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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한 학기 한 권 읽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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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9-08 10:52 조회 14,829회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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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에 책 한 권을 읽히라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정책에 따른 학교 현장의 변화 살펴보기
김영란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국어과 교육과정의 주요 변화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을 확정하여 발표한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지식 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으로의 전환. 두 번째, 핵심 개념·원리 중심으로 학습 내용 적정화, 학생 중심 교실 수업 개선. 세 번째, 통합사회·통합과학 등 공통 과목 신설을 통해 문·이과 통합교육 기반 마련. 네 번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토대로 산업 현장 직무 중심의 직업 교육 체제 구축. 이 같은 지향점은 요컨대 행복한 교육을 위한 학습 경험의 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학교 현장에서 제기되어 온 다양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새 교육과정은 아래와 같은 국가교육과정 구성의 중점 사항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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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새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를 대비해 다음 세대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를 수용하여, 여섯 가지의 핵심 역량을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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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총론의 논의를 수용한 국어과 교육과정 개정의 중점 사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 국어과 교과 역량 함량의 경우 총론의 핵심 역량을 수용하여 국어과에서 기를 수 있는 핵심 역량을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자료·정보 활용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대인 관계 역량, 문화 향유 역량, 자기 성찰·계발 역량으로 재정의했다.
두 번째, 국어과 교과 구조의 개선의 경우 고등학교의 선택과목 조정과 관련된 것으로 이번 교육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선택 과목을 일반 선택 과목과 진로 선택 과목으로 두 가지 트랙을 두고,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진로 선택에 따라 과목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고, 특히 고등학교 졸업 이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대체로 특성화고의 경우) ‘실용국어’라는 과목을 통해 보다 최적화된 국어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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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나오는 교육과정 총론 팀의 요구는 교육 내용의 양을 줄여 달라는 것이었다. 앞에서 본 것처럼, 교육과정 총론에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적정화하자는 지침이 있었다.
네 번째, 독서교육과 관련해 국어교육계에서는 교과서에 실리는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조각 글 읽기의 문제점, 지나치게 학습을 위한 독서를 강요해서 독서를 즐기는 평생 독자를 길러내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새 교육과정은 한 학기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수업시간에 읽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교실 수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논리를 갖추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글 교육과 관련하여 기존에는 글자를 해득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인식 하에 한글 교육에 소홀했지만, 이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 현장의 비판적 목소리를 수용하여, 단순히 글자를 아는 수준을 넘어서 한글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기초 학습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내용과 교수·학습 유의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9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27차시에 머물렀던 한글 교육을 최소 45차시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다섯 번째, 국어과에서는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교육과정 문서의 체재를 정련하는 작업을 해 왔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기존 교육 과정에 비해 국어과 교육의 ‘성격’과 ‘목표’를 나누어 기술하고, ‘내용 체계’를 총론 팀이 모든 교과에서 일괄적으로 활용하도록 제안한 틀을 따라 제시했다. 또한 성취 기준 제시 시 성취 기준 설정의 취지와 교수학습 시 유의점을 함께 제시했고, 학습 요소를 제시하여 성취 기준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지도 범위를 함께 안내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또한 영역별 성취 기준을 제시한 뒤에 교수학습 및 평가의 방향을 함께 제시하여, 영역별 교육 시 참조할 수 있는 교육방법에 대해 소상히 안내하고 있다.
