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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세계시민교육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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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5-31 10:01 조회 6,5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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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독려할수록 넓어지는 세계의 문
-유네스코 동아리와 학생회 중심의 세계시민교육

윤수경 여의도중학교 사회교사
 
아이들에게 좀 더 생생한 사회 수업을 해주고 싶던 20대 시절 나는 방학마다 배낭을 메고 비행기를 탔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는 교과서에 나오는 사진들처럼 진짜 소들이 길거리를 걸어 다닐까?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에서는 진짜 돼지 고기를 안 먹을까? 실체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확신에 찬 말투로 무용담을 늘어놓으리라. “얘들아, 인도에선 길거리에 소가 막 돌아다녀!”
그러나 여행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수록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매우 단순해졌다. “문화는 다 다르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란다.” 이 단순한 깨우침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한동안은 여행에서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을 우리 반 교실로 초대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수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다양한 나라와 함께 호흡하는 수업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한 뒤 복직을 하고 나니 교장선생님이 바뀌고 학교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국제교사교류사업으로 미국에서 오신 과학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서 3주 동안 근무하고 계셨다. 미국 선생님께 사회 수업 코티칭을
제안했다가 나는 교장선생님의 눈에 띄었다. “윤 선생님, 국제교사 교류에 한번 참여해 보지?” 나는 이름도 낯선 세계시민교육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모한 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로 1년차 사업이 진행 중이었고,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의 국제 교사 교류 사업을 포함한 다방면의 국제교류 활동이 병행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몽골, 미국, 호주, 캄보디아에서 온 선생님들이 짧게는 3주, 길게는 3개월씩 근무를 하면서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수업을 운영했다. 또 일본, 태국, 몽골, 캄보디아 등의 국가와 학생들끼리 만나고 교류하는 문화 행사를 운영했다. 다양한 국제 교류를 경험한 학생들은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기 시작했다. 낯선 외국인 선생님에게 해당 국가의 언어로 먼저 말을 걸고,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내친김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다문화 수업을 신청해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에 적극 활용했다. 아이들은 국제교류 활동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었으며,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국제교류를 통해 다문화 이해교육의 교육적 효과를 경험한 후, 본격적으로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유네스코에서 나온 자료를 보니 세계시민교육이란 전 지구적인 문제들과 국제적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고 공감하는, 책임 있는 시민의 양성이라고 한다. ‘어? 사회시간에 내가 수
업하고 있는 내용인데?’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세계시민교육을 교과수업에 가장 접목시키기 좋은 과목은 역시 사회 수업이다. 나는 학생들이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주 1회 국제뉴스를 읽고 느낀 점 쓰기를 연간 실시했다. 중학교 1학년 수업에서는 뉴스 스크랩 활동을 이끌어 보았다. 학생들이 시리아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즉흥적으로 토론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21세기에 아직도 아동 노동이 심각한 지역이 있다는 점에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광고에 인종 차별적인 내용이 있었다는 점에 화를 내기도 하면서 세계 속의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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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 격려하기
시민 교육은 참여가 핵심이다. 나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유네스코 봉사 동아리’를 운영했다. 동아리 학생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우리 지역의 다문화 지도 제작’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우리 학교 주변의 식당 정보를 담은 지도를 제작했다. 학교 주변 지역을 3개로 나누고 동아리도 3개의 모둠으로 나눈 후, 각 모둠장이 인터넷에서 지도를 인쇄했다.
