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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독립출판물?!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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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10-05 13:43 조회 5,81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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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기존 미디어와 언론이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부분을 대안 미디어가 채워가기 시작했다. 인터넷방송, 팟캐스트, 유튜브 등의 다양한 대안 매체들이 생기고 자리를 잡았으며 많은 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려 한다. 독립출판을 출판계의 대안 미디어라고 말하면 너무 큰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던 작가들은 최근 들어 기성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기도 하고 스스로 출판사를 차리는 등의 활발한 모습을 보여 주고있다. 하지만 독립출판을 기존 시스템의 대체재로만 볼 수도 없다. 독립이라는 이름이 개개인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는 출판을 대행해 주던 출판사들이 있었다. 얼마의 돈을 내기만 하면 책을 제작해 주는 시스템이었지만 직접 책을 만들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시중서점에 잠시 배포되었다가 반품되는 일도 비일비재하여 저자가 엮은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소개될 방법이나 공간이 절실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책을 디자인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배울 수 있고, 인쇄소에 직접 인쇄를 맡길 수 있으며 지역 곳곳에 독립서점이 자리잡아 본인의 책을 소개할 공간도 마련되었다. 개개인의 메시지가 독립출판이라는 상징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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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이라는 이름의 저자가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 디자인을 패러디하며 엮은 책 『딸의 정석』, 작가가 20대부터 청소일을 하며 4년 동안 겪었던 일을 만화로 그린 『저 청소일 하는데요?』, 8년차 출판사 편집자가 솔직하게 써내려간 편집자의 일기 『책갈피의 기분』을 비롯해 독립출판물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책들은 다양하다. 어떤 책들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조금 서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형서점에서 만난 적 없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매력의 소유자들이 지금도 세상을 놀라게 하거나, 못해도 독립책방 주인 한 명과 수십 수백 명의 독자들의 팬심을 확보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2013년부터 다음 유스보이스랩,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을 통해 학교와 청소년 단체에서 청소년 잡지 제작 수업을 진행했다. 첫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부담을 느끼곤 한다. 무엇인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이루기 이전에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이 먼저 다가오는 탓일 것이다. 그래서 초반 수업에는 학생들과 놀면서 친해진다. 관심사가 무엇인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잡지 제작에서의 역할을 배분한다. 그 때문에 제작 기간이 늘어난 경우도 많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본인의 즐거운 경험을 맛보는 것. 그 순간이 주는 만족도 있으니까.

내 초등학교 4학년 교실은 도서관이었다. 그 당시에는 교실이 모자라 도서관까지 교실로 썼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게 되었고 교실에 있던 책들 대부분을 모조리 읽은 친구들도 생겼다. 똑같은 책을 읽으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벌어진 놀라운 일이었다. 연이어 그때를 떠올리면 아쉬운 점도 있다. 꼭 읽어야 했던 필독서나 개론서, 고전이 읽기 어려울 때 마음 편한 쉬운 책들도 필요했는데 위인전과 전집만 가득했었다. 그 시절 학교도서관에도 그림책이나 사진집, 잡지, 아름다운 아코디언 북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종종 선생님들께서 학생들과 함께 서점에 방문하시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독립출판물을 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전국 곳곳에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을 비롯해 이색서점, 북스테이 서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검색해 보고 책방에 미리 전화를 주면 좀 더 수월하게 책방 견학을 할 수 있다. 대부분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몇 명씩 조를 나누어 들어오는 등의 방법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가끔 미리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벤트나 행사를 진행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책을 만나러 온 다른 손님들께 피해가 가니 꼭 연락을 준 뒤에 진행하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계기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 독서이길 기대하고, 그 경험을 맛보는 책들을 만날 수 있길 꿈꾼다. 그 꿈의 조각에 독립출판물이 조금이라도 비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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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책, 111 vol.2』
지금여기에 지음|기억발전소
울릉도 조작 간첩사건 피해 당사자의 삶을 직접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간첩조작으로 인해 국가라는 거대한 공권력 앞에 무너지는 개인, 그들의 가족, 그리고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책갈피의 기분』 김먼지 지음
직업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미래지향적이거나 꿈을 향한 기대를 준다. 저자는 8년 동안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겪은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적어냈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는 저자의 고단한 책 만들기.

