도 어떤 저자를 초청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을 무렵, 급식실에서 시인으로 활동하시는 국어선생님과 점심을 먹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렸고, 국어선생님께서는 『우상의 눈물』의 전상국 작가와 연락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또한 제자가 출판사를 하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유튜브 관련 책이 청소년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하셨다. 이때다 싶어서 전상국 작가와 1인 방송에 대해 책을 낸 김기한 작가를 섭외할 수 있을지 여쭈었고, 저자 두 분의 섭외가 바로 결정되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수다로 시작된 대화가 저자 섭외로 이어지다니… 교내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많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관계를 통해 학교 내에서 생활이 즐거워질 뿐만 아니라 실제 도서관 운영에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다.

행사 진행 1 학부모, 인근 중학교 동아리에게도 열띤 홍보하기
국어선생님의 도움으로 저자 섭외를 마친 후, 1차는 『1인 방송 시작하는 법』의 김기한 작가, 2차는 『우상의 눈물』의 전상국 작가로 계획을 정하고 교내에서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행사 안내지를 만들고 각반 담임선생님들께 안내지를 배포하여 반별로 모집하는 방식을 취했다. 교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낮은 만큼 각 회별로 30여 명의 학생들이 모집되었다. 좋은 작가들이 초청되는 귀한 시간인 만큼 좀 더 많은 분들께 기회를 드리자는 의견에 따라 학부모들께 ‘저자와의 만남 참석 안내’ 가정통신문을 보내드렸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e알리미’를 통해 안내 및 회신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여 어렵지 않게 학부모 참여도 수합할 수 있었다. 또한 작가 섭외를 도와주셨던 선생님께서 서울 중랑구에서 연합 동아리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동아리에 참여하는 중학생들도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관내 모든 중학교에 저자와의 만남 참석과 관련한 안내 공문을 보냈고, 두 학교에서 몇몇 학생이 선생님과 함께 참석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참가자 모집을 끝내고, 강연을 위한 활동지를 만들었다. 특히 우리 학교의 경우 저자와의 만남 참석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논의했고, 출석 여부와 활동지 제출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기에 신경써서 활동지를 만들었다.
저자가 강연을 할 책을 기본으로, 책을 읽어야 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 두 가지와 저자에게 궁금한 점 한가지로 강연 전 1차 활동지를 만들었다. 강연 후 만든 2차 활동지에는 강연을 들은 후의 감상과 다음에 초청하면 좋을 작가나 분야에 대한 설문을 담았다.
저자와의 만남 참석 예정 학생들에게 안내지와 활동지를 배부하고, 도서관에 강연 작가들의 책을 비치하여 대출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1차 활동지는 행사 일주일 전에 취합하여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내용별로 정리하여 작가에게 이메일로 보내 당일 강연 내용 또는 질문 시간에 이야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행사 일주일 전쯤에는 저자와의 만남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 여기저기에게시하여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고, 도서반 학생들과 회의로 행사 당일 맡을 업무를 정하고 의
논했다.
 
행사 진행 2 예산 체크와 강의 전 준비사항 확인하기
예산을 짤 때 체크해야 할 것으로 강사비와 간식비 또는 행사비가 있다. 강사비는 보통 강의료와 원고료 등으로 이뤄지는데, 학교 회계 예산 편성 기본지침(행정실에 요청하면 볼 수 있다.)에 기재된 대로 교육강사 수당 부분에서 교육 강사 구분이 어디로 들어가는가에 따라 시간당 기본료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하여 예산을 정해야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참석한 모든 분들께 간식을 지급하기로했고 10명을 추첨하여 5명에게는 작가 사인이 들어간 책 선물을, 5명에게는 간식 세트를 선물하기로 했기에 이에 맞춰 간식비를 책정하여 미리 품의하여 준비했다. 또한 혹시 도서관에 작가의 책이 소장되어 있지 않은 경우나, 책을 많은 학생이 함께 볼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프로그램 예산 중 행사비로 미리 책을 사둘 필요도 있다. 또한 강의 후에 강사료 지급을 위해 작가에게 미리 강의할 원고(주로 PPT), 통장 및 신분증 사본 등 자료를 요청해 두는 것이 좋다. 각 학교별로 강사 카드를 작성하길 원하는 곳도 있으니 체크하여 준비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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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진행 3 학생들 취향을 반영한 강연이 반응도 최고!
드디어 행사 당일, 오전에 김기한 작가에게 다시 한 번 연락을 취하여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안내 말씀을 드리고 점심시간 즈음해서 도서관에 행사 세팅을 했다. 자리 배치를 하고 간식 및 참가 학생 출석부 준비 등을 끝내고 나니 작가님께서 도착하셨다. 학교로 강의를 간다고 하니 회사에서 챙겨 주었다는 캐릭터 인형들 덕분에 행사 테이블이 더욱 풍성해졌다.