그리고 지역 내의 식당에 전화하든지 방문하여 할랄푸드 등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모둠장이 모은 정보를 한데 모아 우리 지역의 다문화 지도를 완성했다. 조사를 통해 히잡을 쓴 외국인 관광객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지역에 그들을 위한 식당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을 느꼈고, 그들의 불편함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지도 제작 작업을 통해 학생들은 다른 문화권에서 겪을 수 있는 외국인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했고, 공동 작업을 위해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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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의 자랑거리인 글로벌 매스 동아리의 경우,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학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와 관련된 학교의 실태를 조사해 수학적·통계적으로 분석한 후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글로벌 매스 동아리는 태국의 자매 학교와 공동으로 운영하여, 서로의 활동 내용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작년에는 학교에 버려진 자투리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해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동아리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학급 야영장을 만들어 버려진 자투리 공간 을 학생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바꾸어보자고 결정했다. 그러고는 학생들이 손수 작은 평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교는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했다. 학교를 바꾸기 위한 학생들의 시도는 올해 우리 학교의 특색 사업이 되었고, 쓸모없던 자투리 공간은 전 학급이 사랑하는 야영장, ‘에코-힐링 존’으로 탈바꿈했다. 올해 우리 학교에서는 거의 모든 학급이 야영을 실시할 계획이며, 그 중의 일부 학급은 세계시민 의식을 테마로 하는 학급 야영을 실시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발적 참여를 통해 학교, 더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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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와 함께할 것
학생회는 세계시민교육을 실시하기에 좋은 파트너다. 네팔에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들을 위해 학생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질문했다. 이에 학생회는 학급 알뜰 매장을 열기로 결정하고, 학급마다 알뜰 매장을 열어 그 수익금을 NGO를 통해 네팔에 기증했다.
헌옷을 모아 함께 기증하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은 학생회에서 기획·운영하도록 지도했다. 또한 학생회에서는 ‘우리 학급에서 한 아이 학교 보내기’를 실천하기도 했다. 이 활동은 참여를 원하는 각 학급에서 월 4만 원씩 모아 저개발 국가의 아동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1년간 후원하는 것인데, 후원을 받는 아동의 사진과 편지를 교실에 부착하여 학급의 아이들이 나눔의 기쁨을 공유했다.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운영할 때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지구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부터 참여하고 행동하는 연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최근 중요시되고 있는 학생 자치활동 강화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세계시민 의식을 주제로 한 공모전도 개최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태국 자매학교와 공동으로 개최하고 공동으로 시상하며, 수상작 전시회도번갈아 가면서 열린다는 것이다.
학사 일정을 고려해 10월에 양쪽 학교에서 공모전을 실시하고 각 학교에서 우수작을 10편 내외로 선정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그림, 사진, UCC 분야로 작품을 공모했다. 태국 자매학교는 그림 분야만 사생대회 형식으로 대회를 개최했다. 우리 학교에서 양교 교장의 명의로 상장을 인쇄해 우편으로 보내고, 태국 자매학교는 우수작을 우리 학교로 보낸다. 태국 학교의 작품이 도착하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수상작과 함께 작은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 기간이 끝나면 모든 작품을 모아 태국으로 보낸다. 태국은 다음해 3월에 작품 전시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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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접근하고 두루 체험할 것
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 사업을 3년 동안 참여하고 얻은 결론은, 세계시민교육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기존에 학교에서 이뤄지던 교육의 ‘총망라’라는 것이다. 지금도 학교의 각 부서에서는 인권 교육, 다문화 교육, 폭력예방 교육, 환경 교육, 학생자치 교육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내용을 체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 바로 세계시민교육이다. 학교에서 교육을 실시하는 교사들은 모두 세계시민교육 전문가다.
만약 교장선생님께서 느닷없이 “세계시민교육을 해보자!”라고 하신다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촌과 세계를 염두에 두고 학생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내가 기존에 하던 교육활동을 실시하면 그게 바로 세계시민교육이니까.
도서관 수업의 세계시민교육이 어렵다고? 도서관에서 여행 책자를 찾아 각 나라에서 조심해야할 문화를 조사하고 비교하기, 그리고 왜 그런 문화가 생겼는지 생각해 보기, 환경 관련 도서를 찾아 읽고 환경 관련 캠페인 자료 만들기, 캠페인 참여하기, 다양한 국가의 전래동화를 읽고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 우리나라 동화책을 번역하여 제3세계 국가에 기증하기 등등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세계시민교육, 쉽게 접근해 보자!