『CALMING INFLUENCE』 곽유진 지음
자연을 통해 받은 감동의 순간과 가보고 싶은 장소를 담은 그림책. 텍스처가 있는 두툼한 고급지에 인쇄한 수채화가 돋보인다. 영감을 받았던 순간을 표현한 작업물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

『아티스트 우주 대백과
(The Whole Earth Artist Catalog)』
씨위드
30개 이상의 도시의 3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시작된다. 400페이지가 넘는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작업노트를 만나 보길.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보려는 무모하지만 짜릿한 백과사전.

『도시 소년들을 위한 수필
한쪽으로읽는도시의속살 09
』 홍석우 지음|쪽프레스
아름다운 문학의 감동을 가벼운 그릇에 담아 내놓는 출판사 쪽프레스는 한 쪽짜리 책을 출판한다. 아코디언식으로 접지된 한 쪽짜리 책이 독자들에게 무거운 감격의 순간을 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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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책 만들기 수업
저는 2014년 제주 구좌읍 하도리 마을 안에 창작 공간 ‘언제라도’를 만들어 책 수업도 열고, 독립출판물을 만들며 창작 활동을 했습니다. ‘책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2016∼2017년 제주에 사는 청소년들과 ‘어떵 고라볼켄(무엇을 말해볼까?라는 의미의 제주어)’이라는 두 번의 책 만들기 수업을 하게 되었어요. ‘다음세대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디어 교육자로 저 나름의 커리큘럼도 만들어 나가고, 아이들과 좌충우돌 재밌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데 있어 독립출판이 청소년들에게도 유익한 경험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작년부터는 그동안 만들어온 독립출판물도 소개하고, 다른 책들도 선보이고 싶어 작은 책방 ‘언제라도 리틀북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의 책 수업과 그때 만들어진 책들, 책방에서 소개하는 독립출판물들을 의미 있게 봐주신 동녘도서관 사서선생님들이 제안을 해 주셔서 ‘사서가 간다’라는 학교도서관 수업(김녕중학교, 세화중학교)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독립출판물 중에는 기존에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주제와 내용, 형식으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창작물들이 많아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책이 줄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나도 한명의 창작자로서 뭔가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아이들이 가진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경험을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제 또래가 만든 거라고요?”
제가 맡은 한 시간 분량의 수업 시간에 약 4, 50명의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 명 한 명 아이들 스스로 재밌게 참여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그동안 모아온 독립출판물 중 청소년들과 나눠 보고 싶은 책들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6∼7명씩 모둠을 이루어 모둠별로 책을 나눠 주고, 각자가 재밌게 느낀 책을 뽑아 발표한 후 각 모둠에서 투표로 한 권씩을 선정해서 모두에게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미리 어떤책인지 설명하지 않고, 각자가 탐색해 보도록 하고 워크시트에 ‘책의 제목’, ‘책을 고른 이유’, ‘이책에 별칭을 지어준다면’이라는 간단한 내용들도 작성했습니다. 그림책, 만화책, 일러스트, 시집, 진, 사진집, 에세이집, 엽서, 포스터 등 내용뿐 아니라 형태와 디자인도 다양한 책과 인쇄물 들을 골라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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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책을 보는 동안 모둠별로 다니며 무슨 책을 재미있게 보는지 살피고, 어떤 책인지 간단히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제게 먼저 질문을 하기도 하고, 책을 보는 집중력도 꽤 높았습니다. 나중에는 옆 모둠의 책까지 가져갈 정도로 아이들은 재밌게 보았습니다. 물론 다소 산만하거나 책을 구기고, 던지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서로 독서법에 대해서 토론해 가면서 그런 위기의 순간들도 잘 넘어갔습니다.
모둠별로 선정된 책을 발표한 후,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은 사람!” 하고 손들기 투표를 했습니다. 이때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발표 내용이 기발하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던 건 기우였습니다.
발표 후에는 제가 나눠 주었던 책 중 또래 청소년들이 만든 책, 제가 만든 책, 아이들이 선정한 재밌는 책들에 대해 5분 정도 사진 프레젠테이션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또래 청소년들이 만든 책이 흥미롭다고 선정한 경우가 많아 “내 또래가 만든 거라고요?” 하고 새삼 아이들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났습니다. “맞아. 너희 또래 친구들이 만든 책이니까 너희도 충분히 자기만의 책을 완성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해 주며 아이들에게도 생각해볼 계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운영하는 책방을 비롯해서 제주에 생기는 책방들을 지도와 함께 보여 주고, 전국적으로 독립출판물이 어떤 관심을 받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짧은 수업이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주제를 담아 독립출판의 세계로 발 들여 볼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 무척 기뻤습니다. 수업을 참관한 학교 선생님께서 “이렇게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책을 보는 모습은 처음이에요.”라고 해주셔서 요즘 청소년들도 ‘책 자체가 재미없는 게 아니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까이, 독립 책방
여러 종류의 독립출판물을 살펴보고,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전국에 독립출판 서점들이 있습니다. 초창기 문을 연 유어마인드, 헬로인디북스, 더북소사이어티, 스토리지북앤필름 등의 책방 외에도 서울 지역에만 마포, 종로, 성북, 강남 등 구마다 100여 곳이 넘는 책방이 있습니다.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제주에도 각각 샵메이커즈, 연지책방, 더 폴락, 도어북스, 라이킷 등 10∼20여 곳의 책방들이 있고, 지역별로 독립출판물을 함께 두는 작은 서점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니 가까운 지역의 책방을 방문해 보시면 좋습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각 책방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간 소식 등을 살펴볼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책을 스크랩해 뒀다가 우편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는 책방들도 늘어나고 있어 책방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에서 바로 결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창작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독립출판물 페어’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세종예술시장 소소, 언리미티드 에디션, 퍼블리셔스 테이블, 어바웃북스 등 봄부터 가을까지 연중 만날 수 있는 좋은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주도 서대전’ 등 책 관련 축제나 여러 행사들에 독립출판물, 책방 부스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고, 도서관에서 책의 달 행사 등에 초대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대다수 독립출판물이 1인, 또는 소수의 인원이 모여 자가 출판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작가에게 직접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작가에게 직접 구입을 원하는 경우, 책에 공개한 이메일이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서 연락을 하면 됩니다. 필명을 따로 쓰는 경우도 많으니, 인터넷 검색 시 작가 이름을 유의해서 찾아보면 됩니다. 독립출판물의 특성상 책이 소량 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적게는 몇 십 권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어 ‘리미티드 에디션’에 의미를 두고 수집하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래 다섯 권의 책들은 2016∼2017년 ‘어떵 고라볼켄 - My Little Book’이라는 청소년 책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책입니다.
 