“국어 수업 시간에 책을 읽게 하라”
필자는 교사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각 시도교육청 주관 연수 등을 통해 국어, 사서교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 그리고 대학원의 지도 학생들은 대부분 국어교사거나 사서교사여서 그들의 고충을 수시로 접하게 된다. 융복합 수업을 기획해야 한다거나,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대비해야 한다거나, 새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선택 과목을 조정하는 일들로 학교는 벌써 바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새로운 인재상으로 핵심 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내세운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지향점에 따라 교실 수업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점을 들겠다(수업 방법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평가 방법의 쇄신이 뒤따라 하므로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하는 것은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점이다). 국어과 교육과정도 이러한 새 교육과정의 기조를 수용하면서, 교육 과정 문서에서는 이전에 없던 교수학습 방법으로 학생들이 조각글이 아닌 ‘책’을 ‘긴 호흡으로 읽어내면서 학습’할 수 있게 하라고 여러 지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현재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말은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문서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학교교육에서 이렇게 책 읽기, 즉 독서를 강조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4년에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을 제정한 이후, 이 법은 2006년 도서관법으로 개정되고, 같은 해 독서문화진흥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에는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되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독서 진흥에 필요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동시에 교육부는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 방안(2003년~2007년),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 계획(1차: 2008년~2013년, 2차: 2014년~2018년)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특히 2009년의 학교 독서교육 및 도서관 활성화 방안에는 교과 연계 독서를 강조하여 각 학교에서는 교과독서, 학습독서, 과목별 독서 등의 이름으로 책 읽기를 강조했다. 더불어 최근 교육부는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2011년)을 제시하면서 학교교육 내에서 독서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서 상당히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일례로 2015년 강원도 교육청의 독서교육 예산은 약 100억 원 정도인데(독서교육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구비하는 데 드는 예산과 인건비 등 모두 포함), 이를 추진해 온 햇수와 전국의 시도교육청 수를 고려해 보면, 우리 사회에 독서교육 진흥을 위해 쏟아 붓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이제 국어 수업 시간에 책을 읽게 하여 학습하게 하자는 취지의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매우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는 후속 조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읽혀야 할까?
무엇을 읽힐까?
이제 공식적으로 국어 수업 시간에 교과서가 아닌 책을 읽힐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우선, ‘무엇을 읽힐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15)에 의하면 학생들은 스스로 읽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다. 그리고 책을 선택할 때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책을 선택할 때 본인이 직접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다음의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여러 방식으로 추천도서목록이니 청소년 권장도서니 하는 것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왔지만 학생 본인에게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이 더욱 유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실에서 독서교육을 오랫동안 해 온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객관적으로 양질의 도서라고 하는 책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읽으라고 하면, 대개 30% 정도의 학생만 따라오기 일쑤라고 한다. 나머지 70%은 소외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어교육계에서는 ‘자기 선택적 독서’라고 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읽을 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을 강조한다. 좋은 일이다. 통계만 보더라도, 정말 잘하는 일이다. 물론 로맨스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만 읽는 이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시작은 우선 학생 자신이 손이 가는, 그래서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책을 읽게 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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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힐 것인가? 
필자는 2016년에 고등학교에서 독서교육을 줄곧 해 온 교사들과 함께, 그들이 교실에서 실천했던 독서지도 방법 10가지를 체계화하여, 교사들이 알기 쉽게 제공하는 자료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 방법들을 각각 ‘①독서일지 쓰기, ②서평 쓰기, ③시 경험 쓰기, ④주제 탐구 보고서 쓰기, ⑤주제별 책 읽고 발표하기, ⑥책 대화하기, ⑦질문으로 깊이 읽기, ⑧쟁점이 있는 독서토론, ⑨책 읽고 인터뷰하기, ⑩시 영상 만들기’라고 명명했다. 이는 수준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에게 적용해 보고, 실천이 가능했던 방법들을 추려 놓은 것이다. 각각의 방법은 지도 시 일정한 절차와 단계를 밟아야 하는 모형들이고, 교육적 의의가 큰 방법들이다. 또한 이 방법들은 기존의 독서교육이 독후활동 중심이었던 데에 비해, 도서 선택에서부터 읽는 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방법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런 방법을
활용해 봐도 좋다.
그렇지만, 이런 지도 방법을 따르지 않은들 어떠하리? 성적에 부담이 적은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책상과 의자를 밀어 놓고 아이들이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앉아서, 엎드려서, 누워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게 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자유학기제를 맞은 중학생들은 책을 읽고 나서, 같은 책을 읽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읽은 책에 대해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성적에 부담이 따르는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국어 시간에(국어 교과서에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관련된 내용이 구현돼 있다) 확보된 시간 내에 책을 읽고, 다 읽은 후에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정도(서평 쓰기)로 책 읽기를 마무리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는가?
