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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서관자동화시스템 도입의 득과 독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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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11-24 10:17 조회 5,56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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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책과 학생을
이어주는 플랫폼
문문숙 전 서울 천왕중 사서
 
“사서선생님, 여기 도와주세요!”
학교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선생님” 하고 뛰어오는 녀석이 있다. 현호다. 3월 도서관 이용자 교육을 한 이후로 도서관에 출근 도장을 찍는 아이로 학급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바쁜 부모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는 담임선생님 말에 챙겨 주다 보니 퇴근마저 같이 하는 관계가 되었다.
처음 학교도서관에 근무할 당시에는 학생들이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고 “들어가도 돼요?” 하고 내게 물어보곤 했다. 최근에는 수시로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읽고 있는 책, 공부에 대한 고민, 진로에 대한 생각 등 온갖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 돌아가는 사정도 학생들을 통해 알게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도서관은 책만 빌려보는 곳이 아니라 사서
와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플랫폼이다.
학교도서관을 드나드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사서도 덩달아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책 고르는 걸 가장 힘들어하니 주제별, 장르별로 목록 정리·게시, 학년별 추천도서 목록 선정, 신간도서 정리 및 홍보, 행사 홍보, 도서반 지도, 교과별 교사가 원하는 자료 목록 및 책 추천, 학부모 독서 동아리 운영, 독서 수업 지원, 학생들 고민 상담 등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퇴근 시간에 이른다. 이렇듯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내적, 외적 성장을 하는 공간이다. 학교도서관에서 문화 혜택을 누린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 진가를 발휘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학교도서관의 혜택은 수도권, 대도시 위주의 학교에 집중되어 있다. 그나마 학교도서관이 설치되어 있다 해도 사서, 사서교사의 부재로 인해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도서관을 운영할 전문 사서, 사서교사를 확대해야 할 이 시점에 올 8월, 경남도교육청에서 진행된 ‘학교도서관 담당자 직무연수’에서 경남도교육청 사무관이 한 발언은 우려스럽다.
학교도서관이 구축되었으나 문 잠긴 도서관이 있으니, 그 대책으로 경남교육청에서 무인대출반납기를 지원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사업비는 5억, 1교당 5천만 원 정도 예상하며 10개 학교를 지원할 예정) 이는 학교도서관의 업무를 도서 대출·반납으로만 한정짓는 경남도교육청 관계자의 지엽적인 사고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교사와 아이의 소통이 이뤄지는 곳
무인대출반납기를 도입한다 해도 이를 운영할 인력은 필요하다. 딸림 자료 같은 경우는 데스크를 통해서만 대출·반납이 이뤄진다. 이용자들의 무인대출반납기 사용이 미숙하여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무인대출반납기의 이용시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경우 타인이 내 대출증으로 책을 빌려가는 경우도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상호대차의 경우도 무인대출반납기를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여러 문제들로 인해 무인대출반납기는 사서의 일을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도서관의 무인대출은 기계의 오작동을 우려해 도서관 개관 시간에만 운영한다. 또한 무인대출 반납기는 열람실 내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기계가 고장날 시 수리를 하는 데에도 시일이 걸려 이용자들이 곤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사서가 없이 무인대출반납기만을 도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일률적인 비교는 곤란하다. 공공도서관은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학교도서관은 어린이·청소년의 요구와 수준에 맞는 자료를 제공하고 교사와의 상호 작용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야말로 정보 활용 교육, 학생과의 빈번한 접촉, 정보 탐색 전략 공유를 통한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도와주는 공간이다. 대출·반납의 행위보다는 그 사이에 이뤄지는 상호 작용과 참고 봉사를 통해 학생들의 독서 성향 파악과 그에 따른 독서지도를 할 수 있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에 따른 적절한 자료의 제공도 사서·사서교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학교도서관 사서·사서교사는 학생들과 책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다. 학생들과 교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알려 주는 사서·사서교사의 역할을 통해 학교도서관은 더 생동감 있게 운영될 수 있다.
무인대출반납이라는 기계화 도입에 앞서, 이러한 학교도서관 업무를 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사서·사서교사의 확대가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사서들의 전문 연수를 통해서 전문성을 극대화해 그 결과물이 학생, 교사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부서의 정책에 대한 일관성 역시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을 운영할 전문 사서·사서교사의 전면 배치, 인건비 확보, 안정적인 도서관 운영비가 확보된 차후에 무인대출반납기의 도입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무인대출반납기 도입과
학교도서관