세계시민교육을 열심히 하면 얻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일회용 컵을 쓸 때, 공문에 오타가 나서 프린트를 여러 번 할 때, 혼자 차를 타고 운전해서 출근할 때 죄책감이 옵션처럼 따라올 수 있다는 사실!
 
 
 
나눌수록 채워지는 히말라야의 꿈을 만나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떠난 네팔 해외 봉사활동

정애경 서울국제고 국어교사
 
 
교사들이 만든 교육 개발 NGO인 세계시민교육연구소는 2011년부터 네팔 오지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네팔 교육자원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까지 일곱 번 네팔을 다녀왔다. 나 혼자보다는 함께 마음을 모아 살아갈
때 비로소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네팔 오지 사람들과의 만남. 우리 선생님과 학생들은 이 만남을 통해 21세기에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목마름과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작은 도전이 만드는 상생
2000년부터 시작한 해외 봉사활동은 내게 새로운 영역이자 삶의 큰 변화였다. 자전거를 타고 고비사막을 달리며 사막화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나무를 심기도 했다. 2003년에는 아프리카 케냐의 수단 난민촌을 찾아 난민의 어려움을
직접 보고 들으며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뒤 자연스럽게 중·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들의 해외 자원 봉사활동 인솔을 맡는 기회가 연결되면서 아시아 교육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해외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 아시아 오지의 작은 학교들에서 만났던 선생님들과 어린 학생들은 나에게 하나의 도전 과제로 다가왔다. 해외봉사 때 만났던 아시아 오지의 교육 현장은 나날이 황폐해 가고 있었다. 교사는 교사대로 어려운 생활고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뒷전이었다. 교사와 아이들이 없는 교실, 배움의 소리가 그쳐버린 학교, 학생들은 하루 종일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고 먼지 이는 학교 뜰에서 흙장난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교
사와 학생이 모두 없는 학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방치된 교육 현장을 만날 때마다 나는 물질적 지원보다 더 근본적인 도움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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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이 함께 떠나다
‘한국 교사로서 아시아의 오지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시아 교육의 발전을 위해 아시아 교사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칠판을 사주고, 교실을 지어주고 학용품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 선생님들과 함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교육 환경이 어렵고 힘든 오지의 선생님이라도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의 학생들도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인도 해외봉사를 하며 만나게 된 교육 NGO와 귀속 학교를 살펴보고 교육적 상생의 방법을 찾아보려는 결심은 확고해졌다. 귀국 후 이런 나의 바람에 뜻을 같이 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아시아 교육의 발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순수와 겸허로 삶의 교훈을 깨닫게 하는 성찰의 땅인 네팔을 선택하여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교육자원 활동단을 구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1년 1월 우리는 네팔로 갔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이 더 귀하고 값진 것이라 여기고 네팔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봉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잠재력을 일깨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서로 이해하며 협력함으로써 발전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과 소박한 의지였기에 우리는 우리의 도전을 상생을 위한 교육자원 활동이라고 불렀다.
 
아름다운 만남을 위한 준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출발해서 가는 데만 9시간 이상 걸리고, 건기인데도 불구하고 차바퀴가 빠지면 땅이 굳을 때까지 차를 뺄 수 없을 만큼 오지인 산간 마을. 그 마을에 낡고 작은 학교, 타르푸초등학교에 처음으로 교육자원 활동단이 찾아간 것은 그런 도전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교육자원 활동단이 열흘 동안 자신의 몸과 마음을 흙먼지 가득한 이 학교에 온전히 내려놓은 것은 분명히 변화를 위한 또 하나의 용기였을 것이다. 흙모래 날리는 교실 시멘트 바닥에 침낭을 깔고, 뼈에 사무치는 추위 때문에 앉아서 밤을 지새워야 했던 유리창 없는 교실에서의 긴 시간은 우리에게 왜 이 먼 곳까지 와서 네팔의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야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했다.