핵심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통해 학생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지, 책 읽기를 질리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 입에서 “한 학기에 한 권만 읽히게 하는 것은 너무 적어요.” “책을 더 많이 읽게 해 줘요.” 하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영란·임영환·송승훈·김현민·하고운·김진영·정진석·성열관·이지은(2016), 2015 개정 교육과정 교수학습 자료(고등
국어), 교육부, 대전광역시교육청.
김창원 외(2015). 2015 개정 교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Ⅱ: 국어과 교육과정. 연구보고 CRC 2015-25-3.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교도서관을 위한 교육과정의 이해와
한 권 읽기의 적용
소병문
서울 우신고 사서교사
 
교육과정에 관하여
일상에서는 ‘교육과정’이란 용어보다 ‘커리큘럼’이 더 익숙하다. 굳이 교육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스포츠센터에서도, 영어 자격시험을 위한 학원 강의 시간표에도 커리큘럼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커리큘럼은 대개 ‘가르칠 내용과 체계’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한 커리큘럼은 교육학 용어 ‘교육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이 두 용어가 학교 현장에 적용되면 그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학교 현장에서 ‘커리큘럼’은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가 되어 상당히 좁은 의미로, 그것도 비공식적으로 사용된다. 가정통신문이나 각종 공문 등에서 커리큘럼이란 용어가 사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커리큘럼이란 용어가 사용된다면 그건 학교 내 특정 교육프로그램이나 특정 방과 후 수업 등의 좁고 구체적인 교육 내용과 계획을 의미한다. 그것도 주로 일상에서 가볍게 오고가는 대화 수준으로 사용될 것이다.
반면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이란 용어를 사용할 때에는 상당히 넓고 추상적인 상황에서 어렵게 쓰인다. 단위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는 건 어느 학년에 어떤 과목을 배정하고, 과목당 수업 시수는 주 몇 차시를 부여하는가를 계획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적용된 교육과정의 의미는 국가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 초중고 학제별로 배워야 할 과목을 설정하고, 과목별로 ‘가르쳐야 할 내용’을 넓고 추상적으로 제시한 것이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은 그 구성의 측면에서 알아야 할 것이 범위(scope)와 계열(sequence)이다. 교육과정을 가르칠 내용과 체계라고 했을 때, 범위와 계열은 가르칠 내용과 체계를 구분해 준다(이병기 2016, 22). 예를 들어 수영이란 과목을 설정하고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으로 편성한다고 가정해 보자. 다양한 수영의 영법泳法 가운데 자유형, 배영, 평형까지만 학교에서 가르치자고 정했다면 이들이 교과 수영 교육과정의 ‘범위’가 되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범위에 속한 자유형을 배울 때 대개 ‘발차기-숨쉬기-팔 돌리기’ 순으로 수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들 순서는 가르칠 내용을 수준과 난이도에 따라 위계를 세워 배열한 것으로 교육과정의 ‘계열’이 되는 것이다.(그림1) 뉴스와 신문 등에서 이야기하는 교육과정 개정은 이들 범위와 계열을 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한 권 읽기’ 역시 계열과 범위의 문제에서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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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의 내용과 적용에 관하여
교육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 자료는 교육부에서 발간하는 국가간행물 교육과정 일련이다. 교육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봐야 할 기초 자료지만 생각 만큼 읽히지 않는 자료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교육과정의 범위의 넓이와 추상성은 이 기초 자료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자료는 교육과정을 통하여 지향하는 국가 수준의 교육 목표, 방향 등을 제시하는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교육학 또는 교과 전공자가 아닌 이상 수월하게 읽히지 않는다. 국가가 발간한 정부간행물 기준으로 한 교육과정은 아래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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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은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하위 구조 형태로 상세 기술했지만 초등, 중학교도 고등학교와 같은 나무 구조로 하위 구조가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크게 4수준의 하위 나무 구조를 이룬다. 1수준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전체 총론으로, 한 국가의 교육과정을 개괄하는 내용을 담으며, 2와 3수준은 학교급별에 따른 상세 교육과정 총론과 그 해설을 담았다. 그리고 4수준은 학교 계열 또는 교과별로 전문적 교육과정과 해설을 담고 있다. 우리가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분석한다고 할 때는 주로 3수준의 해설서와 4수준의 개별 교과 해설서를 참고한다. (이 장에서 말한 교육과정 자료는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 http://ncic.re.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교육과정이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해설서에 나온 예를 통해 확인해 보자. 