요즘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유튜브와 1인 방송국에 대한 강연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집중도와 관심은 최고조였다. 작가님도 일반적인 유튜브 관련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과 달리, 청소년들에게 유튜브를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서, 하나의 놀이로서 생각하고 이용해 보라고 하셨다. 또한 앞으로 하나의 진로 방향으로서 1인 방송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강의가 끝나고 작가의 추첨 시간을 통해 선물을 나누고, 질문 시간에 작가님께서 학생들이 미리 했던 질문 하나하나에 대한 답을 모두 해주셨다. 행사가 다 마무리되고도 몇몇 학생들은 남아서 작가님께 못다 한 질문을 했다. 며칠 후 강연 당일 출석 체크와 함께 받은 2차 활동지를 학생들에게 제출하도록 했고, 출석 여부와 활동지 내용을 기초로 해서 생활기록부 기재를 마쳤다.

마을과 함께하는 저자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다음 저자와의 만남은 전상국 작가를 모실 계획이다. 전상국 작가는 서울 중랑구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 활동을 오랫동안 하셨고, 우리 학교 인근에 그의 작업실이 옛집으로 남아 있다. 또한 중랑구 출신 문학가들과 교류를 많이 하셨기에 이번 강의에선 ‘작가의 산실, 중랑구’라는 부제로 중랑구 출신 문학가들 이야기도 함께해 주실 예정이다. 학부모는 물론 인근 중학교 학생, 우리마을 문화해설사 다섯 명이 참석한다. 강의를 마친 후에는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전상국 작가와 문화해설사와 함께 작가님의 옛집을 돌아보려고 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국어과 선생님과의 대화 중에 계획된 것이다. 중랑구 망우리 인근 학교들의 연합동아리 활동을 해오시던 선생님께서 마을 문화해설사도 같이 연결해 주시게 되어 행사가 마을과 함께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마을연계형 저자와의 만남을 앞두고 무척 기대가 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사서교사 일을 해오고 있다. 언제나 학교도서관이 학생과 교사로 북적이길 바랐고 많이 사랑받게 하기 위해 혼자서 참 애썼던 것 같다. 학교도서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사서교사 혼자가 맞지만, 계획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교내 다른 선생님들께 고민을 말하고 도움도 받아 보면 어떨까 싶다. 늘 사서교사는 교과교사나 학생들에게 참고봉사를 하고 도움을 주는 존재여야만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고, 혼자서 척척 해내는 모습이 사서교사의 필요성을 더욱 알리는 일이라 생각하고 일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교과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 섭외부터 행사 계획까지 많은 걸 해낼 수 있었던 걸 보면 학교도서관 운영은 사서교사가 중심이 되어 학교 전체가 함께하는 방향이 되어야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학교도서관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서선생님들에게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하지 말고 도움을 구해보시길 권한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관계가 좋아질 뿐 아니라 도서관 행사가 더 풍성해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구하고 도움을 받으면 더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현장에 계신 사서선생님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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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본 대구의 작가 초청 분위기 파악
“지방에서 작가를 만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같은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은 작가들이 지방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다니기도 하고, 학교도서관뿐 아니라 공공기관들에서도 작가초청을 통한 독서 분위기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어떤 작가의 강연은 인기가 좋아서인지 한 계절안에 관내 여러 기관에서 초청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가령, 올해 대구에서 가장 많은 플래카드를 본 것 같은 작가는 김동식, 정혜신 작가다.
우리 동촌중에서도 인기 도서로 김동식 작가의 『양심 고백』이 선정되었다.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묘하게 중독성 있는 스토리의 짤막한 단편이 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권해도 대부분 좋아했다. 대구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김동식 작가는 소규모 공장에서 금속 액세서리를 만들며 공상을 하곤 했다고 한다. 학생들도 즐겨 보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작가가 그날의 공상에 관한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맞춤법을 계속
틀려서 독자들이 고쳐 주면서 그의 다음 글을 기다리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늘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심신의 위안을 주는 정혜신 작가의 『당신이 옳다』도 인기가 많다. 요즘은 청소년들도 심리학에 관한 책을 많이 찾는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책으로라도 위로받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최근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 시험 감독을 한 일이 있다.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오엠알 카드에 한 줄을 세우고 자는 아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문제를 푸는 아이, 다리를 떨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
다가 문득, 모두가 한 가지 정답을 찾기 위해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무서웠다. ‘성적이 좋아야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어른 세대의 변치 않은 대답으로 요즘 아이들의 꿈과 공부 사이의 거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2. 그런데 작가와의 만남을 왜 해야 하는 거죠?