제주 청소년들이 만든 독립출판물

『오늘의 바당』
제주 구좌 청소년 10명(중1~중3) 지음|언제라도북스
‘바당’은 제주어로 ‘바다’라는 뜻입니다. 등하교길, 오일장 열리는 날, 쉬는 날, 우울한 날, 기쁜 날, 흐린 날, 맑은 날 등등 일상에서 아이들이 가장 가까이 자주 접하는 바다인 세화 해변을 주제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같이 걷고, 사진 찍고, 글을 쓰고, 편집하여 만든 사진 에세이입니다. 조용하던 해변과 어촌 마을이 짧은 시간 동안 유명한 관광지로 변해 가면서 ‘내 것 같기도, 내 것이 아닌것 같기도 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도 담겼습니다. 보통의 제주 여행서에 담긴 바다 사진은 화창하고 맑은 물빛을 담고 있지만, 365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으로 담은 바다는 조금 흐
리고 아련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변화무쌍한 바다처럼 10대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 에세이집을 따라 ‘오늘의 바다’를 여행해 보세요.

『정체 모를 새가 사는 곳』 코코(고1) 지음|언제라도북스
자신이 사는 마을을 여행하는 법을 기록한 여행책입니다. 평소 좋아해서 자주 들르거나, 우리 마을에 왔으면 여기는 꼭 보고 갔으면 하는 소개하고 싶은 곳들을 여러 날에 거쳐 고르고, 직접 사진을 찍었습니다. 주변의 도움도 받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장소마다의 특색을 적었습니다. 이 책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골목골목 화려하지 않아도 제주의 모습이 담긴 곳들을 두루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정체 모를 새’라고 명명하며 작고 귀여운 그림들을 그렸습니다.