다음은 2015 개정 교육과정 1학년 국어 읽기 영역에서 제시된 성취 기준의 하나이다(교육부 2017,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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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준은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수업(읽기 단원) 시간에 국어교사가 학생들이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읽기 자료에 나타난 필자의 생각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함을 뜻한다. 어떤가? 이와 같은 교육과정 내용만으로 3~4차시 수업을 교사 단독으로 할 수 있는가? 아마 이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교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내용 그 자체가 상당히 추상적이기에 구체적 수업 방법을 설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간극을 메우는 것이 교과 교과서이다. 추상적인 교육과정의 기준을 구체적인 작품, 설명, 예시, 삽화(사진) 등을 담은 교과서를 통하여 성취할 수 있도록 제안하여 학교별 개별교과 수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와 같은 교육과정의 내용은 교과서를 통해 구체화되고, 교과교사는 교과서를 재해석하여 교실에서 수업을 주체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교육과정이 구현되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내용과 한 권 읽기
교육과정은 7차 개정(1997년 고시) 이후 큰 흐름은 유지하되 상시, 수시 개정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현재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넘어 가는 과도기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 2학년에 적용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기에 참고할 수 있다. 대개 교육과정이 바뀌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학교 현장은 주로 개별 교과이다. 하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학교도서관과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한 권 읽기’ 활동이 교과 교육과정의 ‘범위’로 포함되어 있다.
‘한 권 읽기’는 토막글 읽기와 요약 읽기라는 한계에 대한 고민과 대안으로 전국 수준의 국어교사연구모임(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을 통하여 학교 현장에서부터 시작된 일종의 교육운동이다. 평가를 위한 읽기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선정, 수업시간에 읽으므로 독서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치자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런 교육 지향은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적용되어 그 효과를 검증받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범위’에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학생의 참여’와 ‘현장소통 강화’를 기반으로 개정 방향을 정했기에, 충분한 현장 경험과 자원이 있는 ‘한 권 읽기’ 교육 활동이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국어과)을 구성하는 교수학습 방향에서 ‘한 권 읽기’는 학습자 참여형 교수·학습의 구체적인 적용이라 할 수 있다. ‘한 권 읽기’는 국어 지식의 단절을 극복하고 삶의 연속성 위에 개성 있고 품위 있는 국어생활을 추구할 뿐 아니라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통하여 평생 독자 양성을 배경으로 진행된다(교육부, 2016).
이와 같은 교육운동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범위’에 반영된 사례는 교육과정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무척 놀라운 변화이다. 지금까지의 거시적인 교육과정의 방향은 관주도 하향식(top-down)으로 진행되었지만, ‘한 권 읽기’의 교육과정 범위 반영은 단위 학교의 교육활동 성과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반영한(bottom-up) 구체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상향식 교육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례와 현장 검증을 전제로 한다. ‘한 권 읽기’의 경우 다양하고 풍부한 적용 사례가 있어 교육 현장에 적용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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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 읽기’의 학교도서관 적용
‘한 권 읽기’는 활동 명칭 자체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구체적인 내용은 ‘讀·討·論 모형’으로 수렴되어 설명할 수 있다. 讀·討·論 모형은 1997년부터 2014년까지 9개 고등학교에서 단위 학교별로 실천한 다양한 한 학기 한 권 읽기 사례를 종합하여 국어과 교육과정에 적용하기 위해 일반화한 교육모형이다. 다양한 실천 사례는 크게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눈 후(설명, 대화, 토의, 토론 등), 여러 형태의 표현하기 활동(구어발표, 글쓰기, 대화를 문어로 기록하기, 영상 만들기 등)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읽기-생각나누기-표현하기’로 대별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실천 사례에서 교수학습 단계를 추출하는 과정의 예시로, “찬반토론이 가능한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을 읽고 난 후, 모둠별 토의를 거쳐 논제를 추출하고, 모둠에서 제시한 논제 중 하나를 정해 반 전체 토론을 거친 뒤, 해당 논제에 대해 확장된 자신의 견해를 설득적 글쓰기를 하는 방법”(실천 사례)을 “쟁점이 있는 독서토론”으로 프로그램 명칭화하여, 고등학교 국어교과에서 “읽기/토의 및 토론/설득적 글쓰기”로 학습단계를 추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권 읽기’에 적용할 수 있는 讀·討·論 모형을 <그림2>와 같이 제시했다(교육부. 대전광역시 2016).
