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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서관자동화시스템 도입의 득과 독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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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11-24 10:07 조회 9,75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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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긴급 처방,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
득이 될까? 독이 될까?

김미현 창원 안민초 사서
 
교육청의 무인대출반납기 설치 공고
지난 8월 17일~18일 양일간 경남교육청이 실시한 학교도서관 담당자 직무 연수가 사서교사, 사서, 학교도서관 담당교사, 학교도서관지원센터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학교도서관 담당자의 역량 강화 및 자질 향상이라는 취지로 진행된 연수였지만 연수 대상자와의 사전 소통 및 요구 조사 없이 실시한 결과 연수 내용에 대한 만족도는 예년과 달리 현저히 낮았다.
연수 기간 동안 경남교육청 과학직업과 담당사무관의 경남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 정책에 관한 안내가 따랐다. 그 중 많은 사서들이 문제 제기를 했던 도서관자동화시스템(RFID) 도입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아래 경남교육청 과학직업과 학교도서관 담당사무관의 말이다.
“학교도서관에 시설개선비(리모델링 사업비)를 매년 지원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끝낸 학교에 점검을 가면 운영이 잘되는 학교도 있지만, 시설은 깨끗하게 고쳐놓고 도서관 문이 열려있지 않아 점검을 위하여 도서관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시설은 말끔히 고쳐놓고 정작 인력이 없어 도서관 문을 열지 못한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방안에 대한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이다. 매년 학교도서관 전문인력(사서교사 및 사서) 충원을 위하여 노력했지만, 임금 총액제에 묶여 번번이 헛수고에 그쳤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력 충원 및 시설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는 인력 없이도 운영될 수 있는 학교도서관 시스템 구축에 힘쓸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올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10개교를 선정하여 1개교에 5천만 원씩 5억 원을 들여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학교 선정은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이 없는 곳을 대상으로 한다.
덧붙여 도서관자동화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학교도서관업무지원 시스템(DLS)과 연계가 되어야 하지만 교육부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올 연말에 교육부와 다시 협의하기로 하였고, 지금은 도서관자동화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을 할 것이다.”
이후 9월 26일, 경상남도교육청에서는 ‘학교도서관 선진화를 위한 도서관자동화(RFID) 시스템 시범 구축 공모 계획 알림’ 공문을 일선 학교로 보냈다. 공문을 살펴보면, 도서관자동화시스템 지원 대상 학교는 도서관 전문 인력이 없는 학교, 학생 수가 500명이 넘는 초·중·고 가운데 15개교를 대상으로 한다. 지원 금액은 3억 원~3억 5천만 원이며,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사서선생님들의 문제 제기
이에 대해 경남학교도서관사서회는 10월 4일, 경상남도교육청에서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을 도입에 우려를 표하고, 경상남도교육청에 질의서를 발송하고 답변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청해서 진행했다. 다음은 질의서 답변 내용이다.
 
가.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목적은 무엇입니까?
도내 전체 학교도서관 중에서 전담 인력이 있는 학교도서관은 25%에 불과합니다. 전담 인력이 없는 학교도서관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도서관이 점심시간 등에 부분적으로 개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부의 교사 총정원제 및 교육공무직에 대한 총액인건비 정책으로 전담 인력 충원이 힘든 상황에서, 학교 일과시간 중에 학교도서관 상시개
방을 목적으로 RFID시스템 시범구축 사업을 실시합니다. 향후 사업성과 평가 후 긍정적으로 검토되면 점차적으로 전 학교에 도입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 학교도서관 고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교수-학습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RFID 시스템으로 교수-학습 지원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이번에 도입되는 RFID 시스템 구축사업은 닫혀 있는 학교도서관을 상시적으로 개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시스템이 도입되어 학교도서관이 개방되면 학생 및 교직원들이 언제나 도서관 자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시범운영 및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RFID시스템 구축 후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의 현장 점검 및 운영 성과를 분석한 후 결정할 사항입니다.
 
