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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름 방학 그곳 이 책_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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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0-23 16:08 조회 5,94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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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학으로 다시 읽는 강화도
안찬수
시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강화도는 섬입니다. 그러나 이제 강화대교와 강화초지대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섬 같지 않은 섬입니다. 강화도는 한반도 중심으로 들어가는 관문에 위치해 있는 섬이자, 섬 자체가 천연 요새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외세가 침략할 때마다 우리 역사의 주요한 현장으로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역사책을 통해 잘 알고 있듯이, 강화도는 프랑스, 미국, 일본 등 근대 제국주의 세력이 조선을 침략하고자 했을 때, 힘과 힘이 맞부딪친, 도전과 응전의 현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화도 곳곳에는 우리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강화도는 말 그대로 ‘역사박물관’입니다.
방학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강화도의 마니산에 올라도 좋고, 고인돌이나 고려궁지, 초지진, 광성보 등을 둘러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강화도 남단의 갯벌이 세계 3대 갯벌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갯벌 체험도 좋을 듯합니다. 제가 강화도를 처음 가 본 것은 중학교 때의 일이었습니다. 광성보에서 ‘손돌목’을 내려다보며, ‘손돌목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손돌목의 빠른 물살 위로,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슬프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강화도를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강화도와 관련하여 잊히지 않는 책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책은 민영규(閔泳珪) 선생의 『강화학 최후의 광경』입니다. 이 책에는 ‘서여문존기일(西餘文存基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서여’는 바로 민영규 선생의 호입니다. 표지는 의관을 갖춘 늙은 선비가 거문고를 뜯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강화학’이란 바로 ‘양명학’을 말합니다. 중국 명나라 중기(15세기 말~16세기 초) 주자학을 비판하면서 성립된 양명학은 조선시대엔 이단의 사상이자 학문이었습니다. ‘심즉리(心卽理)’ 즉 ‘마음이 곧 이치다’라는 양명학의 명제나, ‘앎을 이루는 것(致知)’이 아니라 ‘마음을 이루는 것(致良知)’을 강조한 양명학의 공부 방법은 주자학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는 용납되기 어려웠습니다. 이 땅에 양명학이 들어와 강화도를 중심으로 학문의 맥이 이어졌던 것은 정제두(1649~1736) 선생이 말년에 강화도로 들어가 후학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제두 선생이 뿌려 놓은 양명학의 학맥은 영재 이건창(1852~1898), 매천 황현(1855~1910), 그리고 박은식(1859~1925), 정인보(1893~1950) 선생으로 이어집니다.
강화학파의 사상이 근대 개화기에 척화파와 개화파가 길항할 때 자주 노선의 뿌리가 되었다고 역사학계는 논의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듯이, 그 자주적인 노선은 우리의 역량 부족으로 비극성을 뿜어냅니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황현은 “나라에서 선비를 키워온 지 오백 년에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책임을 지고 죽는 사람이 없다면, 어찌 가슴 아프지 아니한가.”라고 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절명시를 남겼습니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역사를 생각하니/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도 하다(秋燈掩卷懷千古/難作人間識字人)” 또한 이건창의 동생 이건승은 경술국치 직후인 1910년 9월 24일 새벽, 사당의 위패에 마지막으로 하직하고 만주로 망명했다 합니다.
“시작과 끝을 오직 진실과 양심에 호소했을 뿐, 성패를 묻지 않는 강화학의 가르침”(55쪽)을 민영규 선생은 말합니다. 강화학은, 중심이 곪아서 고름이 터질 지경이 될 때, 그 화농을 치유할 처방이 변방에서 나온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강화도 탐방은 중심의 틀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새겨보는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럴 때, 황현의 절명(絶命)이나 이건승의 망명(亡命)은 결코 비극만으로 끝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강화학 최후의 광경』
민영규 지음|우반|1994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조선의 마지막 문장』
이건창 지음|송희준 옮김|글항아리|2008
이 책의 목차가 이러합니다. 글을 어떻게 지어야 훌륭한 문장이 될까? 뺨의 수염을 그려야 좋은 문장. 허물을 고치기를 남에게 표시 나지 않게 하라, 잔인하지 않으면 매가 아니다.
 
