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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금지하기엔 애매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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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9-11 11:32 조회 6,71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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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수서 원칙을 무색하게 만드는 책들
조수진 서울 관악중 사서, 전국학교도서관 사서연합회 서울지부 소속
 
학교와 공공을 불문하고 어느 도서관이나 사서에게 수서는 어렵고 고달픈 고민을 동반한다. 책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것이지만, 그에 자신의 주관을 더해 고르게 되게 때문이다. 모든 책을 다 읽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고 평가가 된 책이라면 선택이 조금 더 쉽겠지만 신간도서를 수서하는 경우에는 출판사 서평과 리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더해 수상 여부나 저명한 출판 단체 혹은 독서 관련단체의 추천도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책을 고르거나. 그래서 사서로 근무하며 수서의 기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나름대로 수서의 원칙을 세웠었다. 무엇을 살 것인가에 앞서 절대 사지 말아야 할 책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 서 보면 알 것이다. 나의 원칙과 무관하게 이러한 것들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정말 애매하게 말이다. 내게 있어서 수서할 때 애매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1. 실용서
나의 원칙은 물론 ‘실용서는 집에서 봐야 한다.’이다. 그렇지 않은가? ‘실용서’ 자체가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려고 만든 책이다. 예를 들어 요리책은 옆에서 펼쳐 놓고 요리하려고 만든 책이지 레시피를 외우려고 만든 책이 아니다. 두고두고 볼 책이다. 그러므로 요리책 및 실용서는 사서 봐야 한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예를 들어 가정과와 요리실습에 관한 주제로 협력수업을 한다거나 국어과와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처럼 특정한 주제를 정해 수업을 하는 경우, 참고자료로 요리책, 뜨개질 책 같은 실용서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다.
 
2. 기출문제집, 교재, 문제집
문제집이나 교재 같은 경우 실용서과 같은 이유에서 원칙상 수서하지 않는다. 교과와 관련된 문제집은 당연히 수서하지 않는다. 그런데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경우는 참 애매하다. 예를들면 ITQ, 워드프로세서, 포토샵, 컴퓨터 활용능력 교재 등의 경우는 어느 정도 구비해 놓아야 한다. 옛날처럼 전지에 그래프를 그리고 손으로 보고서를 쓰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투른 솜씨로 워드도 쳐야 하고, 표도 만들어야 하고, PPT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걸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도서관에서 해야 하는 역할 중에 하나가 무엇인가? 정보 문해 능력에 있어서 격차를 해소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때때로 수험서도, 교재도 필요하다.
 
3. 작품성이 있지만 선정적인 내용이 다소 들어 있는 책
예를 들면 『눈 먼 자들의 도시』 같은 경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자 환상적 리얼리즘의 대작으로 불리며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상당히 19금(禁)스러운 장면이 많다. 이는 심지어 청소년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아이들이 나에게 “쌤, 이런 책이 도서관에 있어도 되나요? 엄청 야해요~!”라며 ‘이시다 이라’의 『포틴』을 내밀었는데 목차를 훑어보니 정말 야하다. 읽어 보니 더더욱 야하다. 그런데 이 책은 아예 대상 독자의 연령층이 청소년이니 뭐라 할 말도 없다. 게다가 129회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물론 모든 ‘야한’ 책들이 다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수준이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경우, 아이들이 그 책의 내용을 예술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순수한 사랑의 의미로서 받아들이겠는가?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은 잔상들은 정서적 감동이 아니라 야한 서술과 묘사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학창 시절 읽은 책의 잔상들은 꽤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 도서관에 따라 이러한 책들을 성인으로 분류해 별치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알 것이다. 대놓고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
 