교육이 우선되는 곳, 학교도서관
교육청의 학교도서관 지원 담당 부서에서도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을 모아 정책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도서관에서 8년 차 전담사서로 일하고 있는 필자는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을 지켜보면서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께 도서관과 독서교육 정책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우려되는 점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첫째, 학교도서관의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임금 총액제에 부딪혀 도서관 전문 인력을 확충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생각한다면 시스템 구축 지원에 앞서 전문 인력 배치가 더 시급한 상태이다. 전국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 배치율을 살펴보면, 경남이 최하위 수준이다. 언제까지 임금 총액제를 운운하면서 학교도서관의 전문 인력 배치를 미룰 것인가? 다른 시도 교육청은 임금 총액제 실시에서 제외되고, 경남만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산 집행의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란다.
둘째, 예산 집행에 대한 문제다.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위해 소요되는 예산은 올해만 5억 원이다.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학교도서관업무지원시스템(DLS)과 연동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연구정보원과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승인을 해 주지 않았으며, 올 연말에 다시 협의하자고 한 상태이다. 그런데 경상남도교육청은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까지 투입하고 있다. 만약 교육부에서 승인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은 어떻게 되겠는가?
셋째, 운영상의 문제이다. 학교도서관의 여러 업무 영역 중 대출·반납의 참고 봉사 업무만을 핵심 업무인 것으로 인식하고, 그 영역에만 초점을 맞추어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학교도서관에서 사용하는 DLS 대출반납시스템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쉽다. 단순히 대출·반납만을 위한 것이라면 초·중·고 어디든 도서부 학생들을 교육하면 도서관 개방은 언제나 가능할 것이다. 학교도서관은 참고 봉사 외에도 장서 개발 및 자료 조직, 전산화 등의 시설과 자료 관리의 역할과 동시에 학교도서관이기에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교육 정보 서비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학교도서관은 도서관인 동시에 학생 교육을 가장 최우선해야 할 교육시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의 도입은 최근 인성 및 감성, 인문학 교육이 중요시되는 교육 정책에 역행하는 일이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과정이 단순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표정을 읽고, 이름을 불러 주고, 책을 이야기하고, 다음에 읽을 책을 추천하는 등 독서 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책을 빌려 주는 도서대여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학교도서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밖에도 기계 작동의 오류로 학생들이 놀라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대출증만 있으면 책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타학생의 대출증을 빌리거나, 빼앗아 대출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학교 폭력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현재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은 대부분 전문 인력이 배치된 도서관에 설치되어 있다. 무인 자동 반납 시스템의 개념으로 전문 인력이 없는 곳에 자판기처럼 설치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따라서 경상남도교육청은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 도입에 신중을 기해 주길 바란다. 지금까지는 경남에서만 추진되는 사업이지만, 같은 문헌정보인으로서, 타 시도의 사서선생님과도 학교도서관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을 나눠볼 수 있길 희망한다.
 
 
경상남도교육청에게 묻다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 도입,
정말 괜찮을까요?
 
경남교육청이 학교도서관 선진화를 위한 목적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힌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 실효성에 대한 검증은 물론, 사서가 미 배치된 곳에 무인대출반납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에 대해 경남 지역 사서들을 비롯해 교육 현장의 여러 주체들이 우려를 표명하며 대응하려고 한다. <학교도서관저널>에서는 본 사업을 담당하는 경상남도교육청 과학직업과에 사업 추진 배경, 결정 과정, 향후 사업 진행 방향 등에 관한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들어 보았다.
<경남교육청이 공문에서 밝힌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
-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을 도입하여 편리한 독서환경을 제공하고 행복한 책 읽기 문화 조성에 기여
- 전담인력 미 배치학교의 학교도서관 운영 정상화를 통한 교수학습센터로서의 학교도서관 역할 강화
- 교수·학습 환경변화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 학교도서관 구축으로 선도적 독서교육 환경 조성 및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함양 제고
 