누군가 나에게 작가 초청을 왜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두 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작가와의 만남이 끝나면 어쩐지 작가와 작품을 사랑하게 된다. 한 작가를 직접 만나고나면 이상하게 아는 사람처럼 친밀하게 느껴져서 그 작가와 작품에 더 관심이 생기기도 한다. 한국인 정서에 아는 사람에겐 혹평이나 비판을 적게 하지 않던가. 특히 작가들이 들려주는 작품탄생 뒷이야기를 들으면 책을 읽지 않고 참가한 사람이라도 되돌아가서 읽어 보고 싶게 된다.
둘째, 작가와의 만남은 질 높은 독서활동을 할 수 있는 찬스다. 작가와의 만남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주 전부터 그 작가의 작품을 노출하게 된다. 이때, 학생들에게 단순히 책만 던져 놓으면 학생들은 읽지 않는다.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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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과정 전반이 학생들에게는 즐거움이고 배움의 시간일 것이다. 사전에 기대를 키우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작가를 만날 때 관심이 두 배가 되지 않을까? 모든 것이 사라져도 우리에게 남는 것은 언제나 ‘책’이므로, 두려워할 것은 없다.

3. 내가 해본 일! 지역과 연계한 작가와의 만남
그간 크게 두 종류의 지역 연계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해 보았다. 첫 번째 경험은 학교가 주관이 되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 경우다. 몇 년째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가 학교들마다 최대 관심사였다. 때마침 작가로부터 직접 요청이 있었는데 『왕따가 왕이 된 이야기』(김기현)를 전교생에게 나눠 주는 조건으로 독후활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공론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담당 부장선생님과 상의해 시간과 활동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한 후 승인을 받았다. 우선, 전교생에게 책을 한 권씩 나눠 주고 읽을 시간을 충분히 줬다. 또한 동아리 활동 시간을 확보하여 각 동아리 특색에 맞는 독후활동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내셔널지오그래픽 읽기를 통한 세상 읽기’반에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에 나오는 인간소외에 대한 사진을 찾아서 스토리를 붙이는 활동을 했다. ‘팝송
으로 영어탐험’반에서는 책 속에 나온 주인공에게 추천하는 팝송 스토리로 위로하기 활동을 진행했다. 또 ‘웹툰작가’반에서는 왕따를 상담하는 웹툰을 그려주는 형식으로 호응을 얻었다.
모든 독후활동 결과물을 복도에 펼쳐 전시한 기간에 작가가 우리 학교도서관을 방문했다. 희망 학생 50명이 앉아서 작가와의 만남에 직접 참여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서 영상을 통해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약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으로 읽기, 독후활동, 전시를 진행한 결과를 보더니 책을 구입해서 나눠준 지역의 사단법인에서 감동을 받고 학교에 장학금을 제안했다. 또한 이 활동이 알려지며 대구광역시 동부경찰서에서는 학생 100명을 초청해 왕따 퇴치 독서 골든벨을 진행하면서 간식과 상품을 제공해서, 한 권의 책이 축제로 변모하는 떠들썩한 잔치가 되었다.
두 번째 경험은 학교의 학생들이 참가자가 되어 지역 책 축제에 가본 것이다. 지난 10월 끝자락, 마을에서 책 축제가 열렸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다니기 위해서는 마을이 안심이 되고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축제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라는 취지를 홍보하고 참가 신청을 받았다.
학교 행사가 아닌 지역사회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보니 따로 공문 기안을 하진 않았다. 이번 마을 책 축제의 주제는 ‘마을에서 안심하고 읽고, 듣고, 놀자’였다. 초청 작가는 밑바닥에서 본 아바나의 이웃공동체에 대한 글을 번역하기도 하고 직접 쿠바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고 『쿠바식으로 산다』를 번역한 정진상 작가였다. 이때 작가에게 들은 이야기 중 부러웠던 부분은 쿠바의 교육 분야였다. 쿠바에서는 교사도 마을의 구성원으로 활약하기 때문에, 교사가 학교에선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마을로 오면 한 명의 구성원으로 함께 어울리고 가정 방문도 다니며 연대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다.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교와 집이 같은 동네이면 부담스럽다.”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동의한다. 우선 목욕탕에 가는 일이 불편하고, 슬리퍼를 끌고 마트에 가는 자유 또한 빼앗기는 게 부담인 것이다. 이처럼 일상과 직장이 분리된 우리들의 모습은 전혀 쿠바스럽지 않다.
계속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내가 만난 작가들의 인스타그램을 기웃거리며 그들의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일을 지속한다. 작가를 직접 만날 때 느껴지는 친근함, 따뜻함은 앞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정서이다.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과 나는 그 온기의 힘으로 올겨울을 버텨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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