4. 각종 기관이나 단체에서 기증하는 책
도서관에 오는 우편물 중에는 간혹 각종 기관이나 단체에서 기증하는 책들이 있다. 『성경과 5대 제국』과 같은 종교 관련 도서라든가 『신비로운 16가지 버섯 이야기』, 해마다 오는 6.25전쟁, 8.15 관련 도서들 등등 각종 기관에서 오는 기증 도서들은 등록에 앞서 고민이 된다. 그나마 우리가 잘 아는 종교 관련 서적은 괜찮은데 이단으로 여겨지거나 그 정체성이 애매한 책들은 기증을 받아도 일단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5. 각종 학습만화책과 웹툰
만화책이 아주 훌륭한 책이라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안다. 고리타분한 지난 세대에서는 만화책은 절대 보면 안 되는 책이자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 그러한 시대는 지나고 수많은 ‘학습만화’들이 어린이 책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웹툰’ 또한 엄청나게 쏟아진다. 이쯤에서 또 고민이 된다. ‘학습만화’라는 명목으로 대체 어느 정도까지 만화책을 받아들여야 하나. 대표적으로 ‘WHO?’ 시리즈, 『마법천자문』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인물에 대해서는 그 인물의 자서전을 읽고, 『마법천자문』보다는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와 같은 책을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과학 서적의 경우야 그림과 함께 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그 외의 책들은 글로 된 책들이 주는 효과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6.자기계발서
몇 해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유행처럼 번졌다. 나도 그 책을 사서 읽었다. 내용이 참 신선하고 좋았다. 내 인생에 한 방향을 잡아 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읽으면서 걱정스러웠다. 작가의 생각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닌데, 마치 이처럼 사는 것이 모법답안처럼 되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가치관을 설정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흔히 “젊어서는 고생도 사서 한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반대한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는가? 물론 젊은 시절의 많은 경험과 정신적 방황이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때론 ‘사서 고생’과 늦은 밤 술자리에서의 개똥철학을 내세우며 젊은 시절의 ‘방종’을 ‘자유’인 양 착각하다가 나중에 도태되는 이십대들을 나는 여럿 봤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를 살 때 좀 더 신중해진다. 특히나 ‘서울 명문대를 가려면 이렇게 해라!’라든지 ‘내 아이 영재로 키우는 법’ 등 교육방법론이 적힌 책들은 더더욱 그렇다.
 
나는 항상 학교도서관 서가에 서서 책들을 바라보며 고민한다. 300번대 서가에 서면 ‘어떻게 하면 진보와 보수의 성향을 고루 갖춘 정치서가가 될까?’를 고민하고 900번대 서가에 서면 ‘어떻게 하면 역사의 진실을 바라보는 책들로 채울까’를 고민한다. 이 세상에 책은 너무나 많고 책 하나하나는 각자 다른 누군가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많은 책’보다 ‘좋은 책’이 채워지기를 소망한다.
 
 
 
분명 아이들에게 좋은 책인데, 어떻게 하지?
박성희
성남 산운초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에는 어떤 책들이 있어야 할까? 교과와 관련된 책,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 감동을 주는 책 등 다양하다. 그런데 교과와도 관련되고, 감동도 주는데 아이들에게 읽히는 것이 맞는지 고민되는 책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첫 번째로 역사적 사실이지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 아직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 책을 둘러싼 일이다. 어느 날 학부모독서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권윤덕의『꽃할머니』를 주제도서로 선정해 토론을 했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아직까지는 나만 알고 싶은 이야기”라는 대답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학부모독서회의 구성원이 대부분 저학년 딸을 둔 학부모였기 때문인지 이런 책을 학교도서관에 둬도 되는지 궁금해 했다.
2005년에는 학교도서관으로 『검정고무신과 함께하는 기영이의 5.18 여행』이 2부 배부되었다. 만화로 되어 있고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학교도서관에 비치해 놓았다. 그러나 학생과 함께 학교도서관을 찾은 한 학부모가 이 책을 보고 노발대발하며, 왜 이런 책을 학교도서관에 비치하느냐고 항의했다. 결국 교장, 교감선생님과의 협의 끝에 따로 보관만 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남과 북 또는 정치적 이념과 관련해 일어난 일이다. 권정생의 『몽실 언니』를 빌려 간 학생이 할아버지와 살고 있었는데, 책의내용을 얼핏 본 할아버지께서 학교로 민원을 넣었다. 이유는 학교도서관에 북한 이야기가 나오는 불온서적이 있는데, 이 책을 수서한 사서는 빨갱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 책은 내가 발령받기 전부터 꽂혀 있던 책인데…. 아무튼 그해 『몽실 언니』는 학교도서관 옆 어두컴컴한 서고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세 번째는 초등학생은 아직 몰랐으면 하는 청소년 문제를 다룬 책들과 관련한 일이다. 6학년 독서토론 동아리 과제 도서로 『유진과 유진』을 선택하고 각자 읽어 오기로 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한 아이가 다가와서는 엄마가 읽지 말라고 했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이의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그 어머니는 성폭행과 관련된 내용을 초등학생이 벌써부터 알게 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왜 토론 주제로 다루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위의 책들은 정말 학교도서관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왜 그들은 이 책들을 보고 그토록 몸서리친 것일까? 정말 초등학생이 알기에는 너무 이른 걸까? 내가 알고 있는 기준에서 분명 위의 책들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는 몇몇 이용자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내가 선뜻 나의 의지대로 밀고나가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되기 때문이다. 납득이 되진 않지만 어린아이를 둔 학부모의 심정으로 바라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은 것만 보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든 같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일들을 겪고 나니 수서할 때 과연 이러한 책들을 학교도서관에서 금지해야 할지, 비치해야 할지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수서를 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공인된 기관에서 제시 하는 어린이・청소년 책 선정 원칙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그 원칙을 도서관 이용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하기도 한다. 확고한 원칙에 따라 책이 수서되고 있음을 알면 이용자들은 한결 마음 놓고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절대 혼자 수서하지 말아야 한다. 조금 힘들더라도 교내 학교도서관 자료선정위원회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인근의 학교도서관 사서들과 신간도서를 함께 읽고 토론해 보길 권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용자의 요구와 검열 사이에서
강봉숙
대구서부고 사서교사