 
김상화 부천 송내초 사서
 
올해 여름 세상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으로 떠들썩했다. 인간의 한계를 체감했다는 사람들, 인공지능의 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간의 잠재 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로 의견이 분분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미래 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에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기술 발전으로 생활이 편리해지고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위협 받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인간 경시 풍조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 경남교육청에서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도서관 각각 10곳을 선정하여 시범적으로 무인대출반납기를 도입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인대출반납기는 이미 타 관종 도서관에 도입되어서 운영한 지 한참인데 왜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는 이 발표에 이렇게 술렁이게 된 것
일까?
일인 체제로 운영되는 학교도서관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인대출반납기일 것이다. 사서교사는 대출·반납 업무부터 시작하여 이용자 교육, 도서관 연계 수업, 참고정보 서비스, 독서교육, 독서활동, 동아리 지도까지 혼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다양하다.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 한꺼번에 몰려오는 이용자들을 혼자서 감당하기엔 현실적으로 벅차기에 명예 학부모 사서 또는 도서 동아리(어린이 사서)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무인대출반납기 도입으로 도서 대출·반납의 단순 업무 강도가 낮아진다면, 참고정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도서관 운영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다.
그러나 무인대출반납기를 환영하기엔 다소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경남교육청에서 사서교사의 유무를 비교군으로 두고 시범 운영을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무인대출반납기가 사서교사를 대체할 새로운 수단으로 비춰지는 것이 과연 성급한 판단일까? 아직도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도서관은 셀 수 없이 많다. 사서교사 또는 사서를 원하는 학교는 많지만, 교육청이 예산 부족을 핑계로 전문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학부모 명예 사서를 위촉해 대출·반납 업무만 운영하는 학교도서관도 부지기수다. 전문 인력을 배치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도서관을 무인대출반납기로 운영한다면, 학교도서관은 도서대여점으로 전락하게 되고 말 것이다.
만약 경남교육청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사서교사를 대체할 목적으로 무인대출반납기를 도입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면 교육청 스스로가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기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높여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는 교육청의 전인 교육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은 교육 환경의 일부분이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 자료나 기기 등을 지원하고, 과제 해결 능력 향상과 함께 평생 학습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이야말로 과정 중심의 교육을 지원하고 학생 중심의 열린 학습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인 것이다.
경남교육청은 사서교사 또는 사서 없이, 학교도서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무인대출반납기는 사서교사 업무의 편리성을 위해서만 도입되어야 한다. 사서교사의 고유 업무 중 하나인 대출·반납의 일부를 처리할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역할을 해선 안 된다. 학교도서관에서 대출·반납만 하는 사서·사서교사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공교육의 목표가 변하자 교과서가 바뀌었다. 교과서가 바뀌자 배움 중심의 학습, 교과 연계학습 등 교육 방법도 변했다. 학교도서관과 사서·사서교사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무인대출반납기가 사서·사서교사의 일자리를 빼앗게 될 것이라는 앞선 걱정을 하지 말자. 경남교육청이 꼼수를 부리더라도, 학교도서관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 바람직한 교
수-학습 지원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쓰자.
 