2011년 타르푸를 시작으로 하여 2017년까지 나는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이끌고 네팔의 오지 학교를 찾아갔다.민족과 문화가 다르지만 다름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사람만이 미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자원활동단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다. 매년 찾아가는 네팔의 학교들은 한국 자원활동단에게 소통을 위한 인내와 무조건적인 배려를 요구했다. 네팔은 그야말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세를 배워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교실이었다.
네팔의 남쪽, 인도와 접경한 룸비니 거떰부따초등학교와의 만남은 자원활동단에게는 네팔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 현장이 었다. 두 번째로 결성된 자원활동단이 룸비니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리
는 새벽 1시였다. 칠흑같이 어둡고 길이 좁아 버스가 마을 안쪽에 있는 학교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주민들을 깨워 짐들을 경운기에 옮겨 싣고 진흙길을 덜컹거리며 겨우 학교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어둠 속의 학교, 비오는 새벽, 10시간 가까이 버스에서 덜컹거리며 파김치가 되었다가, 또 경운기에서 온몸이 뻐개지도록 흔들린 뒤 겨우 다다른 룸비니의 가난한 학교는 그렇게 우리 자원활동단을 맞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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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한 학생자원단
룸비니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은 낯선 이방인들이 마냥 신기했지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룸비니초등학교 선생님들, 지역주민들도 모두 낯선 이들에 대해 경계심 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룸비니 초등학교의 유치원생들을 맡은 한국 학생 자원활동단의 시련과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생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꼬마들은 울며 달아나 버리곤 했다. 교육을 시작한 지 이틀 동안 유치원생과 저학년 꼬마들은 부모들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학생 자원단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네팔로 출발하기 전,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네팔교육 자원활동을 위해 30시간의 사전교육을 받았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자기들이 전개할 자원활동의 주제와 내용을 체계화시켜 현지에서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서 실시되는 사전교육은 자원활동을 나가기 전에 필수적으로 치러야 하는 코스이다.
선생님들의 사전교육은 네팔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가능한 교육활동의 적용을 위해 다양한 학습모형들을 설계하여 현지에서 네팔교사들과 워크숍이 가능하도록 시물레이션까지 실시하는 것이 중점적 내용이었다. 학생들도 자신들이 맡을 유치원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야심차게 모의실험도 해보면서 훈련을 해왔는데 그 모든 노력들이 룸비니학교 현장에서 헛수고가 된 것이다.
학생 자원활동단은 처음에는 섭섭하고 억울하고 예상치 못한 거부의 몸짓들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자신들의 활동을 네팔 아이들이 무조건적으로 반겨 주고 무엇을 해도 즐거워할 줄 알았는데 순진한 꼬마들의 두려움 가득한 눈동자는 학생 자원활동단을 무력화시켰다. 결국 그들은 밤을 새워 고민하며 어린아이들이라고 소홀하게 생각했던 자신들의 무책임함을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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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맞대고 다시 시작하기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런 갈등과 반성은 교사들에게도 비슷하게 발생했다. 한국 선생님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없고 그저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네팔 선생님들! 그들을 위해 한국에서 준비한 수업지도안들
이 쓸모없어질 때도 있었고, 수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네팔 선생님들을 설득하기 위해 수업안을 다시 써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수업보다는 진정을 다해 네팔 선생님들을 걱정해 주고, 서로 충돌되는 것에서 새로운 방법을 긍정적으로 모색하는 배려심과 존중의 자세였다. 교사를 하면서 한 번도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여 주는 사람을 만난 적 없던 네팔 선생님들은 한국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파트너십 요구에 처음에는 몹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협력수업을 하고 같이