2013년 10월, 조선일보에 학교도서관 장서 관련 기사가 실렸다. 주요 내용은 학교도서관 장서가 전반적으로 좌편향성을 띠고, 특히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의 도서관 장서 좌편향성은 더욱 심각하며 그 증거로 ‘창비’, ‘나라말’과 같은 특정 출판사의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가 나가고 교육부에서는 즉각 일선 학교에 학교도서관 운영위원회 재정비 및 수서목록 홈페이지 사전 공개 등으로 수서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공문을 하달하였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관련 도서가 많이 출판되었다. 물론 1학기 도서 구입 신청서에도 ‘세월호’ 관련 도서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창비’의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은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를 정리하여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쯤 되면 고민해야 한다. ‘세월호’를 두고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슬프지만, 지난 번 기사에서 꼭 집어 거론한 ‘창비’의 책이기 때문이다. 자칫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서교사가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된다. 어떤 사서교사는 『친일인명사전』이 희망도서신청서에 포함되어 있어 수서하였으나 논란이 됐고, 중립을 유지하여 회의를 진행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이용자 요구와 검열, 그 사이의 갈등을 피부로 느끼는 최근이다.
대학도서관에는 수험자료 코너가 있다. 이용자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학교도서관에도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낙후된 지역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학생들에게 인문 고전을 읽으라고 해 봤자, 상위권 몇몇 학생만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인문계 고등학생에게 끝도 없이 성장소설을 추천해 주기도 뭣하다. 학교도서관은 진로와 연계된 독서교육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힘을 가진 아이들은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어떻게 꿈을 꾸는 것인지 알아갈 힘도 없이 무기력한 아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을 직접 제시해 주는 것이 가장 빠르다. 그래서 제과제빵 기능사 시험, 정보처리기능사 시험, 한국사능력검정 시험 대비, 부사관 후보생 시험 대비 등 각종 수험서까지 수서에 포함시켜 본다. 낙서와 훼손,
물론 걱정이다. 하지만 미술 드로잉, 네모네모 로직, 스도쿠 같은 책도 수서한다면 이런 책, 안 될 이유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수험서는 제외하는 것이 좋겠다는 관리자의 의견을 듣고 그렇게 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이용자 요구와 가치론, 장서관리론 강의 시간에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이 청소년을 위한 책인가?
전윤경
서울 봉영여중 사서

학교도서관 사서로서 구입할 책을 선정할 때, 이용자의 읽을 권리와 선택의 권리를 위해 신청도서를 모두 구입할 것인지, 학교도서관이라는 특성상 학생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도서를 구입 불가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늘 고민이 된다. 모든 중학교 도서관에서는 청소년기의 자아성장과 발달에 유익한 책 위주로 구입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유익한 도서의 규준을 정하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래서 많은 기관에서 배포하는 ‘청소년 권장도서’를 보면 독서의 즐거움, 지식 체득의 유익함 중에서 지식 부분이 강조된 책들이 주류를 이룬다. 양질의 책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서 각자의 기준이 있어도, 수서를 고민하게 하는 책들이 있다.

1. 만화책
모든 만화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근래에 독자의 흥미를 돋우며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을 주는 양질의 만화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단순 흥미를 끌기 위한 만화가 많다. 이런 책은 구입하지 않는다. 최근 학군이 좋기로 소문난 학교에 ‘도서관 컨설팅’을 간 적이 있는데, 도서관에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그 도서관의 한쪽 벽면 서가에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와 같은 흥미 위주의 만화책 시리즈가 1권부터 전권이 꽂혀 있었다. 그것도 1질이 아닌 3질씩이나. 담당 사서의 말을 들으니, 학원으로 과외로 바쁜 학생들은 잠깐 남는 시간에 도서관에 와서 심심풀이로 만화책 한두권을 읽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 늘 만화책 서가만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사서로서 혹은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독자의 흥미만 좇는 만화책은 학교도서관 비치를 지양했으면 한다. 만화책을 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책 읽기를 통한 가벼운 즐거움만을 경험한 학생들은 삶의 통찰과 지혜를 주는 고전과 명작은 그저 ‘어려운 책’으로 치부하기 쉽기 때문이다. 힘에 부치는 책을 끝까지 읽어 내야 ‘독서 탄력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도서관에 만화책을 수서하는 것은 늘 고민이 된다. 특히 아이들이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역사나 사상가의 책을 읽기 쉽게 풀이한 ‘중국고전만화’와 같은 만화책은 수서할 때 고민하게 한다.
 