‘한 권 읽기’는 전혀 새로운 교육활동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례에서 추출한 만큼 학교도서관과 유리된다기보다 오히려 학교도서관과 협동할 수 있는 활동이다. <그림2>의 讀·討·論 모형에서 제시한 10가지 유형 활동은 학교도서관 단독 독서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 본다. ‘한 권 읽기’는 결국 교과와 협동수업의 한 유형으로 학교도서관과 연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간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협동수업 사례와 방법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 권 읽기’의 학교도서관 적용은 새로운 교육활동 그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학교도서관 운영 주체가 교과와의 협동을 어떻게 대처하고 바라보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주체의 의지이다. ‘한 권 읽기’ 활동은 철저하게 정규 교과 수업시간, 국어 수업시간에 진행될 것이다. 프로그램의 내용보다 교육활동의 주체가 ‘정규 교과 수업’과 ‘국어교사’라는 점에서 학교도서관에 주는 압박감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중요하다. 선택은 학교 사서든 사서교사든 학교도서관 운영 주체의 의지와 시선에 달려 있다. ‘한 권 읽기’의 구체적 활동이 학교도서관의 독서 활동과 큰 차이 없음을 확인했다면, 협동수업의 일환으로 동일한 교수자로서 먼저 연계를 제안할 것인지, 아니면 소극적으로 단순한 자료, 장소의 제공자에 그칠 것인지의 문제이다. 그건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참고자료
교육부. 2016.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연수 자료. 세종: 교육부.
교육부. 2017.『 국어과 교육과정』. 세종: 교육부.
교육부. 대전시 교육청. 2016. 2015 개정 교육과정 교수. 학습 자료. 세종: 교육부.
이병기. 2005. 학교도서관 정보활용교육의 범위와 계열 설정에 관한 연구.『 한국비블리아학회지』,16(1): 45-74.
 
 
 
 
학교도서관에서 준비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박영혜
서울 청계초 사서교사
 
우리 학교도서관은 리모델링 중이다. 안락하고 편안하게 단장된 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조금씩 도서관 모습이 갖춰질수록 아이들을 도서관에 더 많이 오게 해서 즐거운 독서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한가득이다. 나의 바람처럼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달려와 줄까?
2015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연간 70.3권, 중학생은 19.4권, 고등학생의 경우 8.9권, 성인은 9.1권으로 OECD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독서량 수치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입시 준비로 인한 독서 소홀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만 매달려 뜀박질하다 보니 독서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든 공부의 기초 공사는‘ 독서교육’
그런데 반갑게도 교과서 속으로 책이 들어왔다. 아이들이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되었다. 교사는 수업하느라 바빠 학생들에게 책 읽을 시간을 뺏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은 교과서를 배우듯 자연스럽게, 공식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열중하는 수업에는 법칙이 있다』의 저자 무코야마 요이치는 “어린이를 활동시키기 위해서는 장소와 시간과 물건을 주어라.”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독서를 하게 하기 위해서는 ‘장소=도서관 또는 교실, 시간=책 읽을 시간, 물건=책’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는 독서까지 하게 해야 하나 한숨을 내쉬는 교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교과서 진도를 맞추는 것을 비롯하여 인성 교육, 소프트웨어 교육, 안전 교육 등 학교에서 해야 할 교육들은 넘쳐난다. 이 모든 교육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 공사인 책 읽기가 우선돼야 한다. 독서교육은 학교에서 해야 할 여러 교육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수업 중 15분, 행복한 책읽기』의 저자 도날린 밀러는 “책 읽는 아이는 학교에서 길러내야 한다.”라며, “부모가 자녀에게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 주고,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고 집에서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어 주더라도 학교가 독서를 등한시하는 교사들로 가득 차 있는 한, 부모의 열정이 독서 황무지인 학교 환경을 극복하기는 힘들다.”라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학교가 독서를 책임져야 한다.