『자연』 박준호(중2) 지음|언제라도북스
부모님을 따라 도시를 떠난 작가가 낯선 환경으로 이사를 온 뒤 잠시 학교를 쉬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제주의 자연을 기록했습니다. 자칭 ‘청소년 백수’로 유유자적할 것 같던 시간들이 오히려 외로움과 세세한 관찰의 시간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청소년의 시선으로 담은 제주 바다, 오름, 돌담, 하늘이 무척 광활하고 세세한 느낌을 주는 사진집입니다. 사진과 함께 자연 속에서 느낀 감성들을 담아 짧은 글을 시적으로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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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를 차기 전에』 서영우(중2) 지음|언제라도북스
자신이 청소년기에 이루고 싶은 ‘10대의 버킷리스트’를 담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가는 수줍음을 타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그림에 담긴 힘과 표현은 무척 상반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합니다. ‘멍 때리기’ ‘수영하기’ ‘유유자적하기’ 등 버킷리스트의 내용도 여유가 필요한 요즘 10대의 마음을 담은 것 같습니다. 그림과 함께 내용을 살펴보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림풍도 무척 신선합니다. “10대가 그렸다니 놀랍다.”라는 평을 많이 들었던 작품으로, 내면에 들끓는 열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집입니다.

『위로와 힐링』 송혜민(중3) 지음|언제라도북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책 수업에 참여한 저자의 책입니다. 평소에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 일기 같은 글들, 짧은 시구들,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청소년의 감성을 담아 친구들을 그리고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와 힐링의 메시지들을 담았습니다. 특히 세월호를 떠올리면서 그린 고래 그림은 작은 울림을 주며 이 시대 청소년들의 마음 한곳에 늘 자리 잡은 아픔과 위로의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 그림과 시, 메시지들이 담긴 그림 시집입니다.
*이 책들은 언제라도북스, 동녘도서관을 통해 열람할 수 있습니다. 10대가 만든 책 7권을 모아 세트로 도서관에 기증이 가능하며, 현재 소량 보유 중입니다.
 