2. 인지도 있는 작가의 작품이나 선정적 내용이 포함된 책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커트 보네거트가 쓴 『제5 도살장』은 작가가 직접 참전해서 경험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 독일의 참혹성을 자세하게 기술하여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잔인하게 표현된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성 묘사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수서를 고민하게 했다. 과연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중, 이 소설의 잔인한 장면과 성적 묘사가 아닌 전쟁의 참혹성을 떠올리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3. 잔인함이 묘사된 호러소설
여학교인 우리 학교에도 호러소설을 즐겨 읽는 아이들이 제법 있다. 그래서 수서할 때 호러소설을 목록에 넣기도 한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호러소설 작가 중 한 명이고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가인 기시 유스케가의 『검은 집』은 구입 신청을 한 아이들이 많았고, 유수의 상을 받은 책이라 구입했다. 구입 후 읽어 보았는데, 시종일관 섬뜩했고 선혈이 낭자한 세상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들이 주를 이루어 읽는 내내 정신적 피로감을 느꼈다. 호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의 취향도 중요하지만, 이 책을 읽은 아이들 눈에 비친 세상은 너무 잔인하게 혹은 너무 냉혹하게 왜곡되어 보이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4. 학생들의 눈높이에 너무 어려운 전문 서적
드문 일이긴 하나 선생님들의 ‘희망도서 구입 신청서’에는 『연구 방법론』 등과 같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논문을 쓸 때 필요한 도서를 신청하거나 대학생이 읽을 법한 전문 서적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구입 전 통화를 통해 “중학교 도서관에 비치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서 구입이 어려워요.”라고 말하면 “수업에서 활용되니 구입해 주세요.”라고 한다. 교과 수업에 활용이 된다고 하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과연 이렇게 어려운 전문 서적이 학교도서관에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학교도서관에 소장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 애매함에 대하여
김인혜
경북 영천상업고 사서교사
 
유형1. 자격증 대비 문제집, 과목별 문제집, 기출문제집, 수험서
희망도서를 받을 때면 빠지지 않는 책들이 있다. 한국사 능력시험 문제집, 각종 컴퓨터나 IT관련 자격증은 물론, 우리학교는 상업계 고등학교이다 보니 회계 관련 자격증 책까지. 정보의 다양성과 주제별 도서의 균형을 위하여, 어느 정도 참고용 자료로 학교도서관에 갖추어 놓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서관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에 문제 풀이를 한다거나 훼손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정보의 다양성과 구매 희망 요구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개인용 구매 도서로 분류하여 구입을 중지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유형2. 유명 작가의 작품
흔한 예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들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의 책을 단 한 권도 제대로 끝까지 읽어 보지 않았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다. 다만 요구가 많고, 베스트셀러고, 좀 유명하다 싶은 책은 이미 구매했기에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몇 달 간격으로 이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데, 장르는 한결같다.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내용도 거기서 거기란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도찐개찐’이랄까?(애독자들에겐 미안하다.) 유명하다고 해서, 작품이 많다고 해서, 인기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의 요구와 맞물릴 때면 늘 고민된다.
 
유형3. 유행하는 책
언젠가부터 철학(100) 분야의 책이 늘기 시작했다. 왜 그런가하고 봤더니 자기계발서, 각종 심리서 등이 유행하듯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상 살기가 어려워지고, 인생의 방향과 길을 찾기 어려운 시대임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아파야 한다, 흔들려야 한다고 했다가, 상처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도 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상호관계가 아닌 책과 글로 터득하고 배워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처음 한두 권을 접했을 때는 뭔가 아차! 싶기도 했고, 찡하기도 했고, 내 마음을 위로받는 것 같아 따뜻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책들이 넘쳐나다 보니 식상해질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르의 인기는 한동안 더 유지될 것 같다. 이번 구입 목록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청소년 쉬키루들에게』, 『10대도 행복할 수 있다』 등 감성을 자극하여 깨달음을 주고자 하는 작가의 좋은 의도가 독자들에게 꼭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위에서 예로 든 유형의 책들이 아니라도 책을 고를 때의 고민은 끝이 없다. ‘소장가치’로서의 점수를 기준에 두고 책을 고른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두고 좋고 나쁨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이기에 ‘구분’은 필요하다. 원하는 책만 읽으려면 큰 서점으로 가서 보면 된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 만큼은 그래도 ‘선별’된 책을 보는 ‘기회’를 누려야 하지 않을까? 학생들이 이 깊은 뜻에 ‘동의’해 줄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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