 
공식적으로 보장 받은 학교에서의 책 읽는 시간
다행히 많은 교사들의 오랜 노력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반영되어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시행을 앞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들리고 있다. 저마다의 의견에 근거가 있겠지만, 나는 교과서를 공부하는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환영을 표한다. 아이들이 교과서 한 단원을 공부할 때 통째로 책을 읽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서 중심으로 가르치는 대한민국 교육 환경에서 책을 활용하기 위한 여러 교사들의 고뇌 어린 결과일 것이다.
이 교육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담임교사와 국어과 교사들의 철저한 수업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도서관도 이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여러 선생님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육과정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교과 연계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해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 학교도서관에서는 가장 먼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학교도서관이 대비해야 할 일들
첫 번째,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책 선정은 담임 교사, 국어과 교사 혼자만의 힘으로 하기는 어렵다. 각 학교의 사서교사와 긴밀한 협의 또는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논의를 거쳐 아이들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책으로 선정해야 한다. 교사들이 모두 아이들 책을 오랫동안 읽어 왔고 그 분야를 잘 알고 있다면 쉽게 책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각 분야에 맞는 책들에 대해 잘 아는 사서교사의 도움의 필요하다.
두 번째,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다. 한 책을 모두 함께 읽을지, 다양한 수준의 책을 구비하여 자유롭게 읽을지, 모둠별로 읽을지 등에 대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한 종의 책을 선택하여 한 반이 모두 함께 읽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마다 흥미와 수준이 다른데 한 종의 책으로 모두 같이 읽도록 하는 것은 자칫 아이들의 독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년마다 수준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책을 선정하고, 수준별 바구니를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3학년의 경우 3학년 수준보다 한 학년 낮은 책, 3학년 수준의 책, 3학년 수준보다 한 학년 높은 책으로 구성하여 하나의 바구니를 만드는 것이다. 저마다 책이 다를 경우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고민일 수 있는데 모둠 토론 또는 교사가 책 읽어 주기 활동 등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책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이 각자 책을 구입하는 방법일 것이다. 평생 독서 습관을 가지고 건강한 독자로 살아가는 첫 번째 방법은 책을 구입해서 읽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재화를 들여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갖는지 경험하게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학교에서 책을 모두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도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급문고를 살 수 있는 예산을 학급마다 마련해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학급 독서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급문고가 제대로 갖추어지는 것이 중요하기에, 학급문고 구성에 대한 예산 책정 역시 시급하다.