청소년과 함께 읽으면 좋은 독립 출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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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시간』 어린 지음|언제라도북스
제가 제주에서 생활 창작을 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천천히 관찰하고 만나며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 제주 시골집
마당에 나타난 고양이 대가족. 엉뚱한 매력을 가진 고양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바쁜 걸음도 멈추고 덩달아
느긋해지는 고양이의 시간을 담았습니다.
*구입처: 언제라도북스 인스타그램(@unjeradobooks)
이메일(unjerado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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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ae drawing』 Aloae 지음
식물과 사람들의 일상을 재밌는 콜라주와 일러스트로 담았습니다. 아코디언북처럼 접혀 있지만, 모두 펼치면 한 장으로 넓게 펼쳐볼 수 있는 형식의 작은 아트북입니다.
*구입처: 작가의 인스타그램(@aloae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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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TAG magazine』
김령균, 김보람, 이수민, 황소희 지음|소통매거진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20대들이 모여 여행, 인간관계, 꿈, 라이프스타일 등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소통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매번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SNS #해시태그’를 달기로 했다는 잡지의 창간호로, 텀블벅을 통해 제작했습니다. 취재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 시간을 들여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존의 잡지와는 다른 개성을 만들어 낸 점 등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설명할 거리가 많은 책입니다.
*구입처: 작가의 인스타그램(@hashtag_mg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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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텃밭』 YUL 지음
아버지가 기르시는 텃밭의 작물들과 닭, 땅개미 등 그 속에 있는 여러 생명체들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며 아버지와 작가 사이의 교감과 작은 에피소드들을 담은 책입니다. 아코디언북으로 펼치면 글과 그림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모양도 독특합니다. 아이들이 수업 중 책에서 풀 냄새가 난다고 하여 같이 맡아볼 만큼 싱그러운 느낌이 나는 책입니다.
*구입처: 작가의 인스타그램(@soyul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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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백햄 지음
중학교 졸업사진을 연상시키는 그림으로 채워진 드로잉북입니다. “짝지야 우리 언제 다시 만날래”라는 짧은 문장 한
마디가 들어간 그림들로, 마치 흑백 사진을 보듯 어머니 세대의 학창시절 흑백 사진 앨범 속 인물들이 담긴 것 같은
아련한 책입니다. 세대는 달라도 감성은 이어지는 ‘그리운 시절’을 연상시키는 책입니다.
*구입처: 이메일(blackhamzm@naver.com), 인스타그램(@baekhaem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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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만화』 고승아 지음
‘잠이 안 온다’, ‘여름방학 일기’, ‘하루의 시작’ 등 생활 속 장면들을 위트 있는 시선으로 담은 한두 페이지 만화로 구
성된 책입니다. 표지에 있는 다양한 인물들이 만화 속에 어떻게 등장하는지 찾아보는 재미와 함께 웹툰으로 봐도 좋을 것 같은 가벼운 그림 톤으로 끄적끄적 낙서한 것들도 묶여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입처: 작가 홈페이지(www.in50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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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었다. 넓은 매장에 많은 종류의 책이 있는 대형 서점과 학습지와 잡지를 주로 판매하는 동네 서점. 그런데 요즘 또 다른 종류의 서점이 늘어가고 있다. 바로 독립서점이다. 대체로 넓지 않은 매장이지만 서점마다 각자의 개성이 넘친다. 그림책, 디자인 관련 서적, 여행서적, 에세이 등 각 서점이 주력하는 분야가 달라 골라 가는 재미가 있다. 좁은 영역에 한정하여 대형 서점에서도 보기 힘든 전문 서적, 외국 서적 등이 풍부하게 구비되어 있어 자기의 관심 영역을 더 깊이 탐구 할 수 있다. 매장 공간 역시 카페처럼 혹은 전시장처럼 각기 다른 특색이 살아 있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서점의 직원들이 마치 큐레이터처럼 책에 대해 직접 소개해 주거나 추천해 주는 것도 독립서점의 매력 중 하나이다. 또 대형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독립출판물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독립서점을 경험한다면 색다른 공간이 주는 신선함,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물들의 재미에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직접 독립서점을 방문하고 경험한다면 책은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만의 책을 찾아라, 독립출판물

