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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자유학기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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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2-12 16:39 조회 6,93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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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순 인천 부평동중 교사
 
변화는 항상 설렘보다 두려움과 의구심의 자락을 깔고 시작하기에 쉽지 않다. 자유학기제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경쟁 구도 속에서 학업성취도는 만족스럽지만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간 본연의 지적인 호기심이나 즐거움은 사라졌다. 학교가 더 이상 행복한 공간이 아니라고 아우성치는 학생들을 교육부가 제시한 자유학기제라는 처방으로 구원해 보고자 쉼 없이 달려 왔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자유학기제가 가지고 있는 실행 취지와 목적에는 모두가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how’의 문제와 전면 실시의 전제에는 이견이 많다. 자유학기제 시행계획이 발표된 현재까지도 성공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가 속한 부평동중은 2013년에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을 시작하여 올해로 3년 차에 접어 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유학기제는 내게 교육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하여, 교사로서 본연의 업무에 대하여, 학생 활동 중심 수업에 대하여, 융합이나 재구성, 과정 중심 평가 등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해 살피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학기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자유학기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우려와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교사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의 본연의 업무는 수업이다. 교사는 수업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학교 안의 현실은 다르다.
교사들이 ‘중요한 일’인 수업보다 ‘다급한 일’인 수업 이외의 일들에 매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수업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바꾸고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개선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오후 자유학기 활동을 위해 오전에 감해진 수업 시간만큼 새로운(교과와 관련되었건 새로운 프로그램이건) 프로그램에 투입될 경우 교사는 수업 부담을 넘어 교과목 상치 정도의 부담을 느낀다. 게다가 자유학기 해당 학년의 담임교사는 오후 자유학기 활동들로 더더욱 여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자유학기제는 교사에게 기존의 업무에 더해진 또 다른 업무로 다가온다. 교사들은 부담을 넘어 거부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 걸림돌은 지역사회의 여건과 자유학기제를 맞는 사회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자유학기를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나 활동에 방점을 찍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에 맞춰 교육부도 전국적으로 수업 사례나 평가 사례 등을 모아 자료집을 만들고 교사 연수에 힘을 쏟고 있다. 즉, 자유학기제가 모든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나가서 활동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자유학기제의 한 축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다양한 활동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자유학기 활동은 학교의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학생들은 늘 보아 오던 학교 선생님의 익숙한 프로그램을 선호하지 않는다.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을 원한다.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과 인력을 학교 안에서 찾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바깥으로 나가자니 지역사회의 여건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걸림돌은 자유학기제가 학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학부모들의 우려다. 자유학기제 실시에 대한 반응은 지역이나 학교별로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런데 소위 잘사는 지역, 학력이 높은 지역, 학급 수가 대규모인 지역일수록 자유학기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학생들의 학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님들일수록 지필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자유학기를 학생들이 노는 학기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부 학원들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사교육을 부추기기도 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학부모를 설득시키는 것이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는 것이다.
1학년 2학기, 자유학기가 시작되어 크고 작은 회의들이 진행되던 어느 날,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동료교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하던 말이 생각난다. “화가 나요. 무슨 놈의 회의가 이렇게 많은지, 이제 막 롯데월드에 와서 놀이기구를 하나 탈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서울랜드가 더 좋다고 서울랜드로 오래요. 그러다가 이번에는 에버랜드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제 고민의 영역이 확장되면 해결의 영역도 확장된다는 믿음 아래 자유학기제 운영으로 인한 환희의 순간과 기대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얻게 된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도 수업에 대한 생각의 변화이다. 자유학기제 속에서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하였고 처음으로 교육과정 재구성과 융합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자유학기를 운영하기 이전의 나는 내가 맡은 학년, 교과 그리고 교과서가 수업 구상에 영향을 미치는 전부라고 여겼다. 바로 하루 전 일도 기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솔직히 동일 교과라 하더라도 일 년 전에 내가 무엇을 가르쳤는지 그것이 현재 학년과 교육과정상 어떻게 연결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또 어떻게 연결될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 학년에 충실했다고나 할까? 이런 상황에서 타 교과가 어떤 교육과정을 가지고 무엇을 가르치는지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공통 주제를 추출하고 그에 맞게 교과별 수업 내용 및 수업 방법, 평가 내용, 학교 행사와 연결된 통합 활동까지 계획하고 학습 내용을 연결시킨다. 거기다가 이 모든 활동 내용을 우리의 삶과 연결 시키면 효과는 극대화된다. 수업의 변화에 있어서 또 다른 한 축은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강의식 수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핵심적인 기본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강의식 수업만큼 최적화된 수업 방법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수업 기술이라도 고정되고 패턴화된다면 효과가 떨어진다. 거기다가 요즘은 교육도 유행에 민감하고 변화가 빨라 인기몰이를 하듯이 지나간다. 요즘 교육에서 hot하다는 하브르타 수업, 거꾸로 수업, 배움의 공동체 수업, 협동 학습 등등 수업 방법들의 핵심이자 공통점은 자유학기제가 지향하는 학생 활동 중심이라는 것이다. 학생 활동을 위주로 수업을 디자인하고 모둠을 구성하며 그 안에서 학생들은 협력과 조화를 배우게 된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변화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자유학기를 거치면서 맞이했던 가장 큰 변화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사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중학교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입을 닫기 시작한다. 표현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학기제 속의 학생들은 자기표현에 주저함이 없다. 틀리는 것을 겁내지 않고 수업 시간마다 쭉쭉 팔을 뻗어 생각을 발표하고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아우성친다.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협력하는 과정과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안을 만들어 내는 활동 속에서 조금씩 성취감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취감은 학생들을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고 자신의 미래를 꿈꾸게 한다. 학생의 변화는 토의·토론, 실험·실습,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 활동 중심 수업으로의 변화와 다양한 체험활동, 평가 방법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변화는 교사가 피부로 느끼는 것 외에도 여기저기에서 결과로 나타난다. 자유학기제 속 학생의 학교 활동 참여도는 일반학기 학생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수업 중 소외되거나 낙오되는 학생이 상당히 적다. 학생들은 수업을 점수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워한다. 우리 학교를 찾은 외부 특강 명사들은 다른 일반학교 학생들과 우리 학교 학생들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꼈다. 아이들의 자유로움과 개방성, 높은 참여도와 호기심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자유학기제로 인한 학력 저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충분했다. 나는 그동안 학생들이 단순히 점수를 올리고 그것을 즉각적으로 확인하며 학력이 올랐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본다. 점수와 학력은 같은 말이 아닌데도 말이다.
마지막 기대는 주로 오후에 이루어지는 자유학기 활동을 통해 커 가는 아이들의 꿈과 끼다. 자유학기 속에서 이제 갓 한 달을 보낸 1학년 학생들은 다양한 예체능 활동, 선택프로그램,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1학기와는 사뭇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유학기제의 생동감으로 오후 수업의 나른함을 한 방에 날려 보내고 있다고. 지난 3년 동안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유학기제 속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자유학기에 대한 우려와 기대 중 어느 것이 더 큰가에 대한 결론을 내리라면 사실 자신이 없다. 그리고 자유학기제 하나로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거나 자유학기제가 최선이라는 어리석은 결론을 내리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자유학기제가 Why의 문제에서 시작되었고 How의 문제를 찾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을 보았기에 시작해 보겠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구구단을 외우고 몇 년도에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는지 달달 외우며 시를 한 행 한 행 해부하는 공부가 아이들이 펼쳐갈 삶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또 더 이상 유예된 행복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우리 아이들을 속일 수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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