학교도서관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도서를 모두 구입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학교도서관의 도서구입비로 도서를 구입하는 것은 도서관 장서의 효율적인 구성과 운영을 위해 지양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사서교사는 하반기 예산 책정을 계획할 때 먼저 ‘한 학기 한 권 읽기’ 운영을 위한 예산 항목을 어디에다, 어떻게 입력할 것인지 학교와 협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년 운영비 항목에 넣을 것인지, 학교도서관 예산 중 한 항목으로 넣을 것인지 등을 반드시 협의하여 도서구입비로 구입하는 비효율적인 운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보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형태든 학교의 예산으로 구입한 책은 학교에서 보관해야 한다. 보관의 방법 또한 협의가 필요하다. 학년에서 보관할 것인지 학교도서관에서 보관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학교도서관에서 보관할 경우, 따로 등록하지 않고 키트(바구니)를 만들어 다음 해에도 계속 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사서교사의 수고가 따르겠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책과 오롯이 마주하길
우리는 늘 시간이 부족하여 책을 읽지 못한다고 말한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도 “선생님, 저 바빠요.”를 입에 달고 산다. 이런 아이들에게 수업시간 중 여유롭게 책을 읽을 시간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는 책의 선정과 구입에서부터 보관까지 교사들과 긴밀히 협의하여 아이들의 독서 시간을 온전히 보장해 주고, 그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 시간에 아이들에게 꼭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좋다. 그냥 온전히 그 시간을 아이들이 책과 눈인사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훌륭한 수업이다. 왜 우리는 꼭 같은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고 기록해야 하는 것일까? 평가 때문일까? 그런 것에서 조금 떨어져 한 단원이 진행되는 10차시 동안 아이들이 오롯이 책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한 중학교 교사는 때로는 교사가 목이 쉬어가며 떠드는 수업보다 교사의 목이 쉴(休) 수 있는 독서 시간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시작되는 2018년, 어떤 교사는 열심히 읽어 주고 함께 토론하고 기록할지도 모른다. 어떤 교사는 각자 오롯이 읽을 시간을 줄지도 모른다. 어떤 수업 방식이든 초등 국어과 성취 기준에 있는 문장처럼 “능동적인 독서 습관을 기르고 문학을 즐기는 태도를 기르며 문학을 통해 자아를 성찰함으로써 개인의 성장을 돕는 자양분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 시간이 아이들이 책의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협의와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사서들의 대응과 실천으로 좋은 기회로 만들자!

이덕주 서울 송곡여고 사서교사
 
독서교육에 악재인가? 호재인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국어과에 도입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해 설렘과 우려가 교차한다. 발췌된 책 읽기가 아니라 온작품을 제대로 생각하며 읽을 수 있고,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책 읽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에 책을 읽을 수 있고, 그러면서 학생들이 독서에 흥미와 재미를 갖게 해주는 기회가 되고, 수업시간 중 책을 보는 독서교육을 하던 교사들이 더 이상 다른 교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같은 교과, 같은 학년 교사들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과정 지침에 따른 책 읽기 교육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잘 못 적용되면 전교의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책을 손에 쥐어 줄 수도 있다. 아니면 아주 제한된 책 안에서만 읽기와 평가를 강요받을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독서마저도 평가에 시달리며 또 하나의 짐이 되고 마는 형식적인 활동이 될 수도 있다. “학습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책을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있도록”1) 하라는 교육과정의 가장 큰 취지는 어디로 가고 단지 학생들의 손에 평가의 공정성과 편리성을 위하여 똑같은 책 한 권씩을 쥐어 줄지도 모른다. 분명히 이런 학교, 이런 교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학교의 도서관은 수십권 심지어 백 권이 넘는 똑같은 책을 구입해 달라는 요구로 복본이 쌓여서 도서관의 다양성과 최신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이래서 악재일 수도 있다.
1)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 2015 교육과정 중학교 국어 중 교수학습의 방향 www.ncic.go.kr/mobile.kri.org4.inventoryList.do?
degreeCode=1012&classCodes=1002,1003,1004,1016&openYear=2015&openMonth=09
 
주체들의 힘으로 좋은 기회로 만들자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그 자체로는 가치 중립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교사나 사서나 학부모나 개개인 입장에서 살펴보면 교육관, 아이들을 바라보는 태도, 독서교육이나 도서관에 대해서 바라는 바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천차만별이다. 교사들 중에 교육과정의 취지를 이해하지 않고 혹은 이해했어도 기계적으로 따르고 교사 위주의 편의대로만 교육과정을 적용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왜곡시킬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사서들 또한 이 정책에 대해서 편하게 가는 것을 경계한다. 편하게 간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지시에 따르거나 아예 무시해 버리거나 이 양 극단 모두에 해당된다. 한편에서 구체적인 협조 부탁이 없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모른 척하는 것이다. 도서관이 무시당했으니까 나도 교과교사의 입장을 무시한다. 이렇게 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그러면 어떻게 좋은 기회로 만들 것인가?