아이들과 산에 가본 적이 있는가? 아이들은 대체로 원경에 큰 감흥이 없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것은 발밑의 곤충, 길옆에 보이는 특이하게 생긴 풀과 같이 가까이 있는 것들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소재 역시 그러하다. 나를 중심으로 친구, 가족과 얽힌 이야기, 나와 주변을 동일시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또 아이들의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은 어른들의 그것을 초월한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는 열 글자도 넘은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고, 차를 좋아하는 아이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출시된 차종까지 알고 있으며,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는 우리나라 야구팀과 선수들의 전적은 물론이고 해외야구 동향까지 꾀고 있다.
지금 여기, 우리 생활 속의 친숙하고 신선한 소재와 색다른 시각, 자유로운 편집과 제본, 실험적 시도의 재미로 무장한 독립출판물은 이런 아이들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책을 발견하게 되면 책장이 너덜해질 때까지 책을 보고 또 본다. 한 번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경험은 또 다른 책을 찾게 만든다. 책의 재미를 모르던 아이도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만나게 되면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 운명의 책이 독립출판물 속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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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함께 의미 있는 경험을 한다면 그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세상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독립출판물 중 아이들이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간단한 활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하는 책은 로랑 모로의 『가면의 숲』이다. 사냥꾼이 숲에서 만나는 각종 동물들의 가면이 책 속에 들어 있어 간단히 역할극을 하기에 좋다. 역할극은 책의 이야기대로 진행해도 되고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가도 된다. 보통 아이들은 후자의 경우에 더욱 즐거워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야기 속 인물이 되는 경험은 그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게 한다. 『가면의 숲』과 같이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로 역할극을 체험한 후, 역할극을 하고 싶은 책을 함께 골라 다시 역할극을 해 보면 이야기의 이해 능력, 인물 분석력, 협동심 등 다양한 방면의 발전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 작가 전이수의 그림책 『걸어가는 늑대들』, 『꼬마악어 타코』, 『새로운 가족』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고 나의 그림책 만들기 활동을 해 보는 것도 좋다. 대부분 아이들은 직접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전이수의 그림책 마지막에 페이지는 작가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함께 실려 있어, 아이들에게 이야기 만들기에 대한 힌트를 준다. 또 그의 책은 전편에서 후편으로 갈수록 완성도가 올라가기에 작가의 발전을 느낄 수 있다. 다소 어설픈 그림의 전편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만든다는, 책을 만든다는 것의 부담감을 덜어 줄 수 있다. 또 그의 발전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자신도 이야기 만들기를 반복하다 보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희영 글, 에바 알머슨 그림의 『엄마는 해녀입니다』와 홍나리 작가의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는 작가가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해녀라는 직업의 특징과 엄마가 해녀가 되는 과정, 할머니와 엄마가 함께 물질하는 현재의 모습을 딸의 시선으로 그렸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에서 다리를 쓰지 못하여 해 주지 못하는 것들을 미안해하는 아빠에게 아이는 아빠와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더 많아서 좋다고 이야기한다. 누구 하나 자기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가족에게 깊이 있는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 가족의 역사, 사랑, 아픔을 이야기 로 만들어 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노다 나오키의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는 일상의 의미와 행복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기에 좋다. 이 책은 평범한 샐러리맨이 25년 동안 매일 쓴 50권의 식사 일기를 엮은 것이다. 식사한 메뉴를 그리고 간단한 설명과 감상을 쓴 메모에 가까운 일기지만 한데 모아 놓으니 어엿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평범한 일상도 꾸준히 이어가고 기록하면 하나의 역사가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나의 생활 속에서 기록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평범한 일상 속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립 그림책 맛보기
다양한 시도와 소재로 무한 매력을 뽐내는 많은 독립출판 그림책 중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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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저승사자』 정수진 지음|박정은 그림|지콜론북
식물을 좋아해서 집에서 키우고 싶지만 “나는 식물을 키우면 꼭 죽이더라.” 하며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열아홉 종 식물의 특징과 그에 얽힌 이야기, 키우는 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식물 키우는 법은 실천하기에 편리하고 자세하여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싱그럽고 생명력 넘치며 각 식물의 개성이 잘 드러난 깔끔한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푸르게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내 식물을 다루고 있어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다. 읽다 보면 식물에 대한 사랑에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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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땅, 꿈의 나라』
로버트 헌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에디시옹장물랭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시가 로버트 헌터의 그림과 만나 그림책이 되었다. 몸이 아픈 주인공은 하루 종일 집에 있다. 그러다 밤이 되면 꿈의 나라로 떠난다. 책상 위의 인형들도 밤에는 그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친구들이 된다. 집안의 친숙한 물건들이 기이한 형태로 결합하며 꿈 속 세상을 만든다. 로버트 헌터의 네 가지 색이 쓰인 그림은 환상적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시원시원한 구도로 이야기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읽다 보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했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여러 사정으로 밖으로 나가기 힘든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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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소리가 보여요』 명수정 지음|글로연
시각, 촉각, 청각을 모두 사용하여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주제로 음악을 시각화하여 그림으로 표현했다. 사실적인 피아노와 묘한 모양의 사물들이 어우러져 초현실주의 화풍을 떠오르게 하는 그림들을, 페이지의 한 귀퉁이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보도록 배치되어 있다. 그림엔 입체적으로 볼록하게 코팅한 부분들이 있어 촉각으로도 그림과 음악을 느낄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이 신선하다. 지루할 수 있는 클래식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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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땋은 머리』 정미진 지음|배현정 그림|엣눈북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할머니가 머리를 땋아 주실 때 나눴던 따뜻했던 대화들, 할머니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부모와의 추억이 있는 이들은 금세 눈시울이 붉어질 수 있다. 따뜻하고 발랄한 그림에는 할머니와 나 그리고 어린 할머니의 모습이 함께한다. 우리나라의 모진 근현대사를 살아냈던 할머니 삶의 이야기는 거시적 관점의 역사만 접하다 보면 잊기 쉬운 그 시대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근현대사를 공부할 때 함께 본다면 역사적 사건들이 당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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