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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런 책, 마땅히 금지를 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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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9-11 10:15 조회 6,86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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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되지 않거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책을 거부!
이상훈 안산 반월초 사서
 
학교도서관에는 어떠한 책들이 있어야 할까? 책을 수서할 때 모든 사서들이 하는 고민이다. 이에 못지않게 고민해야 하는 게,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책을 거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의 금지 책 기준을 정해 봤다.
첫 번째로 편견이 있는 책은 수서 대상에서 제외한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는 그림책 중에는 흑인을 범죄자나 게으름뱅이로 묘사하고, 백인은 부자이고 항상 멋있게 행동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책들이 있다.
두 번째로 잘못된 이론을 설명하고 있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인간과 사회를 해석한 책은 피한다. 예를 들어, 식물에게 듣기 좋은 클래식 같은 음악을 틀어주면 잘 자라고 시끄러운 헤비메탈과 같은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라지 않는다는 내용의 책이다. 또한 위인들의 행동을 크게 미화하거나 인물의 업적을 지나치게 과장한 책도 수서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런 책을 읽을 경우, 위인과 달리 특별한 상황과 능력이 없는 자신은 큰일은 할 수 없겠구나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독자인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책은 제외한다. 아무리 훌륭한 주제와 의도를 가지고 쓴 책이라도 읽기 어렵다면 아이들이 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을 주제로 하는 책 중에서 어려운 예시와 복잡한 공식들을 나열한 책들이 있는데 이런 식의 서술 방식은 성인이라도 읽기 싫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우리의 말글법에 어긋나게 쓴 책이다. 인터넷에 연재된 연애소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책은 지나치게 단어를 축약하여 쓰거나 인터넷 채팅 등에서나 쓰는 이모티콘 등을 남발하여 학생들에게 틀린 단어를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이미 학생들은 지나칠 정도로 비속어와 은어, 유행어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책에서조차 잘못된 문법과 말법을 배우게 된다면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완벽한 도서관을 꿈꾸며, 나의 금서 기준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
 
책이 없어 못 읽는 시대는 지났다. 책이 귀해 닥치는 대로 읽던 시대도 지났다. 하루 평균 출판되는 책 수는 전자책을 제외하고서도 100종 이상이고, 국내에서 발간되는 모든 출판물을 수집・보관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소장 자료 수는 이미 1000만 종을 넘었다. 전국의 학교도서관 설치율은 100%에 가깝고, 공공도서관에 작은도서관까지 언제든지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밤새 필사하며 읽고, 전기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적 욕구를 채우던 때에 비하면 그야말로 책의 천국이다.
그런데 책이 너무 많아져서 힘든 점이 생겼다. 책을 골라야 하는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도서관은 한정된 공간과 예산, 교육 효과에 구성원들의 요구까지 고려하며 수서를 해야 한다. 자칫 소홀히 했다가는 터무니없는 내용의 책을 사거나 민원을 받기 십상이다.
10여 년 가까이 수서를 해오면서 그동안 나름대로 학교도서관 금서 목록이 생겼다. 물론 실패의 쓴맛을 여러 번 겪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학습만화
학습만화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공부를 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만화 사이사이 지식정보 페이지를 집어넣는 것이 보통이다. 아이들이 학습만화 읽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 그런데 대부분 정보가 담긴 부분은 쏙 빼고 읽는 것이 아닌가? 학습만화 목적 달성 실패다. 그럼 재미로라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학습만화에는 과장된 말과 행동을 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게다가 말이 어찌나 짧은지 ‘퍽’, ‘슝’, ‘꺅’ 등이 예사로 나오는데, 아이들은 이 부분을 재밌어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이 독서록을 쓸 때 저런 단어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학습만화는 학교도서관에 금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워크북, 수험서
워크북이나 수험서는 개인이 사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크북은 책 안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직접 사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수험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필요에 의한 경우가 많고, 책에 직접 문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도서관 소장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또 해마다 새로 바뀌어서 소장 가능 기간이 너무 짧다. 만약 경제적인 이유로 이런 책이 꼭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면, 다른 예산으로 지원해주면 더 좋겠다.
 
요약본
특히 인문 고전 중에 요약본이 많다. 대학입시 논술 탓이다. 인문 고전 만화를 비롯해 ‘논리논술대비’ 같은 문구를 달고 고전명작소설들을 심각하게 요약해 놓은 것들이 많다. 보통 이런 책들은 번역이 엉망인 데다가 초등학생을 위한다면서 어려운 단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겨우 얕은 지식이나 줄거리를 대충 꿸 수 있을 뿐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서 고전명작소설은 등장인물의 삶에 대해 섬세하고 길게 탐구하고 있어 독자들이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요약본으로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집류
모든 전집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괜찮은 것들도 있다. 그런데 많은 전집들은 단행본에 비해 들인 공이 확실히 적어 보인다. 전체 책의 구성이나 정보가 엉성하고 삽화도 어설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질을 사면 한 질을 공짜로 주고, 로비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니 질이 좋을 리가 없다. 또 대부분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몇 명의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쓰다 보니 짜깁기한 흔적도 많이 보인다. 시차를 충분히 두고 한 권씩 펴내는 시리즈는 대체로 괜찮다.
 