먼저 대비하고 준비하라
우선,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 적용되는 교육과정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5법칙의 실천이다. 우리는 흔히 학교의 교육과정이 바뀌고 있는데 교사의 수업이 바뀌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비난한다. 학교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교육과정이 바뀌는데도 운영 방법과 철학에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학교도서관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교육과정을 공부하라
교육과정에 대한 석박사 수준의 연구논문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교육과정 원문을 챙겨 보라는 것이다. 사서, 사서교사는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선도요원 연수를 안 시켜 준다고 서운해 하지만 말자. 나도 화가 났고 항의도 했다. 하지만 ‘연수 안 시켜 주니까 나는 모른다.’ 하는 것은 평생학습사회에 자기주도적인 정보활용교육을 시켜줘야 하는 정보전문가의 자세는 아니다.
인터넷에 검색어만 입력하면 자료가 쏟아진다. 유튜브에 접속하면 교육부가 주최한 연수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사교육 학원가의 원장들이 학부모들을 위해서 아주 친절하게 전달해 주는 영상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먼저 공부하고 이해하자. 그래야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고, 이런 기회를 왜곡시키고 학생들에게 책 읽기에 대한 나쁜 추억만 줄 수 있는 관행적이고 타성적인 교사들을 제어하고 설득할 수 있다.
교사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라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계획과 협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사전에 우려와 악재를 차단하는 것이다. 내년도 중·고교 1학년 국어과 부장을 찾아가라. 올해 2학기에 국어과 교사들을 미리 찾아가면 더욱 좋다. 획일화된 책 읽기나 평가가 진행되지 않도록 교육과정의 내적 논리로 대화하라. 책 읽기를 직접 감당해야 될 학생들의 입장에서 고민하라. 스스로 자신의 수준과 관심에 맞는 책을 선택하고 싶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미숙한 학생들에게 완전한 선택권을 줄 수 없다면 최대한 많은 종수의 책들을 추천하고 권장하라.
이 정책의 실험쥐가 될지도 모르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계획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도서관의 넘쳐날지도 모르는 복본은 부차적인 문제다. 혹 교사들과의 대화에서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개정교육과정의 원문만이 아니라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준비하는 각종 연수 강사들의 자료를 공부하고 보여드려라.
“2. 꼭 피해야할 평가 가. 모두가 같은 책을 읽은 뒤 평가/나. 결과물이 수업과정과 분리된 평가”2)와 같은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한 좋은 연수 자료를 제공하자. 지속적인 독서교육을 위해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독서교육을 위해서 욕심내지 말라는 독서교육 전문 강사들의 이야기를 전하자.
기왕이면 교육과정만이 아니라 교사들의 교수법과 평가 방법 등도 공부하고 이해하라. 우리가 고객을 이해한 만큼 고객과 즉 교사들과 대화가 되고 서로 동료가 되고 전문가가 된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한 만큼 그들도 우리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도서관과 사서, 사서교사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다.
그래도 안되면 저항하라
이렇게 미리 대화를 해도 실제로 학생들 입장에서 고민을 많이 안 해본 교사들은 어디선가 들은 화려한 평가 기준을 내세울 수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 실제 많은 실천을 해온 교사들은 단순하고 소박한 평가를 한다. 즉 책을 읽었느냐 안 읽었느냐 정도를 책에 그은 밑줄 정도로 간단히 수업시간 중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다.
교사에게 교육과정의 취지문을 내밀었는데도 말이 안 통하고 획일적인 책 선택을 고집하면 우리는 스스로 도서관인 윤리선언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인은 지적자원을 선택, 조직, 보존하여 자유롭게 이용케 하는 최종책임자로서 이를 저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배제한다. 도서관인은 소속된 조직의 입장이 전문성의 원칙에 배치될 경우 전문가적 신념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책임이 있다.”3) 교육과정에 입각한 독서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의 진정한 책 읽기와 도서관을 망가뜨리지 말라고 우리의 윤리원칙에 따라 저항할 수밖에 없다.
 
2) 강이욱,「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평가와 적용」, 2017 학교도서관운영 협력과정 3기, 국립중앙도서관, 2017년. 33쪽
3) 한국도서관협회 <도서관인윤리선언>,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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