『매천야록』
황현 지음|서해문집|2006
『역주 매천야록 상, 하』
황현 지음|임형택 외 옮김|문학과지성사|2005
‘매천’은 황현(黃玹, 1855~1910)의 호입니다. ‘야록’이란 들판의 기록, 들녘에서 쓴 글이라고 새겨볼 수 있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매서운 눈, 시대를 조망하는 안목과 비판의식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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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그의 삶을 만나다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
정재연
경기가평초 사서교사
 
빨래터의 아낙들, 쭈그려 앉은 할아버지, 젖 물리는 어미. 너무도 흔해 아름답다고 여기기는커녕 지나친 모습들. 박수근 화백은 하필 이런 모습만을 캔버스에 옮겨 담았다. 그것도 돌 위에 그린 것처럼 거칠고 투박하게 말이다. 그런데, 기교도 화려함도 없는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왜 가슴 찡하니 정겨울까. 이렇게 박수근의 그림은 그의 삶을 참 많이도 궁금케 한다.
그의 고향인 양구 정림리에 위치한 박수근 미술관 역시, 주인을 많이도 닮았다. 여느 미술관과는 달리 돌담으로 둘러싸여진 입구는 박수근 화백의 거친 그림을 연상케 한다. 자연 속에서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딱 그만큼의 모습을 담아낸 미술관은 참 예쁘다. 원작보다는 복사본 그림이 많지만, 8월 말까지 박수근 작고 50주기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겠다.
미술관을 나오는 길, 이웃 마을 안대리도 잠시 들러보자. 남쪽 길로 들어선지 얼마 가지 않아 군부대 비행장 담장을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삭막해야 할 시멘트 담에는 무려 600미터 남짓 벽화가 그려져 있다. 개울가 돌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빡빡머리 소년, 아기를 업은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시 한 번 박수근이 떠오른다. 김용철 화가가 박수근 화백의 소년 시절을 그린 그림책 『꿈꾸는 징검돌』(김용철, 사계절출판사, 2012)의 그림들이 대형 벽화로 옮겨져 있는 것이다. 김용철 화가의 고향 역시 양구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양구의 자연 환경은 투박하니 아름답다. 이대로 양구를 떠나기 아쉽다면, 광치자연휴양림에서 1박을 권한다. 아직도 가재가 잡히는, 강원도에서도 드물게 맑은 계곡이다.
 
『박수근 아내의 일기』
김복순 지음|현실문화|2015
박수근의 아내도 남편만큼 꾸밈이 없다. 그저 조근조근 박수근의 청혼 과정, 전쟁 후 극적인 상봉 등의 이야기를 덤덤히 들려준다. 일부러 노점이나 작은 가게를 이용하곤 했고, 결혼 후 직장문제로 잠시 떨어져 지낼 적 매일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가난하지만 행복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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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리랑, 해학과 옛이야기가 어우러진 아라리촌
한지희
강원 정선고 사서교사
 
야트막한 나무와 장승, 흙길, 옛날 가옥, 호젓한 정자, 양반전 청동상 등을 만날 수 있는, ‘아라리촌’을 소개합니다. 저는 일과를 일찍 마친 평일 오후 아라리촌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적한 흙길을 걸으며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나무들과 요즘 보기 힘든 옛집이 주는 정취를 만끽합니다.
바람도 쉬어 가는 정자에 앉아 자기 속도대로 흘러가는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기도 합니다. 책 읽기가 무료해지면 조양강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복잡한 생각을 바람에 흘려보냅니다.
아라리촌에는 삼천 원의 입장료가 있습니다. 대신 정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삼천원 어치 아라리상품권을 줍니다. 아라리상품권으로 정선 장에서 곤드레 나물밥, 모둠전, 콧등치기 국수를 사먹거나 아라리촌 내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무료입장이지요. 평일 오후의 아라리촌은 한가하지만 토요일이나 정선5일장이 열리는 날의 아리리촌은 활기가 넘칩니다. 정선5일장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장소 중 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아라리촌 내에 있는 아라리마당에서 ‘양반전’ 상설공연도 진행합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덩실덩실 한데 어울려 놀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옛 가옥들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도 체험, 만들기 체험 등도 합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즐거운 아라리촌이지요!
학생들과 함께 오신다면 박지원의 ‘양반전’을 읽고 오세요. 양반전 청동상을 따라 사진도 찍고, 그 시대 양반과 평민의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거예요.
 
『어이쿠, 이놈의 양반 냄새』
박지원 지음|이시백 엮음|최선경 그림|나라말|2012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 중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는 8가지 이야기를 골라 엮은 책. 박지원의 입담과 익살스러운 일러스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수록된 이야기 중에 ‘양반전’에는 아라리촌에 있는 청동상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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