많은 인물을 한 권에 다룬 책
인물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물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은 물론 역사적 배경과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인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책 안에 상세한 이야기와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한 권에서 많은 인물을 다루는 경우, 주로 인물의 업적을 나열하는 데 머무르거나, 성급하게 우상화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그런 책을 읽으면 인물을 따르고 존경하기보다 너무나도 멀게 느낄 것이다. 인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섬세하게 인물을 조명한 책이 좋겠다.
 
어려운 지식 정보를 다룬 그림책
내용 수준이 중학년 이상인데 하드커버를 입히고 그림책처럼 보이게 펴낸 책을 말한다. 이런 그림책을 살펴보면 주제 자체나 단어가 저학년이 보기에 너무 어렵다. 큰 아이가 작은 옷을 입은 꼴이라고나 할까? 또 3학년 정도만 되어도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이 급격히 줄어든다. 내용이 중학년 이상 수준이라도 그림책 판형으로 펴낸 책들은 아이들 손을 타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책들은 잘 구입하지 않는다. 물론 내용이 정말 좋다면 구입한다.
 
관점 없는 역사책
요즘은 역사책 출판 전성시대다. 너도 나도 역사책 출판에 한창이다 보니, 개중에는 역사를 재밋거리로 만들거나 지나치게 학습에만 치우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웃기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역사를 지나치게 희화화한다거나 주요 인물 또는 사건 중심으로 짧게 나열하는 식이다. 그러면 역사에 관점이 사라지고 인물과 사건만 남는다. 더구나 역사가 인간의 삶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힘들다.
 
위의 기준들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 관련 학습만화는 곧잘 구입한다. 아이들을 도서실에 오게 하려고 때로는 흥미 위주의 책을 사기도 한다. 잘 출판되지 않는 주제의 책이라면 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수서는 힘든 작업이다. 고생한 티도 나지 않으면서 시간은 많이 소요된다. 그래도 내가 골라 들여놓은 책을 아이들이 잘 읽으면 기분이 좋다.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책을 안내해 주고 싶은 마음에 날마다 고민한다. 완벽한 도서관을 꿈꾸며.

 
도서관에 새 책 들어오는 날, 볼 수 없는 책
배수진 서울 대림중 사서
 
도서관에 새 책 들어오는 날. 아이들은 들뜨게 된다. 사서가 신간도서를 하나하나 검수하고, 박스를 풀어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서관에 들른 아이들은 신나 하며 책 옆으로 온다. “이 책을 볼까? 저 책을 먼저 볼까?”,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언제 빌릴 수 있어요?” 하고 재잘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덩달아 신난다. 도서를 구입하기 전, 전 교사에게 교내 메신저로 구입 신청을 받고, 학생들에게도 구입 신청서를 작성하여 받고 있다. 신간도서구입 신청서를 수합하고 난 뒤 정리하여 하나의 파일로 만들고, 학교 누리집에 일주일 간 올려놓고 그 뒤 도서선정위원회를 개최한 후, 도서를 구입한다. 이럴 경우, 몇 가지 원칙들이 있다.
 
1. 어떤 책이 학교도서관에 못 들어오나요?
선생님들의 대학원 교재, 청소년 유해 등급 판정을 받은 도서, 영화나 드라마로 흥행이 된 뒤 출간된 도서, 판타지 무협물, 로맨스소설, 인터넷 소설 등은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이들이 게임 판의 게임돌이 되어 서로를 죽이는 내용인 『헝거 게임』이나, 뱀파이어가 인간을 사랑하게 되는 내용인 『트와일라잇』, 성균관 유생들의 로맨스를 담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신청해도 들어올 수 없는 책입니다. 도서선정위원회에서 의견을 수합하여 관련 책들은 구입하지 않기로 하였거든요.
 
2. 만화책을 주문하면 도서 구입에 선정이 되나요?
만화책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학습만화는 되도록 구입하지 않고 있어요. 다만, 학습만화라도 각 교과 선생님들이 추천해 주는 역사만화나 인물만화는 구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것 역시 도서선정위원회에서 결정이 났답니다.
 