Q. 공문을 통해‘ 독서 환경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RFID(도서관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습니다. 독서 환경 개선을 위한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셨을 텐데요, 위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현재 학교도서관 전담사서와 사서교사 정원은 교육부의 학교회계직에 대한 총액인건비 및 교사 총정원제 정책으로 충원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러나 경남 도내에서는 현대화된 학교도서관이 960개 구축되어 있고 전담인력(사서교사 및 전담사서) 배치율은 25%에 불과합니다. 전담 인력이 미 배치된 학교도서관은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인력이 없어 대부분 점심시간에만 개방 운영되고 있고, 교당 최소 5천만 원 이상씩 투입된 학교도서관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이 노출됩니다. 비록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더라도 학생 및 교직원들이 언제든 도서관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며, 현 학교도서관 전담인력 총원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 RFID 시스템 도입을 결정하기까지 교사나, 도서관 전문 인력 등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였는지요?
A. RFID 시스템을 이미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타 시도의 의견 및 학교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검토하였으며, 내부적으로 교육감에게 보고된 사항으로 적극 추진을 지시 받은 사업입니다.
Q. '전담사서 미 배치학교'에 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전문 인력이 없이 시스템이 잘 운영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공모사업이지만 시범적으로 운영될 본 사업은 도서에 RFID 칩을 부착하고, 학교도서관 출입구에 도난방지 게이트웨이를 설치하여 도서관이 개방 운영되게 함으로써 학생 및 교직원 등의 도서관 출입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데 그 사업 목적이 있습니다.
시범학교는 학부모나 학생 도우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선정할 예정이며, 사업 선정 후 사업 추진에 대한 사전 연수 실시를 통해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며, 또한 경남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에 설치된 19개 학교도서관지원센터의 현장 지원을 강화하여 나갈 예정입니다. 차후 운영상 문제점이 발생할 시에는 적극 개선·시정해 나갈 것입니다.
Q. 교육 현장에서는 이 시스템 도입은 결국 도서관 전문 인력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판단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이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A. RFID 시스템 도입 사업은 학교 일과 중에 닫혀 있는 학교도서관이 없도록 하는 것에 궁극적 목적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학교도서관에 출입하고 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데 그 취지와 목적이 있는 바, 본 질문은 현 학교도서관 전담인력들의 기우에 불과합니다.
Q. 향후 RFID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정 시행하거나, 독서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 방법에 대해 재고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이 사업은 시범 사업이며, 향후 운영 성과 평과 및 분석 후에 운영 성과가 미진하다면 사업의 수정 시행이 필요할 것이고, 운영 성과가 좋다면 확대 운영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인대출반납기,
학교도서관의 알파고가
될 수 있을까?
 
이수아 전 서울 혜화초 사서
 
무지에서 비롯된 사서 무용론
스마트 기기를 통한 이동형 인터넷의 보급은 인쇄 매체의 종말을 예고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한 뉴스의 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신문 구독률은 매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점점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면서 인쇄 매체의 최대 저장고인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보 기술의 발전은 도서관의 접근성을 높였지만 도서관을 단순한 시설로 치부하고, 사서를 기능직으로 여기는 인식을 낳았다. 특히 정보 기술 맹신자들 사이에서 도서관과 사서 무용론이 대두되었다.
올해 3월 세기의 대결이 화제였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었다. 알파고란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시스템이다. 앞의 수를 예상하며 두는 바둑은 인간의 직관력이 가장 필요한 종목이라고 한다. 구글에서 알파고는 스스로 수가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며, 이는 인간의 직관력과 판단력을 모방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경험을 통해 점점 성장하듯 알파고 또한 대국을 하면 할수록 더 강해진다고도 한다. 결과는 4승 1패로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인간 중에 가장 창의적인 바둑을 둔다는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충격이었다. 인간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왔던 직관력과 창의력에 도전한 인공지능의 완승으로 끝난 결과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언론은 인공지능이 지배할 직업군을 꼽아가며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지금보다 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 전망하며 이에 불을 지폈다.
옥스퍼드 대학의 칼 오스본 교수는 컴퓨터화가 진행되는 속도, 현재 각 직업군 노동자의 임금, 취업에 필요한 학력 등을 기준으로 702개 직업군들이 로봇에 대체될 확률을 분석했다. 이 중 47%가 20년 내에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도서관 사서가 사라질 확률이 65%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서들에게만 충격적인 결과일 수 있다.
텔레비전이 보편화되었을 때, 사람들은 라디오의 종말을 예고했지만 전성기를 텔레비전 에 넘겨 주었을 뿐이지 아직 생존하고 있다. 이처럼 사서들은 아무리 정보 기술의 발달로 종이 매체가 위기에 처했어도 전자 매체와 함께 공존할 것이다. 따라서 사서라는 직업 또한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켜 왔다. 학교의 심장을 관리하는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이 그 어떤 주장이나 확률을 무시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도서관 운영 전문가라는 자긍심으로 중무장한 학교도서관 사서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하는 사업이 경남도교육청에서 탄생했다.
지난 9월 26일, ‘학교도서관 선진화를 위한 도서관자동화(RFID)시스템 구축 공모 계획’ 공문이 경남 지역 학교도서관에 전해졌다. 공문의 내용인즉, 학교의 독서 환경 개선 도모를 위해 사서·사서교사 미 배치학교에 무인대출반납기를 지원하겠다고 것이다. 도교육청은 학교도서관의 기능을 한껏 축소해서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도교육청은 사업을 통
해 학교도서관에 대한 철학 부재와 무지만을 드러냈다.
 