학습교구도 만들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방과 후에는 남아서 네팔의 학교가 어떤 어려움을 가졌는지, 교사들은 어떤 문제와 어려움을 겪는지, 지역사회와 학교의 관계 속에서 네팔교사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토론을 했다. 네팔 선생님들이 우리의 등을 토닥거릴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첫 만남의 거리감이 좁혀지고 자원활동단을 친구로 받아들였던 룸비니 거떰부따초등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생각할 때면 지금도 눈물이 핑 돈다. 룸비니에서 어렵게 자원활동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한국 교사와 학생자원단들이 동네 어귀에 들어섰을 때, 처음에는 이방인으로 바라보던 룸비니 마을 사람들의 낯선 시선은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학생 자원활동단을 무서워하던 꼬마들은 어느새 학생 자원활동단의 손도 잡고 다리에 매달리기고 하고 등에 업히기도 했다. 온 마을이 걸어 다니는 축제마당 같았다. 그들은 온 마음을 다해 우리를 받아주었다. 그날 동네 어귀에서 어린이들은 자원활동단이 동네를 떠나 학교로 돌아올 때까지 “나마스떼”를 외치고 있었다. 동네를 벗어날 때까지 어린 아이들이 “나마스떼, 나마스떼, 나마스떼”라고 외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려왔다. 그날 밤 우리 자원활동단은 어둠이 깔린 운동장 모래 위에 앉아 모두 숨죽여 울었다.
한국을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아 학생 자원활동단의 아이들은 훌쩍 자라 있었다. 자원활동단 선생님들도 자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룸비니 교육자원 활동을 마치고 마지막 활동 평가회를 하고 있을 때, 스스로 반항아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던 학생 자원활동단 중 한 녀석이 선생님들 앞에서 큰 절을 넙죽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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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곳에 와서 제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별로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여기에 왔는데 이곳에서 저도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네팔의 아이들을 통해 제가 볼 수 없었던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하시는 교육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여정이 바로 제 꿈이며 희망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를 여기에 올 수 있게 해주셔서요.”
엎드려 있는 그 아이의 넓은 등판을 바라보며 가슴 깊이 밀어닥치는 감동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 이것이 사람이 만들어 내는 만남의 아름다움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교사와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하나가 되던 그때의 훈훈함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
네팔 교육자원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그것은 네팔의 한 학교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네팔의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연대감을 보여 주자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생활 속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약속은 기대보다 큰 성과를 가져왔다. 학교 방문 3년차 때, 룸비니초등학교에서 열었던 벼룩시장은 우리의 약속이 그들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었는지 알게 해 주었다.
룸비니초등학교 방문 첫 해, 벼룩시장을 하다가 거의 사고 나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벼룩시장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였다. 그 다음해에는 그 전 경험 때문에 불안해서 룸비니 사람들이 기다리던 벼룩시장을 열지 못했고 3년 차에 들어와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고 네팔 선생님들에게 상의를 했다. 그런데 네팔 교사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룸비니 교사들은 첫 해 상황을 되새기며, 이제는 자신들이 직접 출입표도 만들고 체계적으로 벼룩시장을 운영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보겠다고 제안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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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자신들이 이 학교의 주인이기에, 주체성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려는자발성을 보여 준 네팔 교사들의 모습에 한국 선생님들은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래, 이것이 바로 지속적인 교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주민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아가던 네팔 선생님들. 그들이 찾은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적극적인 자세, 그리고 자신들이 우리 한국 교사들과 동등한 위치로 서로 협력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
가 왜 네팔에 와서 이런 활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 주었다.
마을 사람들이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도 기쁜 일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어느새 룸비니초등학교 교사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룸비니의 학생들도 한국 선생님들과 나란히 수업을 이끌던 자신들의 선생님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이것은 우리 자원활동단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큰 선물이었다.
