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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학생의 도서대출이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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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1-23 16:08 조회 5,81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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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학부모
 
내 두 아이가 모두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는 학교도서관에서 학부모 사서도우미 봉사를 했다. 도서관 사서선생님이 식사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거나 사서업무를 할 수 없을 때, 사서선생님을 대신해 대출납 업무와 도서정리를 하는 일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인터넷에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안에 있는 학교도서관 시스템에 접속해 대출납 업무를 하던 어느 날, 학생의 이름을 입력하거나 개인 식별번호를 시스템 안에 있는 검색창에 입력하면 해당 학생의 도서대출이력이 검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내 아이의 대출이력을 검색했고, 연체 도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그 책의 행방을 물었던 기억이 난다. 순간 아이는 자기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책의 행방을 물어서 당황하는 눈치였고, 곧 학교에 가서 찾아보고 사서선생님과 해결하겠노라 했다. 아이가 내놓은 해결책에 나도 동의를 하면서 그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 전까지 나는 그날의 내 행동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오히려 대출이력 조회 시스템으로 대출한 책을 잘 관리하지 못한 아이의 ‘부주의함’을 발견하고 동시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는 쾌거에 만족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날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도서대출과 관련한 자신의 개인정보를 누군가 들춰내 잘잘못을 따지려한 경험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연체 도서가 있으면 대출이 안 되는 시스템으로 인한 제약을 아이 스스로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엄마가 그걸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부주의함’이라는 기준을 들이대며 잘잘못까지 따지고 들었던 것이다.
누군가 내 일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졌다는 뉴스만 듣고도 당장 없어져야 할 기술이라고 거품을 물은 내가 바로 내 아이의 일상을 허락 없이 감시하고 실제로 통제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아이에게 자신의 도서대출이력은 더 이상 개인의 활용과 의지를 위한 개인정보가 아니라 누군가 언제든지 들여다보고 개인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정보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내 인권을 침해할지도 모르는 사안에는 핏대를 세우면서 아이의 인권에는 전혀 다른 기준과 태도를 보였던 것이 부끄러웠다.
지난 5월 경기도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내려 보낸 공문이 논란이 되었다. 공문은 학교도서관에 있는 좌편향 도서들을 문제 삼고 그 도서들에 대한 해결과 동시에 해당 도서를 읽은 학생을 찾아내어 사후 교육까지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이의 도서대출이력을 아이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열람하고 내 기준으로 아이를 다그쳤듯이, 경기도 교육청은 학교가 학생들의 도서대출이력을 마음대로 열람하라고 시키고 ‘좌편향 도서’라는 편향된 기준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 갈 사람을 교육시키는 주체로서 학교가 학생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자기고백을 한 엄청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개인적인 경험과 경기도 교육청 공문 논란을 보면서 학생의 개인 도서대출이력 운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학생 개인의 도서대출이력은 분명 이러한 감시와 통제를 위해 만든 기술이 아닐 것이다. 현재 대다수 학교가 사용하는 학교도서관 시스템에서 학생 개인의 도서대출이력이 축적되고 있다. 당장 축적되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없다면, 적어도 학생 본인이 이러한 정보가 축적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 본인의 허락과 동의 하에 정보가 이용되어야 하며, 원칙적으로 본인 이외의 누구도 열람할 수 없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배운 이러한 구조와 감수성은 민주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거름이 될 것이다. 어떤 기술이라도 자유의지를 가진 당당한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한다면, 그 어떤 효용이 있더라도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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