 
마틸다의 도서관

최은규 서울 강남중 사서
 
20세기 최고의 아동문학작가로 평가받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는 재미있다. 흥미진진하고 뭉클하다.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속에 쌓였던 게 시원하게 쏵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굉장하다.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사이다를 한 병 쭉 들이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초능력을 가진 마틸다부터 엄마, 아빠, 선생님 등 캐릭터도 모두 독특해서 내 눈길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 너무 짧게 등장하는 사서 펠프스는 어쩌면 대형 미술작품에 찍힌 점 하나 정도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점 하나가 그냥 점이 아니라 용의 눈동자 같다. 왜냐고? 이 축복의 만남이 마틸다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강하게 만드는 첫발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나오는 사서를 찬찬히 살펴보자.
마틸다가 만난 사서는
1. 도서관에 혼자서 온 꼬마 마틸다를 보고 놀랐지만 우선 매우 환영해 준다.
2. 어린이 책의 위치를 묻는 마틸다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고, 그림이 많이 들어 있는 책을 찾는 걸 도와주길 원하느냐고 정중하게 질문도 한다.
3. 마틸다가 매일 오후 도서관에 와서 조용히 책을 읽는 걸 유심히 지켜 본다.
4. 꼬마 마틸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기도 한다. 읽은 모든 책 중에『 비밀의 화원』이 최고였다는 말에 정신이 멍해졌고, 마틸다가 겨우 4살 3개월이라는 데에는 더 심한 충격을 받았지만 상처받을까봐 내색하지 않고 표정 관리를 한다.
5. 도움을 청하는 마틸다를 위해 서가를 찬찬히 살펴보고 책을 골라준다. 찰스 디킨즈의『 위대한 유산』을 보고 기뻐하는 마틸다를 보며 자기가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연히 너는 읽을 수 있지.”라며 격려한다.
6. 도서관 이용시간이 끝난 걸 알려줄 때마다 늘 안타까워한다.
7.‘ 마틸다’라고 이름을 외워 정확하게 불러 준다.
8. 엄마가 마틸다를 매일 도서관까지 데려다 주었다가 데리고 가는지, 부모님이 이 작은 아이가 빈 집에서 매일 오후에 뭘 하길 바라는지 아이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묻고 파악한다. 때로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슬픔도 받아 준다.
9. 오가는 길의 안전을 걱정하지만 간섭하고 참견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마틸다가 잘 해온 것을 믿고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하지 않는 한 사람이 되어 준다.
10. 마틸다가 한 작품 한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느낌과 생각을 말하는 걸 귀담아 듣고, 그 다음으로 읽을 책도 심사숙고하여 골라 준다.
11. 마틸다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키워나가는 과정을 날마다 따뜻한 마음으로 신경 써서 지켜 본다.
12. 어마어마한 책들을 읽어내는 마틸다를 보고 소문을 낼 법도 한데, 지금처럼 평화롭게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도록 마틸다의 사생활을 보호해 준다.

이래서 나는 『마틸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마틸다가 사서를 만나는 장면’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이 만남을 통해 마틸다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 존중하는 방법, 문제를 해결하는 법 등 인생의 중요한 덕목을 채워 나갔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이런 곳이다. 사람(이용자), 책, 사람(사서)이 세 발 자전거처럼 서로를 밀고 당기며 안정감 있게 건강한 생명력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래서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미래의 쨍하고 화사한 장면을 저절로 꿈꾸게 된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점심시간에, 방과 후에, 시도 때도 없이 학교 안에 마련된 도서관을 드나들며 자신에게 필요한 ‘생기’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 이곳에서 책을 읽고 숙제를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떤다. 친구랑 싸웠을 때, 누가 괴롭힐 때, 엄마에게 아침부터 야단을 맞았을 때 쪼르르 달려와 사서에게 속을 풀어놓기도 한다.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교문에서 늘상 보는 사람이다 보니 사소한 일부터 심각한 일까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학교도서관 사서는 학생들을 잘 알고 있어서 누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다음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 뭔지도 머릿속에 들어 있다. 재미있고,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안전한 세발자전거가 잘도 굴러가는 것만 같다. 그런데 인생의 이런 소중하고 값진 모든 순간과 기회들을 싹 다 치워버리고 기계를 들여 놓는다고? 도서관이 단지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곳인가? 세발자전거를 타보기도 전에 위태로운 두 발 자전거를 타게 하다니, 그것도 아이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다니? 강심장도 이런 강심장이 없다. 어안이 벙벙하다. 학교도서관이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책 무덤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망도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라서 스스로를 생명력 넘치게 만드는 일에 펠프스 사서 같은 조력자가 필요하다. 감정까지 갖춘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을 데려다 놓아도 마틸다에게 펠프스 사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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