우정을 나누며 새긴 세계시민의 자세
7년 동안 네팔 교육자원 활동단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의 힘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다. 바로 인간적으로 맺어진 우정과 신뢰, 그리고 어려움과 자포자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먼저 손잡아 주며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오랜 만남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경계를 넘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감과 우정 어린 연대감, 그리고 서로를 향한 순수한 존중과 배려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상생으로 가는 출발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어둠 속에서 메아리치던 ‘나마스떼’의 외침, 나무를 잘라 길을 내주던 따뜻한 마음, 새벽까지 학교에서 한국 자원활동단을 기다려 주던 네팔 선생님들, 우리를 어둠 속에 외롭게 두지 않으려 했던 그들의 깊은 우정이 세계시민으로서의 마음과 태도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실천하는 세계시민교육
-다섯 가지 주제별 선정 도서를 통한 독후 활동하기
조수진 서울 관악중 사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세계 평화, 인권, 문화다양성 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다.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은 그렇게 낯설지 않은데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교육과정 속에 이러한 교육적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사회 과목뿐만이 아니라 도덕, 역사 등 범교과적인 측면에서 세계시민교육의 목표는 이미 교육과정 속에서 담겨 있다. 다문화교육, 국제이해교육 등 또한 세계시민교육이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세계시민교육의
방향이 그동안의 국제이해교육과 다른 점은 국제적 문제와 상황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세계시민으로서 국제적 문제를 통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개인도 그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개념이 전혀 새롭거나 낯선 개념이 아님에도 새삼스레 교육과정에서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시민교육이 교육 과제로 급부상한 건 2015 세계교육포럼(World Education Forum)이 열리면서부터다. 유네스코가 개최한 이 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은 새로운 국제 교육 의제로 부상했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중점으로 2030년까지 유네스코 및 유엔의 교육 발전 목표에도 반영되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발맞춰 세계시민교육을 중요한 교육적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교육자료 제작 및 배포, 연수, 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적 의제를 이루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다섯 가지 범주
세계시민교육의 범주는 다양하게 나눌 수 있지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을 종합하여 정리해 본다면 다섯 가지 주제들로 나눌 수 있다.
문화 간 이해 각기 다른 인종과 성, 언어, 계층 등을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유도한다.
인권 자신에 대한 존귀함을 바탕으로 타인에 대한 소중함을 함께 인식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의식을 갖지 않으며 개인, 국가적으로 자유과 평등을 구현하여 세계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권리 의식을 함양한다.
평화 누구나 소망하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 오늘날 평화가 부재하는 원인을 세계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평화의 실천을 위해서는 상호연결성을 바탕으로 한 서로의 협력이 필요하다.
환경 지역이나 국가적인 경계 없이 세계시민 모두의 공동유산이기에 이에 대한 책임이 요구된다.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는 환경을 함께 사용하고 보존해야 하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제협력 우리의 삶이 세계 모든 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상호 교류하고 협력하고 살고 있음을 이해하도록 한다. 세계화 현상으로 발생하는 전쟁, 빈곤,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세계 여러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설립된 국제 기구와 시민단체(NGO)의 종류와 이들의 역할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세계시민교육과 독서교육
그렇다면 도서관에서 세계시민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독서교육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계시민교육이 국제적인 교육 과제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또한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다양한 도서와 교육프로그램들이 계발되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계발해 배포하고 있는데,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도서들도 출간되었다. 세계시민교육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다룬 도서들도 있지만 소설·에세이 중에서도 주제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세계시민교육의 범주에서 다룰 수 있는 도서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중학교 사서들의 연구모임에서 함께 선정했던 도서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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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면서
미처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시에라리온 내전 문제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 『망고 한 조각』, 어린이 노동을 다룬 청소년소설 『나쁜 초콜릿』,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소년의 이야기 『풍차를 돌리는 소년』 등도 세계시민교육의 토양이 될 도서로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과제에 발맞추어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아이들에게 어떤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좋은가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학교도서관이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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