3. 사진집을 신청하고 싶어요.
요즘 다양한 사진집들이 출판되고 있어요. 어느 유명한 연예인이 낸 사진집도 있고, 길고양이를 주로 찍은 사진집도 있지요. 사진집은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다문화 친구들에게 권하기도 하는데요, 연예인이 모델이 된 책이 아니면 대부분 신청 시 구입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4. 요리 책과 같은 다양한 만들기 책은 신청하면 구입하나요?
음식 만들기 책과 가방, 옷, 뜨개질 등의 책들은 도서관에 많이 구비해 놓고 있어요. 다양한 만들기 책에서도 다이어리 꾸미기, 팝업카드 만들기 등의 책들도 있고요. 네일아트에 관한 책도 있지만 화장술에 관한 책들은 구비하지 않아요. 대신 코스프레 관련 도서는 구비하고 있으니 화장술에 관한 책을 구비할 수 없음을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5. 다양한 잡지를 보고 싶어요.
음식, 자전거, 자연과학, 여행, 직업에 관련된 잡지를 구비하고 있어요. 다만 연예인의 신변잡기, 패션에 관한 잡지는 신청할 수 없어요. 다양한 자료를 담고 있되 유익한 정보가 될 정기간행물만 구입하거든요.
 
 
정보의 문지기로서 금지하는 책들
정유나 서울 선덕중 사서
사서를 준비할 때 사서는 정보의 문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자기 마음대로 정보 혹은 책의 내용을 판단하거나 선택하라는 말은 아니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긴 한데 거짓되거나 잘못된 정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어느 정도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도서관에 있다 보니 의도치 않게 문자 그대로 문지기, 수문장 역할을 엄격하게 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수서를 할 때다.
일반 대중이 다함께 이용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학교도서관의 특성상 모든 책이 수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교직원도 이용하는 도서관이라 성인용 도서를 따로 수서하여 별치하는 학교도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도서관은 모든 도서를 학생들과 함께 이용하게 되어 있어서 미성년자에게 부적격한 도서는 수서를 할 수 없다. 또 어떤 경로든지 이미 도서관에 들어와 있는 책도 사서나 교사의 눈에 띄면 퇴출 처리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책들이 우리 학교의 금서 목록에 올라와 있을까?
 
금지1.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책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음란물이나 폭력물은 무조건 금지한다. 흔히 19금 도서라고 하는 책들이다. 한참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같은 책은 구입 신청을 하는 교직원이 있어도 개인적으로 구매하시든지 공공도서관에서 빌려 보시기를 권한다. 이미 도서관에 있던 책 중에도 『싱클레어, 맞수를 만나다』와 같은 성인용 로맨스물이나 『실미도』처럼 과도한 폭력 묘사가 나오는 책들은 서가에서 퇴출시켰다.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등과 같은 호러소설 등도 우리 도서관에서 금지된 책들이다.
음란물은 아니지만 내용 전개상 성적인 표현이 도드라지는 부분이 등장하는 책들은 선생님들의 지적에 따라 학생들에게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서가에서 퇴출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신체나 성행위에 해당하는 성적인 속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누나』라든가 남녀 간 성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부분이 삽입된 『아라비안나이트』, 성적인 농담이 주를 이루는 『성스러운 유머』 등의 책들이 그러하다. 물론 성적인 표현이 나오는 모든 책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금지2.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의 책
어느 분야에서든 뛰어난 성취를 보이며 사회의 리더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의 멘토를 찾는 학생들에게 그런 인물이 소개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기도 하여 학교도서관에는 전기문이나 자서전, 유명인의 에세이와 같은 책이 많다. 그런데 그 인물이 거짓과 부도덕으로 자신의 명성을 쌓아올린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황우석 박사 사태’일 것이다. 『세상을 바꾼 과학자 황우석』처럼 황우석 박사의 전기문이나 성공 사례를 담은 책들이 우리 학교도서관에 많았는데, 모두 서가에서 퇴출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고 불명예스러운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서 개인의 판단만으로 책을 금지하는 것은 논란이 될 수도 있으니 사회적으로 확실하게 판명이 난 사실에 근거하여 책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지3. 정치적, 종교적으로 편향적이거나 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책
도서관에 기증되는 책들 중 정치적 인물이나 특정 국가, 특정 종교에 대한 편협하고 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책들이 간혹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비판하지 않고 개인적 체험을 근거로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책들의 경우 반입과 이용이 금지된다. 『만화 김정은』이라는 책이 있는데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감정적이고 매우 편향적인 내용과 비난으로 일관하여 오히려 북한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학교도서관에는 적절하지 못한 도서라고 생각했다.
 