살아 있는 사서의 자리
모든 도서관이 그러하지만 학교도서관은 대출·반납 기능이 전부가 아니다. 학교도서관의 또 다른 이름인 ‘교수-학습지원센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교사들의 수업 및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것이 학교도서관의 주된 역할 중 하나다. 책이 대량 대출되어 학교도서관 독서 환경이 개선될 거라 예상하는 건, 청소기를 사다만 놓으면 방이 저절로 치워질 거라 믿는 것과 같다. 청소기를 이용해 치우지 않으면 지저분한 상태 그대로인 것처럼 책을 빌려만 가고 도서관을 활용할 줄 모르면 학교도서관 활성화는 어림도 없다.
학교도서관은 우리 아이들이 가장 가까이서 독서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단순히 책을 빌리는 장소에서 나아가 책을 매개체로 하여 독서교육을 펼치고 독서문화를 확산시키는 학교의 중심지이다.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인 사서와 사서교사는 도서관 관리 업무는 물론 도서 선정 및 학교 수업과 연계한 다양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교도서관 활성화 및 내실화에 지대한 공로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벌써 3년 전 에피소드다. 2013년 3월 어느 날, 우리 학교는 평상시와 달리 매우 분주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친환경 급식 학교를 방문하고자 했고, 시청과 가까운 우리 학교로 오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일정이 점심시간에 진행될 예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행정실장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학교도서실까지 방문할 터이니, 준비를 좀 하라는 전갈이었다. 그러나 준비할 새도 없이 시청 관계자들이 우르르 들어왔고 얼결에 우리 학교도서관을 소개하게 되었다. 곳곳을 둘러 보던 박 시장은 어느 한 구석에 발길을 멈추었다. 매달 주제도서전시를 하는 코너였다. 그해 3월의 주제는 ‘학교’였다. 학교라는 곳에 처음 발을 내딛는 신입생과 새 학기 변화하는 환경에 예민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생활 팁(Tip)’을 주는 책을 전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은 나마저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아주 큰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책을 통해서 힐링까지 하시는 거군요. 사서선생님 자리와도 가까우니 책도 읽고 선생님과 소통도 하고. 이 속에서 아이들과 힐링을 이뤄가는 거네요! 이래서 도서관엔 사서가 참 중요해요.” 한동안 내게 박원순 시장의 찬사(?)는 전문 사서로서 자긍심을 한껏 살려 주었다.
초등학교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자기가 읽다 만 책의 제목을 곧잘 잊곤 한다. 아이들은 자꾸 곰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 뻐드렁니로 동전을 쌓는 여자아이 이야기, 할머니하고 실뜨기 하는 이야기, 쥐인지 수달인지 모르겠는데 물고기를 좋아하는 이야기가 도서실 어디에 있냐며 사서선생님을 찾는다. 이렇듯 한 권의 책을 꺼내들고 빌리기까지 사서는 아이와 도서관 사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책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를 열어 주는 사람 또한 바로 사서이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왜 이 나라는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는가.’ 비단 인건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는 사서·사서교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보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학교도서관 사서는 교수-학습지원 및 독서환경 조성은 물론 지나친 경쟁에 지친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
는 등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수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전문 인력의 배치는 곧 우리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고 미래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전국 사서·사서교사 배치율은 48%. 아직도 52%의 학교도서관에는 시설과 장서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경남 지역 학교도서관의 전문 인력 배치율은 32.2%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무인대출반납기는 나머지 67.8%에 전문 인력이 배치된 후에 지원해도 늦지 않다. 세탁기, 청소기 등의 가전제품들이 여성들을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켜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무인대출반납기도 대출·반납 업무에서 사서와 사서교사들을 해방시켜 이용자들에게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문 인력이 없는 곳에 무인대출반납기 설치는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참고자료
KBS <명견만리>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kbsgoodinsight/220654370497
『2015 한국도서관연감』, 문화체육관광부(도서관정책기획단)
『도서관의 가치와 사서직의 의미』, Michael Gorman 지음, 태일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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