금지4. 흥미 위주의 소설이나 만화책
인터넷소설은 이슈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몇 작품만 수서를 하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아류작들은 도서관에서 수서를 금지하고 있다.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판타지소설, 지나치게 동어반복적인 내용의 소설들은 수서를 금지한다. 수서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긴 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책들을 계속 살 수 없으니 개인적으로 사서 읽으라고 권한다. 사실 이런 도서는 ‘금지도서’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다. 수서 예산도 한정되어 있고 도서관 공간도 협소하기 때문에 비치할 여력이 없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뿐이지 내용상 학생들에게 금지할 만한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은 교육의 공간이다. 그것도 매우 ‘공식적인’. 그렇기 때문에 제공되는 자료 또한 ‘공식적인 교육’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것이 학교도서관의 한계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과도한 지식과 정보의 탁한 물결 속에서 잘 걸러진 맑은 옹달샘의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제대로 된 필터의 역할을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우리 학교도서관 사서의 사명일 것이다.
 
학교도서관에 필요하지 않은 책을 금지한다
박선미 전남 나주고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에 필요하지 않는 것을 금지(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할 뿐이다. 나의 고민은 늘 사고 싶은 자료, 학생이나 교사가 사 달라는 자료는 많은데 예산은 적고, 공간이 좁다는 데 있다. 공립학교는 사서교사와 일반교사의 이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서 확충 계획을 세우고 구성원이 공유하며 살림을 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구입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은 자료의 형태와 내용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형태는 활용도를 우선 고려한다. 온라인 자료를 포함한 비도서자료는 수업과 수업연구, 학교교육활동에 필요한 자료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여 구비하기 위해 노력한다. 제아무리 좋은 자료라고 하더라도, 활용할 사람이 없다면 구입하지 않는다. 내용면에서는 학생들에게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 교과서적인 책은 우선 배제한다. 결국 학교 교육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책을 거르는 이유, 내가 책을 아웃하는 이유
차은정 안산 성안고 사서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 선생님들은 저마다의 수서 기준이 있고, 그중에는 도서관에 들이고 싶지 않은 책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도서선정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학교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의 대부분은 사서가 결정해서 서가에 비치된다. 지금 중세시대 수도원처럼 금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 불가 도서만 아니라면 최대한 책을 다양하게 구입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수서를 할 때 내 손에서 걸러지는 책들은 어떤 책들일까?
 
발행처나 출판사가 불분명한 책
책들이 기증되어 오거나, 홍보 책자를 보면 간혹 사이비(?) 냄새가 나는 출판사의 책들이 있다. 최근에 한 잡지사에서 무료로 잡지를 보내주면서 전화로 구독을 권유하는데, 얼핏 보기에 학생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등학교 수준에도 맞는 것 같아 구독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한 인터뷰 기사에서 조금 이상한 내용을 발견했다. ‘도를 아십니까?’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쉽게 접하고 알고 있는 기독교나, 불교가 아닌 매우 생소한 종교에 대해 다룬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근처 학교 선생님에게 여쭤 보니 역시 이단 종교 재단에서 만든 잡지라는 것이었다. 당장 구독 의향을 접고 전화해서 구독할 수 없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단 종교에서 발행한 책과 잡지는 금지하는 편이다.

인터넷게임 관련 책 등 학교에 적합하지 않은 책
한 번은 졸업생이라며 자신이 책을 냈다고 연락이 왔다. 사실 연락이 왔을 때부터 감이 왔지만 보지도 않고 거절할 수 없어 알겠다는 답변을 하고 졸업생을 기다렸다. 그 학생이 나에게 책 한 권을 건넸지만, 도서선정위원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졸업생을 돌려보냈다. 이미 그 책은 아웃! 프로게이머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 주인공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학교에 비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인터넷게임 관련 도서라고 해서 모두 구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초・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다룬 책이나, 요새는 스마트폰 어플로 게임을 프로그래밍 하는 책 등 시대에 맞는 책이라면 구입을 하는 편이다.
 
판타지 소설
중・고등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책은 바로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이 나쁜 책은 아닌데 워낙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시리즈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장소의 협소함 때문에 구입하기가 꺼려진다. 중간에 책이 한 권이라도 사라지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다. 파손도 문제다. 판타지의 인기는 남녀노소 나이를 초월하기 때문에 파손이 빠를 뿐 아니라 한 번 잡았다 하면 놓지 못하는 책이라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책 보다 걸리는 일이 태반이다. 읽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에 들이기 싶기도 하지만, 아직 우리 학교 구입 목록에 판타지 소설 시리즈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다양한 유형의 책, 도서관에 필요한 책들이 있어야 도서관은 빛이 난다. 수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수서는 항상 어렵다. 늘 선택해야 하는 사서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 올 때도 있지만 창조하는 것도 아닌데 머리를 쥐어짜고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저만의 기준으로 좋은 책을 구입하려는 사서 선생님들의 노고에 오늘도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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